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의 삶/영계의 세계

한국 교회 신학자들이 본 마귀론 이해

예인짱 2008. 10. 7. 07:11

한국 교회 신학자들이 본 마귀론 이해(예영수 외 4인, 1998) -서평  



이효삼 / 주일신문 편집국장


본서는 한국 교회 신학자 예영수(한신대), 유상현(연세대), 주승민(서울신대), 이오갑(그리스도신대), 최인식(서울신대) 교수 등이 공저한 책으로 5명의 교수가 마귀와 귀신론에 대해 연구한 논문과 다른 학자들이 논평한 내용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신학적인 배경이 다른 학자들이 신약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주장되고 있는 귀신론을 연구 분석해 놓음으로 마귀와 귀신론에 대한 시각을 넓혀주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 교회의 목회 현장에 나타나는 귀신들림 현상에 대한 보고서나 귀신론에 대한 학설을 펴는 것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귀신론에 관하여 어떤 학설을 주장하든 간에, 귀신은 타락한 천사라는 학설 이외의 것은 이단성 논쟁까지 발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서구 교회는 학자, 특히 선교사들까지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귀신론에 대한 성서적, 신학적 연구 결과물들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자신의 축귀 체험을 통한 보고서를 논문이나 저서로 출판하는 것에 비해 한국교계 현실은 혹시나 ‘이단 정죄를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용기 있는 자 말고는 아무도 “귀신론”에 대한 연구발표와 논문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서는 억압받고 편협 되어 있는 한국 교회 귀신론 연구에 조금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특히 본서가 어떤 교단의 교리적, 신학적 목적 차원의 귀신론 연구가 아닌 학자들의 손으로 순수한 학문적인 차원에서 연구되는 바탕을 마련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먼저 제1부 유상현 박사의 “신약의 귀신”에서는 신약에 나타난 귀신상의 간략한 이미지를 그려보고 있다. 저자가 ‘신약의 귀신’을 현상적인 것에만 치우치지 않고 구약, 외경, 위경의 귀신에 관련된 용어들을 검토함으로 성서에 나타나는 귀신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신학적 배경을 주고 있다.
특히 유상현 박사는 ‘축귀와 질병 치료 기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마가복음서의 축귀 기사를 예수의 귀신 축출 활동이 예수의 대중적 인기의 원인이 되었으며, 이러한 축귀 활동을 본 사람들은 놀라움과 함께 질병의 원인은 귀신에게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고 지적한다. 이는 과학문명의 발달로 인간이 경험하는 질병과 고통을 과학적 이유에서 찾고 최후의 수단으로 종교적인 원인을 찾는 현대인과는 달리, 예수 당시 고대인들은 그 원인을 귀신에게 찾는 사고체제 속에서 살고 있었음을 새롭게 확인시켜 주고 있어 귀신론 연구에 새로운 소득을 주고 있다.
제2부 주승민 박사의 “초대 기독교의 귀신론”은 속사도 문서(A. D. 150년 경)와 사막 교부의 효시가 된 성 안토니(A. D. 250∼356)의 영적 투쟁 속에 나타난 마귀 혹은 귀신 이해를 정리함으로써 초대 교회의 마귀론 이해에 접근하고 있다.
저자는 제1장에서는 마귀론 연구의 목적이 하나님의 선을 증진하기 위한 방향임을 살펴보았고, 제2장에서는 구약에 등장하는 마귀와 유대주의에서의 이해, 신약에서의 이해를 다루면서 초기 기독교의 범위 속에는 유대주의와 새로운 역사적 출범을 하는 기독교 사이의 만남의 장이 형성되는 역사적 연결고리를 찾고자 한다.


제3장은 속사도 교부들의 마귀 이해에 있어서, 속사도 교부들이 대체로 이원론적이면서도 그것을 극복한 일원론적인 구조 속에서 사단과 그 하수인을 타락한 천사로 보고 있다는 점과 악의 주체 세력들이 인간의 몸 속까지 침투하여 인간성을 파괴하려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제4장은 안토니가 경험한 사단 내지 귀신은 거짓의 주인공이요, 변신의 귀재이며 허수아비같은 비존재임을 밝힌다.
제5장은 결론으로 귀신의 정체를 타락한 천사로 보는 이유에 대해 초대 교회의 마귀론 이해의 바탕은 귀신과 마귀를 세분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기능이 악을 유발하는 동질성을 갖고 있으며, 성서에서는 “사단과 그 사자들”이란 대등 접속사를 사용하는 문장상의 이해를 지적하며, 초대 교회에서는 귀신을 사단과 성격이 동일한 타락한 천사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는 주장을 한다.


