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상담심리학

어린 시절의 상처 치유의 중요성

예인짱 2009. 8. 26. 15:06

어린시절의 상처’ 치료의 중요성 

 

 

-배우자 각자의 ‘어린시절의 상처’ 치료의 중요성:

이마고 커플관계치료와 내면아이치료 모델을 중심으로-  

 

첨부이미지

 


오제은 교수 


  이 글의 목적은 커플관계치료에 있어서 배우자 각자의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서 살펴보는 데 있다. 즉, 배우자 각자가 어린시절의 각 발달단계를 어떻게 경험하였는지가  커플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관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료에 주목하여 '이마고 커플관계치료'와 '내면아이 치료'의 두 모델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커플/ 부부치료 모델 중에서도 특별히 하빌 헨드릭스(Henrix, 1988, 1992)에 의해서 개발되어진 ‘이마고 커플관계치료(IMAGO Couple Relationship Therapy)’는 배우자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커플관계치료에 있어서 중요하게 포함시킨 치료모델로서, 전 세계적으로 부부상담가들과 가족상담 전문가들에 의해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존 브래드쇼(Bradshaw, 1990)에 의해서 널리 알려진 ‘내면아이 치료(Inner child healing)’는 참가자 각자로 하여금 어린시절의 각 발달단계에 따라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발견하게 하고 치료하는 내면치료모델로서, 내면치료와 관계치료에 임상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에릭 에릭슨(Erikson, 1950, 1959, 1964, 1968, 1982, 1986)에 의하면, 개인은 각자의 어린시절에 자신을 돌보아준 양육자에 의해서 각 발달단계에 따라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필요했던 의존적이고 발달적인 욕구들을 적절히 제공받았어야 한다. 그러나 각 발단단계에 필요했던 욕구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못했을 때, 그 충족되지 못했던 욕구들을 채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매달리게 된다. IMAGO 커플 관계 치료(Hendrix, 1988, 1992, 1996)에 의하면, 사람들은 이러한 충족되지 못한 욕구들, 즉 어린시절의 상처들을 배우자로부터 채우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기대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어린시절의 상처는 배우자 선택과 부부갈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Brown 1999; Luquet, 1996; Luquet & Hannah 1998; Hendrix, 1988, 1992, 1996).   


  지난 여러 해 동안 상담을 가르치고 상담을 해오면서, 특히 부부갈등에 있는 커플들과의 상담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서로 상처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부부가 되고, 그리고 서로의 상처를 함께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담과정을 통해서 항상 해왔던 질문은 과연 커플 관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갈등 중에 있는 커플들을 보다 건강하고 서로를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하도록 도울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 그동안 많은 공부들을 해오면서 확신하게 된 것 하나는, 배우자 각자의 어린시절의 발달과정에서 충족되지 못했던 욕구들과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다른 사람들과 맺게 되는 모든 인간관계, 특히 부부관계에 있어서 결정적인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이다 (Bradshaw 1990b; Hendrix, 1988).

   흠미로운 사실은 각자의 아직 치유되지 않은 어린시절의 상처를 지닌 성인이 자신과 거의 똑같은 성장 발달시기에 같은 지점에서 상처를 받은 이성에게 끌린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각자에게 있어서 아직 치유되지 않은 어린시절의 상처는 모든 인간관계의 갈등과 힘겨루기의 핵심문제이다 (Abrams, 1990; Bradshaw 1990a, 1990b; Capacchione, 1991 Frued 1959a, 1959b, 1959c; Missildine, 1963; Whitfield, 1987). 또한 어린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와 부부갈등을 치유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먼저 이마고 치료와 내면아이 치료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1) 에릭 에릭슨의 심리사회 발달 8단계와 그에 따른 어린시절의 상처에 대해 살펴보고, (2) 내면아이 치료에서는 어린시절의 상처를 어떻게 이해하며 치료에 적용하고 있는 지, 그리고 (3) 이마고 치료에서는 어떻게 어린시절의 상처를 커플 치료와 상호 관련하여 이해, 적용하고 있는 지 살펴본 후, (4) 커플 관계 치료에 있어서의 배우자 각자의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료의 중요성을 알아본 후, (5) 지금까지 살펴본 두 가지 치료모델을 통합적으로 활용하여, 커플 관계 치료에 있어서 내면아이 치료모델을 임상적으로 적용할 것을 제안함으로써 마치고자 한다.   

   상담사가 진정한 의미의 치유를 원한다면, 내담자에게 어린시절의 상처의 중요성을 잘 이해시키고 치유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이런 통찰은 내담자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배우자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유는 개인의 자기성장은 물론 다른 사람과의 관계, 특히 배우자와의 커플관계를 강화시킨다. 이 글이 지금의 부부관계의 치유를 위한 하나의 작은 씨앗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  발달과정과 어린시절의 상처

  이마고 커플 관계치료와 내면아이 치료는 발달과정에서 비롯된 어린시절의 상처를 인식하고 행동변화를 치료의 주요내용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며, 둘 다 에릭슨(Erikson, 1950, 1959, 1964, 1968, 1982, 1986)의 발달이론에 큰 영향을 받았다. 에릭슨에 의하면, 아동의 발달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발달은 뒤쳐지게 되며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열망을 일생동안 계속 지니고 살아가게 된다. 에릭슨은 각 개인이 어린시절의 발달단계에서 충족되어야 할 ‘의존적이며 발전적인 욕구들(dependent and developmental needs)’을 가리켜서 ‘발달과제(developmental task)‘라 부르고, 이러한 욕구들이 충족되지 못한 채로 성인이 되었을 때 ‘미해결과제(unfinished business)’ 혹은 ‘채워지지 않은 욕구들(un-met needs)’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1.1. 심리 사회적 발달에 대한 에릭슨의 평가기준

  에릭슨(Erikson, 1950, 1959)에 의하면, 모든 사람은 전 생애를 통해 8단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발달한다. 각 단계마다 개인에게 발달 과제가 주어지게 되는데 이 과제는 생물학적, 심리적, 그리고 문화적인 영향에 노출되면서 이들의 상호작용의 결과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이루기 위해 개인적으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갈등하게 되는데, 이것은 하나의 위기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전환점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각 단계마다 생겨나는 갈등에 대해서 에릭슨은 상대적인 심리 사회적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하였는데, 이 기준은 태도의 형태로 묘사되고 있고 이것이 성격을 형성하게 되는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 갈등하는 가운데 생겨나는 긴장감은 결국 긍정적인 방법이든 아니면 부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게 되는데, 이러한 두 가지 태도 중에 어느 것이 더 많이 지배 하느냐에 따라 그것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주어지는 위기 상황은 단기적으로 어떤 특정한 연령시기에 경험할 때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위기 상황이 일정하게 지속되는 어느 특정 기간 동안에는 한 개인을 지배적으로 압도할 수 있는 것이다.

  에릭슨(Erikson, 1950, 1959)에 따르면,

(1) 8단계의 진행 과정은 정해진 순서를 반드시 거치게 되지만 각 단계별 진행속도나 발달 과업을 이루기 위해 겪게 되는 위기의 강도는 사람마다 각기 다를 수 있다.

