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상담심리학

아동 및 청소년상담

예인짱 2007. 12. 1. 16:40

아동 및 청소년상담


김 유 숙 교수(서울여자대학교 교육심리학과)


  현대는 여러 가지 문제를 지닌 시대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최근 들어 급격한 문화적, 사회적 변화를 경험해 가는 나라로서 더욱 곤란에 직면하고 있다. 학교 내의 폭력, 가출, 또는 아동의 자살 등의 문제는 신문에서도 자주 취급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가족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는 우리들 방문하는 부모를 보면, 사회적으로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거나 또는 부모로서도 쉽게 비난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실제 상담을 하는 측인 상담자나 정신과의사 자신도 자신의 가족의 문제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청소년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청소년기는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커다란 변용을 하여 성장하는 변화의 시기이다. 이 시기는 어린이도 어른도 아닌 두 개의 사이를 통과하는 이행의 시기이다. 이와 같은 변화와 이행의 시기를 아무런 고통 없이 성장하는 청소년이 있는 반면, 어린 벌레가 성충이 되기 위하여 번데기의 껍질 속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위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청소년도 있다. 이처럼 위기의 시기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청소년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가족의 관심과 도움이다.


1. 현대 아동 및 청소년의 문제점

  최근 수 십 년 간 가족은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다. 우리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 안에서 가족은 그 동안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가족구조 및 부모의 역할, 가정기능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하여 부모 모두의 사회활동이 늘어나 부모가 담당해야 하는 교육적 기능이 상당히 상실되었다. 뿐만 아니라 핵가족화로 인하여 조부모로부터 옛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되면서 조부모와 부모와의 관계로부터 배울 수 있는 인간관계의 중요한 원리를 배울 기회 역시 상실하였다. 결국 지금의 청소년은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듣고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상실하게 된 셈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청소년기의 문제행동과 가족의 변화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2,30년 전에는 청소년들은 자신감이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치료기관이나 상담소를 찾기 시작하여 그 후 등교거부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최근에는 교내폭력과 집단따돌림의 문제와 어른들과의 원조교제와 같은 외현적 문제가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시대의 추이와 함께 이전에 문제시되어 온 행동이 소실되어 가는 것은 아니라, 기존의 문제행동에 새로운 문제행동이 덧붙여지는 식으로 문제행동이 다양화되어 가는 것이다. 필자의 임상적 경험에 의하면 문제행동의 청소년이 그리는 가족상이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가진 청소년이 그리는 가족상은 가부장적 가족으로 이른바 권위가 있는 아버지로 인한 긴장이 주요 주제이다. 그런데 그 이후 문제가 되는 등교거부는 아버지상의 권위가 무너진 것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1970년 또는 80년대에는 치맛바람으로 표현되는 자녀의 교육에 지나치게 열성적인 어머니가 두드러진 시대인데, 등교거부의 자녀가 그리는 가족상은 그것과 공통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그들이 그리는 가족상은 아버지상의 희박함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 아버지의 부재라는 단어가 자주 인용되었는데, 이는 청소년 문제로 자주 언급되는 폭력과 따돌림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즉 이 시대는 아버지가 모습을 완전히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상의 시대적 추이를 생각한 가족상을 살펴본 결과 가족치료나 상담을 실시할 때 다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이전 등교거부에 정형화로 보아온 어머니와 자녀가 밀착되어 아버지가 혼자 분리되어 있는 가족구조는 오히려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집안의 주춧돌이라고 불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희미해졌을 뿐 아니라, 아버지상 그 자체의 질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 내 역동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복잡하다.

  둘째, 각 문제행동의 가족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에 대하여 각각의 가족 그 자체도 상당히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청소년기의 문제행동이 소아적, 충동적으로 되기 쉽기 때문에 그것의 행동이 다른 가족성원을 휘말리게 하여 가족전체에 영향을 주어 본래의 가족구조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넷째, 이러한 경우 청소년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도 퇴행을 하게 되어 각각이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행동하기 쉬운 기초적 가정집단(basic assumption group)이 되기 쉽다. 즉 행동과 인지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주관적 세계를 중시하는 paradigm이 부각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임상적 자료가 있다고 본다.


