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꽉 조이는 것 같으면서 꼭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데요. 어지럽고 손발이 저리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다시 또 그런 일이 생길까봐 몹시 불안합니다.”
회사원 K씨는 얼마 전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이런 일들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느닷없이 무섭고 고통스러운 증상들이 나타나거나, 이러한 무서운 느낌이 다시 올까봐 예전에는 마음 편하게 했던 일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불안장애 환자들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은호 교수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강섭 교수의 도움말로 불안장애의 일종인 공황장애와 사회공포증이 왜 생기는지, 발작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공황장애=최근 가수 김장훈 때문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불안장애의 일종이다(19일자 2면 참조). 다양한 신체 증상과 함께 극도의 불안과 공포(공황 발작)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발작 시 숨이 가빠서 질식할 것 같은 느낌, 두근거림, 흉통 및 가슴 답답함, 어지러움, 손발이 저리거나 마비되는 느낌, 화끈거리는 열감이나 오한, 구토할 것 같은 느낌, 복부 불편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환자들은 그러다 죽을 것 같고, 미쳐버리거나 자제력을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돼 꼼짝도 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이 같은 증상은 보통 발작 후 10분 안팎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30분 정도 지나면 저절로 완화된다.
발작 증상이 갑자기 그리고 극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여러 번 응급실이나 내과 의사를 찾게 된다. 하지만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가족마저 꾀병으로 모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환자들은 언제 또 다시 공황 발작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어 계속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다. 발생 빈도는 남성보다 여성이 2∼3배 정도 더 높고 평균 발병 연령은 20대 중반이다.
교감신경계 진정 효과가 있는 항불안제와 뇌 신경물질의 불균형을 조절해주는 항우울제를 투약하면 진정된다. 재발을 막기 위해선 불안 및 공포와 관련해 잘못된 인식을 바꿔주는 심리상담 정신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사회공포증=무대공포와 같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상황을 겁내 의도적으로 그런 상황을 회피하게 되는 불안장애다. 심한 경우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 남이 보는 앞에서 먹거나 글씨 쓰기, 공동 화장실에서 소변보기 등과 같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환자들은 이런 상황에 마주치면 얼굴이 달아오르며 화끈거리고 가슴도 두근거리며 몸이 떨리는 증상을 경험한다. 식은땀을 흘리며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환자들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고 불안정하고 나약하다고 평가할까 걱정해 더욱 두려움을 갖게 된다. 결국 남의 눈이 무서워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을 기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면 △적면공포(얼굴이 달아오르고 빨개지는 것을 두려워 함) △떨림 공포(손이나 입술, 눈꺼풀, 목 등이 떨림을 두려워 함) △연단공포(발표, 인사말, 노래 부르기 등을 두려워 함) △낭독공포(소리 내어 글 읽기를 두려워 함) △수행공포(다른 사람 앞에서 일이나 식사, 전화 걸기, 운동을 못함) △쓰기공포(다른 사람 앞에서 글 쓰는 것을 못함) △공중화장실공포(다른 사람이 근처에 있을 때 소변을 보지 못함) △자기냄새공포(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나서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다고 생각함) △시선공포(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불안해지고 불편해 함) △자기시선공포(자기 시선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함) 등이 있다. 대개 10∼20대에 발생하고 한국인의 평생 유병률은 3∼13% 정도. 과거에 한 번 창피를 당한 기억 때문에 비슷한 상황에서 번번이 심한 불안을 느끼거나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치료는 역시 항불안제와 항우울제, 베타차단제 등을 투약하는 약물요법과 인지 및 행동수정 중심의 심리상담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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