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자녀교육

숙제 성실히 하기’가 우등생 지름길이다

예인짱 2011. 6. 10. 18:48

숙제 성실히 하기’가 우등생 지름길이다
수업 내용 되짚어보는 시간
성적과 상관관계 매우 높아
알림장 살펴보며 도와줘야
한겨레 이종규 기자
≫ 인천 작동초등학교 노희수 교사는 숙제를 잘하는 것이 우등생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한 초등학생이 방에서 숙제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아이랑 부모랑 /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법한 불평 하나. ‘도대체 숙제는 왜 내주는 거야?’

예나 지금이나 숙제는 참 귀찮고 괴로운 일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엄마의 닦달이 싫어 숙제가 있는데도 없는 척하거나, 손도 안 대고도 다 했다고 둘러대는 아이도 있다. 부모가 학교 숙제는 대충 빨리 끝내고 다른 공부 하라고 시키기도 한다. 이쯤 되면 숙제는 거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다. 숙제가 이런 대접을 받을 만큼 가치가 없는 일일까? 18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인천 작동초등학교 노희수 교사는 손사래를 친다. 최근 숙제의 중요성과 숙제하는 방법 등을 담은 어린이 자기계발서 <어린이 숙제왕>을 펴내기도 한 그는 “숙제를 성실하게 하는 것이 우등생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 숙제, 왜 중요한가? 교사들이 왜 숙제를 내주는지 알면 숙제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다. 노 교사는 교사들이 숙제를 내주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고 말한다. 우선, 수업시간만으로는 아이들이 그날 배운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르쳐야 하는 양에 비해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숙제를 하면서 수업 내용에 대한 예습과 복습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둘째, 학교는 많은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보니 아무래도 수업시간에는 자기의 생각이 끼어들 틈이 부족한데, 집에서 숙제를 하게 되면 좀더 여유를 갖고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운 내용을 자기만의 관점과 언어로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얘기다. 끝으로, 수업 주제와 관련이 있지만 교과서에는 없는 영역을 탐구해 볼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노 교사는 “요즘에는 단순히 수업시간에 못 푼 문제를 푸는 숙제보다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를 수 있는 숙제를 내주는 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숙제를 잘하면 공부도 잘하게 될까? 노 교사는 “내 교직 경험에 바춰 보건대, 숙제와 학교 성적의 상관관계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정부의 공식 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07년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력 진단평가 결과를 보면, 과외교사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숙제를 해결하고 부모가 숙제를 항상 확인해주는 학생, 교사에게 칭찬을 많이 받는 학생의 성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숙제를 잘 하는 학생이 교사의 칭찬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비춰 숙제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숙제를 잘하는 아이의 성적이 높은 이유에 대해 노 교사는 “숙제를 성실히 하는 태도가 공부를 하는 데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며 “숙제를 대하는 태도는 학교생활과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숙제를 하면서 배운 내용을 다시 점검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거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런 부분도 공부에 도움을 준다. 노 교사는 “이런 점에서 ‘숙제 따로, 공부 따로’라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숙제지도 어떻게 할까? 자녀의 숙제를 도우려면 우선 아이의 알림장이나 숙제장, 공책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알림장에는 교사가 내준 숙제나 학습 준비물이 적혀 있기 때문에 숙제뿐만 아니라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 매일 보는 것이 좋다. 자녀가 고학년이더라도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자기가 알림장에 적은 내용도 잊어버리기 쉽고, 학교를 나서면 알림장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숙제를 자주 잊는 아이는 달력을 이용해, 숙제를 내야 하거나 준비물을 가져가야 날짜에 표시해두면 도움이 된다.


숙제지도를 할 때는 숙제를 했는지 여부만 확인하기보다는 과정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노 교사는 “결과만 놓고 잘잘못을 따질 게 아니라, 아이가 어떤 사고과정을 거쳐 숙제를 해결하는지,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곁에서 지켜보고 필요할 경우 적절한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숙제를 확인할 때도 단순히 “숙제는 다 했니?”라고 묻지 말고, “오늘 숙제는 뭐였니?”, “숙제가 어렵지 않았니?”, “네가 숙제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등 관심을 보여주는 말을 하는 게 좋다고 노 교사는 조언했다.

그러나 부모가 답답한 마음에 숙제를 대신 해주는 것은 무관심 못지않게 나쁜 태도다. 노 교사는 “부모는 코치 역할에 머물러야지 직접 선수가 되어 뛰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부모가 숙제를 해주는 것은 아이가 숙제에 아이의 생각을 담고 스스로 공부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숙제를 지도할 때 글씨 등 지엽적인 부분을 너무 강조하면 정작 중요한 내용에는 소홀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칫 아이가 숙제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효율적인 시간 관리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급적 저녁 식사 전에 숙제를 끝내는 것이 좋다 . 저녁을 먹은 뒤에는 졸리고 피로가 몰려와 효율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또 밤 늦은 시간에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게 있어도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