2.  아동 및 청소년 면접의 기본적 문제

  아동과 임상면접을 하게 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발생한다. 그것에 따라 면접의 형식, 내용, 어조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동은 면접의 장면에 이끌려 왔을 뿐이며, 특별히 면접을 하고 싶어 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때로는 스스로 면접을 희망하고 있는 아동이나 청소년도 있지만, 아동보다는 대부분 청년기 이후의 청소년들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후의 전개를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임상가에게 아동이나 청소년들과 면접이 필요하게 되는 상황을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된 경우는 다음과 같이 열거할 수 있다.


(a) 정신건강상태의 평가 : 자녀의 정신의학적 상태를 평가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아동 자신과 면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동과의 면접은 평가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없어서는 안 될 핵심이 되는 것이다. 가족, 학교상황, 인간관계나 사교적 환경에 대한 정보도 파악해야만 하는 것이지만, 아동자신의 내적 정신과정이나 감정상태의 파악이야말로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목적의 면접에는 포함해야만 하는 질문영역은 물론, 필요하다고 여기는 특수한 지식에 관해서는 저자의 [아동정신의학의 기초(Basic Child Psychiatry(Barker, 1988)을 참조하기 바란다.

(b) 심리학적 평가: 아동의 임상상태를 평가할 때 심리치료사에 의해서 면접 또한, 소아정신과의사나 아동을 다라는 다른 과의 의사의 경우와 마찬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덧붙여, 임상심리나 교육심리에 관여하는 사람은 심리검사를 습득하고 있어서 이러한 검의 병행이 자유로운 상호작용의 면접에서 얻은 정보를 보완하는 것에 종종 도움이 된다.

(c) 발달평가: 임상면접이 주로 자녀의 정서적, 지적 또는 사회성의 발달을 평가하기 위해서 행해지는 것이 많다. 자녀의 발달단계는 항상 중요한 것이지만, 걱정거리는 발달지체(그것이 전반적이거나 부분적일지라도)일 경우와 다른 특별한 것에 관심사가 있는 경우에는 면접의 형식이 달라진다. 경험을 쌓은 임상가라면 자녀의 발달단계에 대해서 정확한 인상을 가지게 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점은 표준화된 검사의 판정결과를 참고하는 것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검사에 관한 설명은 본서의 요지에서 멀어지게 되므로 다른 저서에 양보한다.

(d) 학대나 보호나 태만, 거부에 관한 사실조사 : 최근 아동에 대한 신체적, 성적, 정서적 학대가 만행하거나 그 중대성이 한층 인식되어 가고 있다. 학대 또는 보호의 태만거부에 관한 조사에서는 학대를 받은 당사자는 물론, 때로는 형제나 친구와의 면접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면접을 할 때 특히 배려해야만 하는 점에 대해서는 제 9장에서 다뤘다. 사실을 주어 담아서 무엇이 일어났는가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이러한 종류의 조사에는 특히 중요한 것이다.

(e)법적 수속상의 편의 : 오늘날 임상가는 법적인 일에 관련된 아동의 면접을 요청받는 일이 늘고 있다. 자주 접하게 되는 일로는 이혼이나 별거에 관련된 아동의 보호의무에 관련된 문제, 또는 친권을 가지지 못한 자녀의 면회에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별거나 이혼이 증가하면 할수록 이러한 면접의 기회가 그만큼 늘어나기 마련이다.

  또한 다른 종류의 법적문제의 해결을 위해 아동의 평가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는 데 이것에 관해서는 제 12장에서 간단히 다루도록 한다.

(f) 긴급상태의 대처 : 병원의 응급실, 여러 종류의 진료소, 쉼터, 또는 화재 등의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고 보호되어 있는 장소에서 긴급하게 아동의 면접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면접에는 긴급사태에 관련된 문제에 직접초점이 향해지는 경우가 많다.

(g) 연구 : 아동의 발달, 소아정신의학, 아동심리학이나 사회복지의 연구 분야에서는 아동의 면접을 필요로 하는 연구가 많다. 이러한 경우의 면접은 특히 연구과제에 초점을 맞추어 행해지는 것이 많으며 종종 연구목적에 부합하도록 구조화하기도 한다.

(h) 처우 : 면접의 목적이 자녀의 생활환경에 관한 처우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자신의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아동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 대신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대신할 수 있는 생활환경은 어딘가 비슷한가의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더 나아가 새로운 집의 생활에 미리 아동이 익숙할 수 있도록 면접을 진행해 나가게 될 것이다.

