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삶/건강 상식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

예인짱 2007. 10. 26. 15:09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1)"내 몸을 지배하라"
 발행일 : 2004-01-07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40대 중반의 직장인 A씨는 식후에 꼭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한다. 그 중 한 가지가 소화제이다. 그는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잘 안 될 정도로 오랫동안 소화제를 먹어왔다. 몇 번인가 소화제를 끊어 보려고 했지만, 끊으면 바로 소화가 안 되고 위장이 거북해져 끊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포기한 채 외출을 할 때나 여행할 때, 소화제를 항상 챙긴다. 불안감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소화제를 많이 먹는 나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좀 과식했다 싶으면 반드시 소화제를 먹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소화도 잘 시키고 위장도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소화제의 주성분은 위·십이지장·췌장 등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 또는 간에서 분비되는 담즙, 장내 가스 제거제 등이고, 이 세 가지가 다 들어 있는 복합제도 흔하다. 이런 성분들이 들어 있는 소화제가 소화가 안 될 때 좋게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소화제에 대한 신체의 반응을 보면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화제를 자꾸 먹다 보면, 우리의 몸은 점점 스스로 소화효소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잃어가고 소화운동은 약해지기 시작한다. 자신이 할 일을 소화제가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몸은 음식이 들어오면 바로 소화작용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소화제가 들어올 때를 기다리게 된다. 이때 우리의 몸이 “소화가 안 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처음에는 음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소화가 안 되었던 것이 나중에는 소화제 그 자체가 소화불량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소화제는 다른 위장약과 마찬가지로 원인을 치료하기보다는 증세를 치료하는 약이다. 증세만 치료하다 보니까 원인은 그대로 있고, 한편으론 우리 몸이 원래 가지고 있던 기능을 회복할 기회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우리 몸에 작용하는 것으로 변비약·수면제·진통제 등을 꼽을 수 있다. 변비약을 만성적으로 복용하는 사람들의 대장은 변비약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고, 수면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사람들의 뇌는 이미 스스로의 기능에 태만하게 된다. 통증이라는 증세도, 통증을 줄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우리의 몸은 그 다음의 통증에 더 약해지게 되고, 같은 통증인데도 더 심하게 느껴지게 된다. 역설적으로 진통제가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소화제·변비약·수면제를 만성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가장 좋은 치료는 그 약들을 끊고 1주일에서 2주일 정도 버티라는 것이다. 소화가 안 돼서 부대끼고, 화장실에 가지 못해서 힘들고, 잠을 못 자 미칠 지경이 되어도 최대 2주만 참으면 신체의 원래 기능이 되돌아온다. 그러면 그런 약들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진정 자신의 몸을 지배하는 주인이 될 것이다.

 

 필자가 이런 처방을 내리면 환자들은 두 가지로 반응을 한다. “선생님은 당해 보지 않아 몰라서 그래요”라며 우선 증세 치료를 해달라고 조르는 사람들이다. 아니면 “아하, 그렇구나!”라고 깨달은 후, 1~2주 후에 완쾌돼서 오는 사람들이다.

 

 아주 심한 통증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웬만한 통증이나 증상은 그냥 아파도 된다. 다음 번에는 같은 통증에도 아픔을 덜 느끼게 되고, 이렇게 반복해서 훈련하면 일생 통증이 거의 없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의 증세라는 것은 대체로 목적이 있다. 증세를 일으킴으로써 몸을 돌보지 않았던 우리들에게 일종의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증세만 순간적으로 모면하려는 것은 원래의 원인을 지속시킬 뿐 아니라, 우리 몸을 더 나약하게 만든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 (2) "내 몸을 지배하라"

;체중감량 따른 몸의 변화를 즐겨라
 발행일 : 2004-01-14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열정적으로 회사일을 해온 45세 강재영(가명)씨는 비록 몸은 비만이지만 자신이 노력만 하면 언제든지 체중은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살았다. 그러던 중 시간적 여유가 생긴 지난 가을 드디어 평소 주1회 산행을 주3회로 늘리고, 등산 시간도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리는 체중감량 작전에 들어갔다. 그러고 1~2개월 후 몸은 가벼워진 것 같았으나 체중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주변의 권유대로 식사량을 줄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회사 일을 정상적으로 해내기 어려울 정도로 배 고프고 어지러워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다. 체중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이전의 자신감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비만이 성인병의 주요 위험 인자로 부각되면서 강씨처럼 살을 빼려는 사람이 많다. 평소에 활동량이 적었던 사람들은 운동량만 늘려도 체중이 줄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과 함께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여야 체중을 뺄 수 있다.

 

 적게 먹는 제일 좋은 방법은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율을 65:15:20으로 유지하면서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평소의 반으로 줄이는 ‘저열량·균형식’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저열량식을 하면 3~4일 만에 오는 증세가 어지럼증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실패한다. 자기 몸에 위험 사태라도 난 양 다시 식사량을 늘린다. 쓰러지면 큰일이 날 것 같아서란다.

 

 그러나 신체의 생리작용을 보면 이러한 증세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하루 2000칼로리(kcal) 이상에 적응돼 있는 우리 몸은 이보다 적은 양이 들어오면 더 달라고 배고픔 기운 없음 어지럼증 등의 증세를 일으켜 우리의 의지를 괴롭힌다. 그래도 꿋꿋이 2주 정도를 참고 견디면 우리의 몸은 더 해봐야 안 되겠다고 포기하고는 몸에 축적되어 있는 에너지, 특히 지방질을 분해, 사용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어지러운 증상은 몸이 축적한 지방질을 사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것이다.

 

 살빼기 두 번째 관문은 ‘얼굴이 수척해지고 병색이 돈다’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한 번 난리가 난다. “틀림없이 몸에 큰 이상이 생겼으니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는 등 주변에서 근거없는 불안감을 조성하여 다 된 밥에 재를 뿌린다. 이래서 체중감량에 실패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절식으로 지방질이 분해되기 시작하면 온몸의 피하지방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데 복부나 엉덩이, 다리, 팔 등에는 워낙 지방층이 두꺼워 별 차이를 못 느낀다. 하지만 얼굴은 피하지방이 얇아 금방 변화를 알게 된다. 그래서 살이 빠지면 얼굴부터 빠진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이것도 지나야 될 단계일 뿐이다. 누가 “혹시 너 암 걸린 거 아니냐”고 물으면 “그렇게 보여?” 하면서 속으로는 쾌재를 불러야 한다. 처음에는 얼굴 꼴이 영 안돼 보여도 3개월을 더 버티면 제 모습이 돌아오면서 오히려 “더 젊어졌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저열량·균형식을 3개월 이상 하면 또 하나의 좋은 점이 소위 ‘위장이 작아진다’라는 것이다. 이전에는 많이 먹어야만 배부름을 느꼈는데, 지금은 적게 먹고도 배부르고 오히려 조금 지나치면 금방 불편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식사를 빨리 하면 이런 효과를 잘 못 느끼기 때문에 식사시간을 최소한 20분 이상 가지라는 것이다. 이는 위장 용량이 늘어나는 것과 뇌에서 포만감을 느끼는 것에는 10분 이상의 시간차가 있기 때문이다.

 

 평소 배고픔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24시간 단식을 권하고 싶다. 처음 두 끼까지는 힘들지만, 마지막 세 끼를 굶으면 오히려 위장이 편안해지고 정신도 맑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후부터는 세 끼를 꼬박 먹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양을 반씩 줄이면 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 교수의 신 건강학] (3) "내몸을 지배하라"

;난초보다 잡초처럼 살아라
 발행일 : 2004-01-28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난초보다 잡초처럼 살아라

 

 40대 초반의 가정주부 이영숙(가명)씨는 아픈 데가 많다.

 머리도 아프고, 위장도 안 좋고 잠을 설치기가 일쑤다. 기억력도 자꾸 떨어지는 것 같고 소변도 자주 보는 편이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면서 검사도 많이 받아보았지만 뚜렷한 진단을 못 받고 약물치료만 해왔다. 약을 먹으면 그때는 나은 것 같으나 이내 증세가 돌아왔다.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이란 안 먹어 본 것이 없건만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었다. 이제는 병원 가기도 지겨워서 그대로 버텨보려고 하지만 하루하루가 힘들고 우울하다.

