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상계동 재개발지역의 무허가주택. 허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김○○(88) 할머니가 혼자 사는 집이다. 그런데 요즘 김 할머니는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돈을 내지 않는데도 요양보호사가 찾아와 돌봐주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지난 4월 허리 수술을 받고 요양병원에 있다가 퇴원한 뒤 다시 혼자 생활해왔다. 당뇨병과 협심증이 겹쳐 있고, 최근에는 치매가 의심되는 증상까지 나타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자식들이 있어 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이 안 되고, 노인장기요양 등급도 받지 못한 채 어려운 생활에 빠져 있는 이른바 차상위계층에 속한다. 딸들은 지방에 살거나 일 때문에 할머니를 돌볼 수 없는 형편이고, 국가 복지 지원체계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전형적인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때 할머니를 돕기 위해 출동한 사람이 상계3·4동주민센터의 복지플래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서울시 ‘돌봄SOS센터’의 긴급복지서비스를 이제 할머니도 받게 되었다. 할머니의 딸이 돌봄SOS센터 소식을 듣고 동사무소에 어려운 사정을 알려 결실을 보았다.
할머니는 지난 7월 말부터 노원구청과 협약을 맺은 사설 복지센터(고수련노인복지센터)에서 파견한 요양보호사 한연서씨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한 요양보호사는 일주일에 3일, 1회 최소 3시간씩 할머니 집에 머물며 할머니의 거동 보조, 식사와 투약 도움, 말동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시재가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래서 할머니 얼굴이 부쩍 밝아졌다.
할머니는 “요즘 이 양반 없으면 생활을 못해요. 너무 감사해요”라며 연방 한씨의 손을 쓰다듬는다. 한씨는 치매 검사를 비롯한 할머니의 정기 진료를 위해 함께 종합병원에 가주기로 약속도 했다.
이처럼 정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어르신, 장애인, 1인 가구 생활자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이나 복지 연계 공백 기간 등에서 각종 긴급구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돌봄SOS센터다.
노원구청 송해욱 찾동돌봄지원팀장은 “돌봄SOS는 과거에는 선의의 후원과 이웃돕기 차원에서나 가능했던 제도권 밖의 복지서비스를 시스템화한 것이다.
서울시가 예산을 세우고 구청과 동주민센터 등 공공 쪽에서 대상자를 찾아내고 민간 사회복지기관이 투입돼 긴급한 공백을 메우는 복지제도”라고 설명한다. “일단 긴급지원 요청이 들어오고 상황이 파악되면 당일 즉시 요양보호사 등 전담 인력이 현장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부분 아무리 늦어도 2~3일 안에 긴급서비스 지원이 이뤄지도록 한다.”
이와 같은 돌봄SOS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민은 할머니와 같은 연로한 어르신뿐만 아니다. 장애인 강아무개(23)씨는 새로 신청한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 판정이 나올 때까지 공백 기간에 자신과 부모를 돌봐줄 수 있는 돌봄SOS를 요청해 일시재가 서비스를 받게 됐다. 또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곤란한 중장년 독거인(52)도 돌봄플래너에게 발굴돼 주거 청결과 정기적인 식사 지원 등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