(2) 8단계의 과정은 각 단계에서 그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그리고 그 이전의 단계에서 어떻게 갈등을 해결하였는가에 따라 그 다음 단계에서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지에 대해서 영향을 끼친다.

(3) 각 단계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두 가지 태도가 대체로 긍정적이든지, 아니면 부정적인지 극단적 태도로 나타나지만 그러나 상호 배타적인 관계는 아니다. 다시 말해서, 문제 해결의 정도에 따라 두 가지 태도 모두에 대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4) 일생동안 갈등은 어떤 형태로든지 단계마다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어떤 특정한 단계에서는 결정적인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단계별 갈등해결 정도는 상대적이며, 각 단계마다 갈등을 해결하는 태도는 그 다음 단계에도 항상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한 단계마다 어떤 갈등도 한꺼번에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문제는 전 생애에 걸쳐 다루어져야 한다.

(5)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가 발달하고 나이가 들면서 사회 환경으로부터 많은 요구 사항들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이전 단계에서 갈등이 성공적으로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단계별로 갈등들이 연속해서 생겨나게 된다.

(6) 각 단계에서 갈등 해결을 얼마만큼 하느냐 그리고 어떤 태도로 하느냐에 따라 성격의 전인적인 건강 상태를 결정하게 된다.

  에릭슨의 발달이론의 8단계는 연대적 순서로, 그리고 갈등에 대해서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의 해결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있는데 표 1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단계별 태도

stage attitude

미덕

virtue

부적응적 경향성

maladaptive tendency

병리적 경향성

malignant tendency

기본신뢰감 대 불신감

trust vs. mistrust

희망

hope

감각적 부적응

sensory maladjustment

퇴행

withdrawal

자율성 대 수치심과 의심

autonomy vs. shame

의지

will

고집

willfulness

강박

compulsion

자발성 대 죄책감

initiative vs. guilt

목적

purpose

무자비함

ruthlessness

억압

inhibition

근면성 대 열등감

industry vs. inferiority

능력

competence

집착취미

virtuosity

의욕상실

inertia

자아정체감 대 정체감 혼란

identity vs. identity

성실성

fidelity

광신적 행위

fanaticism

절교

repudiation

친밀감 대 고립감

intimacy vs. isolation

사랑

love

난잡한 성행위

promiscuity

배타적

exclusivity

생산성 대 정체감

generativity vs. stagnation

배려

care

과잉행동

overextension

거부반응

rejectivity

자아통합 대 절망감

integrity vs. despair

지혜

wisdom

억측

presumption

경멸

disdain

              표1.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 8단계

       Erikson's eight stages of psychosocial development


  에릭슨은 심리사회적 8 단계에서 보이는 태도 및 갈등 해결 정도에 따른 부적응적 경향성과 병적 발달의 경향성을 표2와 같이 설명했다.

나이

(age)

단계(stage)

긍정적 해결태도

favorable resolution attitude

부정적 해결태도

unfavorable resolution attitude

미덕(virtue)

0-1

신생아기   

(early infancy)

기본신뢰감(trust)

불신감(mistrust)

희망(hope)

2-3

유아기

(late infancy)

자율성(autonomy)

수치심과 의심 (shame and doubt)

의지(will)

4-5

초기아동기

(early childhood)

자발성(initiative)

죄책감(guilt)

목적(purpose)

6-11

중기아동(middle childhood)

근면성(industry)

열등감(inferiority)

능력(competence)

12-18

청소년기

(adolescence)

자아정체감(identity)

정체감 혼란 (identity confusion)

충성심(fidelity)

20-35

청년기

(early adulthood)

친밀감(intimacy)

고립감(isolation)

사랑(love)

35-50

중년기(middle adulthood)

생산성(generativity)

정체(stagnation)

배려(care)

50+

노년기

(late adulthood)

자아통합(ego integrity)

절망(despair)

지혜(wisdom)

표2. 에릭슨 8 단계에 따른 태도, 미덕, 병적 발달의 경향

  Erikson's stage attitudes, virtues, and maldevelopmental tendencies

(Erikson, 1964, 1982, 1986)




2. 내면아이 치료에서의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료’

에릭슨(Erikson, 1959, 1959)의 심리, 사회적 발달이론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어린 시절의 각 발달시기에 따라 단계적으로 받아들여져야만 했던 지극히 정상적이며 당연한 의존적이며 발전적인 욕구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존적인 욕구들이 충분히 채워지지 못했을 때,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 입은 내면아이(Wounded inner child)'를 품은 채로 어른이 된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아이로서 당연히 경험하고 받아보았어야 할 신뢰와 안전한 환경, 사랑과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상처 입은 내면 아이를 가슴에 품은 채로 겉만 성장한 성인 즉, '성인아이(adult child)‘로 살아간다. 이 ’상처 입은 내면아이의 치료‘에 대해서는 존 브래드쇼(Bradshaw, 1990)가 저술한 책 『귀향 (집으로 돌아감): 당신의 내면아이를 재발견하고 감격케 하라(Homecoming: reclaiming and championing your inner child, 1990)』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며, 그 배경으로는 정신분석과 가족치료, 교류분석, 발달이론 등을 통합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브래드쇼(Bradshaw, 1990)는 그의 ’내면아이의 치료‘ 작업을 위해 초기엔 주로 교류분석(T.A.)을 치료모델로 사용했지만, 내면아이가 생존하기 위해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인간발달상의 각 단계들이 교류분석이론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인식한 후, 다른 방향전환을 시도하게 되었으며, 지금의 그의 내면아이 치료 작업에서는 에릭슨의 '심리사회성 발달 8단계'를 내면아이 치료를 위한 안내지도로 활용하여 각 발달단계를 되돌아보면서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발견하고 그 단계에서 ’미해결된 과제‘들을 참가자 자신이 직접 종결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들을 안내하고 있다.


2.1. 내면아이의 개념

  심리학적 치유에 있어서 ‘내면아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최근에 발전된 듯 보이지만, 『내면아이의 치유(Healing the child within)』의 저자인 챨스 휘트필드(Withfield, 1987)에 의하면, 사실은 이 천년 동안이나 인류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해 왔던 개념이다. 칼 융(Carl Jung)은 이것을 ‘신성한 아이(the divine child)’라고 불렀고, 에멧 폭스(Fox, 1938, 1940)는 ‘경이로운 아이(the wonder child)’라고 명명했으며, 엘리스 밀러(Miller, 1984)와 도널드 위니컷(Winnicott, 1957)은 ‘참 자아(the true self)`라고 불렀다. 마가렛 콕(Cork, 1969)은 ‘잊혀진 아이들(the forgotten children)’로 표현했고, 약물 중독 치료사인 로켈 레르너(Lerner, 1990)와 정신의학자인 휴 미실다인(Missildine, 1963, 1982)은 ‘과거의 내면아이(the inner child of the past)’라고 불렀다. 심리학자이며 예술치료사인 루시아 카파치오네(Capacchione, 1988, 1990)는 ‘마술적 아이(magical child),’ ‘창조적인 아이(creative child),’ ‘흥겹게 노는 아이(playful child),’ 혹은 ‘영적인 아이(spiritual child)’ 등으로 부른다. 