 

 온실이나 실내에서 가꾸는 난초는 잘 키웠을 때 매우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하지만 난초는 밖에 내다 놓는다든지, 물을 조금만 많이 주면 금세 시들거나 죽어버린다. 반면에 들판의 잡초는 평범한 외모이긴 하지만 모진 비바람의 환경 속에서도 끈끈한 생명력을 뽐낸다. 따가운 햇볕에 만발하고 매서운 추위에도 우뚝 선다.

 

 우리 주위를 보면 난초 같은 사람이 매우 많다.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은 먹지 못하고, 환경이 바뀌면 잠을 못 자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 더우면 더워서 걱정, 추우면 추워서 걱정인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고 사회적 환경에도 매우 민감하다. 조류독감이나 광우병 소식을 접하면 육류를 아예 먹지도 않는다.

 

 반면에 잡초 같은 사람들은 못 먹는 음식이 없고, 아무데서나 잘 잔다. 음식매개 전염병에 대해서도 주의는 하지만 별 탈없이 다양한 음식을 즐긴다. 무더운 여름은 여름대로 즐기고 매섭게 추운 겨울은 겨울대로 즐긴다. 누가 자존심을 건드려도 별로 영향을 안 받는다.

 

 난초 같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자기도 잡초가 되고 싶지만 자기 몸이 그렇지 않다고 한다. 누구는 체질이라서 어쩔 수 없고, 누구는 성격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신체가 환경에 민감하냐 안 하냐는 전혀 유전적이지도 않고, 체질적인 것도 아니다. 이는 매우 후천적인 것으로, 사실 오랜 시간에 걸쳐 학습된 것일 뿐이다. 살아온 환경, 어렸을 때부터의 교육, 과거와 주변의 경험, TV나 신문을 통해 쏟아지는 질병에 대한 정보 등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조건화된 것이다.

 

 조건화된 몸은 ‘탈(脫)조건화’ 과정을 거치면 개선된다.

 즉 재학습에 의해 몸을 바꾸는 것이다. 진료실에 찾아오는 위장병 환자에게 나는 이렇게 권한다. 배탈나게 하는 음식이 있으면 열 번 정도 더 먹어보라고. 어떤 음식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이 되면 사실 열 번 연습할 필요도 없이 잘 소화시키기 마련이다.

 화장실 가는 것이 문제인 사람은 평소에 배뇨와 배변훈련이 필요하다. 배뇨훈련은 배뇨 간격을 늘리면서 공중화장실을 사용해 보는 것이고, 배변훈련은 반대로 장이 스스로 움직일 때까지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다.

 

 운동을 잘 하다가도 겨울이 되면 혈압이 무섭다고 바깥 출입을 줄이고 움츠러드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일부러 추운 날씨에 더 나가라고 권한다. 따뜻함에만 길들여 있는 몸은 추위에 노출되면 혈압이 오르지만, 추워도 좋고 더워도 좋은 사람의 몸은 미동도 없이 즐겁기만 한 것이다.

 고혈압 환자는 추위에 운동하면 안 된다는 것은 그 말을 믿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

 

싫은 사람이 많은 사람에게는 그 싫은 사람을 더 만나 보라고 권한다. 그 사람을 좋아하라는 것이 아니라 우연이라도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의 몸이 민감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자신의 병을 고쳐 달라던 앞서의 이씨는 3개월 잡초가 되는 훈련으로 지금은 아무런 약을 먹지 않아도 잘 지내게 됐다. 자기 몸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4)"내 몸을 지배하라"

;“둔감해져 보라”…혈압약 끊을 수 있다
 발행일 : 2004-02-04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김범수(가명)씨는 50대 후반의 활동적인 직장인으로, 고혈압을 진단받고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 지 10년 가까이 됐다. 그동안 혈압 조절이 잘 안 돼 여러 번 약을 바꾸었으며 필자의 진료실을 방문했을 때에는 3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약을 하루 2번, 약의 알 수로는 하루 8알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의 혈압은 수축기가 140(㎜Hg), 이완기가 90으로 고혈압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석 달 후 고혈압 약을 전혀 복용하지 않고도 혈압이 120/80으로 정상이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혈압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일생 끊을 수 없다고 알고 있다. 이 때문에 혈압약 먹기를 주저하기도 하고, 먹더라도 용법대로가 아닌 되도록 적게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 자신도 최근까지 고혈압의 대부분은 유전적 원인을 갖는 본태성 고혈압으로, 고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혈압약을 유일한 치료약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혈압약은 치료약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혈압약은 고혈압이 일으키는 합병증, 즉 뇌졸중·심장병·신장병 등을 예방하지만, 고혈압 그 자체를 없애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성인에게서 고혈압이 발생하는 이유는 물론 유전적이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이 있다. 하지만 다음 다섯 가지가 주요 원인이다.

 

 첫째는 과체중과 비만,

 둘째는 숨찬 운동 부족,

 셋째는 과다 염분 섭취,

 넷째는 과다 음주와 과다 카페인 섭취,

 다섯째는 몸의 민감성 등이다.

 

 과체중과 비만은 자신의 키(미터 값, 센티미터가 아님)의 제곱에 23을 곱한 숫자보다 자신의 체중(kg)이 더 많을 때를 말한다.

 숨찬 운동은 거의 매일 30분 이상을 권장한다.

 하루 염분섭취가 10g 이상이면 과다이다.

 과다 음주는 1회 마시는 양이 소주 1/2병 이상(알코올로서 30g), 1주일 총 마신 양이 소주 1병 이상(알코올로서 60g)인 경우이다.

 카페인 음료는 적게 마실수록 혈압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

 다섯 번째가 가장 중요한 ‘몸이 민감하다’는 것인데, 약간의 스트레스에도 혈압이 많이 오르고, 평상시에도 혈압의 변화가 심한 사람들이 그런 경우다. 평상 시에는 혈압이 정상인데, 꼭 병원에만 오면 혈압이 높아지는 이른바 ‘백의(白衣) 고혈압’도 이 중 하나이다.

 

 이런 분들은 흔히 “혈압이 저절로 오른다”라고 표현하는데, 엄밀하게 따져보면 사실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혈압을 올리고 있는 것이 맞다. 자신의 몸이 여러 상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의 민감성은 사실 혈압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긴장시켜 뒷목과 어깨를 뻣뻣하게 하고, 긴장성 두통을 일으키며, 소화장애나 불면증, 만성피로 등도 일으킨다. 혈압을 재려고 하면 겁부터 덜컥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흔하다.

 

 혈압약을 끊으려면 위의 첫 4가지 원인을 해결하고, 다섯 번째 원인인 민감한 몸을 둔감하게 만들어야 한다. 보통 3개월의 훈련이 필요한데, 자신을 민감하게 하는 상황들에 여지껏 했던 것과는 반대로 행동해 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할 일이 열이면 일부러 여덟만 하기, 일부러 어질러 놓고 살기, 약속시간 어기기, 일부러 져주기, 욕먹을 짓 해보기, 기다리던 지하철 타지 않기, 지저분한 화장실 사용하기 등이다. 어떤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불성실해질 수도 있는데, 어디까지나 훈련이기 때문에 몸이 둔감해지면 다시 ‘성실’로 복귀하면 된다.

 

 위의 김씨는 고혈압의 다섯 가지 원인 중 체중을 제외한 4가지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개선하여 혈압약을 끊을 수 있었다. 필자에게 치료받는 고혈압 환자 5명 중 1명은 이런 방식으로 혈압약을 끊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5) "내 몸을 지배하라"

;감기는 고마운 병? ‘건강 챙겨라’ 신호 

 발행일 : 2004-02-11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40대 중반의 중견 관리사원인 H씨는 지난해 세 번 감기에 걸렸다.

 첫 번째 걸렸을 때 콧물과 기침에 두통까지 겹쳐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었다. 직장 일이 많아 아프다고 쉴 수만은 없는 처지라, 초반에 빨리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인근 A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3일간 복용했다. 처음에는 반짝 증세가 좋아지는 것 같더니 이내 마찬가지여서, 또 다른 B병원을 찾았다. 다시 주사를 맞고 약을 복용했더니 그게 자신한테 잘 맞았는지 이내 회복됐다.

 두 번째 걸렸을 때는 먼저 B병원으로 가서 이전과 비슷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좋아지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좀 멀리 있는 C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야 나았다.

 세 번째는 C병원부터 갔더니 또 잘 안 나아서 결국은 집 근처의 A병원에 다시 와 치료를 받고 증세가 호전됐다.

 

 우리나라에서의 감기 치료는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다.

