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말 우림건설은 포스크와 공동으로 대전에서 호텔∙연수원 건물을 짓고 있었다. IMF가 극성을 부릴 무렵이었다. 당시 중견기업을 도약하고 있던 우림건설이지만 IMF한파를 피할 도리가 없었다. 이미 130억 원 이상이 투자된 건물을 놓고 심영섭 사장은 고심을 거듭했다. 그가 최종 내린 결론은 수십억 원을 포기하고 포스코에 건물을 내주는 것이었다. 현찰을 확보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당시 얼마나 아쉽던지 심사장이 필자에게 여러 번 얘기를 한 것이 기억난다.
2000년대 들어 중견기업 수준을 훌쩍 넘어선 우림건설의 성장에는 이러한 제살을 깎아내는 아픔의 순간 있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있다. 선택의 순간이다. 순간의 선택이 때론 그 사람의 삶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는 전혀 다른 길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
갈림길에 서서 어디를 선택할지 몰라 고심하던 기억은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버릴 줄 아는 용기다. 그러한 용기는 그러나 아무나 가질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이상과 목표를 정확히 아는 자, 지속적인 승자만이 가질 수 그러한 용단을 내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결정적인 순간에 사태파악을 못하고 머뭇거리기 일쑤다. 주저주저하다가 자신이 운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운명이 자신을 선택하도록 나둔다. 심약한 사람들의 말로(末路)는 그리 밝을 수가 없다. 평생 남의 밑에서 기웃거리다가 사라질 운명일 뿐이다.
선택의 순간에 버릴 줄 아는 용기는 거부의 다른 말이다. 거부는 진정한 결단을 말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선택하는 것 말고, 다른 어떤 가능성도 배제했을 때 진정한 결단이 나온다. 진정한 결단을 내리는 순간 하늘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거부하지 않고는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없다. 선택하지 않은 가능성에 연연하거나 선택을 주저하는 것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따라서 하늘은커녕 자신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선택은 내가 무엇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현실의 안락함을 거부하는 것이고, 대신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선택한 미지의 세계에는 물론 그 어떤 것도 보장돼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현실보다 어려운 일들이 산적해 있을게 분명하다. 선택 후 진보나 퇴보냐는 그가 미래를 풀어가는 솜씨에 달려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주저하고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이전의 삶은 점점 나빠지리라는 점이다.
버릴 줄 아는 용기와 관련, 개코원숭이 사냥법을 얘기해보자.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개코원숭이 사냥법은 독특하다. 작은 나무상자와 먹이가. 전부다. 작은 나무상자 안에 개코 원숭이가 좋아하는 먹이를 넣어두고 상자위에 작은 구멍을 내기만 하면 된다. 구멍은 정확히 개코원숭이의 앞발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다. 먹이에 욕심이 생긴 개코원숭이가 상자 안에 앞발을 넣는 순간 사냥은 끝난다. 주저하면서 먹이를 쥔 손을 풀지 않기 때문에 개코원숭이들은 원주민들에게 잡히고 만다는 것이다.
거부는 승자의 언어요, 주저는 패자의 언어다.
정보철 커리어넷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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