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삶/건강 상식

나이는 허리로 먹는다?

예인짱 2009. 7. 15. 12:43

체중은 그대로인데 늘어나는 사이즈… '나잇살' 어떻게 관리할까

주부 이정현(42)씨는 며칠 전 지난해 입던 바지를 꺼내 입었다가 깜짝 놀랐다. 몸무게는 54㎏으로 그대로인데 할랑했던 허리가 꽉 끼어 잠기질 않았다. "나이 들면서 살이 배로 다 몰리나 봐요." 먹는 양도 변함없고 몸무게도 안 늘었는데 옷 사이즈가 55에서 66, 77로 점점 올라가는 건 왜일까. 바로 '나잇살'. 나잇살은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관리하면 효과적일까.

기초대사량 줄어 남는 칼로리가 나잇살로

나잇살의 주요인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기초대사량은 기본적인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 가정의학전문의 여에스더 에스더클리닉 원장은 "30세가 지나면 10년마다 근육이 3㎏씩 줄고, 기초대사량은 한살 먹을 때마다 1%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적기 때문에 칼로리가 지방으로 쌓여 나잇살이 되는 것이다.

성장호르몬과 여성(남성)호르몬 감소도 나잇살을 부추긴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30~40대가 되면 근육량을 유지하는 성장호르몬이 급감하고, 폐경기가 되면서 지방세포가 복부, 허벅지 등으로 이동해 나잇살이 급격히 는다. 식사량, 활동량 등 모든 조건이 일정해도 중년이 되면 3년에 1kg씩 '나잇살'이 생긴다는 조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비만을 주로 다루는 유후정 한의사는 "갱년기가 시작되는 40대엔 자궁 기능이 확연히 떨어지고 신진대사도 떨어져 살이 잘 안 찌는 소음인과 소양인 여성들도 하복부 지방층이 두꺼워진다"고 설명했다.

대개 여성들은 출산 후 생긴 군살이 나잇살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출산으로 인한 '똥배'는 대체로 피하지방인 반면 나잇살은 대부분 복부의 내장지방이다. 나잇살이 무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당뇨, 고지혈증, 심장질환, 뇌졸중 등 성인병의 주요인이 내장지방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절식(節食)하고 물 많이 먹어야

나잇살을 없애려면 기초대사량이 줄어든 만큼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거나 운동으로 떨어진 기초대사량을 늘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가장 확실한 나잇살 관리법은 절식(節食)"이라고 강조한다. 절식은 적게 먹는 소식(小食)과는 다른 개념. 음식의 칼로리를 줄이는 방법이다. 미국국립노화연구소는 중년에 접어들어 전체 열량의 30%를 줄이면 수명이 연장되고 노화방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여 원장은 "한국 중년 남성은 하루에 2300 ~2500㎉, 여성은 1900~2200㎉ 정도를 섭취하는데 운동량이 거의 없을 경우 남성은 1800~2000㎉, 여성은 1600~1800㎉로 섭취 칼로리를 줄여 체지방을 낮추는 게 좋다"고 말했다.

칼로리는 낮추되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고 피부 탄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 생선류와 지방이 적은 보쌈용 살코기 등 동물성 단백질은 매일 섭취해야 한다. "김치와 밥만 먹는데도 살찐다"는 푸념은 잘못된 것이다. 그렇게 먹으면 살찐다. 김치와 밥으로 구성된 끼니는 단백질도 없고, 체지방 연소에 필요한 비타민 B군·칼슘·마그네슘 등의 영양소가 거의 없어 뱃살을 되레 찌운다.

손 하나 까딱하기 싫어하는 '귀차니스트'들은 물을 많이 먹는 것도 방법. 냉수를 하루 8잔 마시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체중이 1년에 2.5㎏씩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다. 찬물을 먹으면 찬물을 체온 수준으로 데우는 데 열량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근육량 늘리려면 아령 흔들며 조깅하세요

한국 중년들은 유난히 달리기와 걷기 등 유산소운동에 집착한다. 여성들은 특히 근육 운동을 해서 안 그래도 굵은 팔뚝이 더 굵어지지나 않을까 잔뜩 겁을 낸다. 하지만 달리기만 해서는 뱃살 관리에 도움이 안 된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 중년들은 유산소운동에 집착하는데 나잇살의 근원적인 요인은 근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작은 아령을 흔들면서 걷는 식으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함께 해야 효과적이다"고 조언한다. LIG 휘트니스 이시진 트레이너는 "중년들은 유산소운동을 해서 얇아진 피하지방을 반드시 근육으로 채워야 피부 탄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