 그 첫째가 감기에 주사를 맞는다는 점이다. 지구 상에서 감기 치료에 주사가 사용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사용되더라도 극히 제한적이다.

 

 둘째는 많은 사람들이 감기 치료를 받으면 빨리 낫고, 합병증도 예방해 주며, 아이들에게 전염도 시키지 않게 해준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 주사든 복용약이든 감기치료에 사용되는 약은 증세를 완화시켜주지 원인을 고쳐주지는 못한다. 감기는 앓을 만큼 앓아야만 면역력이 생기고 이것이 원인인 감기 바이러스를 퇴치시키는 것이다.

 

 감기는 200여종의 감기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염병이지만, 더 엄밀하게 말해서는 ‘저항력 약화병’으로 보는 것이 옳다. 감기바이러스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계속 우리 몸에 침투하고 있지만, 감기에 걸리고 걸리지 않음은 바이러스가 아닌 내 몸의 저항력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감기 증세가 심하고 오래 가는 것도 사실은 바이러스의 독성이 심해서라기보다는 몸이 약해서인 것이다. 저항력이 강한 사람은 독감 바이러스에 걸려도 감기처럼 앓지만 저항력이 약한 사람은 감기바이러스에 걸려도 독감처럼 앓는다.

 

 감기는 보통 2~3일, 길어야 10~14일 가는 병이다. 이 짧은 기간 저항력을 최대로 키울 수 있다면 성공적인 감기 치료가 된다. 불행히도 고춧가루를 듬뿍 탄 콩나물국이나, 쌍화탕, 주사나 복용약 어느 것도 짧은 시간에 저항력을 키워주지는 못한다. 가장 확실하게 저항력을 높이는 방법은 휴식뿐이다.

 

 그런 면에서 감기는 좋은 병이다. 감기는 내 몸의 변화를 감지하여 체력이 약해졌음을 경고하는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는 것은 이미 무리를 했거나 체력이 거의 소모가 되었다는 것을 뜻하므로 일만 하지 말고 이제부터 건강도 일같이 챙기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감기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긴장된 몸을 이완시켜 준다는 점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감기의 나쁜 증세에만 고착하여 싫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긴장감을 해소하고 뭉쳤던 근육도 풀리게 하는 항(抗) 스트레스효과가 있음을 느껴야 한다.

 

 감기는 또한 체중조절을 해야 하는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다이어트’라는 보너스 효과도 있다. 평소에 식욕 참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감기는 처방이 필요 없는 자연적인 식욕억제제인 것이다. 과거에는 잘 먹어야 감기가 빨리 낫는다고 했지만 영양 과잉인 현대인에게는 “그만 좀 먹어라”는 경고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처럼 감기는 우리에게 고마운 병이고, 아파도 되는 병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6) “위장병은 낫는병… 두려워 말라
 발행일 : 2004-02-18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A씨는 40대 중반의 회사원이다. 평소에 건강하던 A씨는 2~3년 전부터 위장병으로 시달려 왔다. 소화가 잘 안 되고 가스가 차며, 심하면 속이 쓰리기까지 하는 것이 주된 증세였는데, 어떤 때는 목구멍이 답답해지고 뒷목이 뻣뻣하며 뒷골이 쑤시기도 했다. 몇 번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검사를 받기도 하고 그 힘든 내시경검사를 2차례나 받았는 데도 의사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며 단지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하면서 약을 처방할 뿐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면 또다시 아파 오는 것이다.

 

 A씨는 소위 ‘신경성 위장병’, 더 정확히 하면 기능성 위장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다. 많은 현대인을 괴롭히는 이 기능성 위장장애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말 그대로 위장관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염증이라든지 궤양 또는 암같이 위장관의 형태 자체에 이상이 생긴 것하고는 다르다. 상복부가 쓰리고 아프다든가 가스가 찬다는 등의 증상이 대표적인 증세지만 목구멍이 답답하고, 뒷목이 뻣뻣하고 뒷골이 아픈 긴장성 두통이나 가슴이 답답하고 쉽게 놀라며 신경이 예민해지는 불안 증세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한 것이 이 병의 특징이다.

 

 기능성 장애가 있는 위장관은 적절한 위장 운동이 필요한 때에는 무기력하게 축 늘어져 있는가 하면, 필요 없을 때에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위경련’은 기능성 위장장애의 이런 일면을 가리키는 것이며,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위장관은 가스를 적절히 배출치 못해 헛배부름 등의 증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소화액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위산과다’ 또는 소화불량의 증세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는 중병이 아니어서 입원 치료가 필요하거나 이것으로 죽는 경우는 없으나 당사자들이 당하는 고통은 주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소위 겉으로는 멀쩡한데 속으로 골병이 들었다는 것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런 환자들은 대개 위암 등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 때문에 내시경 등 각종 검사를 받게 된다. 그러나 결과는 ‘정상’이라는 실망스러운(?) 것이거나, 단지 ‘신경성’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간혹 약간의 위염이 있다든가 ‘위가 처졌다’라는 진단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위장병은 고칠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들 위장병의 원인으로는 스트레스, 운동부족과 함께 불규칙적인 식사습관을 들 수 있고, 남자에게서는 술과 담배가 또 다른 원인이다. 약화된 기능은 대개 2~3주의 약물요법으로 회복되지만 재발하기 쉽다. 그 이유는 증세만 고치고 원인을 그대로 두기 때문이다.

 

 위장병으로 약을 6개월 이상 복용한 사람이나 조금만 신경을 써도 위장에 탈이 나는 사람들은 우선 스트레스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런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대개 내적인 성격과 이에 따른 신체의 예민함에서 유래된 것이 많다. 그래서 고치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 경우를 위해 행동요법이라는 치료방법이 있다. 성격 자체를 고치기는 어려워도 그 성격에 의한 신체의 반응을 차단하여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완벽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일부러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거나 실수를 하여 그때의 심적 반응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환경과 성격마다 그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기존의 약물치료로 실패한 사람이나 장기간 위장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방법이다. 환자의 70~80% 정도가 3개월 정도면 거의 완쾌가 되어 약이 필요 없게 된다.

 

 A씨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됐다. 자신이 하는 일과 주위의 여건으로 보아 이러한 원인을 고치기가 쉽지 않으니까 자꾸 약물에만 의지하려고 한 것이다. A씨는 요즈음 술 마시는 시간을 줄여 매일 아침 20분 정도 가벼운 산책을 한다. 약도 더 이상 복용하고 있지 않은 그는 아침 출근길이 상쾌하다. 서울대병원가정의학과교수

 

 

 


[유태우교수의 신건강학] (7);몸을 개혁하는 건강전략을 세워라
 발행일 : 2004-02-25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60세인 A씨는 중견기업 임원이다. 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있어 정기적으로 필자의 진료실을 찾는다. 한번은 “얼마나 오래 살고 싶으시냐”고 여쭤 보았다.

 대답은 “한 10년 더 살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같은 질문에 어떤 40대 남자는 “짧고, 굵게”라고 답하고, 어떤 50대 부인은 “애들 결혼만 시키면” 하고 답한다. 모두 다 70대를 자신들이 죽게 되는 시기로 어림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대부분이 70대에 죽는다는 것은 이미 20~30년 전의 일이다. 한국인의 수명은 빠른 속도로 상승, 평균 수명이 거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다. 2004년 현재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7세 전후이고, 이 평균에는 어려서 사망한 사람들까지 포함되어 있어, 50세를 넘긴 한국인의 기대여명은 80대 중반쯤 된다. 조금 노력하면 남자 90세, 여자 95세까지 살게 된다.

 

 2010년이 되면 무난히 남자 95세, 여자 100세의 평균 수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50년까지는 남·여 모두 150세의 수명이 가능할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대부분이 죽고 몇 사람만 오래 살 때 쓰이던 ‘장수’라는 용어는 더 이상 이제 맞지가 않다. 모두 오래 사는데 몇 사람만 일찍 죽는 것이 오히려 더 드문 현상이니, 이를 ‘조기사망’이라 표현해야 옳다.

 

 사실 자신이 오래 살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그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병들어서 고통과 의존 속에 비참하게 살아가는 노년의 삶이다. 이때쯤이면 자신의 생명이 저절로 끊길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발달된 치료의학으로 병든 몸을 어느 정도 고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 기능은 40~45세를 정점으로 감소한다. 이후의 경로는 그래프와 같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실제로 죽지도 않으면서 많은 고통과 질병 속에 병원을 전전하는 삶이 있고(B), 또 다른 한 가지는 노년까지 잘 살다가 끝에 가서 짧은 운명기간을 갖는 경로이다(A).