  『과거의 당신의 내면아이(Your inner child of the past)』의 저자인 휴 미실다인(Missildine, 1963)은 내면 아이의 치료에 관한 주제를 처음으로 제기하였고, 『당신 자신을 축하하라(Celebrate yourself)』라는 책을 쓴 도로씨 콜킬 브리그스(Corkille-Briggs, 1977)와 교류분석(T.A.: Transactional Analysis)의 창시자인 에릭 번(Berne, 1964, 1975)은 '상처 입은(wounded), 안 괜찮은(not okay)아이‘에 관해 다루면서, 우리의 인격 중에 어린 시절에 손상당했고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꼈던 부분과 관련된 주제들을 포함시켰다. 보다 최근에 나다니엘 브랜든(Branden, 1983, 1992)은 어린 시절의 상처와 낮은 자존감을 관련시켰는데, 그의 책 『당신의 자존감을 높이려면(How to raise your self-esteem)』’과 『‘높은 자존감을 경험하라(Experience high self-esteem)’』에서 어린 시절의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을 다시 확인하고 치유하며 통합하는 작업을 통해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블랙(Black, 1980)과 샤론 웨그쉐이더 크루즈(Wegsheider-Cruse, 1985, 1987)는 처음으로 역기능 가족의 개념을 약물의존분야에 소개했다. 블랙(Black, 1980)은 그녀의 책 『이 일이 다시는 내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It will never happen to me)』에서 알콜 중독가정에서 성장한 자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들을 구체화했다. 블랙은 그녀자신의 회복경험과 알콜중독 가정의 성인 아이들(ACoA: Adult Children of Alcoholic)에 대한 치료경험을 통해서 알콜중독 가정 출신의 많은 성인들이 어떤 특정한 어린 시절의 패턴을 그들의 삶 속에서 번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웨그쉐이더 크루즈(Wegsheider-Cruse, 1985, 1987)는 그녀의 책 『또 한번의 기회(Another chance)』에서 알콜중독 가정에서 나타나는 가족 역동에 관한 통찰들을 추가했다. 로버트 버니(Burney, 1995)는 내면아이는 더 높은 자아로 연결해 줄뿐만 아니라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입구가 된다고 주장한다.

  가족치료사이며 내면아이 치료전문가인 죤 브래드쇼(Bradshaw, 1988, 1990)는 칼 융의 원형론(Archetype)을 이용하여 내면아이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원형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포함하고 있는데, 긍정적 아이는 순진하고 자발적이고 창의적이며 부정적 아이는 이기적이고 유치하고 감정과 지적인 성장을 거부한다고 보았으며, 아이의 부정적 측면을 ‘상처 입은 아이(the wounded child)’라고 보았다. 또한, 그의 저서 『가족에 관하여(On the Family)』와 『당신을 묶는 수치심의 치유(Healing the shame that binds you)』 그리고 『집으로: 당신의 내면아이를 재발견하고 감격케 하라(Homecoming: reclaiming and championing your inner child)』라는 세 권의 저서들을 통해 내면아이의 개념과 역기능가족, 그리고 특별히 수치심과 상호의존, 중독의 문제들을 영감적으로 매우 통찰력 있게 상호연결 시켰다. 브래드쇼에 의하면, 내면아이는 두 개념으로 정리될 수 있는데, 하나는 ‘경이로운 내면아이’(the wonderful inner child)이며, 다른 하나는 ‘상처 입은 내면아이’(the wounded inner child)이다. ‘경이로운 내면아이’는 하나님의 형상(the image of God)이며 진정한 자기(true self)라고 보았고,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적응된 자기(adapted self)로 보았다. 즉,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진정한 자기로 받아들일 때 인생의 여러 가지 비극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브래드쇼가 소개하는 내면아이 치료모델을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2.2. 상처 입은 내면아이의 문제

  브래드쇼(Bradshaw, 1990)에 의하면, ‘상처 입은 내면아이'는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체계와 인간관계를 맺는 관계체계의 가장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계속 품고서 숨기면 숨길수록, 상처 입은 내면아이는 자신을 알아주고 받아들여 주지 않는 사실에 대항하여, 온갖 발작을 하며 울어 제치거나, 어떤 것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 반항하거나, 계속해서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에서 고통스럽고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즉, 가족관계(부모, 형제와 자매, 부부, 자녀와의 관계 등)에서, 예를 들면 극단적이고 고집이 센 병적인 부모 역할 등이나, 사람 의존 중독이나 혹은 다른 종류의 중독 (즉, 알콜, 섹스, 일, 종교, 스포츠, 인터넷, 도박, 분노중독 등) 증세 등을 나타내게 된다. 브래드쇼(Bradshaw, 1999)에 의하면, 사람들이 겪는 모든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처 입은 내면아이’로 인한 것이며, 만약 우리가 그 내면 아이를 발견하고 돌보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성인이 된 우리의 인생에 계속적인 악영향을 끼치면서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린아이의 성장이 저지되거나 감정이 억제되었을 때, 특히 화가 났거나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때의 감정들을 그 아이가 그대로 가진 채 자라나서 성인이 된다면, 그 화나 있고 상처 입은 아이는 어른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그의 내면에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면의 아이는 그 사람이 성인으로서 살아가는데 계속해서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미실다인(Missildine, 1963)은 자신이 치료한 환자들과의 치료경험을 분석한 결과 그들 대부분은 어린시절에 겪었던 사건이 계속 남아 지속되고 있으며 사실은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부모의 시각이 내면화되어 있는 채로 여전히 부모의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에게 지시하고, 확인하고, 꾸짖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실다인(Missildine, 1963)은 내면아이가 재연해내는 지난날의 감정들, 즉 부모의 지나치고 병적인 태도들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완전주의 - 물질적, 지적, 사회적 성취를 향한 한도 없고 지나친 몰두/ 강압 - 빈둥거리기, 공상, 늦장부리기, 기타 반항들/ 유약 - 충동적인 행위, 발끈하는 기질, 다른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존중심의 결여/ 과보호 - 권태감, 끈기부족, 개인적 노력을 기울이는 데 어려움/ 심기증 - 활동하지 않음과 불참의 구실을 제공하는 건강에 대한 지나친 걱정/ 징벌 - 보복하고자 하는 강한 복수심이 성인생활을 지배/ 방임 - 불안, 고독, 다른 사람에게 친근감을 느끼기 어려움/ 거부 -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낌/ 성적 자극 - 성의 인격적인 관계에는 불만족하며 육체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 등. 또한 휘트필드(Whitfield, 1987)는 성장하면서 적절한 욕구충족이 이루어지지 못할 때 건강한 자아를 발전시킬 수가 없고 과장된 자아 또는 상호의존적 자아를 발전시키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브래드쇼(Bradshaw, 1990)는 내면아이가 어떻게 상처를 받게 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어린아이는 모든 것을 신기해하고 호기심이 많은데, 부모가 이것을 억압하게 될 때 내면아이가 상처를 받게 된다.

