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마귀론
성기호 / 성결신대 학장
조직신학의 입장에서
Ⅰ. 들머리
필자는 어린 시절에 주일학교를 다니며 마귀나 귀신 따위는 없는 것이라고 믿었었다. 왜냐하면, "여호와는 하나님이시요 그 외에 다른 신이 없다"(신4:35, 39; 막12:32)는 성경말씀대로 하나님께서는 유일신(唯一神)이시기 때문에 다른 신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에 귀신이 있는 것을 알게 되자 무서움도 생겨났다. 하지만 올바른 신앙이 들어가면서 두려움은 담대함으로 바뀌었다. 너희 안에 계신 이가(하나님의 성령이) 세상에 있는 이(악한 영)보다 크시다고 하는 말씀(요일4:4)과 함께 "하나님께로서 나신 자가 저를 지키시매 악한 자가 저를 만지지도 못하느니라"(요일5:18)하신 말씀은 환란 핍박이 많고 사망의 그늘이 깔린 것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된다.
이 글에서는 '마귀는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언제부터인가? 그가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즉 그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함께 그의 마지막 운명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Ⅱ. 펼침
1. 마귀의 존재
1) 민간신앙
마귀하면 동화에 나오는 마귀할멈이나 새빨간 도깨비 등이 마귀가 아닐까 생각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민간신앙에서는 마귀를 인격적 존재로 파악하기보다는 악을 인격화(人格化:personification)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희승 편 국어사전(민중서림, 1981)에서도 첫번째 뜻으로 "사단 또는 마귀란 '적대자란 뜻'으로 하나님과 대립 존재하는 악을 인격화한 것"이라고 쓰여있다. 즉 마귀를 악한 자라기 보다 악(惡) 그 자체를 인격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세상의 갖가지 불행을 가져오는 악한 세력이 있으며, 여기에 마귀란 이름을 붙여 인격화한 것을 화마(火魔)수마(水魔)병마(病魔) 등으로 부르고 있다. 민간신앙에서는 이러한 악의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서굿을 하든가 고사를 지내는 등 무속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2) 마귀 존재에 대한 다른 의견들
악과 악의 근원이 되는 마귀에 대해서 성경은 분명히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악 또는 악한 자는 하나님과 함께 처음부터 존재하고 있다는 이원론(二元論)이 주장되기도하고, 악한 자가 있기는 하나 하나님께서 이미 타락한 천사들을 결박하여 흑암에 가두심(벧후2:4; 유1:6)으로 더 이상 세상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18세기에 들어와서 이성론(理性論, rationalism)이 대두되면서 천사나 귀신 등의 존재를 부정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의 지나친 사색의 결과로 생각하였다. 독일의 신약학자인 불트만(Rudolf Bultmann)도 천국 지옥 천사나 마귀 등의 교리는 신화적 표현에 불과하며 현대와 같이 발달된 세계에서 받아들이기 곤란한 교훈이라고 주장했다.(주1)
3) 성경의 증거
천사의 존재는 성경 기자들에게 의심할 만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 존재를 변증하지 않고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수없이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천사에 관해 구약이 100회, 신약이 165회나 언급하고 있어 그 존재를 의심할 수 없다. 선한 천사든 타락한 천사든 간에 천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이다. 예수께서 만물을 지으셨는데(요1:3) 그의 피조물에는 "하늘과 땅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보좌들이나 주관들이나 정사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골1:16) 포함되므로 천사들도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알 수 있다. 시편 148편 2, 5절에서는 하나님의 명령으로 그들이 지음받았음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의 모든 사자여 찬양하며 모든 군대여 찬양할지어다. 그것들이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할 것은 저가 명하시매 지음을 받았음이로다." 천사의 창조 시기가 성경에 나타나있지 않으므로 정확한 때는 알 수 없다. 디이슨 교수는 창세기 1장 1절 이전, 즉 천지가 창조되기 이전에 천사가 지음 받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욥기 38장 4∼7절에 하나님께서 땅의 기초를 놓으실 때 하나님의 아들(천사)들이 다 기쁘게 소리하였다고 했기에 천사들은 천지가 창조되기 전에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다.(주2) 박형룡 박사는 종교개혁자들의 의견을 소개하면서 천사는 하늘의 주민이었으니 하늘이 창조될 때 창조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창1:1, 2:1, 출20:11). 더 자세히 말하자면 하늘이 창조된 직후, 땅이 창조되기 전에 창조되었다고 본다.(주3) 후기 유대교 사상은 창조의 둘째 날에 천사들이 지음 받았다고 보며 천사들의 우두머리는 가브리엘, 라파엘, 미가엘 등이라 한다.(주4) 벌코프 교수는 천사의 피조 시기에 관하여 가장 안전한 진술은 제7일 이전에 창조되었다고 하는 것이라 했다.(주5)
2. 천사의 타락
완전한 지혜와 아름다움을 지닌 천사들은 천상의 영적 존재들이었는데 그 높고도 거룩한 지위에서 타락하여 하나님과 원수 되었다.(주6) 거룩한 천사들이 타락한 사실을 설명하는데 흔히 인용되는 성경은 이사야 14장 4∼21절과 에스겔 28장 12∼19절이다.(주7) 천사의 타락은 교만 때문인데 "네가 아름다우므로 마음이 교만하였음이여 네가 영화로우므로 네 지혜를 더럽혔음이여"(겔28:17)한 것에서 그 증거를 본다.
