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자녀교육

기억은 뇌신경이 일으키는 `전기작용`

예인짱 2011. 7. 25. 17:51

[재미있는 과학] 기억은 뇌신경이 일으키는 `전기작용`

 

최근 뇌의 비밀을 밝히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뇌의 비밀을 하나씩 풀수록 신기한 기능과 역할들이 밝혀진다. 최근 뇌연구 최고권위자인 신희섭 KIST 신경과학센터장은 사이코패스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타인의 아픔이나 공포를 공감하는 뇌 회로가 있다는 것. 사이코패스는 이 부분이 정상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뇌 과학자들은 작은 우주라고 표현할 만큼 미지에 싸여 있는 뇌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애쓰고 있고 그만큼 연구 성과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 뇌는 기억한다, 고로 존재한다

 

= 뇌의 놀라운 능력 중 하나가 기억이다. 기억이 없다면 공부를 할 수도 없고 친구도 사귀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크게 서술 정보와 비서술 정보로 나뉜다.

서술 정보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보다. 영화 줄거리, 장소, 사람 얼굴처럼 사실이나 사건 같은 정보로서 외현 정보라고도 한다. 비서술 정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보다. 몸으로 체득하는 운동기술, 습관, 버릇, 반사적 행동을 포함하며 감춰져 있다는 의미로 암묵 정보라고도 불린다.

서술 정보는 비교적 쉽게 획득되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만 기억할 수 있으며 회상할 때 기억 내용이 변형될 때가 많다. 반면 비서술 정보는 때로는 반복과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기억 내용이 정확하게 표현되고 기억할 때 의식이 필요하지 않다.

 

◆ 기억에 따라 저장장소가 달라

 

= 해마는 서술 기억을 처리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교통사고를 당해 해마 부위가 손상된 사람들은 서술 기억 능력이 심각하게 손상된 사례가 많다. 다만 이들은 수술 전 또는 교통사고 이전의 오래된 기억을 모두 회상했다. 해마가 장기기억을 저장하는 장소는 아닌 것이다.

 

오랫동안 기억할 내용이 저장되는 곳은 대뇌피질이다. 내측두엽으로 들어온 서술 정보는 해마와 주변 조직들에서 일시적으로 머무는 동안 쪼개져 신경정보신호로 바뀌고 어떻게 나뉘어 저장될 것인지 결정된다.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도록 서술 정보를 조직화하는 과정을 암호화 단계라고 한다. 내측두엽은 대뇌피질의 광범위한 영역과 신경망을 통해 연결돼 이런 단기기억 정보를 대뇌피질의 여러 부위로 전달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기억과 관련된 유전자가 발현돼 단백질이 만들어지면서 기억 내용이 공고해져 오랫동안 저장된 상태를 유지한다. 기억을 회상할 때 뇌 여기저기 흩어져 저장되어 있는 정보들을 끄집어내 다시 짜맞춘 뒤 원래의 내용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장기기억이 뇌에 저장하는 용량은 무제한인 데 반해 대화를 나누거나 어떤 일을 생각할 때 잠시 저장하는 내용들은 용량에 제한이 있어 곧바로 지워진다. 이런 기억을 작업기억이라고 한다. 이 일을 담당하는 것은 뇌의 전두엽에 있는 신경세포(뉴런)다. 이들은 작업기억 정보가 들어온 후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또는 글루타메이트에 반응해 정보의 내용을 저장한다.

 

장기기억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되는 것이라면, 컴퓨터를 켰을 때만 작동하는 메모리에 일시 저장되는 것을 작업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식이 관여하지 않는 비서술 기억은 어디에 저장될까? 운동 기술을 숙련하는 과정, 계속적인 자극에 둔감해지는 습관화, 이와 반대로 한 번 자극을 받은 뒤 그와 비슷한 자극에 계속 반응하는 민감화 등이 비서술 기억에 속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에드워드 손다이크 교수는 보상에 대한 반응과 자극이 연계되는 조작적 조건화라는 학습 형태를 시도했다. 실험상자 속 쥐가 페달을 밟을 때 음식이 나오는 것을 우연히 알고 나서 페달을 눌러 음식을 찾아먹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조건화 학습은 서로 다른 뇌 신경망이 연합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페달을 누르는 것 같은 기술은 대뇌의 선조체나 소뇌에 저장되며, 습관화와 민감화 기억은 감각이나 운동체계를 관장하는 신경망에 저장된다고 알려져 있다.