(2) 어린아이들은 낙관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경험하게 되는데, 아이를 돌보는 사람에 의해 이 낙관적인 태도가 지속되기도 하고 매몰되기도 한다. 아이가 학대를 받거나 수치심을 경험하게 되면 이러한 태도는 매장되고 개방성과 신뢰는 사라지고 만다.

(3) 어린아이는 순진하다. 아이들에게는 선과 악의 구별이 없으며 좋고 나쁜 것이 없다. 그러나 아이들의 이러한 순진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상처를 입게 된다.

(4) 내면아이는 성장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존적인 욕구가 적절하게 채워지지 않을 때 상처를 받게 된다.

(5) 아이들이 어떤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정상적인 것인데 반해, 상처 입은 내면아이는 길들여진 행동을 한다. 아이들의 감정이 차단될 때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내면아이의 탄력성과 융통성이 성장과 자기실현에 사용되지 못하고 생존을 위해 길들여 질 때 상처를 받게 된다.

(6)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기를 좋아하며,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며, 또한 미래의 삶에 기초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차단될 때 상처를 입게 된다.

(7) 어린아이는 특별한 존재이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어린아이가 알게 되는 것은 양육자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그런데 양육자가 올바른 거울역할을 해주지 못할 때 아이는 상처를 받게 된다.

(8) 어린아이는 사랑하기 이전에 먼저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 상처를 받게 된다.

(9) 이외에도 브래드쇼(Bradshaw, 1990)는 성적, 신체적, 감정적 학대와 문화적 충격, 그리고 영적인 학대 등으로도 내면아이가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상처 입은 내면아이가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파멸시키게 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상호의존증(co-dependence), 폭력적 행동(offender behavior!!), 자기애적 인격장애(narcissistic disorders), 신뢰의 문제(trust issues), 표출적 행동과 내향적 행동(acting out/ acting in behavior!!s), 마술적 믿음(magical beliefs), 친밀감 장애(intimacy dysfunctions), 무절제한 행동(nondisciplined behavior!!s), 중독적/강박적 행동(addictive, compulsive behavior!!s), 사고의 왜곡(thought distortions), 공허감/무관심/우울(emptiness, apathy, depression) 등.


2.3.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치유

  브래드쇼(Bradshaw, 1990)가 개발하여 실시하고 있는 '상처 입은 내면 아이의 치유' 모델은 에릭슨의 8단계를 안내지도로 활용함으로써 각 발달 시기와 단계를 돌아볼 수 있도록 인도하며, 그 발달단계마다 그 당시의 상처 입었던 내면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그리고 그 당시 표현하고 싶었고 표현했었어야만 했던, 그러나 표현할 수 없었던 막혔던 슬픔과 응어리를 쏟아내게 하며, 상처 입은 내면아이와 함께 대화할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그 내면아이를 부둥켜안게 함으로써 그 사람의 내면의 가장 뿌리 깊은 상처를 직접적으로 치유함으로써 강력한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무엇보다도 브래드쇼의 ‘상처 입은 내면아이 치료’는 치료사나 다른 사람에 의해서가 아닌 참석자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내면 아이를 발견하고, 치유하며 성장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내면아이 치료는 과거에 실시되어온 심리 치료와는 다르며, 새롭고 중요한 치유의 도구로서 내면의 상처의 치료와 개인의 성장에 있어서 강력하고 결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내면아이(The inner child)』의 저자이며 내면아이 치료전문가인 테일러(Cathryn L. Taylor)는 내면아이의 치료를 6가지 단계로 요약하였다. (1) 각 성장나이에 따라 성취해야할 발달과업을 알려주고, 성취하지 못한 결과로 인한 아픔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2) 자신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끼쳤을 과거의 어린 시절의 사건들을 자세히 돌아보도록 돕는다. (3) 과거의 감정들과 반응들을 재 경험하도록 돕는다. (4) 과거 어릴 때의 아픈 경험들을 객관화시키고 그것을 성인자아(adult self)와 분리시키도록 돕는다. (5) 내면아이가 슬퍼하도록 돕는다. (6) 마지막으로 내면의 아이의 정서적, 신체적, 그리고 영적인 치유의 과정을 예식을 통해 완결하도록 돕는다. 또한 휘트필드(Whitfield, 1987)는 내면아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 행동이 치료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우리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그렇게 되기 위한 연습과정. 둘째, 우리 안에 존재하는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영적 욕구를 인식하고 안전과 지지를 제공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그러한 욕구들을 채우는 훈련과정. 셋째, 안전과 지지를 제공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과거의 상실이나 상처에 대해 적절하게 슬퍼하지 못했던 고통들을 인식하고 그것을 다시 경험하며 애통해하는 과정. 넷째, 우리의 핵심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이다.

  브래드쇼(Bradshaw, 1990)는 내면아이의 상처의 치료를 위해서 각 발달 단계, 연령별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 데, 그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자기 고유영역 확보하기/ 과거 분노 표현하기/ 직면 연습/ I-Message 활용/ 대극적인 사고 연습하기/ 신체적 경계선 정하기/ 질문 많이 하기/ 의사소통 연습/ 자기감정 알아차리기/ 감정적 경계선 설정하기/ 성적 경계선 설정하기/ 마음대로 상상하기/ 마술적 기대에 도전하기/ 자신을 남자면 남자로 여자면 여자로 사랑해주기/ 심한 죄책감 직면하기/ 삶의 기술과 사교기술 리스트 만들기/ 가치관 명료화하기/ 지적인 경계선 설정하기/. 경쟁적 정신을 높이 인정해주기/ 협상 연습하기/ 부모와의 원초적 밀착을 깨트리기/ 가족신화를 종식시키기 등이 있다.  

  카파치오네(Capacchione, 1988)는 진정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아이를 ‘흥겹게 노는 아이’라고 불렀는데, 이 아이는 어쩐 활동에서든지 즐거움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으며, 단순한 것에 즐거워 할 줄 알며, 그래서 항상 즐거워한다고 한다. 카파치오네는 우리 안에 이러한 ‘흥겹게 노는 아이’와 ‘창조적인 아이’가 발휘 될 수 있게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들은 춤/ 글쓰기/ 그림 그리기/ 공작 만들기/ 점토놀이/ 잡동사니를 이용하여 창작품 만들기/ 신문과 집지를 활용한 활동/ 내면아이 파티 놀이 등이다. 또한 내면아이 치료를 위한 방법으로써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서 하던 놀이 등을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예를 들면 동요 부르기나, 서로 간지럽게 하기, 아이처럼 행동하고 소리 지르기 등이 그런 것들이다.


2.4.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슬픔을 슬퍼하기

  내면아이 치료는 각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어린 시절에 '아직 미처 해결하지 못했던 슬픔'을 걷어낼 수 있도록 돕는데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슬픔들은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았던 기억으로부터 비롯됐거나, 혹은 모든 다른 종류의 학대들(신체적, 정신적, 성적, 영적학대 등) 때문이거나, 또는 어린 시절에 각 연령적 시기와 단계에서 자신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당연히 받아들여져야만 했던 욕구들이 무시되고, 거절당함으로 인해 초래되었거나, 역기능적인 가족 체계로부터 비롯된 얽히고설킨 복잡한 장애물들이 그 원인일 수 있다. 그러므로 내면 아이 치료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만 하고, 많은 시간을 쏟아야할 핵심적인 일은 참석자들로 하여금 각자가 어린 시절부터 성장한 지금까지 각 단계별로 당연히 받아들여져야만 했었던 '발전적이며 의존적인 욕구들이 거절된 것을 슬퍼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 방법은 우리의 감정적 상처들을 치유하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 있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각 단계와 시기를 구체적으로 되돌아보며 적절한 치유를 경험하는 것이 이 내면 아이 치료 작업의 독특성과 그 목표가 된다.

