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창고를 정리했다.
넣을 것은 많은데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많아 정리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이것 저것 넣어뒀던 박스를 펼쳤다.
이전의 것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고등학교 시절에 읽었던 책들,
대학에 다니며 씨름하던 책들,
그리고 수 많은 기록들,
아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이젠 정리해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하며 하나하나 밖에 옮겨 놓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 때 난 무엇을 생각하며 살았나?
그때의 모습이 왠지 정석인 것 같이 내게 다가왔다.
그것은 분명 충격이었다.
온 종일 생각했다.
난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장은 이전의 내가 꿈꾸어 오던 현장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리고 난 스스로의 갭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난 나의 젊은 청년의 시대를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그 때의 꿈, 의지, 가치관을 소중히 여긴다.
하지만 그 때의 나를 소망하지는 않는다.
그 땐 많은 모순이 있었다.
한계가 있었다.
그 때의 나로 돌아가라면 그건 너무도 끔찍한 악몽일 것이다.
그런데 난 그 때를 동경한다.
왜 일까?
오늘의 내 삶에 대한 갭이 있어서인가?
내 속엔 나도 모르게 그 때의 기준과 원칙에 의해 오늘을 보는 모순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현실적이지 못한 인식의 한계
막연한 가치관을 추구하며 막연한 꿈과 소망을 담으며 살았던 날들,
그 날들의 의식이 반드시 옳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난 수많은 시간들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땐 상상치도 못했던 소중한 진리를 알게 되었다.
그 진리안에서 그 때를 돌아보면 그 때의 나의 모습은 너무도 불쌍하고 가련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오늘 그 때의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 땐 무언지 모르지만 강력한 목표의식을 갖고 몸부림 쳤다는 것이요,
지금 난 그 몸부림이 그 때에 비해 너무 약해져 있다는 것에대한 부담감이 자리할 뿐이다.
밤 기도회때 기도했다.
난 무엇이 나의 양식인가?
난 하나님 앞에서 어떤 준비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난 어떤 사람으로 하나님께 비추어 지고 있을까?
이런 기도를 드리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았다.
하나님은 나를 인도하신다.
그 인도하심안에 내가 오늘을 살아감을 알게 하셨다.
그 때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더 이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오늘 내가 집중해야 할 주제,
그 주제에 충실하길 원하심을 가슴에 담았다.
그래~!
하나 하나 충실히 살아가자~!
너무 과거의 기준과 원칙에 의해 스스로를 가두는 모순에서 벗어나자~!
너 미래적인 꿈과 소망을 불태우며 미래를 가꾸어가는 삶을 살아가자~!
어디 까지 이르렀든지, 그렇게 살아가자~!
그게 내 삶의 자리니까.
깊은 밤,
10월의 마지막 밤을 맞으며,
이런 정리를 하게 됨에 감사드린다.
그 잔혹한 눈물과 슬픔과 고독과 허무의 밤을 보내던 내가,
오늘 이 푸근함과 사랑스러움안에서 기쁨과 감사의 밤을 보내게 됨을 감사드린다.
젊은 날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대 변화가 바로 이것이다.
난 행복한 자이다.
하나님의 사랑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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