 

◆ 뇌세포가 만든 촘촘한 그물에 보관되는 기억

 

= 기억 정보는 어떤 방식으로 뇌에 자취를 남길까? 최근 많은 학설이 나왔지만 그중 기억에 의해 뉴런(신경세포) 간 연결구조인 시냅스에 변화가 생긴다는 학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개 뉴런이 존재하는데 뉴런 1개당 수천 개의 시냅스를 형성한다.

따라서 뇌에 있는 총 시냅스 수는 약 10●●개나 된다. 뇌에는 이렇게 수많은 시냅스로 이루어진 다양한 신경회로망(신경망)이 복잡한 그물처럼 형성돼 있다. 신경망 패턴들은 뇌의 특수한 기능을 만든다. 학습을 하면 신경망을 구성하는 시냅스에 일정한 물질적,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다. 기억 정보가 저장되는 특별한 곳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처리되는 바로 그 신경망이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가 된다.

 

시냅스는 신호를 발생시키는 시냅스 전(前) 뉴런과 신호를 받아들이는 시냅스 후(後) 뉴런, 그리고 두 뉴런 사이의 좁은 간격, 곧 20~50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정도 벌어진 시냅스 틈으로 구성된다. 시냅스 전 뉴런에서 전기가 발생하면 시냅스 말단에서 시냅스 틈으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이는 시냅스 후 뉴런의 수용체를 자극해 전기를 발생시킨다.

결국 시냅스 전 뉴런에서 시냅스 후 뉴런으로 전기신호가 전달되는 것이다. 뇌가 작동하는 이유는 시냅스로 이뤄진 신경망을 통해 이렇게 신호가 전달되어 정보처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시냅스는 수많은 정보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뇌 안의 초고속 반도체라 할 수 있다.

 

◆ 강렬한 경험일수록 더 오래 기억되는 이유

 

= 학습에 의해 시냅스에 일정한 변화가 생기는 것을 '시냅스 가소성'이라 부른다. 가소성(plasticity)이란 자극에 의해 변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말한다. 이런 변화 중 시냅스 촉진과 시냅스 강화가 가장 많이 연구된 시냅스 가소성 모델이다. 시냅스 촉진은 바다달팽이 군소(Aplysia)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군소 피부에 있는 호흡관을 자극하면 아가미가 수축한다. 이 반응은 피부에 연결된 감각뉴런의 정보가 아가미 수축을 담당하는 운동뉴런으로 전달돼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군소의 꼬리나 머리 피부에 이보다 센 자극을 가하면 아가미가 더 많이 수축한다.

하지만 이렇게 일어난 수축 반응은 길어야 몇 시간을 지탱하지 못한다. 촉진뉴런에 의한 현상은 단기기억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학습 내용을 기억하는 기간은 학습 강도에 달려 있다. 군소에 동일한 자극을 반복적, 습관적으로 가하면 이 자극은 장기 기억화된다.

기억 연구의 또 다른 모델인 시냅스 강화는 전기신호가 시냅스에 충분히 전달되어 시냅스의 강도가 향상되는 현상이다. 이때는 글루타메이트수용체의 일종인 NMDA수용체가 중요한 구실을 한다. MDA수용체에 NMDA가 결합한 뒤 열린 통로로 칼슘이온이 들어와 다양한 효소를 활성화시켜 시냅스를 강화한다.

 

이런 현상은 서술 기억에 중요한 해마나 감정 또는 공포 기억에 관여하는 편도체를 비롯해 다양한 대뇌피질의 신경망에서 관찰된다. 칼슘 통과 능력이 우수한 NMDA수용체의 유전자를 이식받은 쥐는 다른 쥐에 비해 똑똑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자료=과학창의재단 사이언스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