 

 이 중 어느 길로 가느냐는 운명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선택이다. “우리 부모가 어떠어떠한 병으로 오래 못 사셨으니 나도 그럴 것이다”라는 것은 스스로 B 경로를 택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전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자동차도 잘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 오래 쓰듯이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다. 기계와 한 가지 다른 점은 사람은 자신의 몸이 최고였을 때만을 기억하고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50대인데 30~40대의 체력과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착각하거나,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식으로 체력저하에서 오는 현상을 질병이 생겨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더 심하게는 “이제 좋은 시절 다 갔다”고 자기비하 또는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죽지 않고, 병들지 않으려면 지난 과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자신이 맞게 될 미래에 대해 준비를 해야 된다. 여태껏 건강했으니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고 자만하지 말고 앞으로 일어나게 될 몸의 변화와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전략이 필요하다.

 

 20~30대에는 자신의 몸을 써서 일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지만, 40대 이후에는 일과 몸 둘 다 목표가 되어야 한다.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주치의의 지도를 받아 암 조기진단, 만성질환과 스트레스 관리 및 운동·영양요법 등을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여태껏 이렇게 살았는데, 이제 와서 무엇을 고치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A경로에서 점점 B경로로 빠져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건강에도 개혁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 (8 )"내 몸을 지배하라"

;피로는 ‘체력이 소진됐다’는 신호
 발행일 : 2004-03-03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A씨는 45세 회사원이다. 저자의 진료실에 피로가 심하다며 방문했다. 최근까지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피로가 심해졌으니 틀림없이 무슨 병이 생겼을 것이라며 진단해 달라는 거였다. 그는 자신에게서 간질환·당뇨병·갑상선질환·암 등이 발견될 것이 확실하다는 눈치였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미국식 문화병으로 진단받을 게 분명하다는 투였다. 하지만 모든 검사에서 이런 신체질환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처럼 신체질환이 피로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가장 흔한 경우는 자신의 체력과 일 사이의 균형에 대한 잘못된 판단에서 기인한다. 인간의 몸은 35세 전후가 되면 그 기능을 서서히 소실하기 시작한다. 몸에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지만, 그것을 피로와 같은 증세로 느끼거나 자신이 감지하게 되는 것은 5~10년이 경과한 40대부터다.

 

 물론 일과 스트레스에 의해 체력소모가 크면 클수록 이러한 증세의 발현도 빨라져서 30대에 시작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신체기능은 저하되고 있는 반면 자신의 마음은 아직도 젊었을 때의 ‘최고조의 체력’에 맞추어져 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첫 단계로, 우리의 마음은 자신의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자신의 나태함 때문이라 여기고 더욱더 안간힘을 쓰게 된다. 그러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고 며칠 또는 몇 주는 버티지만 사실 이 기간 동안 체력은 더 소진되어 다음 단계를 예비하게 된다.

 

 다음 단계는 바로 증세의 단계로서 피로와 체력저하는 물론 두통, 전신통, 불면증, 기억력 감퇴 등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런 증세들은 신체가 마음으로 보내는 신호이다. “체력이 소진되었으니 관심을 가져달라”는 거다.

 

 이렇게 저하된 체력이 회복되려면 몇 개월 정도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조급해서 며칠간 쉬어 보고 낫지 않으면 틀림없이 병에 걸렸을 거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러한 불안 자체가 다시 체력을 악화시키고 증세를 강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흔히들 간이 나빠지면 피로를 느낀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자신을 피로하게 만들어서 간이 나빠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피로나 체력저하를 느낄 때 흔히 ‘먹는 게 부실해서’ 또는 ‘보약을 안 먹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약도 지어 먹어보고, 소위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찾기도 한다. 특별한 보약이나 보양식을 잘 찾지 않는 여성들은 늘 먹는 음식을 더 많이, 더 자주 먹음으로써 해결하려 하거나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에 솔깃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처음에는 반짝하는 것 같아도 시간이 갈수록 아무 효과가 없고 오히려 살만 찌게 된다. ‘잘 먹어서 건강하겠다’는 생각은 과거 잘 못 먹었던 시절에나 통했지, 영양과잉에 의한 비만과 활동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체력저하를 회복하려면 신체가 보내는 신호대로 회복과 증진에 힘을 써야 하는데, 이 기간이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걸린다. 이 기간에는 한 마디로 ‘몸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휴식을 원하면 쉬고, 수면을 원하면 자는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는 잠자리에 들었을 때 10%의 에너지가 남아 있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숨찬 운동(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되나 쉬어야 될 몸이 운동을 하면 오히려 또 하나의 일이 된다. 일을 줄여 운동을 하든가, 충분한 휴식 후 체력이 허용할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바쁜 현대 생활에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나중에 병원에서 검사도 받고 치료도 받으면서 쓰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9) “불면증이 있으면 잠을 자지 마라”
 발행일 : 2004-03-10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6 8세 A씨는 회사 중역이다. 약 6개월 전에 회사 업무관계로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잠을 설치게 됐다. 3개월 전부터는 회사 일이 안정되어 더 이상 스트레스도 없고 마음도 편한 것 같은데 불면증은 지속됐다. 졸리다가 눕기만 하면 말똥말똥해지고, 가까스로 잠이 들어도 하룻밤에 2~3번 깨거나, 꿈이 많아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았다. 낮에 좀 자보려고 해도 평생 낮잠을 자본 적이 없는지라 그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밤이 되면 또 잠이 안 올까 두려워지고 낮에는 극도의 피로감에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람은 일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 수면은 신체 노폐물을 제거하고 뇌를 재충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하루 7~8시간보다 적게 자거나, 그보다 많이 자는 사람은 각종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한 각종 건강지표를 보더라도 하룻밤 7~8시간 자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도 더 건강한 것으로 조사된다.

 

 따라서 수면은 생활하다 남는 시간에 하는 식이어서는 안 되며, 다른 중요한 일과 마찬가지로 계획에 따라 하루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충분하더라도 수면을 제대로 취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 주된 원인은 스트레스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든지, 시험에 대한 걱정이나, 직장에서 어려움을 당했을 때, 또는 결혼이나 이혼 등 인생의 큰 변화가 생겼을 때 등, 잠을 이루기 어려운 것은 거의 누구나 경험하게 된다.

 

 이런 일시적인 원인에 의한 불면증은 그 문제가 해결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호전되나 현대인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스트레스가 반복되면서 자신의 몸이 예민해져 수면장애가 온다는 것이다.

 즉 몸과 마음이 조건화되어 잠잘 시간이나 잠자는 장소에 가기만 하면 불안감이 생기고, 몸이 이완되기는커녕 더욱 긴장된다. 이 때문에 특별한 이유 없이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기 어렵고, 잠이 들어도 쉽게 깨며, 긴 시간을 자고나도 몸이 개운치 않게 된다.

 

 어떤 이들은 수면효과를 기대하여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음주를 하면 잠이 들기가 쉬운 것은 사실이나 오히려 숙면을 방해, 새벽에 깨게 되는 역효과가 있고, 만성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조건화된 몸을 가장 확실하게 바꾸는, 즉 탈조건화하는 방법은 역설적으로 잠을 자지 말라는 것이다. 잠을 자려고 노력하지 말고 안 자려고 노력해야 된다. 우리의 수면중추는 원래 스스로 작동하는 무의식적인 자율 기능인데, 잠을 자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의식적인 노력이 오히려 그 기능을 방해하는 것이다. 숫자를 거꾸로 센다든가 잠이 드는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노력 등도 오히려 역효과다.

 

 하지만 잠을 안 자려고 노력하면 우리의 의식이 수면중추에 가하던 간섭을 줄이게 되어, 그 기능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필자가 권하는 ‘잠 안 자기’는 단지 48시간 동안이다. 밤에 잠이 안 오면 절대 잠자리로 가지 말고, 졸려서 누웠더라도 5분 내에 잠이 안 오면 곧 바로 일어나서 아무 것이나 해라. 가까스로 잠이 들어 1~2시간 자고 깨면 그날 밤은 다 잔 것이고, 다시 잠을 청하지 말고 아무리 한밤중이라도 그날 일을 시작한다.

