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병원 장례식장.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었지만 장례식 건수는 오히려 감소한 추세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개개인이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독감과 같은 감염병 환자가 줄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외출도 삼가면서 외상으로 숨지는 일도 감소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31일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 장례식장 6곳에 문의한 결과, 4곳이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장례식 건수가 2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A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례식장 이용객이 25% 가량 감소했다”며 “이런 감소가 반드시 코로나 때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여러 변수를 모두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코로나 이전에 비해 장례식 건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B 대형병원 관계자 또한 “지난해 3월에는 장례식장이 평균 90% 정도 가동됐는데, 올해 3월에는 가동률이 67% 정도였다”고 했고, C병원 관계자도 “운영하고 있는 빈소 14개의 평상시 이용률은 70%이지만, 코로나 확산 이후 50%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D병원 장례식장은 올해 1월 이용건수(124건)는 지난해 같은 달(112건)과 비슷했는데, 2월의 이용건수는 1년 전에 비해 111→46건으로 줄었다. 3월에도 118→22건으로 감소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을 실천하면서 매년 2000~3000명의 사망자를 낳는 인플루엔자 환자가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며 “이런 현상은 신종플루·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부수적으로 관찰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발령된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는 지난달 27일 해제됐는데, 이는 1년 전보다 3개월 일찍이었다.
김 교수는 또한 “이런 시기에는 병원을 찾는 경증 환자가 줄어 평상시 발생하던 항생제 내성이나, 병원 감염도 줄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람 간 접촉이 줄어 감염병이 억제됐을 뿐 아니라, 가벼운 증상에도 병원을 찾는 탓에 꼭 필요할 때 항생제의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되거나 병원에서 되레 병을 얻었던 사례도 줄었을 것이란 뜻이다.
외출과 모임을 자제한 영향으로 사고사가 감소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 감염성 질환이 줄기도 했겠지만, 이동을 제한해 교통사고가 줄어든 것이 사망자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실제로 과거 캐나다에선 의사 파업 당시 환자 사망이 늘 것이란 예상과 달리 사람들이 덜 움직이면서 오히려 사망률이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술도 덜 마시니까 음주로 인해 발생하던 각종 사고도 줄어들지 않았겠느냐”며 “코로나 유행이 가져온 우리 삶의 변화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남수현·이후연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