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몸이 안 좋아도 불안? 몸 아닌 마음병, 건강염려증 | |||
간 기능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 사람들과 같이 물컵을 쓰는 것도 미심쩍고 언제 큰 병에 걸릴지 몰라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전전하는 A씨. 어느 날 팔뚝에 생긴 반점을 보고 AIDS를 의심하며 우울증에 빠진 B씨. 분명 소화가 되지 않는데 정상이라는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어 유명한 의사를 찾아다니는 C씨. 최근 늘어나는 건강염려증 환자의 모습들이다. 몸의 건강을 끊임없이 의심하지만 사실 ‘정신적’ 문제에 해당하는 건강염려증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의사? 현대 의학? 아무것도 못 믿어
건강염려증의 초기 증세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가벼운 신체 증세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검사를 시도하는 것이다. 아무 증상이 없는데도 특정 신체에 대해 걱정하고 질병의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초기 건강염려증 환자는 정상이라는 확인을 받은 직후에는 마음을 놓지만 금세 또 큰 병이 의심되는 증상을 찾아낸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검사 결과에도 안심하지 못하고 의료적 결과를 불신하는 것으로 발전하면서, 그 때부터는 유명하다는 병원과 의사들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닥터 쇼핑’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병적으로 자신의 건강에 집착하면서 모든 생활이 자신의 병을 찾거나 안전을 확인하는 데 맞춰지게 되고, 따라서 사회활동과 대인 관계에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건강염려증 환자 중에는 입원과 검사를 반복하느라 직장을 그만두거나 큰 병에 걸렸다고 생각해 사람들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의료진을 믿지 못한 나머지 함부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시행해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건강염려증은 일종의 강박 장애 혹은 불안 장애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다. 건강염려증이 심화되면 망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성장 환경과 개인적 성향에서 찾는 원인 건강염려증의 직접적인 원인을 정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의 성격적 특성이나 주변 환경 등에서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정신적으로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이거나 굉장히 가까운 사람이 갑작스럽게 병에 걸려 사망한 데 대해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에 건강염려증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어린 시절 부모의 과잉보호속에서 자란 사람 중에는, 무의식 속에 세상이 위험하고 병에 걸리기 쉬운 유해 환경으로 가득 차 있다는 믿음이 생겨 어느 순간 특정한 경험을 계기로 건강염려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대중 매체를 비롯한 다양한 통로로 방대한 의학 정보가 쏟아지면서 걸러지지 않은 무책임한 정보로 인해 건강염려증 환자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근원적 불안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 최선 사실 건강염려증의 핵심은 ‘불신’이다. 따라서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제거해주는 것이 치료이자 예방법인 셈이다. 환자가 불안한 마음에 압도된 상태라면 약물치료를 시행하지만 약물은 뇌신경계에 작동해 불안이라는 기전을 낮추는 가장 낮은 단계의 치료에 불과하다. 따라서 약물치료만으로는 치료가 힘들고 자신이 왜 건강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하게 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성격적 성향이나 성장 과정에서 겪은 특정한 경험 등 의심과 두려움이 들도록 만든 ‘취약성의 덫’을 찾아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한다. 또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의 오류를 다루는 ‘인지치료’ 등을 시행할 수도 있다.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대체로 자기가 병에 걸릴 가능성은 지나치게 높게 생각하면서 반대로 대처 능력이나 해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믿게 되는데, 이 부분을 해결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때 실제 위험율이 높지 않다는 것을 체득하게 하는 행동치료도 병행할 수 있다. 건강염려증은 특정한 치료가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환자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에 대한 집착을 없애기가 어렵다면 명상을 응용한 치료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무엇 때문에 불안해하고 계속적으로 생각하는지를 밝혀내고 그것을 놓는 훈련을 통해 매 순간마다 자신의 행위에 온전히 집중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한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대신 평소에는 건강에 대한 지나친 확인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건강에 대해 너무 예민해지지도 둔감해지지도 않도록 조절 능력을 키워야 건강염려증을 이겨낼 수 있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주석 ■도움말 / 최영희(메타인지행동치료연구소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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