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의 삶/영계의 세계

사단 귀신 마귀에 대해

예인짱 2008. 10. 7. 07:03

사단 귀신 마귀에 대해

 

성종현 / 장신대 교수

 


Ⅰ. 들어가는 말

귀신은 존재하는가? 귀신의 정체와 기원은 무엇이며 그들과 크리스챤들은 어떤 관계인가? 그들이 우리 속에 질병을 일으키고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온갖 악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귀신과 불신자의 사후 영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오늘날 일부 기독교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불신자의 사후 영들이 귀신이 되어 그들의 수가 엄청나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인간 삶 속에 역사하며 질병, 고난, 재난, 사고, 살인, 음란, 폭력 등 온갖 악한 일들을 일으키고 있는가? 귀신과 마귀(사단)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마귀는 오늘도 우리 속에 역사하고 있는 인격적 존재인가?, 아니면 죄와 악의 실체 혹은 그 근원적 힘으로서의 비인격적인 세력을 의미하는가?

마귀와 귀신에 대한 논쟁이 오늘날 우리 속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고 한국교회는 이 문제에 대한 가장 성경적이고 기독교 신학적인 입장을 정립해야 할 주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여겨진다. 여기에 대해서 구체적인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최종적인 권위는 오직 성경뿐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신구약성경 및 신약과 초기 기독교사상에 큰 영향을 끼친 유대교문헌들을 중심으로 오늘 우리의 주제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Ⅱ. 신구약성경과 초기 유대교문헌에 나타난 마귀·귀신

1. 명칭과 의미

성경은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대적하고 인간을 멸망으로 유혹하는 악한 영적 존재의 최고 우두머리를 사단이라고 한다. 이 사단은 우리말로 마귀·악마로 번역될 수 있고 그 의미는 대적자, 비방자, 유혹자 등이다.

그러나 성경은 사단말고도 마귀·악마에 해당되는 여러 명칭을 제시하고있다. 디아볼로스 (비방자·대적자·악마 : 마4:1), 바알세불(귀신의 왕·파리떼의 왕 : 마 10:25), 벨리알(멸망·사악함 : 고후6:15), 루시퍼(천상에서 추락한 계명성·지옥왕 : 사 14:12), 마스테마(귀신대장 : 욥10:8).

그밖에도 동의어로 악한 자(마13:19), 원수(마13:39), 용(계12:7), 뱀(계 20:2), 공중의 권세 잡은 자(엡2:2), 이 세상 임금(요14:30), 귀신의 왕(막 3:22), 거짓말쟁이(요8:44), 시험하는 자(마4:5), 참소하던 자(계12:10), 대적 마귀(벧전5:8)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또한 무저갱의 천사, 아바돈(시88:12)과 아폴론(계 9:11)의 이름이 언급된다.

사단의 지배 아래 있으며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악한 영적 존재들을 성경은 주로 다이모니온 (귀신·악령·이방신:신약성경에 모두 63회 사용)으로 부른다. 동의어로는 더러운 영, 악한 영, 벙어리 영, 귀 먹고 말 못하는 영, 질병의 영, 점치는 영, 더러운 귀신 영 등이 등장한다(O. Bocher, EWNT, I, 649 이하).

신약성경의 '다이모니온'과 그 동의어들은 우리말의 귀신, 악령, 악귀, 잡귀, 잡신, 유령, 혼령, 망령 등의 용어와 의미와 내용에 있어서 비슷한 점을 지닌다.

성경 속의 이런 다양한 명칭들은 사단과 귀신의 본질과 정체를 간접적으로 밝혀줌과 동시에 그들이 하는 역할과 활동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사단과 귀신들에 대한 다양한 명칭과 용어들은 구약과 신약 그리고 신구약 중간시기의 유대교 문헌들 속에서 골고루 나타나 있고 그 사용 의미도 대체로 일치한다. 이것은 구약(주로 포로기 이후)과 초기 유대교 그리고 신약의 사단 및 귀신관이 대체로 커다란 한 물줄기의 흐름 속에 있음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2. 구약에 나타난 마귀·귀신

구약에서는 오직 야웨 하나님 한 분만을 인간의 모든 생사화복의 근원으로 파악하는 하나님 중심의 '야웨신앙'과 이스라엘 일반 대중들의 의식 속에 깊이 자리한 '마귀.귀신 신앙'이 서로 긴장관계 속에 병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순식간에 모든 소중한 것을 다 잃은 욥은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밀고 땅에 엎드려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 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1:21)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돌린다.