(i) 그 밖의 상황 : 아동과의 면접은 병동, 집중치료실, 여러 종류의 시설, 그 밖의 다양한 장소에서 요구될 것이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의 면접목적은 상당히 특수하며, 일반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에 비교하여 상당히 한정된 것이 된다.


1. 발달상의 배려

  아동과의 면담을 유용하게 진행하려면 발달적 관점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Bierman과 Schwartz(1986)이 그것에 관하여 잘 정리하고 있다.


        아동은 발달수준에 따른 특징적 방법에는 인간관계에 따른 사건에 따라서 지각하거나 개념화하거나 반응한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 감각, 행동을 개념화하는 능력은 사회적인 인과관계를 이해하여 사회적인 적응능력을 습득해 감에 따라서 극적으로 시시각각 변화한다.


아동은 태어나서 몇 년간은 주로 구체적인 언어로 사물을 생각해 오며 또한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가지지 못한다. 사물의 보거나 반응하는 방법은 놓여진 그 장소의 상황에 따라 좌우되며 긴 안목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없다. 어휘력 또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언어보다도 놀이 등의 간접적 수단을 매개로 하는 것이 보다 잘 자신을 표현하기 쉽다.

  아동이 청년기로 접어들면 사물을 어른과 마찬가지로 개념화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면접도 어른을 앞에 한 경우와 거의 마찬가지 형태로 진행하게 될 것이다.

  아동을 면접할 때 그 개인의 가장 알맞은 접근을 결정할 때는 연령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지기능의 발달이나 추상적으로 사고하거나 장기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능력의 정도는 아동에 따라 다양하다. 또한 놓여진 사회환경이나 생활체험도 다른 것이다. 이러한 점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2. 과제

  아동이나 청소년에 대한 면접에는 다양한 과제가 따르게 된다.

  아동의 면접은 어른과는 분명하게 다르며 어리면 어릴수록 어른과 차이가 크다. 다음은 이러한 차이를 초래하는 이유의 몇 가지를 열거해 보도록 한다.


1) 아동의 인지능력이나 언어기능은 개개인의 발달정도의 차는 있는 것이지만 어른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뒤떨어진다. 면접상대의 능력을 넘어서 대화를 진행하면 할수록 라포를 쌓는 것에는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하며 일률적인 수준에서 대화를 하는 것도 비생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2) 아동이 면접을 하러 오는 경우, 스스로의 의지로 오는 것보다는 누군가에 이끌려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데리고 오는 것은 일반적으로 부모지만 부모와 함께 왔다는 것으로 아동은 안심하기 쉽다. 그러나 예를 들면 아동복지 기관, 교사, 경찰 등처럼 가족이외의 관계기관의 요청으로 면접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나이 많은 아동, 특히 청소년 중에는 스스로 자진해서 면접을 하로 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강제적이거나 설득당해서 면접에 온 것과는 한층 다른 관계가 어린 내담자와 상담자사이에 만들어질 수 있다.

3) 아동이 범죄를 범하거나 용의를 받고 있는 경우, 종종 면접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경우 아동은 우리가 추정하는 죄를 짓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정하거나 더 나아가 어떻게 해서든지 판결을 내릴 목적으로 면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우는 그다지 많은 경우는 아니지만, 자녀의 감정으로부터 본다면 면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회의적이 되거나 분명하게 거부의 태도를 나타내거나 하게 된다.

4) 면접을 하기 전에 기분이 상해 있는 아동도 많다. 내가 경험한 것 중에는 면접 전에 부모나 또는 다른 누군가로부터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내게 매우 야단을 맞게 될 것이라든가 정신과의사의 면접은 나쁜 일을 한 벌이라고 듣고 온 아동도 있다.

5) 아동은 특히 청소년이 되면 정신과의사나 심리치료사, 사회사업가 등 정신건강의 전문가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공통된 오해는 그러한 사람들과 면접을 하게 된다는 사실 그자체가 자신이 [미쳤거나], [정상이 아니다]라고 인정하는 되는 것이며, 어느 땐가 누군가는 아마도 가족은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많은 사람이 광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를 만나라고 권유받으면 이러한 두려움이 확실한 것이 되어 버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6) 의사소통의 곤란이 특징인 아동 장애도 있다. 자주 만나게 되는 예로서는 정신지체, 청각장애, 말더듬이, 언어발달장애가 있다. 그것보다는 약간 빈도가 적지만 선택적 함묵증이나 자폐증도 있다.


