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상담심리학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예인짱 2010. 6. 7. 08:49

오늘 아침에 딸아이가 “돈이 어느 정도 많으면 좋은 거야?” 하는 질문을 했다. 그래서 일단 돈이 너무 없으면 사는 게 힘들다고 대답했다. 특히나 돈을 벌기 위해서 막상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하고 하기 싫은 일만 하면서 살면 불행하지 않겠냐고 말을 했다. 하지만 돈이 막상 많은 사람 중에서도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돈 때문에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자 딸은 춤을 못 추는데 예능프로만 나오면 사람들을 웃기느라고 엉망으로 춤을 추는 한 연예인의 이름을 대면서 그런 경우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것도 좋은 사례지만 아빠는 돈이 너무 많은 사람들 중에도 하루 종일 돈을 버느라고 막상 돈을 제대로 쓸 시간이 없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딸 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이 없어 돈을 쓰지 못하고, 막상 돈이 많은 사람은 시간이 없어서 돈을 못 쓴다는 말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딸아이에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씩 돈이 많아지면 그것이 제일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우화를 이야기해주었다. 어떤 나그네가 아주머니가 소 한 마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신기한 광경을 봤다. 그래서 아주머니에게 어떻게 그 무거운 소를 머리에 이고 다닐 수 있는지 묻자, 아주머니는 소가 어렸을 때부터 매일 머리에 이고 다니다 보니까 조금씩 무게가 늘어나서 자신은 무거운 줄 몰랐다고 한다. 물론 그 무거운 소를 사람이 머리에 이고 다닌다는 것을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무거운 것을 짊어질 수 없지만 매일 조금씩 무게를 늘리면 가능하다는 것을 이 우화는 알려주고자 한다. 돈도 그렇다. 갑자기 늘어나면 돈에 사람이 짜부가 된다. 스스로는 나름대로 원 없이 돈을 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돈이 사람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복권에 당첨된 이들 중에서는 의외로 돈을 지키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확천금을 번 벼락부자나 연예인 중에도 돈이 주는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엄청난 소비나 무모한 투자로 날리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외국도 예외는 아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파산했다는 이야기나 마이클 잭슨이 죽기 전 빚더미에 올라서 있었다는 얘기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더군다나 일단 수입이 많아지면 혹시라도 수입이 줄어들면 어떻게 되나 걱정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SF 작가 중 어슐러 K. 르귄 이라는 분이 있다. “어둠의 왼손” “빼앗긴 자들” 와 같은 본격 SF 소설로도 유명하지만 [어스시의 마법사] 시리즈라는 판타지 소설로도 유명하다. 어스시의 마법사 제3권 “머나먼 바닷가”는 현대산업사회의 인간소외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어느 날부터 마법이 통하지 않게 된다.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일부 사람들은 즐거움을 멀리한 체 잠도 자지 않고 일을 한다. 반면 일부 사람들은 마약에 빠져 삶을 잊고자 한다. 죽어라고 일만 하는 이들에게 위대한 마법사는 왜 그러는지 묻는다. 그러자 그들은 어떤 이가 와서 자신을 섬기고 일을 하면 영원한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영원한 삶을 저승에서 얻기 위해서 이승을 희생하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담보 잡히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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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많이 벌게 되는 이들 중에는 미래의 수입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현재의 삶을 즐기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금의 소득수준이 유지되지 못하고 소득이 줄어들까 두려워하는 백만장자가 수두룩하다. 작년 소득증가율보다 올해 소득증가율이 줄어들까 두려워하는 억만장자가 수두룩하다. 이미 벌어놓은 돈만 쓰더라도 평생 다 쓰지 못한다. 물론 일 자체가 재미있다면 별 수 없다. 하지만 돈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그들이 미치도록 돈 벌기에 몰두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돈으로는 시간을 살 수 없다. 막상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고 여행이나 떠나고 싶다고 할 때는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그 때는 젊었을 때 못했던 것들을 후회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들이 일을 해야 굴러간다. 