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상담심리학

당신의 뇌를 운영하라

예인짱 2009. 10. 17. 12:23

[뇌이야기]당신의 뇌를 운영하라

2006 05/02   뉴스메이커 672호

뇌를 운영한다는 것, 뇌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자각에서 출발
뇌정화 수련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들.

뇌가 없는 사람은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뇌가 있다는 걸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나아가 뇌를 운영한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가 있어도 컴퓨터 운영프로그램을 모르면 별 소용이 없듯이, 윈도를 제대로 작동시킬 줄 알아야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뇌도 마찬가지다. 뇌 속에 아무리 정보가 많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그것은 그저 정보로만 남은 채 잊혀진다.

단순하고도 명확한 사실은 생명활동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 감정정화, 자아성찰 등의 모든 기능이 우리의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이라는 점이다. 삶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요소들인 인내와 용기, 꿈과 비전, 집념과 도전 등의 고등정신작용도 마찬가지다. 뇌가 바뀌면 사람이 달라지고 삶이 변화할 수 있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나의 뇌를 운영한다는 것은 뇌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한다. 뇌는 몸의 일부가 아니라 몸 그 자체고, 인체 중 유일하게 물질이면서 정신을 담은 곳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인간이라 부를 수 있다. 뇌는 신체의 한 기관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을 온전히 활용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바란다면, 자신의 뇌를 어떻게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운영시스템이 없는 컴퓨터를 상상해보라. 잠재성은 크지만 실제적인 활용이 미미하여, 문서작성기나 계산기로 전락한다. 컴퓨터의 기능을 100% 활용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운영프로그램의 존재이유이자 목적이다.

뇌를 ‘활용 대상’으로 인지하라

따라서 뇌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뇌의 무한한 가치에 대한 자각과 스스로 뇌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것이 시작이다. 슈퍼컴퓨터를 만든 것도, 우주탐사를 가능하게 했던 것도, 보이지 않는 DNA의 구조를 밝혀낸 것도 모두 우리의 뇌다. 인류가 문명을 이루며 살아온 이래 인간의 뇌 구조와 기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의 인류문명을 창조한 힘이 나의 뇌 속에도 내려와 있음을 자각하고, 선천적 재능보다 후천적 발달이 훨씬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부정적 정보, 뇌 기능 가로막아

뇌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자각은 스스로에게 무한한 자신감을 가져다주지만, 이것이 삶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뇌 속에 형성된 습관과 고정관념, 피해의식 등의 부정적 정보가 뇌기능을 온전히 발현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뇌의 유연성 회복과 부정적 정보의 정화는 뇌기능을 온전히 발현하기 위한 디딤돌이다.
뇌의 유연성은 두뇌발달을 위한 기본이다. 어릴 적부터 빡빡한 시스템 속에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지만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데만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정보를 받아들여도 주체가 분명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정보화사회가 발달할수록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두뇌활용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어 있다. 대부분 전두엽의 기능만 사용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더더욱 뇌가 가진 많은 부분의 기능을 100% 사용하지 않게 된다. 편리하고 수동적인 환경에 익숙해질수록 뇌는 점점 더 약해지기 때문에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운동을 하듯 뇌도 운동이 필요하다. 활용하지 않는 뇌의 영역은 퇴보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뇌는 효율성을 향해 움직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뇌세포일수록 가장 빠르게 감소한다.

뇌 속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는 갓난아기 이후에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뇌세포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의 뇌는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가 떼면 그 모양이 그대로 있는 점토와 같은 기능이 있는데 기억에 있어 이것을 가소성(可塑性)이라 한다. 기억제조공장이라고도 불리는 해마는 뇌에서 가소성이 가장 풍부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먹이와 물만 있는 단조로운 환경과 다양한 놀이 환경을 갖춘 곳에서 생활한 생쥐를 비교해보면, 후자의 해마가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 있는 쥐를 자극적인 곳으로 옮기면 며칠 만에 해마의 신경세포가 늘어난다고 한다. 변화 없는 삶이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현재에 안주하는 삶이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낼 수 없음은 당연한 것이다.

고정관념과 습관이 뇌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뇌 속에 형성된 부정적 정보들은 자유로운 뇌의 기능사용을 방해한다. 때문에 정보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컴퓨터 사용자가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정보에 중독되면 사용자로서 컴퓨터를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보는 흘러가는 강물과 같아서 그 속에 서 있으면 강물의 흐름에 흔들리거나 때론 매몰된다. 강둑에 서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정보의 주인으로 바로 설 때 비로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인지 여부를 선별할 수 있다. 나아가 내 컴퓨터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있는지 검색할 수 있다면 치료가 가능하듯, 내가 가진 정보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 역시 선택할 수 있다.

1997년에 개발된 뇌호흡이 교육현장에서 뇌기반명상법과 두뇌개발프로그램만이 아닌 인성프로그램으로 각광받는 이유는 바로 뇌호흡의 핵심이 ‘정보정화’에 있기 때문이다. 정화가 이루어질 때 뇌기능이 회복되면서 본래의 기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뇌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자각, 뇌의 유연성 회복과 부정적 정보의 정화는 뇌기능을 온전히 발현하기 위한 디딤돌이다. 그로부터 다양한 뇌의 기능 활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컴퓨터의 활용이 커지다보면 사용자도 성장하게 되어 컴퓨터운영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를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뇌가 정화되면서 뇌기능의 활용이 많아질수록 육체와 정신도 함께 성장하게 되어, 어느 순간 나의 뇌를 운영하는 뇌운영프로그램 자체의 점프가 일어난다.

스스로 뇌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과는 다른 삶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기능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 자신의 뇌가 반할 만큼 크고 높은 꿈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 뇌는 마음속에 가장 넓게, 가장 깊게 자리 잡은 강한 메시지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고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여 이루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며, 나 자신 뿐 아니라 전체를 위해서도 유익한 목표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뇌를 과학의 대상이 아닌 활용의 대상으로 인지할 때, 누구나가 원하는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위해 뇌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자각을 가질 때, 비로소 삶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컴퓨터혁명을 통해 컴퓨터 없이 살아가는 오늘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듯이, 언젠가는 뇌를 운영한다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삶의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승헌<한국뇌과학연구원 원장·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