3. 유연성

  지금까지 언급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아동을 면접할 때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정해져 있는 융통성이 없는 면접으로는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면접자는 처음 대면을 할 때부터 아동이 언어적으로 또한 비언어적(이것이 특히 중요하다)으로 표현되어지는 것에 민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단계에서도 받은 반응에 응해서 면접의 방법을 적당히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게 하려는 절대적 권한 등은 우리에게 없으며, 있을 수도 없다는 것을 상기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아동이 요구에 응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건네진 장난감으로 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근본적인 근거도 없는 것이다. 목표를 향해 면접을 진행해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질을 활용하면서 아동의 반응을 관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동과 자연스러운 태도로 면접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마음속에 agenda를 가지고 있다. 즉 면접을 진행해 가는 줄거리와 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줄거리에 따라가면서 아동의 그 순간의 감정의 상태, 반응이나 욕구도 포함하면서 그러한 중용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면접과정에서 찾고 싶다고 생각하는 영역이 상처받기 쉬운 미묘한 것이라는 것이 분명해 지는 경우가 있다. 또는 그것을 미리 예상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법적으로 판단되어질 입장에 있는 아동이 자신의 죄에 대하여 그다지 열심히 이야기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며 낙제한 아동은 공부나 성적에 관한 화제에 민감하게 되는 것도 이미 언급한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는 아동이 먼저 화제로 꺼내지 않으면 면접의 후반부가 될 때까지 그와 같은 종류의 화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는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일에 아동이 예민해 지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이쪽에서 예상도 하지 못했던 문제가 배후에 있을지도 모른 다는 것도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더욱이 그러한 문제를 탐색해 갈 때는 세심한 배려가 요구되어진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별한 일에 대해 말할 용의가 아동에게 있는지의 여부는 서서히 탐색을 해 가는 것에 의해 일반적으로 알 수 있다. 아동에게 그러한 마음이 없거나 있을 법하지도 않다고 느끼면 그러한 화제를 언급하는 것은 다음 회기이후의 면접이 되더라도 연기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이러한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특별한 일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아도 좋으며 비밀로 해 두려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해야만 한다.


4. 라포의 필요성

  라포는 면접의 성공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또한 정의하는 것이 어려운 단어이기도 하다. 그것은 신뢰이상의 것이며 이해, 조화, 화합의 경지이다. 어떤 사람과 라포가 형성된다는 것은 서로에게 공감하거나 서로가 배려하는 사이라는 것이다. 최면치료가은 오래전부터 라포의 중요성에 인식해 왔다. 충분한 라포가 쌓이지 않은 것이 최면상태로 이끌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라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언급을 하고 있다.


        .....최면술을 받는 사람과 거는 사람 간에는 독특한 관계가 존재하며, 게다가 그것(최면술)은 공동작업이기 때문에 받는 사람의 주의는 거는 사람에게 향해지며 거는 사람의 주의는 받는 사람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것에 의해서 최면술을 받는 사람은 외적인 것이나 처해진 환경에 주의를 하지 않게 된다(Erickson, Hershman & Sector, 1961, pp61)


이 구절은 최면술을 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사이의 관계를 잘 표현한 것인데, 라포의 기초가 되는 적극적인 신뢰의 감전까지는 전해지지 못했다. 라포가 잘 만들어져 있다면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가 상대방을 서로 존중하게 된다. 임상면접에서 라포라는 것은 면접을 하는 사람 이 상대를 위해서 하려는 마음가짐을 기반으로 상대를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무엇보다도 상대를 도우려는 것이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5. 개방질문과 폐쇄질문

  라터와 콕스(Rutter & Cox,1981)는 질문을 개방적인 것과 폐쇄적인 것으로 구별하고 있다. 면접에는 특별한 사실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 보다 폭넓게 사람의 심정, 견해, 소신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도 있다. 자동차사고의 증인을 면접하는 경찰관이라면 조사 중의 사고에 관한 사실관계에 주된 관심이 향해져 있다. 이러한 목적에는 일반적으로 한정적인 질문이 바람직하다. 한편 정서적으로 혼란된 사람을 면접하는 임상가라면 오히려 그 사람의 감정상태나 인간관계의 개요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처음 환자와 대화를 할 경우에는 임상가에게는 그 사람의 생활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거의 아무런 정보가 없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경우에는 오히려 개방적인 질문이 도움이 된다.