여기에서 우리는 창조 야웨 하나님만이 모든 인간의 길흉과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며 재앙과 질병까지도 하나님께로부터 온다는 이스라엘 의인들의 하나님 중심적 신앙을 보게 된다.

빛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또한 어두움도 지으셨고, 평안을 주시는 하나님이 또한 환란도 주심을 선지자 이사야는 선포한다(사45:7). 선지자 아모스는 야웨 하나님께서 작용하지 않으시고 일어나는 불행이 있느냐고 반문한다(암3:6).

 

그럼에도 구약성경은 창조기사부터 사단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하나님의 아름답고 선한 창조세계에서 사단(뱀)을 통하여 범죄와 타락의 역사가 시작된다(창3:1∼7). 의인 욥이 사단의 간교한 비방과 개입으로 엄청난 고난을 받고(욥1∼2장), 다윗왕도 그 유혹에 떨어지며(대상21:1), 사단은 인간의 고소자요 적대자로 출현한다(슥 3:1∼7).

사단과 그의 사자들은 하나님의 허락 속에서 인간을 시험하고 유혹하며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욥1∼2장:삼상 16:14; 삼하24:10∼17; 시106:29) 또한 독자적으로 인간을 죄와 타락으로 유혹하고(창3:1∼7) 하나님 앞에서 인간을 중상.비방하기도 한다(욥1:9∼11). 귀신(악령)들은 사단의 하수인들로 인간을 속이고(왕상22:22), 마음에 고통을 주며(삼상16:15),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고(시 91:5∼6), 그들은 주로 사막이나 황폐한 곳에 산다(사13:21; 레16:10).

많은 이스라엘의 종교적 제의 의식이나 풍습들이 그들의 귀신관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귀신신앙은 초기 가나안종교와 포로기 바빌론종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구약에 나타난 귀신과 악령의 이름들은 주로 이방종교 신들이나 귀신들의 이름과 연결되어 있거나 짐승과 연결되어 있는데 구체적 명칭들은 다음과 같다.

세딤(sedim:신32:17; 시106:37:이들에게 제물을 바치고 제사함), 릴리트(lilit: 사34:14; 시91:5:광야에 살며 '밤의 유령'이라고도 불려짐), 레?(resep:신 32:24; 시78:48; 합3:5:질병과 파괴를 가져오는 귀신), 케텝(qeteb:신32:24; 사28:2; 호13:14; 시91:6:전염병과 죽음을 일으키는 귀신), 데베르(deber:호 13:14; 합3:5, 사28:2:흑사병이라고도 불리는 질병귀신으로 주로 위의 레?, 데베르 귀신과 함께 언급됨), 앗사셀(asasel:레16:8∼10:광야귀신으로 속죄제의 때 이 귀신에게 염소를 보냄), 써이림(레17:7; 왕하23:8; 사13:21:숫염소 모양의 광야귀신·하나님은 이스라엘 제 사장들이 더 이상 이 숫염소 광야귀신에게 제사하지 못하도록 명하심), 씨임(siim:사13:21; 34:14; 렘50:39; 시72:9:광야동물들과 언급되는 광야귀신).

