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의 삶/전도자료

중국, 뱀 둘 똬리튼 복희·여와, 풍요·다산 의미

예인짱 2015. 11. 27. 16:50

 


인류역사 속에서 오래 전부터 폭넓게 등장하는 상징 중 하나가 바로 뱀이다. 고대부터 뱀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 중 하나로 여겨져왔다.

동서양의 신화, 종교, 문화예술 속에서 뱀은 다산, 창조력, 치유(힐링), 부활, 지혜, 욕망 등을 상징한다. 뱀은 한꺼번에 많은 알을 낳기 때문에 생식력과 창조력을 나타내는 존재로 받아들여졌고, 허물을 벗는 습성으로 인해 치유와 재탄생을 상징하게 됐다. 똬리를 튼 뱀이나 자기 꼬리를 문 채 몸뚱어리로 둥근 원을 그린 뱀의 형상은 영원함 또는 영속적인 생명을 의미하는 상징이다.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지역 투르판의 약 7세기 고분에서 발견된 ‘복희여와도’에는 중국 신화 속의 남신 복희와 여신 여와가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뱀으로 묘사돼 있다. 남매인 복희와 여와가 마주본 채 하체를 뱀처럼 서로 꼬고 있는 모습이다. 손에는 오늘날의 자, 컴퍼스와 비슷한 도구가 각각 들려있다. 창조신인 둘이 뱀처럼 서로 몸을 꼬고 있는 것은 만물의 조화와 재생, 풍요를 기원하는 고대 중국인들의 내세관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여와는 황토로 사람을 탄생시키고 결혼제도를 만든 신으로 숭배돼, 중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여와의 사당에 가서 빌면 다산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불교와 힌두교에서도 뱀은 중요한 존재이다. 뱀에 대한 숭배의식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곳은 바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이다. 앙코르와트 사원을 지키는 존재가 바로 나가(Naga)로 불리는 거대한 뱀 신이다. 앙코르 왕조는 11세기 중엽, 도성 좌우에 거대한 바라이(인공저수지)를 축조해 물 걱정을 해결했는데, 모든 것이 나가의 은혜 덕분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거대한 앙코르와트를 건립하면서 나가 조각을 입구에 세웠다. 앙코르란 말 자체도 산스크리트어로 도시를 뜻하는 나가라(Nagara)에서 나온 것으로, 뱀을 뜻하는 ‘나가’와 ‘산다’란 의미의 ‘라’의 합성어이다.

힌두교의 세계관에 따르면 7개 층으로 이뤄진 지하세계가 존재하며, 그중 가장 마지막 층인 ‘파탈라’라는 세계에는 수많은 나가가 살고 있다. 나가는 여러 부족으로 이뤄져 있는데, 각 부족장들 중 가장 연장자가 아난타이다. 힌두교 그림이나 조각상을 보면, 3대 신 중 하나인 비슈누가 아난타 위에 몸을 누이고 휴식과 명상을 취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마후라가(摩羅迦) 역시 사람의 몸에 뱀의 머리를 가진 신으로, 땅 속의 모든 요귀를 쫓아내는 임무를 지니고 있다. 인도 신화의 영향을 받은 불교에서 마후라가는 불법을 수호하는 팔부신중(八部神衆) 중 하나이다. 팔부신중이란 천계를 지키는 수호신 천(天), 물 속을 지키며 바람과 비를 관장하는 용(龍), 사람을 도와주는 야차(夜叉), 병을 고쳐주는 건달바(乾?R婆), 여러 개의 얼굴과 팔을 지닌 아수라(阿修羅), 새 형상의 가루라(迦樓羅), 말머리 형상의 긴나라(緊那羅), 그리고 마후라가를 가리킨다. 마후라가는 그림 속에서는 주로 머리에 뱀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으며, 조각상일 경우에는 한 손에 뱀을 잡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석굴암의 마후라가상은 오른손에 칼을 든 모습이다.

멕시코의 마야문명권에서도 뱀은 숭배의 대상이다. 유카탄 반도의 치첸이트사에 있는 쿠쿨칸 피라미드와 멕시코시티 교외의 테오티와칸 유적에는 날개달린 뱀 쿠쿨칸과 목에 깃털을 단 뱀 케찰코아틀이 조각돼 있다. 특히 쿠쿨칸 피라미드의 경우 계단 입구 양쪽에 뱀 머리 조각이 새겨져 있고, 돌난간 전체가 뱀 몸통으로 조각돼 있어서 마야인들이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신성한 존재로 뱀을 얼마나 숭배했는가를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도 뱀이 자주 등장한다. 지혜의 신 아테나를 상징하는 동물로 올빼미와 함께 뱀이 등장하며,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는 뱀 한 마리가 휘감고 있는 지팡이를 들고 다닌다.

뱀이 의학의 신을 상징하는 존재가 된 것은 독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으며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듯 죽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생명을 얻는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오늘날까지도 의학의 상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