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국가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 남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남녀 개인전에서는 모두 은메달을 땄다. 개인전 결선에서 남녀 모두 1점 차로 져 아쉽기는 했다. 그러나 선전했다. 양궁이나 사격은 고도의 집중력과 평정심이 필요한 운동이다. 극한의 경쟁과 피 말리는 긴장 상태에서 안정된 마음을 유지하는 능력이 승리의 관건이다.
한국 남녀 궁사들은 아무리 상대 응원단이 텃세를 부리며 온갖 방해를 하고, 비바람 부는 악천후가 닥쳐도 심리적 압박을 받지 않고 경기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짱과 담력을 키우고 집중력을 키우는 마인드 컨트롤 훈련을 받았다.
체육과학연구원 김용승 박사는 마인드 컨트롤 훈련과 관련, “단순히 마음이 불안정한 이유를 알아내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불안의 원인을 없애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는 보통사람이라면 당연히 위축되고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데 위축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위축 자체를 없앤다는 것이다.
국가대표 양궁 선수들은 담력을 키우기 위해 뱀도 옷에 집어 넣고, 군대 유격훈련도 받는 다. 중국 홈 관중의 시끄러운 응원에 대비하기 위해 미사리 경정장에서도 활을 쐈고, 악천후를 견디기 위해 한겨울의 칼바람에도 티셔츠 하나 입고 맨손으로 활을 쐈다.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한라산 등반을 비롯한 여러 가지 훈련을 무박3일 동안 받기도 했다. 이런 훈련이 있었기에 ‘세계무대 제패’라는 결과를 일궈냈다.
극한 상황서 자기 이기는 훈련… ‘위축’ 자체 없애려 노력
인제대 일산백병원 신경정신과 이승환 교수는 “마인드 컨트롤은 단전호흡이나 기수련, 명상 등의 훈련을 통해 뇌파를 안정시키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뇌는 안팎의 자극에 동요되지 않고 안정된 상태이면 8~12Hz의 알파파, 4~7Hz의 세타파가 발생하는데 마인드 컨트롤은 훈련을 통해 알파파와 세타파가 많이 나오게 한다. 알파파는 심신이 안정된 상태에서 두뇌 활동이 활발해져 집중력과 기억력, 사고력이 가장 좋은 상태를 만든다. 세타파는 알파파보다 더 느린 뇌파로 잠재 의식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인드 컨트롤은 국가대표 운동선수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승환 교수는 “평소 덤벙대거나 쉽게 흥분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도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감정 변화의 폭을 줄일 수 있다”며 “일상 생활에서도 집중도를 높여 업무효율을 좋게 할 수도 있고, 수험생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조절해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스트레스 불안 줄이고, 자신감 키우는 데도 도움
불안이나 긴장을 통제하는 곳은 뇌의 전두엽이다. 외부의 자극이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과 목표에 집중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면 전두엽의 불안유발 자극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
김용승 박사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해서는 불안을 제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리스트’를 만들고 자신이 골라내서 마음을 조절하는 방법을 연습한다면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이 높은 수험생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마인드 컨트롤을 꾸준히 하면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눈을 감고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나, 가장 평화로운 기억 등을 회상하면 마음이 안정이 된다. 이승환 교수는 “복식호흡이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명상, 단전호흡, 요가 등 심신의 안정을 훈련하는 곳은 주변에 많다. 전국적인 규모의 체인을 가지고 있는 곳도 있고, 개별 센터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일부 주민회관, 동사무소에서는 주민 취미 프로그램으로 단전호흡이나 요가 강좌를 마련해 놓기도 한다.
∇ 경쟁불안 억누를 때 사용하는 ‘마인드 콘트롤 5개 항목’
김용승 박사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마인드 콘트롤 훈련 때 사용하는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리스트’에는 합리성을 강조하는 130개 항목과 경쟁심을 강화하는 120개 항목 등 250개 항목이 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예를 들어 수험생이나 일반인들이 마인드 컨트롤로 경쟁불안 심리를 떨쳐버리고 합리적인 판단을 가다듬고 싶을 때 사용해볼 만한 5개 항목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은, 결과만으로 합격했다고 나를 좋아하고 불합격했다고 싫어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많은 피땀과 치밀한 준비를 한 시험이면 그 결과가 어떻든 나를 향한 그들의 애정은 한결같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다.
△준비 과정에서 상대방이 나보다 정성과 노력을 많이 들였으면 상대방이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내가 많이 들였으면 당연히 내가 이긴다. 나는 내가 들인 정성과 노력의 양으로 실제 시험 직전에 이미 승부는 나있다는 걸 알고 있다. 준비에 정성과 노력을 쏟아붓는 일은 지금 내가 실제 할 수 있는 일이다.
△시험 중 실수가 걱정이 된다. 그러나 실수도 연습하면 할수록 점점 줄어드는 것을 알고 있다. 충분한 연습과 준비로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 한다.
△나는 새로운 지식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즐겁다. 내 지식이, 내 실력이 차곡차곡 쌓여갈 때마다 기쁨을 느끼며 보람을 느낀다. 좋은 결과나 합격은 이런 것들이 모여서 이뤄지는 것이다. 나는 내 실력 향상에 모든 것을 ‘올인’한다.
△나에게 있어 ‘성공’이란, 내가 해낼 수 있는 한의 최고를 이루기 위해 내가 실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것을 느끼는, 스스로의 만족에서 마음이 평안한 상태이다. 모두 내 힘으로 실제 해낼 수 있는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