그밖에도 여러 동물모양 귀신들이 언급되는데 뱀(창 3장; 민21:4∼9; 렘8:17; 시58:5), 개(시22:17; 59:7), 사자(시22:14; 91:13), 황소(시22:13), 거머리(잠30:15) 등이 귀신·악령의 변장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귀신·악령과는 구분되지만 구약에는 또한 죽은 자들의 지하영들이 언급되고 있다. 러파임(약한 자:사 14:9; 26:14; 시88:11; 욥26:5; 잠2:18)이라 불리는 죽은 자들의 영(망령)들은 그러나 산자들의 세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신접한 자와 마술사가 불러내는 죽은 자의 망령이 언급되기도 하지만(삼상28:3; 사8:19; 19:3) 이러한 무당, 마술, 점성술 행위는 구약에서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많은 제사와 정결 의식이 직접, 간접적으로 이러한 귀신·악령으로부터 이스라엘인들을 보호 방어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방인들과의 접촉을 꺼리는 것도 이방인들이 섬기는 귀신.악령으로부터 스스로를 정결히 보호하고자 하는 방어적 신앙이깔려있다고 하겠다(그밖에 귀신·악령으로부터의 보호·방어방법에 대해서는 G. Wanke, Damonen II, TRE, 275이하 참조).

사단과 귀신의 기원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본문은 창세기 6장 1∼4절의 하나님의 아들들(천사들)과 사람의 딸들의 성적 타락사건과 창세기 3장의 아담과 이브 그리고 뱀이 동시에 타락한 낙원의 유혹사건, 그리고 에스겔 28장 11∼19절의 비밀스러운 두로왕(=타락한 천사? )의 몰락사건을 다루고 있는 본문들이다.

구약성경은 사단과 귀신·악령의 존재와 활동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역할을 한편으로는 하나님 앞에서 인 간을 비방 고소하며 하나님의 허락에서는 인간을 시험·유혹하는 것으로(하나님과의 종속적 관계),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의지에 반하여 인간을 유혹하여 범죄케 하고 질병과 고통 및 재난을 주는 것으로(하나님과의 독립적 혹은 대적 관계) 이해하고 있다.  


3. 초기 유대교문헌에 나타난 마귀·귀신

바빌론 포로기 이후 이란종교의 영향과 그 이후 헬레니즘의 물결 속에서, 그리고 안티오커스 에피파네스의 박해로 대표되는 처절한 역사의 박해 상황 속에서, 또한 태동하는 묵시문학사상의 영향 아래에서 초기 유대교의 마귀·귀신관은 큰 변화를 맞는다.

사단은 더 이상 하나님의 수종자나 하나님의 의지를 집행하는 종속적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을 대적하고 반기를 들며 세상을 그의 손아귀에 집어넣은 악의에 찬 하나님의 원수로 등장한다(J. 칼라스/박창환 역, 사탄의 생태, 컨콜디아사, 1982, 41쪽 이하 참조).

사단은 세상을 탈취하여 그와 하수인들의 왕국으로 삼았고 세상을 전적으로 타락한 죄와 악의 세계로 만들었으며, 이러한 악한 사단의 세계 속에서 의인들은 수많은 고난과 박해를 받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스라엘의 의인들은 고난 속에서 율법을 의지하고 하나님나라와 메시야를 대망하며 악한 지금의 세대(에온)와 세상의 통치자인 사단 및 악인들의 멸망을 학수고대한다.

 

사단은 이제 이러한 이원론적 사고구조 속에서 이해되고 있고(이티오피아 에녹19장; 요벨서 10장; 1QS 3:21이하), 그의 하수인들인 귀신.악령에 대해서도 훨씬 구체적인 진술들이 대두된다.

70인역에서 디아볼로스(대적자.악마)로 번역되는 사단은 타락한 천사 루시퍼(묵시문학), 벨리알(쿰란문헌) 혹은 바알세불(귀신의 우두머리)이란 별명 외에도 원수천사(1QM 13:11; CD 16:5), 마스테마(귀신두목:요벨서 10:8; 11:5; 17:16)로 불려지기도 하며(집회서 21:27; Test Dan 3:6) 그와 대적해서 싸우는 상대자는 선한 천사의 우두머리 미카엘로 나타난다.

