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삶/사단법인 정인 사회복지회

도움만 받고 살던 그들… 이젠 “내 빵 드세요” 자신감‘빵빵’

예인짱 2011. 7. 22. 08:07

[사회] 사랑 그리고 희망 - 2011 대한민국 리포트 게재 일자 : 2011년 07월 13일(水)
도움만 받고 살던 그들… 이젠 “내 빵 드세요” 자신감‘빵빵’
정신장애인 재활 일터 해피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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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의 한 골목에 들어서자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냄새를 따라 찾아간 빵가게에는 단팥빵, 흰앙금빵, 생크림빵, 야채모닝빵, 롤케이크 등 20여 종의 빵들이 가득했다. 빵을 굽고 포장하느라 땀을 흘리며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는 사람들. 이들은 행복한 빵가게 ‘해피베이커리’의 행복한 직원들이었다.


해피베이커리는 지난 4월 초 달성군으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빵가게다. 정신장애인 사회복지기관으로 지역 정신질환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33㎡ 남짓한 가게에는 빵 만드는 직원 4명과 비상근으로 빵을 포장하는 직원 3명 등 7명이 일하고 있다. 하루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그러나 근무시간은 납품물량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제과제빵기술자인 권오운(46)씨는 “오늘 주문 물량은 900개로 잡혔다”며 가쁜 숨을 몰아쉰 뒤 “30·40대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이들이지만 제빵기술을 배워 이제는 모두 어엿한 ‘베이커’가 됐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 가게에서 밀가루 혼합에서 성형, 발효, 굽기, 포장 등 제빵 전 과정을 지도·감독하고 있다.

정신분열증으로 5년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가 최근에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박호영(40)씨는 “가끔은 하루 2000개가 넘는 빵을 납품해야 해 화장실 갈 틈도 없다”며 “그래도 정신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떠나 땀흘려 일하고 있어 보람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빵기술을 배우면서 병을 이겨내는 데 자신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취업한 최호철(36)씨는 “정신질환으로 재활훈련기관에서 5년여 동안 미술과 음악치료, 대인관계훈련 등을 받았지만 치료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곳에서 일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거의 완쾌된 기분이 들 정도로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이 가게는 원래 2007년 초 정신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재활시설인 ‘해피하우스’ 내 빵집으로 시작했다. 해피하우스에서 정신장애인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전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5명의 장애인을 보내 배운 쿠키 제조기술로 쿠키를 구워 군부대나 공장 등 후원자들을 중심으로 납품하면서 사업을 확대했다.

2009년에는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해피쿠키&해피카페’프로그램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이때부터 빵 제조 전문가를 섭외해 제빵기술을 익히며 직업 기능을 강화했다. 쿠키뿐만 아니라 빵 판매에도 나서 복지시설, 문화센터, 관공서, 교회, 공장 등 31개 업체에 하루 평균 1000개를 납품하고 있다.

이미리(27) 사회복지사는 “처음에는 장애인들이 만든 빵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일부러 주문해 주는 이들도 있었지만 장애에 대한 보이지 않는 편견 때문에 판로 개척에 애를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편견을 깨기 위해 위생에 각별히 신경 쓰고 파우더, 색소, 방부제 등 첨가물은 일절 사용하지 않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또 마진율을 최대한 낮추고 과대포장을 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대구지역에서 소위 유명한 빵집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4월에는 이 가게를 열기 위한 기금마련 바자회를 실시해 2000명이 넘는 지역주민의 참여 속에 1300만원가량의 수익금을 얻는 호응을 얻었다. 이 수익금과 달성군으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지원받은 4600만원 사업비를 합쳐 해피하우스 인근에 독립 법인인 해피베이커리를 출범시켰다.

이곳 직원들은 봉사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 복지사는 “이들은 다른 정신장애인과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쿠키와 케이크 만들기 행사를 비롯해 스스로 ‘정신장애인봉사단 해피투게더’를 만들어 매월 두 차례 홀로 사는 노인들을 방문, 직접 구운 쿠키와 밑반찬을 전해 주는 자원봉사활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피하우스에 근무하는 이들은 앞으로 ‘착한 영업’을 계획 중이다. 후원회로부터 받은 후원금으로 빵을 만들어 다른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하는 것. 도움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제빵기술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빵으로 다시 후원하는 사업이다.

이와 더불어 다른 정신장애인들도 이곳에 취업하도록 해 함께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하루에 빵 2000개를 만들어 팔아 한 달에 15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 두고 있다. 현재는 판매수익을 모두 재료비와 인건비로 사용하지만 더 많이 판매해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이곳에 취업하도록 직업재활기금으로 쓰이게 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정신장애인들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치료를 받은 뒤에도 각종 스트레스에 취약해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앞으로 가게를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시켜 많은 정신장애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일터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 박천학기자 kobbla@munhwa.com

  출처: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07130103344300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