제3부 이오갑 박사의 “루터와 깔뱅의 마귀 이해”는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교회적, 사상적 태두가 되는 두 명의 종교개혁가의 마귀 체험과 인식을 조명한 논문이다.
저자는 루터와 깔뱅의 다양한 저술들 속에 나타난 마귀에 관한 주장들을 끄집어내며 루터와 깔뱅은 모두 마귀의 실체를 인정했고, 마귀를 관념의 대상자가 아닌 투쟁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마귀 활동의 근거를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공통된 주장을 하고 있음을 분석한다.
이에 비해 차이점으로는 루터는 마귀론의 접근을 자신의 체험을 강조한 반면 깔뱅은 마귀는 신자들의 신앙과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므로, 신자들은 그것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그것과 투쟁해야 한다는 동기를 강조하고 있음을 분석한다.
하지만 루터의 체험적 강조가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휴식이나 수면, 독서, 연구 등을 방해하는 마귀를 드러냄으로 오히려 실존을 관념적인 존재로 만드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점과 현상을 전혀 설명하지 못하는 깔뱅의 마귀 이해는 ‘왜’는 있으나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성경적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점들을 분석해 내지 못한 아쉬움을 주고 있다.


제4부 예영수 박사의 “귀신의 기원에 대한 제 학설 비교 연구”는 서구 교회에서 귀신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느냐 하는 데 대한 학설들을 소개함으로써 귀신의 기원에 대한 성서적 신학적 이해에 도움을 준다.
귀신의 정체에 있어 한국 교회에서는 이단으로까지 정죄 받는 ‘죽은 자의 영혼’이라는 견해가 서구 교회에서는 한 학설로 인정받고 있음을 밝히고 있어 한국 교회 신학자들과 목사들이 얼마나 편협된 귀신론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고 있다.
저자는 귀신의 기원에 대한 학설을 크게 귀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학설과 인정하는 학설로 구분한 후, 부인하는 학설로 (1)신화설 (2)조정설 (3)환상설 로 세 가지로 소개한다.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학설은 첫째 타락한 천사설로 한국 교회 마귀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달라스 신학교의 엉거 박사의 견해를 중심으로 “마귀와 그의 사자들”(마 25:41) “용과 그의 사자들”(계 12:7) “귀신의 왕 바알세불”(마 12:24, 26)에서 마귀, 용, 바알세불은 귀신의 왕, 사단이기에 귀신들이 바로 타락한 천사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분석을 한다.
둘째로 귀신이 사후의 영이라는 견해는 귀신이 타락한 천사라는 견해를 지지하는 학자들이 인용하는 “마귀와 사자들”(마 25:41), “용과 그의 사자들”(계 12:7)에서 “그의 사자들”이 “타락한 천사들”인 것은 분명하나 “귀신들의 왕 바알세불”(마12:24, 26)과 연결지어 “그의 사자들”이 바로 귀신들이라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며 더 나아가 “타락한 천사들”이 “귀신들”이란 등식이 성서 어느 곳에도 없고 사람의 몸에 천사가 들어올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점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이 논문은 독자에게 두 견해를 한꺼번에 접해 보고 판단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제5부 최인식 박사는 “귀신의 정체: 죽은 자의 영인가?”라는 제목의 연구를 통해서 한국 교회가 목회와 선교 현장에서 직면하고 있는 귀신론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한국의 문화적 배경을 형성하고 있는 동양 철학과 무속신앙에서의 귀신관을 분석하고 나서 신학적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논문 전체에 흐르고 있는 핵심적인 목적은 죽은 자의 ‘사후의 영’이 귀신이 아니라 타락한 천사임은 주장하고 싶어 한다.
즉 저자가 처음 접근을 동양 사상의 귀신관과 무속신앙의 귀신 이해를 다룬 후 김기동 목사의 사후의 영설을 다루는 것 자체가 동양 사상 속에서 나온 귀신론이 ‘사후의 영’설이며 김기동 목사의 귀신론임을 말하고 싶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은 결론으로 말한 “불신자 사후의 영이 귀신이 된다는 사실을 긍정하는 것은 곧 성서의 많은 곳에서 경계하고 거부하는 무속신앙의 귀신관을 진실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된다” 와 “…귀신의 정체를 ‘죽은 자의 영’이 아니라 ‘타락한 천사’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성서적으로나 신학적으로 타당성이 크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저자가 김기동 목사의 귀신론을 먼저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 동양 목회자의 귀신론은 동양 철학과 무당의 영향을 받지 않았겠느냐는 선입견이 자리잡은 상태에서 연구를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김기동 목사의 축귀 경험에 대한 해석의 논리를 저자의 논리로 분석함으로 연구 자세가 정죄함이 아닌 학문적인 토론 풍토를 조성할 수 있는 예를 남긴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이 책은 마귀와 귀신론에 있어 한국 교계에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의 필요성과 가치는 이단논쟁의 난맥상을 지양하고 두려움 없는 학문적인 연구의 결과가 다양하게 발표되고 그리고 현상적인 체험의 결과가 진솔하게 보고됨으로 연구 풍토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견해를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한국 교계가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은별나라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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