사단과 귀신의 기원에 대해서는 대체로 구약성경의 입장과 유사하다. 하나님은 사단과 귀신의 창조주요 주님도 되신다는 입장이 있긴 하지만(1QM 13:10 이하) 일반적으로 천상적 천사들과 인간의 딸들과의 성적 관계에서 생겨났다는(창1:1∼4)설과, 하나님에 의해서 지상으로 추방된 별의 천사가 사단이 되었다는 입장(이티오피아 에녹 6∼11장; 요벨서 5:1∼10; Test Rub 5:5∼7), 그리고 랍비문헌에선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각각 성(性)이 다른 천사들과 성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Billerbeck IV/1, 505∼507).

많은 유대교 문헌들이 세상 마지막 때 하나님에 의한 사단과 그의 하수인들의 멸망을 기록하고 있다(1QS 3:24; 4:20∼22; 1QH 3:18; 1QM1:10: 그밖의 랍비 문헌에 대해선 Billerbeck 참조).

 

사단의 지배 아래에서 하수인 역할을 하는 귀신.악령에 대한 기록도 다양하다. 그들은 주로 더러운 영(요벨서 10:1; Test Sim 4:9; Test Ben 5:2), 해 끼치는 영, 파괴자(이티오피아 에녹 15:11요벨서 10:5), 고통 주는 영, 악한 영 등으로 불려지고 있다(Billerbeck, IV/1, 501∼504).

어떤 랍비 문헌은 귀신의 기원을 창조 때 하나님의 실수로 보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하나님이 창조 육일째 해질 무렵 영혼은 만들어놨지만 미처 몸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안식일을 휴식에 들어가심으로 그 영혼들이 육체를 지니지 못한 귀신이 되었다는 견해다(SDt 33:21 355; Aboth 5:6). 귀신들은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날개를 지녔고 그들도 먹고 마시는 것을 필요로 하며 사람처럼 후손을 낳고 일정한 때가 되면 죽는다.

 

어떤 문헌은 배고픔과 목마름이 귀신들에게 내려진 형벌로 이해한다(이하 자료들은 Billerbeck 참조).

귀신은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또한 보이는 사람의 모습으로 혹은 동물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또 특정한 방법으로 그것들이 보이게 할 수도 있다(랍비들이 지시한 방법을 통해서 귀신이 남긴 닭모양의 발자욱을 확인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귀신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볼 수도 있지만 이것은 위험이 따르는 일이다. 자세한 내용은 Billerbeck의 관련자료 참조).

귀신의 숫자는 엄청나서 온 세상이 그것들로 차 있고, 어떤 랍비문헌들은 그들의 대장 이름이 아쉬메다이라 한다. 그들의 세계는 철저한 계급체계로 이루어졌으며 그 조직은 다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랍비 요하난은 그가 파악한 종류가 300이 넘는다고 말한다(Git 68; Midr Ps 78 12, 176).

 

귀신들이 사는 장소로는 일반적으로 땅, 공중이 언급되고 그들의 활동 장소로는 주로집, 들판, 광야, 폐허, 더러운 장소, 물가 그리고 특정한 나무와 덤불 주변을 들고 있다.

귀신들의 활동 시간은 주로 밤이 되지만 그 밖의 시간에도 활동할 수 있다(밤의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악령, 그림자 귀신, 밤의 유령 외에도 새벽귀신, 낮귀신에 대한 언급도 있다).

일부 문헌자료는 귀신들이 죄에 대한 징벌을 내리시는 하나님의 명령을 지상에서 집행한다고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자료는 귀신을 사단의 지배 아래 있는 악한 영으로 이해한다. 귀신은 인간에게 온갖 고통과 상해를 일으키고 질병을 통해 건강을 해치며 인간의 재산과 소유물을 파손시켜 가난을 불러오고, 죄로 유혹하여 영혼을 망치며 그들의 손아귀에 떨어진 영혼을 사망 후에도 괴롭힌다(Jub 10:10∼13; BQ 21a; Test Asser 6).

 

랍비들은 특히 귀신과 질병의 관계가 매우 밀접한 것으로 보고 인간의 질병을 종종 배후세력인 귀신(악령)의 이름을 따라 부르기도 한다.(Jub 10:12이하; Pes111b; Pe siq 40a; NuR 19, 186b:요세푸스는 귀신을 악한 인간의 사후 영으로 보고 그들이 산 자 속에 들어가 질병과 죽음을 가져오기도 한다고 말한다:Bell Jud 7, 6, 3. 여기에 대해서 Billerbeck IV/1, 524∼525 참조).

