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심리교실

제발 '정신분열병' 이름 좀 바꿔주세요

예인짱 2008. 6. 18. 14:49
[정신장애인 인권 리포트] 제발 '정신분열병' 이름 좀 바꿔주세요
혐오·공포감에 환자들 더 소외가족모임, 정부에 탄원서 제출
 
 
  • ◇지난 4일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2008 정신장애우 한마음 대회’. 정신장애 환자와 가족들은 치료의 질 향상, 차별 해소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공부 잘하고 영리한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면서 정신과 입원을 결정했습니다. 아들은 왜 약을 먹고 병원에 갇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엄마, 무슨 병에 걸린 거야?’ 차마‘정신분열병’이란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가 ‘분열’이라는 말에 놀라고 좌절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저 눈물만 흘렸습니다.”(정신분열병 환자 가족 인터넷 카페 동호회 ‘아름다운 동행’에 올라온 사연)

    정신분열병 환자를 둔 가족들은 두 번 눈물 짓는다. 한 번은 병에 울고 또 한 번은 병명에 운다. 특히 ‘정신분열’이란 이름이 주는‘혐오와 공포감’은 환자를 주눅 들게 하고 주변 사람들을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가족들이 병명 개정을 학수고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환자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분열병’이란 이름 때문에 더욱 고착된다고 생각한다. 분열병에 걸린 중학생 자녀를 둔 Y씨는“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아 ‘분열병’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어감이 주는 불쾌감에 너무나 괴로웠다”며 “가족도 이렇다면 일반인이 느끼는 감정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 가족 L씨도 “정신이 갈기갈기 찢겨있다는 의미 때문에 싸이코패스 같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동일시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병명 개정 운동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 가족모임 ‘아름다운 동행’이 중심이 돼 6월 현재까지 3689명의 서명을 받아 보건복지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대한정신분열병학회 소속 의사들도 이 같은 고민을 공유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가족들은 대안으로 ‘도파민 항진증’을 기대하고 있다. 뇌 속의 흥분 유발 호르몬인 ‘도파민’이 과다 분비됨에 따라 발생하는 병이라는 설명이다. 유지나 서울정신보건가족협회 이사는“도파민 항진증처럼‘신경생리학적’ 개념이 들어가야 ‘귀신병’이라는 편견이 걷힐 것”이라며 “병명이 바뀌면 환자들도 조기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기획취재팀=채희창(팀장)·이상혁·김태훈·양원보·김창길 기자 tams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