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책임진다더니… ‘장기요양보험’ 혜택 쉽지 않다
치매 인정조사, 신체장애에 더 비중 줘
서울 도봉구에서 치매환자 김모(78)씨를 5년 넘게 돌보고 있는 오충녀(66)씨는 최근 김씨의 장기요양보험등급 재심사를 신청했다. 2016년 치매특별등급(5급)을 받은 김씨가 1년 뒤 재평가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아서다.
김씨는 경기도 남양주시까지 혼자 걸어가 실종됐다가 경찰에 발견되는가 하면 자신이 변기에 넣은 썩은 채소를 손으로 꺼내는 등 중증 치매 증상을 보였다. 오씨는 이런 장면의 사진을 장기요양보험등급 심사위원에게 보여줬지만 위원은 “김씨가 걸을 수 있고 자기 손으로 밥도 먹을 수 있으며 씹는 기능이 있으니 5급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오씨는 “해도 길어져 김씨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4급을 받아 김씨가 주간보호센터에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워낙 반영이 안 돼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문재인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보건복지부가 고려대에 용역을 의뢰한 ‘사회보장제도 성인·노인 돌봄분야 기본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 장기요양보험 인정조사표는 인지장애보다 신체장애를 더 비중 있게 반영한다. 청결과 배설, 식사, 기능보조, 행동대응, 간접지원, 간호처치, 재활훈련 등 8개 영역군의 점수를 합해 요양인정점수를 산출한다. 보고서는 청결을 예로 들며 “인지기능이 낮고 신체기능이 높을 때 4.1점이 나오는데 인지기능은 높은 상태에서 신체기능만 낮으면 19.6점이 나온다”고 했다.
등급 판정은 의사 소견서를 기반으로 심사위원단 판단에 따라 이뤄진다. 임현국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의사가 소견서를 잘 써도 장기요양보험 쪽에서 판단을 잘못하면 등급이 제대로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화장실조차 못갈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많아 치매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서비스를 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치매특별등급 수급자는 하루 2시간 방문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인지기능 관련 서비스만 가능하고 가사지원 서비스는 제한된다. 이 때문에 아예 등급 외 판정을 받아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받는 게 낫다는 말도 나온다. 등급 외 판정자 중 일정소득 이하 노인은 돌봄종합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식사도움이나 외출동행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중 치매환자 비율이 높은 이유도 이런 일상생활서비스를 받기 힘들어서다. 그런데 복지부는 최근 요양병원 수가체계를 개편하며 치매치료약을 일당정액제에 포함시켰고 이는 의료계 반발을 일으켰다. 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신경과의사회, 대한치매학회, 대한노인신경의학회는 지난 13일 성명에서 치매약제가 평균 가격에 못 미치게 산정돼 적극적인 약물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치매환자와 보건의료체계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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