  한정적 질문의 예로서는 [자동차가 교차점에 도착했을 때, 신호는 빨간 색이었는가?],[운전수가 돌겠다는 신호를 보냈는가?]등을 포함한다. 한편 [어디에 갈 예정이었는가?]        라든가 또는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도 있었는가?]라는 질문은 “자유회답식 open ended"의 질문이다. 자유회답식의 질문은 질문을 받은 사람에게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하여 말하게 하는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된다. 경찰관이라면 사건의 사실관계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 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을 지도 모른다. 임상가의 경우에는 보통 사실관계나 사람의 감정 이 두 가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임상면접에서는 한정적인 질문이나 자유로운 질문을 장에 맞게 나누어 사용한다. 대부분의 경우, 자유회답식의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아동의 연령이 어리면 어릴수록 한정적인 질문을 사용할 필요가 늘게 된다. 어린 아동, 특히 취학 전의 아동이라면 예를 들어 [왜 여기에 왔지?]라는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어렵다. 설령 대답했다고 하더라도 [엄마가 데리고 왔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점부일 것이다. 아동이 자발적으로 면접을 희망하고 온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면접에 대한 특별한 마음의 준비가 있을 리 만무하다. 초기 단계에서는 면접자는 사실관계를 정화하게 하는 것보다 라포를 쌓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아동의 세계를 넓게 탐색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저학년의 아동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어린 아동에게 질문할 경우 그들은 비교적 구체적인 사고를 한다는 점을 유의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자녀에게 [엄마가 어떻게 여기 데리고 왔지?]라고 물으면 [자동차로]라고 대답할지 모른다. [가족에 대해서 말해 줄래?]라는 요구가 만약 어린 아동에게 향한 것이라면 아마도 그것은 아무것도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청소년의 면접에 사용된다고 하면 중요한 정보가 그의 입에서 밝혀질 지도 모른다. 어린 아동에 대해서는 더욱 특별한 한정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언니 오빠는 몇 명 있지?]라든가, [이름을 가르쳐 줄래요?]라든가 또는 [누구와 가장 놀고 싶지?] 등이다. 마지막 질문은 취학 전의 아동에게 [누가 가장 좋지?]라고 질문하는 것보다 정보를 이끌어 내기 쉬운 것이 될 것이다. 후자의 질문은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나중이 되어서 한정적인 질문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면, 면접의 대상자가 이전에 자실을 생각했거나 자실미수를 한 경험이 있는지의 여부를 알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자주 있다. 만약 그러한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일어난 자기파괴적 인 행동의 모든 정보를 상세하게 얻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탐색을 할 때, 자실의 공포가 가능한 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특히 한정적인 회답을 얻는 질문이 필요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청년기의 젊은이나 후기 사춘기의 아동에게는 면접의 초기단계에서 지나치게 이러한 질문만 한다면 라포의 확립을 방해해 버리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자녀에게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항이 간과되어 버릴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면 면접은 심문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연속적으로 묻는 질문의 형태보다는 대화처럼 이루어져야만 한다.

  유도질문이라는 것은 특정의 대답을 이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운전자가 신호를 무시했다거나 아버지가 아동을 때렸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달려가고 있던 중 어디쯤에서 신호가 빨간 색으로 변했나요?]라든가 [아버지가 몇 번이나 때렸지?]라는 형태이다.

  질문하거나 평상시처럼 대화를 할 때, 촉진하거나 용기를 북돋는 것을 잘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면접자가 너무 지나치게 촉진하면 아동은 있지도 않은 것까지 있다고 대답해 버릴지도 모른다.


