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심리교실

사회복귀시설 '태화샘솟는집'

예인짱 2008. 6. 18. 14:57
[정신장애인 인권 리포트] "이곳에는 차별도, 구분도 없답니다"
서울 아현동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 '태화샘솟는집'
  •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인 태화 샘솟는 집에서 직원과 회원들이 바자회를 열고 물품판매를 하고 있다.
     “문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직원과 회원의 구분도 없죠. 우리는 평등하니까요.”

     지난 3일 서울 아현동 ‘태화 샘솟는 집’은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하얀색 의료복을 입은 채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조명과 쇠창살도 없었다. 대신 알록달록한 벽지와 사람들의 웃는 얼굴만 눈에 띄었다. 이곳은 분명 만성 정신장애인 시설이다.

     “1983년 KBS TV‘추적 60분’에서 무허가 정신장애인 시설의 처참한 인권실태를 보도하면서‘개방형 요양시설’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지역사회 안착을 위한 모델이 필요했죠.”

     문용훈 관장은 1986년 개관과 동시에 ‘클럽하우스 모델’을 받아들였다. 클럽하우스 모델이란 직원과 회원(정신장애인)이 시설 운영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회원들의 사회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병원을 나온 정신장애인들을 지역사회로 돌려보내기 위한 일종의 교육기관인 셈이다. 문 관장은 “아시아에서는 샘솟는 집이 유일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10곳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샘솟는 집의 ‘유의미함’은 이런 하드웨어에서 나오지 않는다.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지금의 샘솟는 집을 만들었다는 게 주변 평가다. 문 관장은 “병원에게 이들은 ‘환자’일 뿐이지만 우리 같은 시설은 ‘친구’가 돼줘야 한다”며 “종적인 관계가 아닌, 횡적인 관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샘솟는 집에서는 직원들의 전용 사무공간·사무가구 등을 없애고 회원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커다란 원탁 테이블을 가져다 놨다. 직원을 뽑을 때도, 예산을 집행할 때도 회원들과 숙의해서 결정한다. 무엇보다 상호 간 존중의 의미로 호칭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정신장애인들을 ‘장애우’나 ‘환우’ 대신 ‘회원’으로 통칭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슷한 연배는 ‘○○○씨’, 나이 지긋한 분들에게는 ‘○○○ 선생님’이라고 부르죠. 다른 곳에 있다 오신 분들이 처음에는 다들 ‘나를 부른 건가요?’하고 반문합니다. 여태껏 그런 대접을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으니까요.”

     샘솟는 집은 국내 12개 시설에 클럽하우스를 전파하며 사회복귀시설의 대안 모델로 자리 잡고 있지만 확산 속도는 더딘 편이다. 시설 대부분이 궁핍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관장은‘변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직도 많은 시설들이 ‘외국에서나 통하는 방법’이라며 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외국이나 우리나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외국에서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이에요.”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이상혁·김태훈·양원보·김창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