  자신 안에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발견하게 되고 또한 자신이 어린 시절에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관심과 사랑 때문에 좌절당했던 것에 대한 억눌려 왔던 슬픔을 진정으로 슬퍼하게 되면 오랫동안 얼음처럼 얼어붙었던 슬픔이 녹아내리게 된다. 중요한 사실은 바로 이 슬픔의 양과 질이 치유의 과정 속에 있는 참석자의 위치와 직접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내면 아이의 치료 작업의 승패 여부는 참석자 자신이 그 치료과정을 통해서 얼마만큼 자신의 내면아이의 슬픔을 진정으로 슬퍼하였는가의 ‘내면 아이의 슬픔과의 동일성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버니(Burney, 1995)는 주장하길, 누구나 내면의 통로가 있는데, 이것이 어린 시절에 감정이 개입된 상처로 인하여 응어리진 감정, 왜곡된 신념 등으로 꽉 차있어서 그 통로가 막히게 되었다고 보는 데, 이렇게 막힌 슬픔과 응어리를 의지적으로 뚫어주게 되면 더 높은 자아로의 연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휘트필드(Whitfield, 1987) 또한 그 동안 슬퍼하지 못했던 상실이나 상처를 슬퍼하고 애통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내면아이를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것을 도울 수 있는 여러 기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안전한 지지그룹에서 사람들과 감정들을 나눔/ 전이를 통한 작업/ 심리극/ 기족조각/ 게슈탈트 치료/ 최면치료/ 12단계 과정 밟기/ 그룹치료/ 부부치료/ 가족치료/ 연상기법/ 호흡법/ 꿈의 분석/ 예술치료/ 적극적 상상과 직관의 사용/ 명상과 기도/ 몸동작을 통한 치료/ 기록이나 일기 쓰기 등이다.

 

2.5. 내면아이 치료에서의 치료적 관계

  어렸을 때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을 때에 일생을 통해 그 갈등을 계속해서 반복하게 되며, 그 결과로서 신경성 질환과 치명적인 정신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최초로 밝혀낸 사람은 프로이트(Freud, 1933; 1936)이다. 프로이드에게 있어서는, '상처 입은 아이를 치료하는 일'은 참석자로 하여금 얼마만큼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느냐'가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즉 치료란 치료사가 '안전한 환경'을 내담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내담자가 자신의 '상처 입은 내면 아이'를 드러내고, 채워지지 않았던 욕구들이 받아들여짐을 의미했다. 그러므로 치료사의 역할이란 곧, 이 '상처 입은 내면아이'의 '새로운 부모의 역할'을 맡게 됨을 의미했으며, 내면 아이가 끝내지 못했던 작업을 끝낼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상처 입은 내면아이의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 방법은 치료사가 내담자의 치료를 위해 애쓰고 도운 내용이 결정적이고 중요한 만큼, 내담자는 더욱 더 애절하게 치료사에게 매달리게 되고 의존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한계성과 약점이 있다.

  브래드쇼(Bradshaw, 1990)는 이런 한계성에 대해서 그의 오랜 치료 경험 동안 고심해 왔으며, 그의 내면아이 치료에서는 참석자 자신이 스스로를 돌보는 치료사로서 훈련되도록 인도하고 있다. 브래드쇼(Bradshaw, 1990)에 의하면, 우리가 기대하는 '진정한 의미의 치료'란 '내담자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성숙한 힘을 사용하여 자신의 내면 아이를 돌보고 치료할 수 있도록 돕자'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서, 내 자신이 나의 내면 아이를 직접 접촉하고, 발견하며, 돌보며, 양육시킬 최고의 치료사인 것이다. 진정한 변화와 치유를 원한다면 나 스스로 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치료의 성공 여부는 온전히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속에 있는 '성인 부분'을 일깨우며, 이 부분을 십분 활용하여 나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아야만 한다. 내면아이 치료에 있어서, 자기 자신 속에 있는 성인 자신으로 하여금 나의 내면 아이가 끝내지 못했던 중요한 작업을 마칠 수 있도록 돕고, 보호해 주고, 후원해 주는 일은 자신의 치유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이다.

 

2.6. 내면아이의 새로운 부모역할

  내면아이 치료 작업의 마지막 단계에서 참석자에게 기대되는 것은 참석자 자신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내면 아이를 끌어안게‘되고 돌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내면아이 치료를 통해 참석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부모 역할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참석자가 이 새로운 부모 역할을 배우게 되면, 이제는 더 이상 어렸을 때 부모가 당신에게 해주지 못했던 부모 역할을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하고 바라며 대리 욕구를 채우려 했던 모든 과거의 일들을 중단하게 될 것이다. 내면아이 치료는 한두 번으로 끝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며, 계속되어져야하고, 가장 권장할 만한 방법은 각자가 하루 중 얼마의 시간을 내어서 자신의 '내면 아이와의 대화'를 계속하고 돌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내면의 상처를 바라볼 수 있고 스스로 돌볼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훈련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꾸준히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며, 나름대로 기본적인 목표를 두고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내면아이의 치유와 성장을 위해서는 (1) 자신의 어린 시절의 발달 단계에 있어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이 무엇인지 먼저 이해하고, (2)그 특정 시기와 단계에 있어서 나의 내면 아이의 욕구가 얼마만큼 만족되었는지를 발견해야 하는데, 다시 말해서, 각 연령적 시기와 발달 단계에서 아이였던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또한 (3)구체적이고 정확하며 실제적인 방법으로 내면아이가 성장하고 양육하도록 돌보아야 한다. 그리고 (4)내면 아이의 욕구를 들어주기 위한 건강한 방법들을 배워야 하며, (5) 내면 아이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경계선을 세워야 한다.