교만한 천사는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의지를 남용함으로 하나님을 불순종하고 대항했다. "네가 네 마음에 이르기를 내가 하늘에 올라 하나님의 뭇별 위에 나의 보좌를 높이리라"(사14:13).
악한 천사들이 존재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악하게 창조하셨기 때문이라고 하는것은 잘못이다.(주8) 천사의 타락이 하나님의 창조의 불완전성 때문이라든지, 모든 존재의 원인이 하나님이므로 마귀가 생기게된 것도 하나님께 책임이 있다고 하는 논리는 우주와 하나님의 피조물 전체가 원래 완전하고 아름다웠다는 성경의 기술 (창1:31, 딤전4:4)을 일부러 잊으려 하는 데서 나온다.
라틴 신학자들의 견해대로 피조된 천사들이 범죄할 능력과 범죄 안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음을(posse peccare et posse non peccare) 기억할 때 천사들의 타락은 그들 스스로에 원인이 있음을 알게 된다.(주9) 자기의 의지와 행위에 대하여 책임져야 하는 자유의지를 바로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결정과 고의적 반항을 통해 하나님의 보좌에 오르려 한 교만한 천사가 하나님에게서 쫓겨난 것이 타락한 천사, 즉 사단이다. 사단은 하나님을 대항하는 일에 다른 천사들까지 미혹하여 같이 타락하게 하였다. 타락한 천사들 가운데 일부는 지옥 또는 흑암에 갇혀 심판 때까지 지킴을 받게 하셨고(벧후2:4, 유1:6), 지금 활동하고 있는 악한 천사들은 그 두목인 사단을 중심으로 한 하늘의 악한 영들이다(엡6:12).(주10) 사단의 지휘 아래 수많은 악령들이 있음은 마가복음 5장 9절에서 귀신들린 자가 예수님의 질문에 "내 이름은 군대니 우리가 많음이니이다" 한데서 알 수 있다.
천사가 타락한 시기 역시 성경에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에덴동산의 하와에게 뱀의 모습으로 나타난 사단이 있음을 보아 창세기 3장 1절 이전에 사단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이는 창세기 1장 2절의 혼돈과 흑암을 천사의 타락과 연결시켜 해석하기도 하는데 천사의 타락으로 하나님의 창조(창1:1)가 혼돈상태에 빠지게 되었다고 보고 천사의 타락은 창세기 1장 1절과 2절 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생각한다.
3. 마귀의 별명과 활동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타락한 천사들의 우두머리가 마귀인데(마12:24) 마귀의 휘하에 있는 악한 천사들을 귀신들(demons)로 부르는데 비해 마귀는 사단이라는 말과 서로 교환적으로 쓰인다. 이 글에서는 귀신이나 그들의 활동에 대해서 보다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는 마귀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 한다. 마귀에 대해 성경에서는 구약 7권, 신약 19권의 책에서 말하고 있는데, 다른 많은 이름들로 마귀의 활동과 직무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러한 명칭을 직무적 명칭(nomen officii)이라 한다.
몇 가지 대표적인 이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마귀(魔鬼, Devil)
헬라어로 '디알볼로스'라 하는데, 이는 훼방자 중상자(中傷者)란 뜻이다. 신약성경에서 35회 정도 사용되고 있으며 언제나 단수로 나타나고 있다. 마귀는 하나님의 창조를 훼방하려했고(창3:1∼6) 저주받은 뒤에도 성도들을 하나님께 중상하여 이간시키려 하는 그의 활동이 '훼방자'란이름과 잘 어울리고있다(계12:10). 광야에서 예수님을 시험하던 자도 마귀이며(눅 4:2), 하나님의 구속사업을 방해하고 교회와 성도를 타락하게 하는 자이다.
2) 사단(Satan)
히브리어로 사단이란 말은 70인역 성경에서는 헬라어로 '디아볼로스'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신약에서는 '디아볼로스'나 히브리어를 음역한 Satanas가 근본적으로 같은 의미로 둘다 똑같이 쓰이고 있다. 히브리어로 사단이라는 말은 '대적하다, 반대하다'를 의미하는 말부터 나와 '대적하는 자, 반대자'라는 뜻을 갖는다(욥1:9∼12, 2:4∼6). 성경에서 52회 정도 마귀를 지칭할 때 사용되고 있다. 마귀가 하나님께 대하여 스스로 대적하는 자가 됨으로 붙여진 이름인데 하나님의 백성을 대적하기도 한다(슥3:1, 살전 2:18).
3) 벨리알
'가치없는 것, 악한 것'이라는 뜻인데 고린도후서 6장 15절에 "그리스도와 벨리알이 어찌 조화되며"라는 글에 마귀의 또 다른 이름이 보인다.