 

 초저녁에 TV를 보다가 소파에서 잠드는 것도 금물이다. 이렇게 48시간만 해보면 그 다음부터는 기가 막힌 잠을 자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잠이 올 뿐만이 아니라, 적은 시간을 자도 푹 잔 느낌이 든다. 물론 48시간 동안은 ‘생고생’이다. 수면이 부족한 관계로 피로도 더 쌓이고 일의 능률도 안 오른다. 정 힘들면 일이 없는 주말에 실행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잠을 안 자면 몸에 큰일이 날 것이라는 걱정을 깰수록 수면은 빨리 정상으로 돌아온다. 현재 A씨는 수면제 한 알 먹지 않고도 이전의 건강한 수면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의 몸에 놀라고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10) “기억을 잘 하려면 잘 잊어버려라”
 발행일 : 2004-03-17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A씨는 50대 초반의 주부이다. 몇 년 전부터 건망증이 있었는데, 요즘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산 물건을 두고 와서 다시 찾으러 간 적도 여러 번이고, 만남 약속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파트 6층에 사는데 문을 잠그고 나왔는데도 잠근 기억이 없어 1층에서 다시 올라간 적도 많았다. 그는 나이가 먹어가니 뇌의 노화가 진행돼서 그런 건지 혹은 치매는 아닌지 알고 싶어했고, 기억력을 증강시키는 약이나 건강식품의 처방을 원했다.

 

 치매와 건망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치매는 자신이 잊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고, 건망증은 그것을 안다는 것이다. 따라서 치매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증세를 호소하는 경우가 드물고 가족이나 주위 사람이 문제를 먼저 인식하게 되는 반면, 건망증 환자는 스스로 먼저 깨닫거나 주위 사람들은 별 문제가 안 된다고 하는데 자신은 심각하게 느끼는 경우가 더 흔하다. 물론 건망증도 본인과 주위 사람 모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할 때에는 치매의 시작일 수도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경우도 더러 있다.

 

 기억은 인간의 인지기능 중 하나로 컴퓨터같이 입력·저장 및 출력의 과정을 거친다. 또한 이를 제어하는 중앙처리장치 같은 기능이 있어 이 과정을 통제한다. 치매나 다른 기질적인 원인이 있는 기억력 상실은 흔히 이 세 과정에 다 이상이 생겨 기억이 아예 저장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건망증은 주로 일시적인 입력과 출력의 문제로 새로운 것을 입력하지 못하거나, 저장되어 있는 것을 바로 꺼내 오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억력 창고는 충분한데도 들어가고 나오는 문이 너무 바빠 이 과정이 원활하지 못한 데서 건망증은 온다.

 

 건망증은 중앙처리장치인 마음이 스트레스·불안·걱정·우울 등으로 바빠지면 더 심해진다. 처음에는 뚜렷한 스트레스 때문에 건망증이 생긴 것 같았는데, 나중에는 별 이유가 없는데도 건망증은 지속되는데, 그 이유는 건망증이 다시 건망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두 가지 잊어버려 실수를 하면, 이후부터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더욱 안간힘을 쓰게 되고 이것이 다시 우리의 마음을 바쁘게 하여 건망증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낳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기억하려면 잊어버려야 한다.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면 첫째로 기억하려는 노력으로 점령당했던 기억의 문이 점차 열리기 시작하여 새로운 사실을 입력하기가 쉬워진다. 둘째는 그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데도 이 문들을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저장된 단어나 기억들이 생각이 안 나서 애쓰는 경우가 줄어들게 된다.

 

 잊어버리는 것의 첫 단계는 내가 건망증이 심하다는 사실부터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자꾸 잊어버리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실수를 해도 그대로 넘어가라. 누가 핀잔을 주면 “응, 나 전에는 더 심했는데, 요즘 나아진 게 이래” 하고 웃어 넘겨라. “치매일지도 몰라” 하고 겁을 주면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아니래”라고 응수하면 된다.

 

 두 번째 단계는 실제로 생각해야 하는 가짓수를 줄이라는 것이다. 눈 뜨고 잘 때까지 생각해야 하는 일의 가짓수를 따져본 다음, 그중 1~2개라도 줄여 본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결과가 달라질 수 없는 고민은 과감하게 줄인다. 과거의 후회들을 줄이지 못하겠으면 미래의 계획들로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이 걱정이면 그 일이 닥친 때부터 고민을 시작하기로 하면 그것도 생각을 줄이는 방법이다.

 

 세 번째 단계는 실제로 하루 동안 하는 일의 가짓수를 줄이라는 것이다. 단순하게 또한 벌여 놓지 말고 살라는 것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새로운 것 한 가지를 사고 싶으면 집에 있는 것 두 가지를 처분한 다음에 하는 것이다. 6개월 이상 손길이 가지 않는 책·서류·의류·잡동사니 등은 과감히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버린다.

 

 잊어버리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면 할수록 내 몸의 기억은 빠른 속도로 회복된다. 이 같은 노력을 3개월만 하면 대체로 기억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게 된다. A씨도 이제 집을 나왔다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없어졌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11);인슐린 저항성, 운동으로 극복하라
 발행일 : 2004-03-24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A씨는 45세된 직장인이다. 약 10년 전부터의 건강기록을 가지고 필자의 진료실을 방문한 것이 1년 전이었다. 35세까지 A씨는 체중·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이 모두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후 서서히 체중이 늘면서 배가 나온다 싶더니 2~3년 간격으로 고혈압, 고(高)콜레스테롤혈증, 당뇨병까지 생겼다. 혈중의 요산치도 높아졌다. 이 때문에 하루 복용하는 약이 총 12알에 이르렀다.

 

 복부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은 하나가 생기면 다른 것도 생기는 식으로 한 사람에게 동시다발로 나타난다. 이전에는 따로따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됐던 이 만성질환들은 사실 같은 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풍을 일으키는 고요산증이나, 동맥경화, 50대 이후의 남성에서 나타나는 전립선비대증도 이제는 같은 부류로 밝혀져, 이들 질환들과 병발한다. 결국에는 이것들이 심장병과 뇌졸중을 일으킨다.

 

 이 같은 현상의 공통적인 원인은 바로 ‘인슐린 저항성’이다. 인슐린은 췌장 내의 베타세포라는 곳에서 분비되어, 혈중의 포도당을 간이나 근육 등 각 조직에서 사용하게 하거나 저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역할은 인슐린 분비가 클수록 더 세게 일어나는데,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많이 있는데도 포도당이 적절히 사용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즉 인슐린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는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근본 단초는 운동부족과 체중증가이다. 유전, 태아 시의 영양결핍, 약물, 노화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주된 원인은 운동량이 적어서 생기는 비만이다. 그중에서도 복부비만과의 관련성이 제일 높다.

 

 복부비만은 허리둘레를 잼으로써 쉽게 진단할 수 있는데, 남자 35인치(90cm), 여자 31인치(80cm) 이상을 말한다. 복부CT를 하면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은 혈액 중의 인슐린을 측정하거나, 혈당, 혈중의 지방산 등을 측정해서 계산할 수 있는 지표들로 진단이 가능하다.

 

 ‘인슐린 저항성’과 체중 증가는 서양인보다는 동양인에게 더 문제가 된다. 한국인에게서 체중증가와 함께 당뇨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그 증거이다.

 

 따라서 ‘인슐린 저항성’의 치료야말로 만성질환의 근본치료가 된다. 체중을 단순하게 5~10% 감량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체중으로 만들고 운동량 또는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인슐린의 효율성을 높이는 약물요법을 조기에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운동과 체중조절이 더 효과적이다.

 

 A씨는 약물요법과 운동, 식이요법을 통해 1년에 걸쳐 무려 15kg의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식사량이 이전의 거의 절반 수준인데도 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다. 운동은 매일 하는데, 주 3일은 등산, 다른 3일에는 수영 또는 자전거 타기를 교대로 한다. 현재는 신장 174cm, 체중 68kg을 유지하고 있으며, 복용하고 있는 약도 당뇨약 하루 1알에 불과하다. 이전보다 몸이 훨씬 가볍게 느껴짐은 물론 활력도 되살아났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내 몸을 지배하라(12)

;하루 세 끼를 배고프게 먹어라
 발행일 : 2004-03-31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필자의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들이 가장 흔히 하는 질문은 몸을 보할 좋은 음식을 알려 달라는 것이다. 혹은 좋은 영양제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분들도 많다. 그 말에 필자가 “앞으로는 무엇을 잘 먹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덜 먹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직도 몸에 부족한 영양소가 많을 것 같은데, 먹지 말라고 하다니…

 

 ‘잘 먹고 잘살자’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과거 30~40년 전에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이 궁했다. 당시 어지럼증의 대부분이 빈혈이 원인이었을 정도로 빈혈도 흔했다. 요즈음에도 ‘어지럼증=빈혈’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 시절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요즈음은 어떤가. 집 냉장고나 수퍼마켓, 식당 어디에도 음식은 넘쳐나고, 몸은 이미 잘 먹어서 영양과잉 상태에 이르렀다. 목욕탕에 온 중년남자치고 배가 나오지 않은 사람이 없다. 최근에 급속히 늘고 있는 당뇨병, 심장병, 고혈압 등도 영양 과잉에 따른 현상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생각은 마냥 과거에 머물러 있다. 아직도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철 따라 먹는 보양식이나, 입맛을 나게 하는 보약이 과체중인 사람에게는 되레 해가 된지 한참인데도 말이다.