유대교 랍비문헌 속에서는 이러한 귀신·악령으로부터의 보호는 하나님과 천사로부터 오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하나님의 말씀, 계명 지킴, 성경 말씀을 적은 가죽띠 부착(특히 신6:4∼9; 11:13∼21; 민 15:37∼41로 이루어진 셔마고백기도문과 시편 3편 및 91편 말씀이 귀신으로부터 보호하는데 효력 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귀신쫓는 주문, 그밖에 몇몇 주의사항(폐허의 접근 삼가; 홀로 밤길을 걷거나 홀로 자는 것을 삼가는 것:귀신은 혼자 있을 때 접근하는 것으로 봄:횃불은 한 사람의 친구역할을 해 줌)의 준수는 귀신의 피해로부터 보호해주는 것으로 이해되었다(여기에 대해서 O. Bocher의 논문 귀신 공포와 귀신 방어 BWANT 90, Stuttgart 1970 및 daimonion, EWNT, I, 649∼657; 그리고 Billerbeck, IV/1, 527∼535 참조).

 

이러한 다양한 유대교 자료들은 이스라엘 대중(=민중)신앙 속에서 사단과 그의 하수인인 귀신.악령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공포와 두려움은 사단과 귀신 시대의 결정적 종말을 가져오고 의인들의 승리를 실현시켜 주리라 기대된 메시야 시대(=구원시대)의 출현에 대한 뜨거운 열망으로 표출되고 응집된다.

 


4. 신약에 나타난 마귀.귀신

예수님은 "때가 찼고 하나님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선포와 함께 대망의 메시야로서의 공생애 활동의 문을 연다 (막1:15).

여기에서 때가 찼다는 것은 바로 사단과 귀신시대의 종말의 때가 찼다는 것을 의미하고, 하나님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은 세상임금으로 왕 노릇하던 사단(마귀)의 나라가 무너지고 이제 하나님이 직접 이 세상 왕 노릇을 하실 하나님 통치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이 첫 선포는 메시야의 구원시대를 열망하던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어둠 속에 거하는 모든 이방민족에게 하나님의 복음(=기쁜 소식)이 되는 것이다(막1:14).

 

예수님의 하나님나라 사역은 하나님의 성령으로 충만하여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고, 포로된 자(=죄와 사단의 포로)에게 자유를, 눈먼 자(=어둠 속에 갇힌 자)에게 다시 보게 함(=빛과 광명)을, 눌린 자(=죄와 악의 권세자에게 눌린 자)에게 해방을 실현하며 하나님의 종말론적 대 은혜의 해를 선포하고 실천함으로써 시작된다(눅 4:18∼19 참조).

그러나 사단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예수의 대사역은 처음부터 사단의 도전을 받는다(마4:1∼11).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단의 유혹을 물리쳤을 뿐만 아니라 귀신을 쫓아내고(막4:32∼34), 사단을 결박함으로써(막3:27) 사단의 권세가 땅에 떨어졌음을 선언한다(눅10:18).

그러나 사단은 마지막까지 예수님의 사역을 가로막고 중단시키고자 시도한다. 그는 가룟 유다 속에 들어가 예수를 팔아 넘기게 함으로써(눅22:3) 자기 왕국의 몰락을 저지하고자 했으나, 십자가에서 예수님의 사랑의 승리는 결정적으로 사단 권세의 종말을 결판나게 했다. 부활의 주님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가 자신에게 주어졌음을 선포한다(마28:19). 사단 권세의 종말은 동시에 그의 하수인인 귀신과 악하고 더러운 영들의 종말을 의미한다.

 

사도 바울도 예수님처럼 세상과 지금 세대가 사단의 지배 아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님의 구원의 의지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새로운 구원의 역사를 이루셨음을 전파한다.

