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삶/노인복지

간호사 ‘면허료’ 주고 가짜 고용…건보 돈 빼먹기

예인짱 2019. 10. 24. 10:46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요양병원의 수가 크게 늘고 있지만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병원간 과당경쟁과 돈벌이에 급급한 행태 때문이다. 경남 하동군에 있는 한 실버타운에 차상위 계층 농촌 노인들이 머물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요양병원의 수가 크게 늘고 있지만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병원간 과당경쟁과 돈벌이에 급급한 행태 때문이다. 경남 하동군에 있는 한 실버타운에 차상위 계층 농촌 노인들이 머물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고령화의 그늘 요양병원이 불안하다
➊ 부실 부르는 인증제·등급제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에 불이 나 수십명의 환자가 사망한 데 이어 노숙인을 꾀어 진료비를 부당하게 받아낸 요양병원의 민낯이 드러났다. 고령화 사회와 함께 요양병원이 급증하자 부실한 환자 관리, 탈법·편법 운영도 늘고 있다. 요양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고 있어서다. 이에 네차례에 걸쳐 실태와 문제점, 개선 방안을 짚어본다.



간호등급 높으면 정부지원 많이 받는
제도 허점 겨냥해 간호사 부풀리기
수년간 20여명 허위 근무한 곳도
심평원은 서면신고만 근거로 등급


노숙인을 꾀어 가짜 환자로 입원시킨 일부 요양병원 행태가 확인(<한겨레> 6월26일치 16면, 6월30일치 14면 참조)된 데 이어, 실제로는 병원에서 일하지 않는 간호사를 근무하고 있는 것처럼 꾸며 높은 간호등급을 받아온 요양병원의 실태가 추가로 드러났다. 이들 요양병원이 노숙인을 환자로 바꿔치기하거나, 간호사 수를 부풀리는 이유는 모두 정부가 환자 대신 내주는 입원료를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한 것이다. 요양병원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겨레>가 입수한 광주광역시 ㅎ요양병원의 간호인력 근무기록을 보면, 이 병원은 2006년부터 최근까지 적어도 20여명의 간호(조무)사 근무기록을 허위로 꾸몄다. 간호사 면허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일정한 금액의 ‘면허 대여료’를 지급하고, 4대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조건으로 이름만 빌리는 수법을 썼다. 주로 병원을 그만둔 채 집에서 쉬고 있는 간호사가 동원됐다. 실제 2007년 12월 입사해 2008년 8월 퇴사한 것으로 근무기록에 나타나 있는 임아무개(49) 간호사와 2009년 2월 입사해 같은 해 5월 퇴사한 것으로 적혀 있는 양아무개(35) 간호사 등은 ㅎ요양병원에서 근무를 한 적이 없다.

ㅎ요양병원 전 관계자는 “병원은 이름을 빌려주는 간호사에게 매달 50만원, 간호조무사에게는 30만원씩을 지급했다. 이와 별도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료도 대신 내줬는데 이렇게 이름을 빌려준 간호(조무)사는 매주 한 차례 병원에 들러 근무기록에 자필 서명만 하고 돌아가곤 했다”고 주장했다.

ㅎ요양병원이 이처럼 간호(조무)사 근무기록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해온 까닭은 간호사 수가 곧 병원 수익과 직결되는 요양병원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요양병원은 거의 매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와 간호등급제에 따른 등급을 부여받는데, 이때 간호사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높은 평가등급과 간호등급을 얻을 수 있다. 간호등급제에 따라 병상당 간호사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요양병원은 건강보험에서 최대 60%까지 많은 입원료를 받을 수 있다.

적정성 평가등급도 마찬가지다. 심평원은 간호사 수 등 의료인력이나 필요 인력 등 모두 35개 지표를 기준으로 요양병원 등급을 책정하는데, 이때 하위 20% 요양병원으로 지목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입원료를 받을 때 최대 20%까지 깎이게 된다. ㅎ요양병원 전 관계자는 “간호등급제의 적용을 받는 건 일반 종합병원도 마찬가지지만, 아무래도 정부의 관리·감독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요양병원에서 ‘간호사 면대(면허 대여)’를 통한 입원료 부풀리기가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의료기관에 동시에 간호인력으로 등록된 경우가 아니라면, 요양병원의 간호사 거짓 고용 실태를 적발해내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지금도 요양병원은 일반 의료기관보다 현장조사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앞으로도 의료인력 고용 여부 등에 대한 단속을 좀더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ㅎ요양병원의 ㅅ원장은 간호인력 거짓 고용과 관련해 30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떤 명단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해당 간호인력이 실제로 우리 병원에서 근무했는지 여부에 대해 일일이 언론에 확인해줄 의무가 없다.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싶다면 직접 조사해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