 

 문제는 무엇을 먹는가가 아니다. ‘잘 먹고 잘살자’가 육류를 줄이고 채식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라면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최근 20년간 한국인의 육류 소비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육식을 한 것이 우리의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다.

 

 2001년도에 실시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따르면, 한국인의 섭취 칼로리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비가 평균 65:15:20으로 상당히 이상적이다. 하지만 30대 이상이 되면 지방의 섭취비가 20%도 안 된다. 지방의 섭취비는 20~25%가 적정하다. 이는 동물성 식품의 섭취가 많은 미국인의 지방 섭취비 35%와 많은 차이가 난다.

 

 따라서 우리의 문제는 육류 섭취가 아닌 칼로리의 과다 섭취에 있고, 그에 따른 체중증가에 있다. 그전보다 많이 먹거나 같은 양을 먹어도 칼로리가 높은 것을 먹는다는 것이다. 한편 그 와중에 한국인에게 부족한 영양소는 칼슘과 철분이다. 이는 우유와 육류의 적절한 섭취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칼로리 과다섭취의 주원인은 외식과 술, 그리고 스낵과 청량음료 때문이다.

 집에서 먹는 가정식이 보통 한 끼 식사에 500~700kcal인 데 반해, 밖에서 먹는 외식의 한 끼 식사의 칼로리는 대부분 가정식의 1.5~2배이다. 고지방 또는 고탄수화물 불균형식이다. 더구나 외식의 특성상 맛이 강해 일단 시작하면 적게 먹기가 매우 어렵다. 고소한 과자 한 봉지와 청량음료 한 캔이면 가정식 한 끼 이상의 칼로리가 나온다. 밥은 안 먹고 과자만으로도 하루를 너끈히 버틸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식은 더욱 심각하다. 술을 곁들여 2차까지 가는 회식을 마치면 보통이 3000~4000kcal이고, 한 번 맘 놓고 먹는다치면 6000~8000kcal가 되는 경우도 있다. 몇 주 노력한 것이 하루 저녁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따라서 이제는 ‘안 먹고 잘살자’. 그러려면 먼저 내 몸이 안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체득해야 한다. 평소 배고픔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특히 “나는 한 끼만 굶어도 큰일나”하는 사람들은 24시간 단식을 해봐라. 그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방법은 24시간 동안 물만 마시며 굶는 것인데, 처음 두 끼까지는 힘들지만, 마지막 세 끼를 굶으면 오히려 위장이 편안해지고 정신도 맑아진다. 일의 능률도 향상되는 것을 체득하게 된다.

 

 그 다음부터는 꼭 세 끼를 먹되 약간 배고프게 먹어라. 식사시간을 20분 이상 가져가면 적게 먹어도 덜 배고프고, 아침을 꼭 먹으면 하루 전체 섭취량이 줄어든다. 물을 하루 8잔 이상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외식 줄이기 ▲외식시 한식 선택하기 ▲1인분 덜 시키기 ▲나온 음식 다 먹지 않고 집으로 싸가기 등을 실천하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 (13) "내 몸을 지배하라"

;위·유방이 아프면 암이 아니다
 발행일 : 2004-04-07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A씨는 40대 초반 주부이다. 진료실에 들어와서는 매우 불안한 표정으로 유방이 아프다고 했다. 평소에도 생리를 전후해서 아팠는데 요즈음 더 아픈 것 같다고도 했다. B씨는 40대 중반의 남자 직장인이다. 위가 간헐적으로 아파왔는데, 최근에 악화된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친한 친구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을 알게 됐고, B씨는 친척이 위암 진단을 받아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 다 자신이 암에 걸렸을까봐 매우 두려워했다.

 

 육안이건 현미경이건 병소를 확인해야 확진을 하는 현대의학에서 크게 간과되고 있는 것이 바로 기능적 질환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병들은 암·심장병 등 기질적 질환 즉 신체 이상 질환이다. 이런 질환들은 장기, 조직, 세포 및 체액 등에서의 변화를 각종 검사를 통해서 볼 수 있다.

 

 반면 기능적 질환은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정신·심리 상태에 따라 발생하는 병을 말한다. 기질적 질환의 상대개념이 기능적 질환인 셈이다. 물론 이 두 가지 분류에 정신과적인 질병은 별개이며, 기질적·기능적 질환을 합쳐서 신체 질환이라고 한다면, 신체 질환의 상대개념은 정신 질환이 될 것이다.

 

 흔히 기능적 질환을 ‘신경성’ 질환이라 부르는데, 이는 잘못된 용어이다. 기능적 질환은 정신적 원인이 신체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 눈으로 보이는 변화는 없지만 심한 신체 증상을 일으키는 엄연한 ‘신체 질환’이다. 놀라운 것은 이 기능적 질환이 기질적 질환과 정신적 질환을 합친 것보다 우리에게 훨씬 흔하다는 사실이다  

                                 

 기능적 질환과 기질적 질환을 비교해 보면(표), 가장 큰 차이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치료 경과이다. 일반인과 의사들의 통상적인 인식과는 달리 별로 심각하지 않을 것 같은 기능적 질환이 훨씬 심한 증상 및 고통을 겪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증상의 심한 정도에 비해 기질적 병변을 발견하지 못한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고, 이 때문에 환자는 더욱 불안해지고 이 불안은 다시 증세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겪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환자들은 당연히 자신의 고통과 불안감을 고쳐 달라고 여러 병원을 전전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 예로 위 내시경상에서 흔히 관찰되는 위염은 거의 증세가 없는 반면, 아무 이상이 보이지 않는 ‘기능성 위장장애’는 거의 100% 심한 증세를 보인다.

 

 치료경과를 보면 암 등 기질적 질환은 질병의 심한 정도에 따라 깨끗하게 낫거나, 아니면 그것으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능적 질환은 그 자체로는 신체 장애나 사망으로 가게 되는 일이 없다.

 

 그럼에도 기능적 질환은 오래 앓는 경우가 흔한데, 그 이유는 병 자체가 만성이라기보다는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요인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증세만 고치려 하기 때문이다. 치료방법도 심리 및 행동진단, 스트레스 관리, 행동치료 등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각종 검사, 약물, 처치 등으로 해결하려 든다.

 

 앞서 두 환자는 물론 암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통증은 어디에서 왔을까? A씨의 유방통은 여성의 월경주기와 관련된 생리적 통증이 불안감에 의해 가중된 것이었고, B씨의 위장장애도 스트레스에 따른 기능성 장애였다.

 

 암은 대표적인 기질적 질환이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이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암들은 많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전혀 증세가 없다. 따라서 아프면 암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이 말은 암은 증세가 없을 때 미리 조기 진단해야 한다는 점도 의미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 (14) "내 몸을 지배하라"

;“체중이 실리지 않는 운동을 즐겨라”
 발행일 : 2004-04-14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A씨는 45세 중견 직장인이다. 신장 174cm, 체중 79kg인 A씨는 몇 개월 전부터 계단을 내려오려고 하면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평소 운동부족이 원인이라 생각하여 큰 결심 끝에 매일 동네 뒷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1개월 산행 끝에 체중도 1kg 정도 줄고 체력도 좋아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으나 무릎은 점점 더 아파지고 붓기까지 했다. 산행을 쉬었더니 통증이 줄어 들고 부기가 빠져, 본인에게는 운동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건강식품이나 약물을 찾아 보기로 했다.

 

 인간의 몸은 대체로 35세를 전후로 기능이 약화돼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 몸이 그러한 변화를 느끼게 되는 것은 그보다 10년 정도 후인 45세쯤 된다. 즉 신체의 변화와 그것을 감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차가 있는 것이다.