바울에게서 중요한 것은 통치권의 교체이다. 죄와 죽음과 사단의 통치시대는 끝나고 이제 은혜와 생명과 그리스도의 통치시대가 활짝 열렸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는 새로운 피조물이요, 성령 안에서 모든 속박으로부터 해방된 자유인이며,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 부르는 하나님나라의 자녀요 상속자이다(갈4:6∼7; 롬 8:14∼17).

 

신약성경의 이러한 진술들에서 그토록 막강했던 사단의 권세는 철저히 무력화되고 붕괴된다. 사도 바울은 이제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요","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롬8:31, 35)하며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사단 권세를 극복한 크리스챤들의 복된 승리를 노래한다.

그럼에도 사단은 남은 세력으로 바울을 육체적으로 괴롭히기도 하고(고후12:7), 그의 선교활동을 방해하기도 한다(살전2:18). 따라서 신약성경의 여러 본문들은 우리가 싸워서 이겨야 할 남은 영적 싸움이 있음과, 이 싸움은 혈과 육의 싸움이 아니라 사단 마귀와의 싸움임을 분명히 한다(엡6:10∼12, 고 전7:5, 살후2:9, 고후6:7, 11:14, 약4:7, 딤전5:15).

 

요한계시록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패배한 사단이 역사의 마지막 때 최후의 발악을 하게 될 것과 그러나 결국에는 사단과 그의 모든 하수인(귀신·악하고 더러운 영)들이 불과 유황못에 던져지고 그곳에서 세세토록 고통을 받게 될 것을 예고한다(계20:1∼10).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약성경의 마귀·귀신관은 대체로 구약·유대교의 입장과 일치한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예수 그리스도 사건을 통해서 크리스챤들에게는 사단·귀신의 권세가 극복되었고 우리는 더 이상 죄와 사단의 지배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안에서 참 자유를 누리는 하나님의 새로운 피조물, 즉 그의 자녀가 되었다는 놀라운 구원의 선포에 있다.

 


Ⅲ. 맺는 말

크리스챤들에게 마귀는 과대 평가 되어도 안되고 또한 과소 평가 되어도 안될, 신학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존재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사건을 통해서 죄와 악이 세상 속에서 그리고 우리 안에서 이미 극복된 존재이면 서도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하고 유혹할 수 있는 실체로 남아있듯이, 사단마귀와 귀신·악령의 존재는 오늘의 크리스챤들에겐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지배 아래 머무는 한 이미 극복되고 끝장난 옛 그림자 권세요 허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의 의지로 그리스도와 성령의 보호 밖으로 벗어나서 이미 극복된 죄와 욕망의 옛 세계로 되돌아 갈 때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다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실세로, 그리고 우리를 새롭게 위협하는 유혹과 도전의 권세로 다가오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와 연결되지 않은 이 땅의 수많은 불신자들의 세계는 아직도 사단 마귀와 그 하수인들의 강한 지배와 영향력 아래 있다. 그들은 아직 이 세상 옛 주인의 속박아래 머물러 있고 어둠과 죽음의 그늘 속에 살고 있는 존재들이다. 크리스챤들의 과제는 그들을 그리스도의 빛과 생명의 새 세계로 인도하는데 있다.

크리스챤들은 이미 어둠의 세력을 극복하고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새로운 통치세계 속에 살고 있는 존재다. 따라서 우리가 이미 극복된 어둠의 세력을 너무 의식하고 그 두려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늘날 크리스챤의 신앙은 전진하는 우리의 발목을 붙잡아 두려는 과거지향성을 과감히 탈피하고 성령 안에 사는 참 자유인으로서 미래지향적 출애굽 신앙으로 앞서가시는 하나님의 새 세계를 향해 전진해나가야 한다. 이것이 사단 세계의 어두움을 그리스도의 빛으로 밝혀 나아가는 능동적이고 지혜로운 크리스챤의 삶의 자세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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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현/신약학박사(튀빙겐대), 장신대 교수이며 "로마서 주석 비교 연구" "공관복음서와 예수의 죄 용서" "예수와 하나나님의 나라" "예수·바울·요한"을 비롯하여 여러 편의논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