만약에 사람들이 “나는 이 정도로 만족해”하고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성장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는 노후보장을 위한 투자를 조장한다. 은퇴를 하고 나면 어느 정도 자산이 있어야지 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따지면서 노후보장을 위해서 투자를 하고 저축을 하도록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필요한 것보다 더 벌어야만 한다. 앞서 말했듯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움직이는 것이 불편해지면 병원비나 요양비를 제외하면 예상한 것보다 소비를 위해 쓰는 돈은 줄어든다. 그러나 여전히 병원비나 요양비가 문제다. 나이 들어서는 남이 나를 돌보게 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 이런 저런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우리는 오늘을 편하게 쉬지 못한다. 편하게 쉬는 시간도 걱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스테판 M. 폴란과 마크 레빈이 쓴 “다 쓰고 죽어라.”(노혜숙 옮김/해냄출판사) 라는 책이 있다. 어떤 이가 그 책을 읽고 “다 쓰고 죽기” 운동을 펼친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은 이 책을 읽고 진짜 “다 쓰고 죽기”로 마음을 먹는다.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이 들어서 더 이상 삶이 풍요해지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면 죽어 버리면 되지 하고 마음을 먹는다. 그 사람이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모아서 “적당히 일하면서, 다 쓰고 죽기” 운동을 펼친다. 그런 운동이 펼쳐지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된다면 자본주의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는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운동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다쓰고 죽자” 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필요한 만큼 돈을 벌고 여분의 시간에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돈이 없어도 나름대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들을 그냥 놔두지 않으려 한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모든 사람들이 믿게 만들려고 추구한다. 미디어는 나름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왜곡시킨다. TV 드라마 속 주인공들 대부분은 부유하다. 사람들은 부자와 결혼을 하려고 노력한다. 혹은 주인공이 부자와 결혼을 하면서 행복을 찾는다. 가수, 배우, 예능인을 막론하고 TV에 등장하는 이는 대게 부유하다. 나름대로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만족감은 TV의 맹폭 앞에 무너진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서 보게 된다. 그는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과 나를 비교하고는 초라함을 느끼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서 100만원을 100억으로 만들었다는 이의 재테크 책을 사서 주말에 읽어보게 된다. 그 책을 읽는 동안에 아이가 옆에서 쫑알대면 "잠깐만 조용히 해. 아빠가 이책을 다 읽고 놀아줄께." 하면서 미래의 재테크를 위해서 현재의 자그마한 행복을 포기한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매년 암검진을 받고 고혈압, 당뇨병만 잘 조절하면 빌 게이츠나 평범한 사람이나 평균 수명은 비슷하다. 이건희 회장이나 평범한 회사원이나 하루 세끼를 먹는 것도 같다. 어떤 TV를 가지냐는 다르지만 어떤 프로그램을 보느냐는 빈부의 차이가 아닌 문화에 대한 이해에 따라서 차이가 날 뿐이다. 아주 돈이 없다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느라고 삶을 힘들게 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한다면 누가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사는가는 돈과 그다지 관계가 없는 것 같다.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하지만,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 나는 여전히 믿는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 세상에는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고.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열정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어렸을 때 딸에게 자주 읽어주었던 마지막 연금술사(Last Alchemist/Colin Thompson) 라는 동화속에 나왔던 구절이지만, 황금도 반짝이지만 태양만큼 반짝이지는 못하고, 금팔찌나 금목걸이도 아름답지만 해바라기만큼 아름답지는 못하다. 더군다나 황금은 달걀 노른자위보다 반짝일지는 모르지만 먹을 수 없다. 계란 프라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무척 공감하는 대목이다. 


출처 : 의사들이 만든 무료 의학 상담 게시판 http://www.medicalize.comhttp://www.medicalize.com/doctors/3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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