 

 관절도 예외가 아니다. 관절의 퇴행성 변화는 일찍 시작하지만 증세를 본격적으로 느끼는 시기는 45세를 넘어서면서 부터이다. 퇴행성 관절염이 시작할 때는 통증이 있고 부으며 관절 부위를 누르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스레이 사진에는 정상으로 나타난다. 그 이유는 퇴행성 변화가 40~50%는 진행돼야 엑스레이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체중을 받는 부위와 많이 쓰는 부위인 무릎과 허리척추, 발목 그리고 손가락 등에 주로 생긴다. 퇴행성 관절염은 류머티스 관절염과는 전혀 다른 질병인데, 류머티스는 대체로 젊은 연령에서 시작하고, 관절염 외에도 여러 다른 증상을 동반한다. 두 질환은 또 발병 부위, 증상의 양상 등이 서로 달라 어렵지 않게 구별된다. 40세 이후에 시작하고 위의 관절에 주로 증세가 있는 것은 거의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보면 된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흔히 오인되는 것이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은 관절이 아닌 뼈가 약해지는 병이다. 골다공증은 통증이 없고, 쉽게 뼈가 부러지는 것이 주 증세이다. 폐경기가 되면 대개 두 질환이 같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통증의 원인은 주로 골다공증이 아니라 퇴행성 관절염이다.

 

 퇴행성 관절염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원인은 비만과 운동부족이다. 체중이 정상보다 올라가면 갈수록 관절이 받는 압력은 심해진다. 운동 없이 일을 위해 서 있고 걷는 시간이 많은 사람도 관절염이 잘 생긴다. 신발과 구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바닥이 딱딱한 신발과 여성들의 하이힐도 관절염을 악화시킨다. 관절이 아프다고 약물, 건강기능식품, 주사 등을 흔히 사용하나 이러한 치료는 통증과 염증만을 줄여 준다. 단기적으로는 아픈 것을 좋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관절의 마모를 지속시키기 때문에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퇴행성 관절염의 가장 좋은 치료는 체중조절과 체중을 싣지 않는 운동이다. 체중은 1~2kg만 빼도 그 효과를 느낄 수 있지만 앞으로 올 퇴행성 변화를 줄이기 위해서도 정상 체중까지 꾸준히 감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상체중은 남자는 자기 키 제곱(㎡)값에 22를 곱한 값 전후, 여자는 21을 곱한 값이다.

 

 이미 관절에 통증을 느끼거나, 체중이 비만인 사람은 반드시 체중을 싣지 않는 운동을 전체 운동량의 절반 이상으로 해야 한다. 체중을 싣지 않는 운동의 대표적인 것은 좋은 순서대로 수영장 운동(수영 포함), 진짜 자전거타기, 고착된 헬스자전거 타기 순이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분들은 물속 걷기, 물속 제자리 뛰기, 개 헤엄치기 등을 하는 것이 수영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낫다. 수영같이 머리를 적시거나 귓병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처음에는 사우나의 냉탕에서 시작해도 좋다. 얕은 물에서 시작해서 점차로 가슴까지 차는 물에서 20~30분 걸으면 숨이 차고 몸이 후끈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A씨도 수영장 운동과 평지 걷기를 교대로 매일 한지 3개월 만에 4kg의 체중 감량과 함께 무릎에 대한 자신감도 되찾았다. 이제는 산행도 거뜬히 하고 계단을 뛰어 오르내려도 전혀 문제가 없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 (15) "내 몸을 지배하라"

;여성들이여 물을 많이 마셔라
 발행일 : 2004-04-21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A씨는 30대 중반의 가정주부이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몸이 붓는 증세로 진료실을 찾았다. 얼굴이 푸석푸석하여 화장도 잘 안 되고, 체중도 느는 것 같고, 변비도 있었다. 그동안 주위에서 들은 대로 자기 직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낮에는 가급적 물을 덜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이 도움이 되는 듯했으나, 나중에는 소위 ‘신장약’(이뇨제)을 써야 소변이 나오고 부기가 빠지는 것 같았다.

 

 A씨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는 부종이지만 실제로는 만성탈수이다. 만성탈수란 신체의 60~70%를 차지하는 물이 만성적으로 5% 이내에서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왜 몸이 붓는가. 그건 만성탈수가 지속적인 상태에서는 수면시 반작용으로 세포나 혈관 내의 물이 세포 사이로 빠져나와 부종을 만들기 때문이다. 즉, 새벽과 아침에는 붓고 활동하는 낮 시간과 밤에는 몸의 수분량이 떨어진 상태이다.

 

 물을 잘 마시지 않는 것 외에 몸의 수분을 뺏어 가는 것은 커피·홍차·녹차·콜라·초콜릿 등 카페인을 함유한 음료와 술을 들 수 있다. 카페인과 알코올은 이뇨작용이 있어서 함께 마신 수분의 양보다 더 많은 수분을 소변으로 배출한다. 대체로 커피나 술을 한잔 마시면 1.5~2잔 정도의 물이 빠져나간다고 보면 된다.

 

 수분을 보충하지 않고 사우나나 찜질을 오래 하는 것도 만성탈수의 원인이 된다. 사우나나 찜질 직후에는 피부로 혈액이 몰려 좋은 느낌이 들지만 몸속은 물이 부족한 것이다.

 

 만성탈수는 변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때 변비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흔한데, 변비약은 이뇨제와 마찬가지로 신체의 수분을 빼앗아 간다. 차이점은 물이 소변이 아닌 대변으로 배출된다는 점이다.

 

 만성탈수는 비만을 일으키기도 한다. 탈수시 일어나는 갈증과 공복감이 종종 혼돈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물을 마시는 대신 오히려 음식을 더 먹게 되고 더 먹은 음식은 부종과 함께 체중을 증가시킨다. 여성들이 흔히 하는 말로 “몸이 부으면 살이 된다”고 하는 것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만성탈수는 또한 피부 미용과 노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수분이 부족한 피부는 윤기가 없고 쉽게 주름이 생긴다.

 

 따라서 평소에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특히 여성들은 더 그렇다. 최근에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물을 하루 100㏄ 정도 덜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여성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수분이 부족하기 쉬운데 물을 덜 마시면 더욱 문제가 된다. 음료의 종류로는 아무것도 들어가 있지 않은 물 그 자체나 과거에 흔히 마셨던 보리차·숭늉 등이 가장 좋다. 청량음료나 주스 등은 첨가된 설탕으로 칼로리 과다 섭취의 원인이 된다. 물이 가장 좋은 음료이다. 우리는 음식과 함께 어느 정도의 수분을 섭취하지만 몸에 필요한 수분은 항상 부족하다. 하루 6~8컵(1~1.5ℓ)을 따로 더 마시는 것이 좋다.

 

 만성탈수가 있는 사람이 물을 많이 마시기 시작하면 처음 며칠은 가지고 있던 증세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즉, 아침에 더 붓거나 체중이 더 불거나 할 수 있다. 이전에 카페인 음료, 이뇨제, 변비약 등을 많이 사용한 사람일수록 이것들을 끊고 물만 많이 마시면 증세가 더 심해지기 마련이다. 그것이 힘들면 물은 많이 마시면서 위의 악화요인을 하나씩 서서히 줄여가는 것도 방법이 된다. 어떤 경우든 보통 1~2주만 버티면 몸의 탈수가 없어지면서 이 증세가 서서히 사라지게 됨을 느끼게 된다. 가벼운 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신체의 수분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A씨는 다행히도 의사를 믿고 이 과정을 꿋꿋이 견뎌냈다. 그녀의 피부는 이제 윤기 있고 화장발도 잘 받는다. 변비도 없어졌고 체중도 잘 유지되고 있다. 하루 대여섯 잔씩 마시던 커피도 요즈음 어쩌다 한잔이지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16)"내 몸을 지배하라"

;싱거워도 잘 먹는 습관을 길러라
 발행일 : 2004-04-28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어느 날 진료실을 찾은 55세 남자 A씨는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해서 맛있다는 음식점은 거의 안 가본 데가 없었다. A씨에 대한 영양평가 결과, 칼로리와 지방의 섭취가 높게 나왔는데, 눈에 띄는 것은 하루 소금 섭취량이 22 mg에 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짜게 드시는 편이냐”고 물어보았더니 본인 대답은 “보통”이라는 것이다. 그는 건더기는 남겨도 국물은 끝까지 다 드셨고, 각종 젓갈류나 장아찌도 즐겨 먹는 편이었다. A씨는 정밀 검사 결과, 고혈압과 함께 조기 위암으로 진단됐다.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위암이다. 위암은 아직 그 원인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소금, 젓갈 등 염장식품, 태운 음식과 뜨거운 음식, 그리고 헬리코박터균 감염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소금과 젓갈류의 과다 섭취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큰 문제로 지적된다.