  브래드쇼(Bradshaw, 1990)는 내면아이 치료를 어느 정도 경험한 이후에도 내면아이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 특히 원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경우에는 다시 동화되어 치료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면아이는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계속적이고 충분한 지지와 적절한 보호가 필요하다. 새로운 경계선을 확립하고, 교정적인 학습경험이 실제 생활로 옮겨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 때 안전하고 지지하는 후원그룹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집단 상담 그룹이나 교회 모임, 12단계 등도 대안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2.7. 내면아이의 치료의 목표

  이렇게 상처 입은 내면 아이를 발견하게 되고, 억눌려왔던 슬픔을 걷어내고, 부둥켜안을 수 있게 되면, 하나님께서 본래 인간에게 주셨던 놀라운 창조적 에너지가 생성되게 된다고 한다. 즉, 내면 아이와의 만남과 치료, 통합을 통해서, 상처 입은 내면아이가 치유되게 됨으로써 대신 '놀라운 아이(wonder child)'가 자리 잡게 되는데, 브래드쇼(Bradshaw, 1990)는 여기에서 칼 융(Jung, 1985, 1989)의 말을 인용, 이러한 '본래의 아이(The natural child)'를 가리켜 '놀라운 아이'라고 불렀다. 즉, 이 놀라운 아이는 우리 인간의 가장 창조적이며 변혁적인 에너지의 근원이다. 바로 이 모습이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자신의 독창적 존재의 발견이며, 하나님과 공동 창조자로서의 모습의 인식이고, 동시에 우리의 궁극적이고 가장 깊은 단계의 치유인 것이다. 자신의 상처 입은 내면 아이를 발견하고, 슬퍼하며, 함께 대화하고 돌보는 공동 작업을 통해서 인생 여정에서 자신의 내면 아이의 안내자가 되고, 승리자가 될 수 있다.


3. 이마고 치료에서의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료

  이마고 치료는 커플의 관계를 치료함에 있어서 배우자의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치료에 반영시키고 있다. 이마고 커플관계치료에 관해서는 헨드릭스(Hendrix, 1988, 1992)가 저술한 두 권의 책 『당신이 원하는 사랑 만들기: 커플가이드(Getting the Love You Want: A Guide for Couple)』 와 『당신이 찾은 사랑 유지하기: 싱글 가이드(Keeping the Love You Find: A Guide for Singles)』 에 잘 설명되어 있으며, 그 배경으로는 정신분석과 대상관계이론, 융의 분석심리학과 치료방법, 가족치료, 교류분석, 발달이론 그리고 기독교상담과 사이코드라마로부터 아이디어들을 통합, 적용한 것으로 보여 진다. 이마고 치료는 특히 ‘배우자 선택’과 ‘부부갈등’의 원인을 각자의 어린시절의 발달상처와 관련지어 치료에 적용시키고 있다. 이마고 치료를 통해서 부부들로 하여금 (1) 각자의 어린시절의 부모와의 관계경험을 통해 형성된 IMAGO를 발견하도록 돕고, (2) 부부대화법(Couples Dialogue)과 부모-자녀 대화법(Parent-Child Dialogue) 훈련 등을 통해서 서로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이해하고, (3) 부부가 서로의 치유를 돕는 치료사로서 협력관계를 형성하도록 인도하고 있다. 


3.1. 어린시절의 상처와 배우자선택: IMAGO

  핸드릭스(Hendrix, 1988)에 의하면, IMAGO는 라틴어로 ‘이미지’를 뜻하며, 우리 마음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생각을 말한다. 이마고 이론에 의하면, 우리 모두는 어린시절 우리를 돌봐주었던 양육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부정적인 이미지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이 어린시절의 양육자와의 관계 경험에 의해서 형성된 이미지가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 의식적, 무의식적인 깊은 동기가 되고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마고 이론은 에릭슨(Erikson, 1950, 1959)과 말러(Mahler, 1975)의 발달이론에 영향을 받았다. 그들의 이론에 의하면, 아동의 발달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발달은 뒤쳐지게 되며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열망을 일생동안 계속 지니고 살아가게 된다. 에릭슨은 각 개인이 어린시절의 발달단계에서 충족되어야 할 의존적이며 발전적인 욕구들을 가리켜서 ‘발달과제’라 하고, 이러한 욕구들이 충족되지 못한 채로 성인이 되었을 때 ‘미해결과제’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며, 소아과 의사인 브레젤턴(Brazelton, 1992)은 그것을 ‘자극점(touchpoints)’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발달과제와 자극점들은 아동발달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성취되어야 할 과업들을 말한다.

3.2. 이마고 짝 (Imago match)

  이마고 이론(Hendrix, 1988, 1992)에 의하면, 부부는 어린시절 부모에 의해서 채워지지 못했던 ‘미해결과제’를 배우자를 통해서 충족되기를 바라는 무의식적 동기를 가지고 결혼을 한다. 이것이 바로 이마고 치료에서 설명하는 부부가 서로를 배우자로 선택하게 되는 진정한(자신이 그렇게 인지하고 있든 아니든 간에) 결혼의 동기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서로의 상처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부부를 이루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부부가 서로 자신의 부모를 닮은 배우자를 선택하게 되는 이유이며, 부모의 성격과 이미지 중에서도 부정적인 부분을 많이 닮은 배우자를 만나게 되는 이유이다. 우리의 의식적인 노력과는 상관없이, 우리의 무의식적 바램은 어린시절에 주위에서 나를 돌보아준 양육자들, 특별히 부모와의 관계경험에서 형성된 이마고와 가장 맞는 대상인 이마고 짝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마고 치료에서 설명하는 부부선택에 있어서의 이마고 짝 맞추기(Imago match)이다. 즉, 발달단계의 같은 지점에서 상처를 입은 두 사람이 서로 반대쪽의 상처를 입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잃어버린 자아(lost self)를 찾아 또 다시 발달 단계적 욕구를 충족하려고 애쓴다. 그러므로 이마고 치료에는 각자의 어린시절의 부모와의 경험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마고 찾기’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기대되는 것은, 자신과 배우자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자신과 상대방 배우자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치유되지 않은 상처와 부정적인 감정들 특히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관련된 서운함, 원망, 분노, 불안과 두려움, 수치심 등의 부정적인 기억과 상처들이 나의 배우자선택과 부부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불행의 이유가 배우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이미 결혼 전 그것도 자신의 어린 시절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신 안의 상처를 발견하고 배우자의 상처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 이마고 치료의 첫 번째 과제이다.


3.3. 어린시절의 상처와 부부갈등

  이마고 치료(Brown, 1999: Hendrix, 1988, 1992; Luquet 1996)에 의하면, 현재의 부부갈등의 배경에는 부모와의 관계 경험으로부터 ‘아직 채워지지 않았고, 치유되지 않은 어린시절의 상처와 욕구들(un-met and unhealed childhood needs and wounds)’이 상호연관 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부부는 각자의 어린시절의 발달단계에서 채워지지 못했던 결핍과 욕구를 배우자를 통해서 채우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된다. 그리고 서로를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도록 하기 위한 힘겨루기(power struggle)에 돌입하게 된다. 즉, 서로를 자신의 필요에 맞추도록 변화시키기 위한 필사적인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때 부부는 각자가 어린시절부터 생존을 위해서 학습되어진 방어기제들을 배우자에게 사용하게 된다. 흔히 부부들은 방어기제가 서로 비슷하거나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부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오히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매달리고 배우자에게 다시 상처를 주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부가 부모로부터 채워지지 않았던 미해결과제를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해결하려 하는 한 부부간의 진정한 만남과 관계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러므로 각자가 어린시절에 특별히 부모와의 관계에서 ‘아직 끝내지 않은 작업 즉, 미해결과제(unfinished business)’가 부부관계에서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 곧, 이마고 치료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부부의 방어기제와 관련하여, 이마고 치료를 통해서 참가자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부부들로 하여금 어린시절의 상처를 상대방 배우자에게 투사하거나 전달하던 과거의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을 찾아내게 하는 것이다. 즉, 어린 시절 자신을 가장 곤란하게 했었던 것들을 명확하게 알아내고,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서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였는지 그 반응방식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어린 시절 미처 끝내지 못했던 작업을 발견하고 끝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고,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반복해서 반응하던 대서 벗어나게 되며, 어린 시절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게 되어 치유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서 부부가 더 이상 서로 간에 상처를 전달하거나 투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부부가 서로가 어린시절 끝내지 못했던 작업을 발견하고 끝낼 수 있도록 배우자의 치료사의 역할을 함께 맡는다는 것이다.


