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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대신 '공부법' 가르치는 자치구들

예인짱 2010. 1. 15. 13:11

공부 대신 '공부법' 가르치는 자치구들

 

노원-‘공부법’강연
강동-‘에듀맘 포럼’운영
강남-‘진로상담센터’개설
종로·관악-‘멘토링’진행

 

1월 11일 오후 2시 노원구 중계본동 노원문화예술회관.

340여명의 중학생과 학부모들이 손을 꼭 잡은 채 5층 소공연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빨간색 의자에 앉자마자 수첩과 펜을 꺼내 들고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곧 강단 위에 노란색 후드 티에 청바지 차림의 더벅머리 청년이 나타나자 수백개의 눈들이 반짝였다.

더벅머리 청년이 '천기누설'을 시작했고 객석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바삐 펜을 굴렸다. "우주의 수많은 별 속에서 우리가 만난 것은 기적입니다. 오늘은 이제껏 들었던 공부 방법은 잊으세요. 저도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날 강단에 나타난 사람은 무료로 공부법을 가르치는 사회적 기업 '공부의 신'의 서형일(24·서울대 전기공학부 4)씨다. 서씨는 "노원구에서 자리를 마련해 중학생을 대상으로 국어·영어 공부법을 강의하게 됐다"며 "많은 학생에게 효과적인 공부법을 알리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11일 노원문화예술회관에 모인 학생과 학부모들이‘공부의 신’멤버 서형일씨의 공부법 강의를 듣고 있다. /노원구 제공

서울시내 각 구청에서 '물고기를 잡아주는(공부를 직접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공부를 하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방과후 학교, 문화학교 등의 활동을 넘어 공부 멘토링, 공부법 강연 프로그램 등 '공부 방향'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노원구, 진로와 자녀 교육법 가르쳐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곳은 노원구(구청장 이노근)다. 노원구는 작년 5월 자치구 최초로 노원교육비전센터를 열고 학부모들에게 진로와 진학정보, 자녀 교육법을 가르치고 있다.

유명인사를 강사로 초대하는 학부모 아카데미도 운영중이며 교육 상담, 진로심리검사, 유학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정명채 교육진흥과 총괄계획팀장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깨닫고 자아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해 '물고기 잡는 법'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강의도 그 일환이다. 지난 4일부터 2월 22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2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공신 스터디 코칭 스쿨'은 서울대, 연·고대, KAIST, 이화여대에 진학한 대학생 11명이 각자의 공부 노하우를 전수한다. 11살 아들과 함께 강연을 찾은 김형숙(48·과외교사)씨는 "직접 공부를 열심히 해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들이 전하는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열린 강연에서 서형일씨는 파워포인트를 넘기며 친근한 어투로 자신만의 공부법을 설명했다. 그가 자신있게 던지는 말 한마디에 객석 곳곳에서 "아~" 하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다들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라는 고민을 하죠. 그렇다면 먼저 도서관에 가세요. 죽어도 집에서는 책을 안 읽잖아요. 도서관에 가기 싫다고요? 그럼 먼저 옷부터 입어보세요. 그러면 저절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겁니다. 단, 친구랑 같이 도서관에 가면 망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같이 가면 책 읽겠습니까?"

중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는 강연에 곳곳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일단 개인 블로그에 일기를 많이 써라" "인터넷 토론장에서 댓글로 논리있게 싸워봐라" 등의 노하우에, 참석한 학생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연을 들은 김혜미(15·청원중 3)양은 "싸이월드 일기장에 말이 되든 안 되든 일기를 쓰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따라하기 쉬운 방법들이라 오늘부터 바로 해야겠다"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 오후 2시에 실시되는 '공신 코칭 스쿨'의 이번 기수는 마감된 상태다.

김정재 노원구 홍보주임은 "소공연장의 정원을 넘게 지원자가 있었다"며 "다음 여름방학에 '공신' 강연을 다시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영윤 노원교육비전센터 교육전문상담사는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학습법을 가르쳐 공교육을 강화하려는 취지"라며 "앞으로는 '공신' 멤버들과 소그룹 멘토링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남구가 운영하는 학생진로상담센터를 찾은 학생이 진로와 학습법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다. /강남구 제공

강동·강남·종로·관악의 프로그램

강동구는 작년에 이어 중·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올 3월 11일부터 4월 29일까지 일주일에 한번씩 2개월간 강동구민회관에서 자녀교육방법, 입시정보 등을 가르치는 'Edu-Mom(에듀맘) 포럼'을 운영한다. 성동구도 작년 11월부터 성동부모학교를 실시해 일주일에 2시간씩 한 달 동안 자녀교육방법을 가르친다. 지난 7일 제3기 성동부모학교를 개강, 매주 목요일 10시부터 운영한다.

이 수업에서는 가정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 자녀와 효과적으로 의사소통 하는 방법, 부모관계 개선 방법 등도 가르친다. 성동구는 "사교육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먼저 학부모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강남구도 지난 6일부터 학생 진로상담센터를 개설, 학생들과 직접 상담해 인터넷 중독 해결법과 학습방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 오는 13일, 22일, 26일에도 구청 본관 1층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담이 실시된다. 상담에서는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제공하고, 진로심리검사를 하는 등 체계적인 검사와 상담을 통해 학생의 적성과 흥미 분야를 발견하도록 하고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알려준다.

종로구와 관악구는 대학생과 저소득층 중·고등학생을 연결하는 멘토링 사업을 통해 공부하는 법을 가르친다. 관악구는 학기 중에 서울대 학생 100명과 초등학생, 중학생 400명을 연결해 대학생들의 경험과 기술, 지식을 나누고 있다. 종로구도 작년 7월부터 대학생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1 대 1 멘토링을 운영중이다.
 

  • 김성민 기자, 권은영 인턴기자 (2010. 1. 12,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