 

 짜게 먹는 식습관은 위암 외에도 고혈압·뇌졸중 등의 원인이 될 뿐더러 자신도 모르게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하여 비만을 일으키기도 한다. 반찬이 짜서 밥으로 입가심을 한다든지 게장 등 이른바 ‘밥도둑’의 맛도 알고 보면 다름 아닌 짠 맛의 마력인 것이다.

 

 최근 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 1인당 평균 하루 소금 섭취량은 12.5 mg(액체에 녹아 있는 양)으로, 미국 8.6 mg, 과 그리스 9.7 mg보다 높다. 이 나라들의 위암 발생은 우리보다 현저히 적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량은 1일 5 mg 이하이다.

 

 그러나 한국인 중에 소금 섭취량이 하루 10 mg 이하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이 아주 싱겁게 먹는다고 느끼지 않는 한은 대체로 그 이상 먹는다고 보면 된다.

 사실 짜게 먹던 사람이 싱겁게 먹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요령을 권하고 싶다. 처음에는 맛이 없어 못 먹겠다고 하다가 2주만 해보면, 그동안 짠 음식이 입안을 얼마나 얼얼하게 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첫째, 집에서 하는 음식은 어느 것이나 이전에 넣던 소금 또는 간장을 반만 넣어 조리한다. 대신 식탁에 가족 각자가 간을 더 볼 수 있게 소금을 준비해 둔다. 짠 음식을 싱겁게 하기는 쉽지 않지만 싱거운 음식은 소금만 더 넣으면 맛을 버리지 않고도 짜게 할 수 있다.

 

 둘째, 국·찌개·탕·라면 국물 등을 가능한 한 적게 먹는다. 싱거운 국물이라도 많은 양을 먹으면 실제로는 많은 소금을 섭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김치·깍두기 등은 가급적 싱겁게 담그고, 장아찌·젓갈 등은 한 번에 적은 양을 먹는다.

 

 넷째, 식당에서 조리되어 나오는 음식은 자신이 염분의 정도를 조절할 수가 없는 데다, 대부분 음식이 짜기 때문에 외식 횟수를 줄여야 한다.

 

 다섯째, 불가피하게 외식 자리에서 곰탕이나 설렁탕 등을 먹을 때는 소금을 따로 치지 말고, 김치나 깍두기 등을 더 먹음으로써 대신한다. 육개장 등 이미 짜게 조리된 음식과 밥을 같이 먹는 경우에는 밥을 국에 말지 말고 거꾸로 국에서 건더기와 약간의 국물을 밥에 말아 먹는다. 가능하면 조리할 때 짜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섯째, 간식 중에는 짠 것이 많다. 대표적인 오징어로부터 시작해서, 소금이 첨가된 각종 땅콩류 및 치즈를 넣어 만든 스낵류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염분이 많은 이외에도 영양가보다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어서 가급적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

 

 일곱째, 소금 성분 중 문제가 되는 것은 나트륨인데, 이 나트륨은 염분 이외에도 화학조미료(글루탐산나트륨, 구아닐산나트륨)나 식품첨가물(아질산나트륨) 등에도 많이 함유돼 있다. 따라서 화학조미료를 덜 사용하고 가공식품의 소비를 줄이는 것도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다.

 

 A씨는 수술을 받고 난 후 식습관을 바꿨다. 현재 그의 소금 섭취량은 하루 8 mg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는 즐겨찾던 맛집의 음식들이 너무 짜게 느껴져 자주 갈 수가 없게 됐다. 현재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교수의 신 건강학] (17) 내 몸을 지배하라

;술病은 일생 마신量에 비례한다
 발행일 : 2004-05-12 D3 [건강]    기자/기고자 : 유태우 
 
 
 40대 중반 직장인 A씨는 지난 몇 개월간 지속되는 손발 저림 증세로 진료실을 찾아왔다. A씨는 업무상 1주일에 3회 이상 소주 1병 이상을 지난 10여년간 마셔왔다. 자신은 술을 마셔도 항상 안주를 충분히 먹으면서 마셨고, 또 잘 취하지도 않아 술은 자신 있다고 했다. 검사 결과 A씨는 알코올성 간염과 알코올성 말초신경염이었다. 손발 저림은 감각신경에 염증이 생긴 탓이었다. A씨는 이 같은 진단 결과에 좀처럼 수긍하려 들지 않았다.

 

 한국인에게 술은 담배보다 더 위험하다. 한국 사람의 건강과 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하나만 대라고 하면 성인 남자의 60%가 흡연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다음 통계를 보면 음주가 건강 문제 1위임을 알 수 있다. 음주 인구 1인당 연간 맥주 204병, 소주 120병, 양주 2병을 마신다. 성인 남자의 88.8%, 여자의 71.6%가 음주를 한다. 우리나라 사망자 중 10.6%가 음주 관련 사망자이고, 남성은 술로 인해 2.71년, 여성은 0.95년의 평균 수명이 감소한다.

 

 우리는 술이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상을 너무 모르고 있다. 심지어 의사들 중에도 술을 많이 마시는 것에 관대한 이들도 많다.

 

 술은 어쩌다 한두 잔 마시는 것은 건강에 이로울 수도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 마시는 것이 해가 되는가 하는 기준이 바로 ‘위험 음주’의 정의이다. 하루에 마시는 양이 알코올로 50g 이상이거나 1주일을 합쳐 총량이 170g 이상이면 위험음주다. 이를 잔으로 환산하면 알코올 50g은 소주 5잔, 양주 4잔, 맥주 3병, 폭탄주 3.5잔, 와인 3.5잔, 막걸리 1과 3분의 1병에 해당된다. 알코올 170g은 소주 2병 반, 양주 반 병, 맥주 10병, 폭탄주 12잔, 와인 2병 반, 막걸리 4병 반이 된다. 이 기준은 정상 남자에 대한 것이고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이 있는 사람과 여자 및 65세 이상인 사람은 위 기준의 절반, 즉 소주로 치면 하루 3잔 이상, 1주일 총량이 1병을 넘으면 위험음주가 된다.

 

 위험음주를 하면 위염, 위 및 십이지장궤양, 췌장염 등의 위장병, 알코올성 간염, 만성 간염, 간경화 등의 간질환, 두통, 기억력 감퇴, 말초신경염 등의 신경질환, 고혈압, 부정맥, 뇌졸중 등의 심혈관계질환, 당뇨병, 빈혈을 일으키고, 간, 췌장, 식도, 두경부 및 유방암을 발생시킨다. 뿐만 아니라 만성피로, 수행력 감소, 불안, 우울, 수면장애 등을 일으켜, 각종 사고 및 폭력의 원인이 된다.

 

 더욱이 술이 신체에 미치는 해악은 최근에 마시는 양보다는 일생 마신 양에 비례한다. 술의 양을 줄였는데도 알코올성 질환들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런 이유다. 항아리에 물이 꽉 찼을 때 조금만 부어도 넘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된다.

 

 술은 안주로 해독되지 않는다. 안주를 잘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 위장에 부담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안주는 술을 더 마시게 하는 속성이 있다. 위험음주는 마시는 알코올의 절대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안주를 많이 먹는 우리나라의 음주법은 사실은 알코올성 질환을 가중시키는 면도 있다. 이른바 ‘건강한 음주법’이라는 것도 사실을 알고 보면 술을 더 마시게 하는 음주법이다. 천천히 마시든, 순한 술부터 시작해서 독한 술을 마시든, 3~4일 간격을 두고 마시든 결과는 마시는 절대량에 비례한다. 한두 잔에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음주법인 것이다. 숙취해소음료나 아침의 해장국도 그 순간은 몸을 편안하게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알코올의 해독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A씨는 주치의의 권고대로 아무런 약도 처방받지 않고 6개월을 완전 금주를 했다. 지금은 손발 저림도 없어졌고, 알코올성 간염도 나았다. 또한 술을 마실 때에는 몰랐었는데, 안 마셔 보니까 술이 그동안 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