3.4. 부부대화법(Couple Dialogue) 과 부모-자녀 대화법(Parent-Child Dialogue)

  어린시절의 상처에 대한 이마고 치료는 크게 커플 대화법과 부모-자녀 대화법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는 부모-자녀 대화법과 커플대화법을 통해서 서로의 어린시절의 상처, 특히 아직 채워지지 않은 필요와 욕구들을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해주고, 공감하는 것이고 둘째는 부모-자녀 대화법을 통해서 부모가 해주지 못했던 역할, 즉 새로운 부모의 역할인 치료사 역할을 서로가 해주도록 하는 것 이다.


3.4.1. 부부대화법을 통한 공감능력 개발과 배우자 이미지 재구성

  부부가 힘겨루기를 중단하고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깊이 공감하며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도록 행동변화를 요구하는 치료과정이 바로 ‘부부대화법(Couples Dialogue)’이다. 이마고 치료에서는 ‘당신의 배우자는 당신의 성장의 열쇠이다’라고 말한다. 부부가 서로에게 아직도 상처를 주고 있는 그 부분이 바로 부부가 성장해야할, 그리고 서로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마고 이론에 의하면, 아직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부부들의 대화에는 흔히 다음의 두 가지의 문제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서로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들을 수 없는 방법으로 서로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통을 호소하는 많은 사람들은 사실은 자신의 고통을 누군가와 나누지 못했기 때문에 그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잘 들어주기만 하면 고통은 치유될 수 있다. 부부가 서로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될 때, 부부관계가 한층 가까워지고 강화된다는 것은 이미 확실한 결과로서 임상적으로 널리 입증되었다. 부부치료에 있어서 부부대화법 훈련은 그 어떤 다른 치료방법보다도 효과적이다. 특히 IMAGO 부부대화법은 부부가 서로의 마음을 깊이 나누게 되고, 사랑을 회복시키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매우 통찰력 있고 탁월한 대화훈련법이다. IMAGO 부부대화법은 배우자들로 하여금 상대방의 요구를 정확히 들을 수 있게 하고 동시에 부부가 함께 성장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목적달성을 위해서 행동변화요구(Behavior!! Change Request)를 사용한다. 행동변화요구는 한 쪽 배우자(말하는 사람)가 다른 쪽 배우자(듣는 사람)에게 요구하는 구체적인 행동변화이다. 이 행동변화요구는 듣는 사람이 듣고 반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해진다. 행동변화요구는 ‘성장을 위한 청사진’을 위해 부부가 한 팀이 되며, 이 청사진은 한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의 어린시절의 상처나 또는 사회적 기대와 요구로 인해 상실된 부분들을 어떻게 재구성 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는 것이며, 상대방이 말하는 사람이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만족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이다. 이 대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 배우자의 말을 집중하여 잘 듣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이 부부대화법을 통해서 참가자들에게 기대되는 치료효과는 먼저 자신들의 상처와 미해결과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동시에 배우자의 상처와 고통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됨으로써 더 이상 과거에 번복해왔던 상처를 주던 잘못된 방식으로 배우자를 대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제 배우자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이 아닌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배우자도 나와 똑같이 상처를 지니고 고전분투하고 있는 치유의 대상으로 인식적인 전환을 가져오게 될 때 부부치료의 분기점을 가져올 수 있다. 이 과정이 바로 마음의 잣대를 내려놓는 단계이며, 동시에 힘겨루기를 중단하고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멈추게 되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다.

  부부대화법 훈련을 잘 마치게 되면, 참가자 부부들은 (1) 자신과 배우자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바라 볼 수 있게 되고 이해하게 되며, (2) 상대방 배우자의 입장을 그 사람의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되고, (3) 상대방 배우자의 상처와 아픔을 함께 공감할 수 있게 되며, 서로의 치유와 성장을 진심으로 후원하고 보살피며 지지하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 부부대화법에서 가장 특이할만한 것은 배우자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게 될 때, 말하는 사람은 자신 스스로가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배우자에 의해서 조건 없이 잘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게 될 때, 그 경험을 통해서 말하는 사람 자신도 자기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것, 이 치유적 경험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 때 잘 들어준 사람은 상대방 배우자를 위한 치유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 들어주는 일이야말로 부부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이 세상 최고의 값진 선물이며, 상대방에겐 과거의 상처(받아들여지지 못했었던)에 대한 새로운 치유적 경험이 되는 것이요, 배우자는 바로 그 경험을 안겨준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간에 이러한 대화는 결국 서로를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이고 지지하는 사랑관계의 촉진과 강화를 위한 부부관계 치료에 있어서 최상의 훈련방법인 셈이다. 부부대화법 훈련의 목표는 부부가 한 팀이 되어서 들음과 치유의 원리를 경험하여 서로의 상처와 욕구를 깊이 공감하고, 부부관계의 친밀도와 사랑을 촉진시킴으로써 서로의 치유를 위한 동반자로서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전환하게 하는 데 있다.