6. 단순한 질문과 복잡한 질문

  일반적으로 단순한 질문이 복잡한 질문보다 선호된다. Rutter와 Cox(1981)은 개방적 질문과 한정적 질문이외에 이자택일과 선다형의 질문으로 구별하고 있다. 이자택일의 질문으로서는 예를 들면 [죽고 싶다고 생각했니? 아니면 집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생각했니?]라든가 [너는 울적해 지는 형, 아니면 울고 싶어지는 형] 등이다. 이러한 문제라면 둘로 나누어 질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다형의 질문은 대답의 가능성이 상당히 많다. 선다형의 질문은 얻고자하는 정보에 대해서 서로 대화하기가 어려운 상대방에게 사실을 이끌어 낼 때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그것에는 한계가 있다.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 선다형 중에 가능성이 있는 대답의 모든 것을 포함할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형제와 어느 정도 싸우는지를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내아이가 있다면 [싸움은 하루에 한번정도, 일주일에 한번, 아니면 이것보다 훨씬 적니?]라는 질문에 의해 형제싸움의 빈도를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게 된다.


7. 면접은 상호적인 사건이다.

  면접자는 상대에게서 정보를 얻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정보를 준다는 점도 유의해야만 한다. 그것은 원하든 원치 않던 사실이다. 개인생활, 외모, 태도, 이야기방식, 그리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에 대하여 일부러 정보를 전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지 않았는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정체를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비언어적인 수단에 의해 전해지는 것이 있다는 점을 항상 고려해야만 한다.

  임상면접을 통하여 자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릴 것인가라는 점도 생각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본인의 경험에 의하면 부모뿐 아니라 아동들도 내게 결혼의 여부, 자녀가 있는가, 아니면 아동이 귀찮게 구는가 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여러 가지 대처의 방법이 있다. 치료자 중에도 전통적인 입장의 사람이라면, 왜 이러한 질문을 했는가라는 점에서부터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치료방법에 따라서는 거기서부터 해석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치료의 일환이 되지 않은 면접에서는 적절하다고 말할 수 없다. 진단면접이든지 치료면접이든지 과도하게 자신을 노출할 필요는 없다는 나는 생각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각 임상가의 개인적인 문제이다.


8. 면접의 기능

  Rich(1968)는 면접을 사실조사형, 사실제공형, 조작형, 치료형, 실연형으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형태는 서로 독립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하나의 면접에서 두개 이상의 기능이 주어지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조사형의 면접이라는 것은 정보의 발굴을 의도하고 있다. 임상장면에서는 개인이나 그 가족에 대하여 생활사상의 자료수집, 또는 상대의 최근 상황이나 사회적인 배경에 관한 정보수집 등이 이것에 해당될 것이다. 또한 면접자가 상대의 감정이나 사고과정, 일반적인 정신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사실제공형의 면접이라는 것은 면접자가 상대방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면접은 임상이뇌의 상황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용자나 감독자가 사용인이나 부하 직원에게 직무수행상 필요한 지시나 자료를 제공하는 것 같은 경우가 이것이다. 또한 정치가가 기자들을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하거나 대담을 하는 것도 한 예이다. 임상분야에서는 내담자에게 평가나 검사, 진단의 결과 등을 말하거나 요구한 치료의 특징을 설명하거나 또한 문제가 되는 사태를 취급하는 방법을 이야기 하거나 하는 경우가 이러한 유형에 해당될 것이다. 초기 면접에는 사실제공적인 요소가 당연 포함될 것이다. 왜냐하면, 관계자는 면접의 내용이나 그 비밀유지, 상담시간과 횟수, 다른 관련사항에 대하여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조작형의 면접이라는 것은 면접상대에게 변화를 강요하거나 또는 그러한 의도를 가진 것이다. 임상장면에서는 아마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일지 모른다. 보호관찰관등은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형태의 면접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으면 또는 야간 외출금지를 지키지 않으면 그에 대응하는 법적 조치를 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수감될 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형태이다.

  치료형의 면접이라는 것은 변화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라, 변화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Rich(1968)는 치료형의 면접을 지지적인 것, 상담적인 것, 통찰지향적인 것의 3가지로 나누고 있다. 본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일반적인 원칙이나 여러 가지 기법은 치료장면에 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정신치료의 기법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본서에서 언급하지 않는다.

  실연형의 면접아리는 것은 청중에게 문제점이나 기법, 또는 임상상황을 예시하는 것을 의도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면접은 교육에서 사용되거나 연구목적에 사용되어질 것이다. 이러한 면접에서는 윤리나 비밀유지의 문제가 얽혀져 있는데, 면접자가 이러한 점에 특히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