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삶/일기

십년 감수

예인짱 2015. 3. 23. 07:51

 

 

 

이 아침에 이렇게 온전한 정신으로 글을 쓰고 있게 됨을 감사드린다.

너무도 큰 충격의 시간을 겪은 것을 생각하면 오늘의 이 소중한 아침이 감사하고 감사하다.

 

지난 금요일 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저녁운동을 하러 가면서 문제는 시작된다.

 

갑자기 입천장이 허하고,

윗이가 감각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왼발이 힘을 잃어 몸이 점점 왼쪽으로 기우는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한 순간이었다.

자꾸 몸이 왼쪽으로 쏠려 걸음을 잘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게 경북대학교 운동장에 도착했을 때,

엄두가 안나 스탠드에 앉아 있다가 그래도 걸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트랙 한바퀴를 돌려고 내려갔다가,

점점 일어나는 현기증 증상에 한바퀴를 채 돌지도 못하고 기어서 트랙을 올라설 수 밖에 없었다.

 

스탠드에 누워있는 내게 뒤늦게 걸으러 온 아내의 도움을 받아 겨우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조금 전에 먹었던 멍게를 잘못먹어 체한 듯한 느낌이 들어 헛구역질을 해보기고 하고,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하며 체한 후유증이려니 생각했다.

간신히 맘을 가다듬고 집을 향해 천천히 발을 옮긴다.

확실히 다리에 힘이 없고 방향감각을 잘 못 잡는 이상한 흐름이 있음을 감지하며, 소화를 촉진시킬 맘으로 콜라 한병을 사서 힘겹게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온후 쇼파에 앉아 콜라를 마신 후,

좀 나아진듯해 잠자리에 청한다.

 

다음 날 아침,

좀 진정된 모습으로 아침을 맞는다.

 

왠걸 세수를 하려는 순간 갑자기 혀와 입이 마비된다.

손 끝까지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갑자기 힘이 풀려 주저앉을 만큼 몸의 불균형이 나타난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뇌출혈, 뇌졸증,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빨리 응급실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경북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간다.

 

세수를 하고 옷을 입는데 마음이 어수선하다.

어찌 될지..

과연 집엔 돌아올수 있을지..

내게 무슨일이 있을지..

운명처럼 떠 밀리는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병원을 향해 길을 나선다.

 

가는 길이 왠지 다르게 다가온다.

내게도 이런 시련이 시작되나.

과연 무슨 얘기를 들어야 할지 모든 것이 긴장되는 시간의 흐름속에 병원에 도착한다.

 

병원에 입원하자 마자 바로 발에 주사기를 꼽고 손에 주사기를 꼽고 나니 영락없는 중환자다.

응급실 주치의는 내 증상을 살피더니 허혈성 뇌경색 초기증상이라고 진단한다.

 

난생처음 휠체어를 타고 ct촬영을 하고, mri를 찍는다.

며칠 전만 해도 병원에 입원한 분을 위로하기 위해 왔던 그 길을 휠체어를 타고 mri를 찍으러 가는 모습이 묘하게 다가온다.

 

mri를 찍기 전 기다림의 시간에는 마치 내가 무슨 수술을 받는 사람처럼 긴장과 고독의 순간을 맞는다.

내게 과연 무슨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이렇게 생이 마지막이 된다면 난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인지,

이런 저런 회한을 하며 mri를 찍는다.

 

mri를 찍고 나오는데 신경과 선생님이 오셔서 뇌졸증은 아닌것 같다가 웃으며 얘기한다.

mri결과를 보고 얘기해주겠다고 한다.

잠시 후 신경과 의사 선생님이 컴퓨터를 통해 ct촬영결과와  mri촬영결과를 놓고 검사결과를 설명한다.

 

한마디로 전혀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상이 없다는 말을 열번이상 들었다.

전혀 이상이 없고 아무런 이상증상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그분의 결론이다.

없다는 말이 그렇게 좋게 다가오는 순간이 없었다.

 

없다.

아무것도 없다.

전혀 없다.

 

잠시 후 퇴원결정이 났다.

입원할 필요가 없으니 퇴원하라는 것이다.

어지럼증 약을 받고 퇴원을 하는 맘이 한없이 가볍다.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집에 와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때부터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입과 혀에 마비증상이 나타난다.

더 심하게 마비증상이 나타나 몸을 가누는데도 힘들정도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내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무엇때문인가.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정말 치료할 수조차 없는 병이 찾아온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간신히 점심을 먹고 병원에서 받은 약을 먹으니 점점 더 몸이 까라지고 힘이 없어 온종일 잠을 잔다.

저녁 식사 시간도 혀가 굳어 음식의 맛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며 몸의 흐름에 예민한 맘을 갖게 된다.

 

내일은 주일,

이 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예배를 인도하기는 커녕 교회조차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찔하다.

이일이 장차 어찌될꼬.

 

이전에 3차신경통과 비슷한 고통의 순간에서 하나님의 기적적인 은혜로 그 병에서 완전히 노임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무슨 이유로 내게 이런 고통이 있는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 진다.

 

피곤하고, 지치고,낙심된 마음으로 잠을 청한 후,

주일 새 아침을 맞는다.

 

맨 처음 생각 한 것이 몸의 마비가 어떻게 되었나를 살피는 일이다.

가만히 혀를 움직여보는데 혀의 감각이, 이의 감각이 정상적이다.

다행스럽게 생각하는데 안도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어제도 아침에 일어날 때는 괜찮았는데 돌아다니는 순간에 마비가 찾아왔음을 알기 때문이다.

 

무서워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밤새 어지럼증에 대해 알아본 결과를 애기한다.

나와 똑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멍게 독으로 인해 그렇게 됐다고.

멍게독이 들어오면 입과 혀가 마비되고 1-2일이 지난 후 회복된다는 내용을 얘기 해 준다.

 

맞다.

그거라면 안심할 수 있다.

 

정말 다행이 마비증상이 없다.

다만 어제의 후유증인지 감기 몸살을 앓은 것처럼 정신이 몽롱한 것이 있다.

 

예배를 드리고,

집에 오는데 조금 멍한것 빼고는 아픔이 없다.

저녁에 잠시 잠을 자고 난 후 모든 것은 정상이 되었다.

 

밤에 나가 경대에서 4km를 걸었다.

조금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정말 감사한 마음을 담아 트랙을 걸었다.

그렇게 힘들게 걸었던 저 길,

비틀비틀 간신히 걸어갔던 저 길을 오늘 이렇게 아무런 질병도 없이 똑바로 걷는게 감사하고 감사했다.

 

오늘 이 아침,

쾌차한 몸과 맘으로 새 아침을 맞는게 너무도 행복하고 감사하다.

날씨까지 쾌차한 오늘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더 감사하고, 더 행복하게, 더 의미있는 삶을 사는 오늘이 되도록 힘써 노력해 나가겠다.

 

오늘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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