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심리교실

행복은 찾는 자에게 열리죠

예인짱 2007. 9. 4. 16:50
긍정심리학 창시자 셀리그먼 "행복은 찾는 자에게 열리죠"
연대서 특강 800여명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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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 모인 청중들이 마틴 셀리그먼 박사의 심리학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조영호기자



대기업 임원인 최모(45)씨는 늘 초조감에 시달린다. 능력을 인정 받아 40대 초반에 '기업의 별'인 임원이 됐고,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그는 언뜻 보면 남부러울 게 없는 삶을 누리고 있다.

최씨는 그러나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거의 없다. 그는 "어느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항상 사로잡혀 있다"며 "어느새 인가 삶이 고통으로 다가왔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 최근 영국의 신경제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세계 178개국 중 102위에 불과했다. 이런 현실을 반증이라도 하듯 행복 관련 서적은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고, 행복학 강의에는 수강생이 넘쳐 난다.

마틴 셀리그먼(64ㆍ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부) 교수는 한국심리상담연구소(소장 김인자) 주최로 23,24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서"진정한 행복은 물질적 성취가 아닌 긍정적 사고에서 나온다"고 단언했다.

긍정심리학(행복학)의 창시자인 그는 먼저 아이스크림에 빗대 한국인에게 긍정심리학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아이스크림의 첫 맛은 달콤하지만 계속 먹다 보면 맛에 무덤덤해지는 데 물질적 풍요도 마찬가지"라고 운을 떼었다.

이어 "지난 50년간 한국 사회는 가난, 전쟁 등에서 벗어나 세계 10위권의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며 "어느 정도 물질적 필요를 채운 뒤에는 획득한 '부(富)'를 의미있는 삶에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결국 자살, 우울증과 같은 병리현상에 시달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긍정심리학은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감정보다 개인의 강점과 미덕 등 긍정적 심리에 초점을 맞추자는 심리학의 새로운 연구 동향이다.

기존의 심리학이 정신질환 치료와 같이 삶을 불행하게 하는 심리 상태를 완화하는 데에만 치중, 오히려 삶의 긍정적 가치를 돌아보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미국에선 하버드대 등 100여개 대학에서 정식 강좌가 시작됐고, 영국 교육당국도 셀리그먼 교수의 자문을 받아 교과 과정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셀리그먼 교수는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자신의 강점이나 미덕을 계발하면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낙관주의'가 행복한 삶과 맞닿아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긍정적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보다는 자신의 의지가 훨씬 중요하다"며 "행복은 누가 가르쳐 주거나 훈련시키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발견과 창조를 통한 자기화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행복의 3대 조건으로 '즐거움, 몰입, 삶의 의미'를 꼽은 뒤 "부정적 정서를 약화시키는 강점의 신호를 인지하고 자신보다 좀 더 큰 어떤 것(이웃, 사회)에 대한 헌신을 통해 만족을 이끌어 내라"고 조언했다.

이틀에 걸쳐 4회 8시간 동안 이어진 그의 강연에는 비싼 참가 비용(17만원)에도 800여명의 청중이 몰려 우리 사회의 행복에 대한 관심과 열풍을 반영했다. 황미구 한국심리상담연구소 부소장은 "우울증과 불안감의 원인 분석에만 초점을 맞춘 상담과 연구 활동이 우리 사회의 불행지수를 높여왔다"며 "행복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장점에 대한 계발 노력과 함께 능동적으로 개척해 가는 것임을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