3.5. 성장과 치유의 동반자로서의 부부협력관계 형성

  부부관계 훈련의 두 번째 목표는 지금의 부부관계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을 도와주는 동반자적인 협력관계로 향할 수 있도록 새로운 관계적 방향전환을 가져오게 하는 일이다. 자신과 배우자의 치유되지 않은 상처와 결핍을 발견하고 서로를 향한 기대와 필요를 이해함을 바탕으로 두 사람 모두의 자기치유와 성장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부부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습득한다. 지금까지 서로에 대한 비난과 원망, 갈등과 싸움 등으로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해 감시하고 조종하는데 낭비했던 에너지를 서로의 치유와 성장을 돕는 쪽으로 방향 전환하는 것이 과제다. 치유와 성장의 과정은 평생이 걸리는 장구한 과정이므로 이 과정 가운데서 부부가 함께 동행자가 되고 최고의 협력자요 후원자가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이 과정을 함께 동행 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서로를 향한 상호비방과 부정적인 감정 표현, 그리고 과거지사에 대한 거듭된 원망과 시비 등의 쓸데없는 에너지 전력 낭비를 단호히 중지할 것을 엄숙히 상호협약 해야만 한다. 또한 앞으로의 공동여정에서 서로의 치유와 성장을 돕는 최고의 후원자이며 조력자가 되기로 확고히 결심해야 한다. 이렇게 부부 두 사람 모두가 앞으로의 자신들의 부부관계를 사랑중심의 관계, 즉, 친구, 동반자, 후원자의 관계로 새롭게 방향전환을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으로 부부가 함께 새로운 방향을 향하게 될 때, 이제 이 부부의 관계는 전혀 새로운 관계적 측면인 상호협력적인(collaborative) 관계, 즉 치유적 관계(therapeutic relationship)가 형성되는 것이다. 치유적관계가 형성 되었다는 것은 부부 두 사람이 공동으로 치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 관계적 토대가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4.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료에 대한 두 치료모델의 비교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료에 대해서, 이마고 치료는 부부가 서로의 어린 시절의 상처, 특히 서로의 채워지지 않은 욕구들(un-met needs)을 인식하고, 부부가 서로를 더 이상 방어적인 관계가 아닌 치유를 돕는 동반자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관계치료에 치료의 목표를 두고 있다. 또한 내면아이 치료는 참가자가 직접 자신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발견하고, 발달과정에서 미처 끝내지 못했었던 미해결 과제(unfinished business)를 찾아내어 종결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고 치료는 관계치료에 중점을 둔 결과, 각자의 어린 시절의 상처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방법과  각자의 내면의 치료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분명히 하고 있지 않다. 또한 내면아이 치료는 각자의 내면 치유에 초점을 둔 결과,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에의 적용, 특히 커플관계치료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마고 치료에서는 커플 관계를 변화, 향상시키는데 집중하여, 부부대화법을 통해서 서로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나누도록 인도하는데, 이 때 배우자는 상대방의 치료사의 역할을 맡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때 배우자의 역할이 크면 큰 만큼 나중에 실망하고 좌절할 가능성도 크다. 또한 부부대화법 중에는 서로의 상처를 나누는 과정만 들어있지 지금까지 부부가 서로의 상처를 투사하고 상처를 준 것에 대한 사과나 용서의 과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부부가 서로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인식하고 난 뒤에 그동안 서로에게 상처를 투사, 전달하고 과거의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상처를 준 것에 대해서 서로 사과하고 용서하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바로 이때 부부가 부부대화법을 활용하여 서로 순서를 돌아가면서 각자가 발견한 자신의 상처와 관련하여 배우자에게 상처를 준 내용을 사과하고 서로 용서한다면, 그동안에 부부간에 축적되었던 앙금을 제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후에 이어서 서로의 행동변화를 요구하게 된다면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 방법은 우리의 감정적 상처들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커플 관계에서의 갈등과 성장을 가져오는 데 있어서도 가장 필요하고 효과 있는 방법이다.


5. 커플관계 치료에 있어서 배우자 각자의 내면아이 치료의 중요성

  부부관계에 있어서, 결국 나의 어린 시절의 상처의 책임은 나에게 있는 것이요, 상대방 배우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나의 배우자가 나의 내면의 상처의 치료를 위해서 노력한다 할지라도, 나의 치유를 배우자가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확실히 깨달아야만 한다. 이마고 관계치료에서는, 부부가 서로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투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하고 더 이상 상처를 전달하지 말고 이제는 서로의 상처의 치유를 도우라고 말하지만 그 구체적인 적용방법에 있어서 미흡한 점이 있다. 이렇게 부부가 부모로부터 채워지지 않았던 미해결과제를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해결하려 하는 한 각자의 깊은 단계의 치유는 물론 부부간의 진정한 만남도 기대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도 부부는 서로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치료사가 아니다. 더군다나 이마고 ?샵 참가 후에 실제 부부생활에서 구체적인 행동변화를 서로에게 요구하게 될 때는 오히려 더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서 나의 어린시절의 미해결 욕구를 배우자로부터 충족하려 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그리고 그것을 내 자신의 변화가 강조되어진 것이 아닌, 다시 말해서 나의 행동변화로부터가 아닌 배우자의 행동변화 요구를 통해서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렇게 될 때, 상대방 배우자가 나의 치유와 성장의 책임을 지는 격이 된다. 그런데 과연 나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나의 배우자가 치료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런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이마고 이론에서도 잘 지적했듯이, 나의 배우자 또한 나와 같이 어린시절의 발달단계에서 비롯된 상처로 인해서 나와 비슷한 수준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나의 배우자 또한 나를 통해서 자신의 상처가 치유받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자신의 치유를 위해서도 끊임없이 고전분투 하는 사람인데, 두 부부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돕기로 작정했다고 해서 과연 두 사람의 관계의 치유가 가능한 것일까? 이마고 치료는 이 점에서 자신의 치유를 더욱 배우자에게 의존하게 될 수 있고, 그런 만큼 더욱 더 실망하고 좌절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부부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치유와 성장을 위해서 함께 공감하고 노력하도록 돕는 시도는 좋지만, 그러나 부부관계 치료를 위해서는 배우자 각자가 구체적으로 감당해야만 할 각자의 치유적인 역할과 노력, 책임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6. 커플관계 치료와 내면아이 치료의 통합적 모델의 가능성

   결론적으로, 커플관계 치료에 있어서 더욱 강조되어야 할 부분은 배우자 각자의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료이다. 또한 배우자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상대방배우자의 역할이 중심’이 된 치료 접근보다는 배우자 각자로 하여금 자신의 어린시절의 상처, 내면아이를 발견하고, 자신의 성장과 발전 단계에 필요했던 ‘발전적이며 의존적인 욕구들이 거절된 것을 슬퍼할 수 있도록 돕는'형태인 ’배우자 각자가 중심‘이 된 치료적 접근이 어린시절 상처의 치료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 또한 커플관계 치료에 있어서,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료와 관련하여, 내면아이 치료에서 제시하고 있는 참석자 각자의 역할과 책임성이 강조된 모델을 채택하여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고 본다. 따라서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료를 커플 관계치료에 중요하게 적용하고 있는 이마고 커플 관계치료 모델을 적극 활용하되, 배우자 각자로 하여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돌보도록 하는 내면아이 치료모델을 통합적으로 적용, 보완, 강화시킴으로써 커플/ 부부 관계치료에 임상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마고 치료에 있어서는 부모-자녀대화법을 채택해서 부부가 서로의 어린시절의 상처를 이해하도록 인도하고 있으며, 이 부보-자녀대화법은 교류분석(T.A.)치료모델을 활용한 것으로 보여 진다. 그리고 내면아이 치료에서는 에릭슨의 8단계 발달과정을 치료모델을 위한 안내지도로 활용하고 있다. 커플관계치료과정 중에 특별히 각자의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료를 위해서 내면아이 치료에서 활용하고 있는 에릭슨의 8단계 발달과정을 치료모델로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


7. 마치는 말

  지금까지 커플관계치료와 내면아이 치료의 두 가지 치료모델을 ‘어린시절의 상처의 치료’의 관점에서 살펴보았고, 그 통합적인 임상적용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시도를 꾀하게 된 이유는 근래에 부부문제로 인한 이혼율의 급격한 상승 등과 관련하여 상담자로서 느끼게 되는 책임감과 안타까움 때문이다. 오늘날의 가정의 위기와 관련하여 특히 부부관계 향상을 위한 연구나 프로그램, 전문기관 등의 대책마련이 너무나 미흡한 국내 현실 앞에서, 이 글이 커플/ 부부관계 치료에 대한 작은 관심이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씨앗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