신앙의 삶/노인복지

치매 환자, 사고 잇따르는데…수면제 투약이 고작

예인짱 2019. 10. 24. 10:42
5월28일 새벽 발생한 화재로 환자 등 21명이 숨진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별관 병동이 화염에 검게 그을려 있다. 공동취재사진
5월28일 새벽 발생한 화재로 환자 등 21명이 숨진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별관 병동이 화염에 검게 그을려 있다. 공동취재사진

[고령화의 그늘 요양병원이 불안하다]

 (2) 치매 환자 사고 대책 ‘제로’

최근 5년간 노인요양병원의 치매환자 현황


최근 5년간 노인요양병원의 치매환자 현황

한아무개씨(여·69)는 2010년부터 4년째 경남 창녕군 ㄱ요양병원에서 지냈다. 인지 능력에 약간의 문제를 보였지만 병원 직원들과 일상적 대화를 주고받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지난달 24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오전 11시께 한씨는 병원의 청소 담당 직원한테 “방 좀 깨끗이 청소해 놓으라”는 말을 하고 병원에서 사라졌다. 하루가 지난 25일 오후 5시께 환자복 차림의 한씨는 낙동강 창녕함안보 하류 6㎞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녀는 경증 치매환자다.

전국의 노인요양병원 수는 1289곳, 전체 입원환자는 26만여명(2013년말 기준)이다. 요양병원을 찾는 환자가 갈수록 많아지는 것처럼, 치매환자도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올해말이 되면 10만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전체 요양병원 입원환자 10명에 4명 가까이가 치매환자인 셈이다.
 

10만명에 이르는 입원 치매환자
실종·의문사·방화 등 잇따르는데
의료진, 일반환자 관리에도 빠듯

증세 따른 분류체계도 없고
정부도 병원도 대책없이 방치

요양병원에 머무는 치매환자가 많아지자 이들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창녕 ㄱ요양병원 한씨의 경우는 치매환자 출입 관리가 허술해 발생한 사고다. 치매는 당사자는 물론 동료 환자나 병원 직원한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지난 5월말 2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방화 사건의 피의자는 80대 입원환자 김아무개(81)씨다. 김씨는 2년여 전 경증 치매진단을 받았다. 앞선 2월에는 광주광역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매환자 장아무개씨(85)가 같은 병원 입원환자를 화장실에서 밀어뜨려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요양병원마다 치매환자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빈발하지만, 요양병원 쪽이나 정부 모두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현행 의료법상 노인요양병원은 일반 종합병원 등과 비교할 때 훨씬 적은 인력 배치 기준을 적용받는다. 의사는 환자 40명당 1명, 간호인력(간호사·간호조무사)은 환자 6명당 1명만 두면 된다. 일반 환자를 관리하기에도 빠듯한 인력이라, 좀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치매환자를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광주 ㄴ요양병원 관계자는 “지금의 요양병원 인력만으로 치매환자를 관리하려면 정신병원처럼 외부와 차단된 폐쇄병동 등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의료법상 모두 금지돼 있다. 그렇다보니 야간에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취침시간에 맞춰 수면제를 투약하는 게 대다수 요양병원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치매환자를 증세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없는 점도 문제다. 치매환자는 치료보다는 ‘돌봄’이 필요한 경증 환자와, 집중치료를 필요로 하는 조기치매 및 중증 치매환자로 나뉜다. 돌봄으로 충분하다면 요양병원보다는 요양원 등 요양시설로, 치료가 필요하면 의료서비스를 갖춘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이 환자 수에 따라 지급하는 총 입원료(수가)로 꾸려가는 대다수 요양병원은 환자 수준에 따른 의료서비스 제공보다, 돈벌이에 치중해 환자 숫자를 늘리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권용진 서울시 북부병원장은 “현재 한국의 요양병원은 ‘치료’가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치매노인까지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적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치매형 요양시설’을 별도로 만들어 다른 합병증이 없는 치매노인은 지금의 요양병원보다는, 이쪽으로 보내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