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감동받은 글

남아공 소년범들이 ‘마마 제인(제인 할머니)’이라 부르는 그녀

예인짱 2011. 9. 14. 10:41

'기아 대책' 남지연씨 유소년 축구팀 이끌고 방한
아이들 안아주고 카운셀링, 미혼모 직업교육도 시켜
캐나다서 사업가로 명성… 위 75% 잘라내고 봉사 결심

 

"마마 제인(Mama Jane), 마마 제인!"

남아프리카공화국 행정수도 프리토리아 엠톤제니 소년교도소에 수감된 소년범들은 지난 2009년부터 매주 목요일이면 60대의 한국 여성을 찾는다. '마마 제인'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의 봉사단원인 남지연(67)씨의 영어 이름 '제인(Jane)'에 애정을 담아 현지 아이들이 부르는 별명이다. 엄마 같고, 할머니 같다는 의미다.

남씨는 "교도소에 들어서면 창살 너머로 '마마 제인'을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먼저 들린다"면서 "사실 제가 하는 일은 아이들을 안아주고, 걱정해주고, 친구가 되어주는 일밖에 없어요. 아이들이 사람을 그리워해서 저를 찾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남씨는 이곳에서 아이들의 카운셀링을 맡고 있다. 빈민가에 위치한 이 교도소는 13세부터 21세의 소년범들을 수용하고 있다.

남씨의 일주일은 바쁘다. 목요일 교도소 방문 외에도 할 일이 많다. 다른 고아원에서 아이들의 리더십 교육을 맡고 있으며 나이 어린 미혼모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네일아트 등의 직업 교육도 하고 있다. 집 없는 노동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일, 초등학교 나무 심는 일도 한다.

남씨는 지난 16일 남아공 유소년축구대표팀이 경주에서 열린 '2011 국제 유소년(U-12)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길에 함께 한국으로 왔다. 추석을 보내고 다시 남아공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남아공에 대해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백인들이 400년간 지배하면서 백인 주거지역은 자연환경과 발달된 시설이 어우러져 천국 같고, 아직도 흑인 주거지역은 '이런 곳에 사람이 살까'싶을 정도로 열악하다"고 했다.

남아공의‘마마 제인’ 남지연(오른쪽)씨가 아이들에게 식사를 나눠주고 있다. 성공한 사업가였던 남씨는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한 봉사에서 삶의 새로운 기쁨을 찾았다고 했다. /기아대책제공

건축 설계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자란 그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결혼 후 1977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모피사업을 하며 여성 사업가로 이름을 얻었다. 1995년엔 GM의 한국기업이었던 세진실업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돈도 충분히 벌었다. 그러다 2005년 위암 판정을 받고 위의 75%를 잘라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나를 위한 삶은 여기서 끝내자. 이제부터 남을 위해서 살자. 그때부터 그렇게 마음먹었어요." 성공한 사업가로 은퇴해 골프나 치며 살 작정이었던 그의 인생이 이 일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지난 2009년 1월 우연히 만난 기아대책 정정섭 회장의 권유로 남아공에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남아공 소년 교도소의 자원봉사자로 살아가고 있다.

남씨는 "위가 25%만 남아 몸이 얼마나 가벼운지 모른다"고 했다. "나이가 드니 자식 걱정, 부모 걱정 없이 봉사에만 전념할 수 있어 좋네요. 늙은 몸으로 세상에 봉사할 자리가 있으면 행복한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