4) 바알세블
'귀신의 왕'이란 뜻이다. 귀신을 쫓아내신 예수님의 놀라운 권세를 본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비방하려는 목적으로 예수님의 권능이 귀신의 왕인 바알세불로부터 온 것이라고 단정했다(눅11:14, 15).
5) 아볼루온
'파괴자'라는 의미인데 피조물의 관리자인 아담을 공격하였고, 만물을 새롭게 하시려고 오신 예수님의 역사를 파괴하려 한다(계9:11).
6) 뱀
하와를 유혹할 때 뱀의 모습으로 나타난 마귀의 기사에서 이 별명은 유래되는데 '꼬불꼬불한 뱀 리워야단' (사27:1),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단이라고도 하는'(계12:9) 위선과 기만의 장본인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밖의 이름으로는, 이 세상 신(고후4:4), 공중의 권세 잡은 자(엡2:2), 사망의 세력을 잡은 자(히 2:14), 이 세상 임금(요12:31),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엡6:12), 아볼루온(파괴자)(계 9:11), 루시퍼(계명성)(사14:12), 악한 자(마13:38), 시험하는 자(살전3:5). 거짓의 아비(요8:44), 속이는 자(계12:9), 살인자(요8:44), 원수(마13:39), 용 (계12:3) 등이 있다.
4. 마귀의 인격
마귀를 '악' 또는 '악한 힘'이라거나 '악의 의인화(擬人化)'라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마귀는 인격을 갖춘 '악한 영'이기 때문이다. 현대 신학자들 가운데는 사단의 인격성을 제거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Devil(귀신)' 대신에 'evil(악)'이란 말을 쓰려한다.(주11) 인격을 가졌다고 할 때 그 증거로는 지(知)적인 요소, 정(情)적인 요소와 함께 의지(意志)적 요소를 갖추어야 하는데 마귀는 이 세가지 요소 즉 지·정·의 3요소를 다 갖추고 있는 인격체인 것이 성경에서 증명되고 있다.
1) 지적 요소
마귀는 궤계를 가지고 성도를 속이며(고후2:11) 그 간계로 하와를 미혹했고(고후11:3), 시편 구절을 인용하는 기억력도 소유한 지적인 존재이다(마4:6).
2) 정적 요소
마귀는 분노하며(계12:12, 17), 자기를 높이는 교만한 마음도 가진(겔28:17, 딤전 3:6) 감정적 존재이다.
3) 의지적 요소
이사야 14장 12∼14절에서 다섯 번이나 "내가 하리라(I will)"하던 교만한 천사는 타락한 뒤에도 시몬을 청구하고(눅22:31), 예수님을 시험하고 그 구속사업을 방해하는 등의 의지를 가진 존재이다.
4) 마귀에 대하여 인칭대명사가 사용되고 있는 것(욥1:8, 12; 2:2, 3, 6; 슥3:2; 마 4:10; 요8:44)을 보아 마귀는 인격을 가진 영적 존재임을 알 수 있다.
5. 마귀의 역사(役事)
1) 선한 천사가 하나님을 찬양하며 수종드는 것에 비해 악한 천사는 하나님을 훼방하고 반항한다. 하나님과 같이 되려하던 교만한 마귀는 타락한 뒤에도 하나님을 모방하여 삼위일체로 활동하여(마귀, 적그리스도, 거짓 선지자; 계 16:13), 인간에게 경배를 받으려 하며(눅4:6∼8, 고전10:20), 이적을 행하는 능력이 있어 신자를 미혹하며(살후 2:9, 11; 마24:24), 위(位)에 앉아(계2:13) 자기의 왕국을 다스리며(요일5:19, 눅4:6) 마귀의 교회에서(계2:9) 거짓된 교리를 가르친다(딤전4:1).
2)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고 오해하도록 한다.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창3:4)고하며 "정녕 죽으리라"(창2:17)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하여 왜곡한다. 불신자에게 복음의 광채가 비치지 못하게 하며 (고후4:4) 뿌려진 하나님의 말씀도 빼앗아 가버려 생명의 결실에 이르지 못하게 한다(마13:19). 불신자에게는 복음이 이르지 못하게 하고 신자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하여 바로 믿지 못하게 함으로써 인간들이 하나님을 배반하고 대항하도록 미혹한다.
3)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가져와 세상에 불행을 일으킨다(욥2:7, 행10:38). 세상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죄악과 범죄를 부추기며(계12:9, 대상21:1, 요13:2, 행5:3) 이 일을 위해 귀신들을 동원한다(엡6:11, 12). 성적인 범죄를 짓게하고(고전7:5), 파당을 지어 분쟁케하며(고후 2:10∼11), 분노하여 죄에 이르게 하여(엡4:26∼27), 죄인을 소유하며 지배한다(요일 3:8). 죄를 지은 자는 물론 성도들까지 하나님께 참소하는 것이 마귀의 일이다(계12:10).
4) 마귀의 역사는 주로 이방인 또는 불신자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마술, 심령술 등과 관계가 깊다. 현대인들의 관심을 끄는 악령 내재현상(demon possession) 가운데 목소리 변화(alteration of voice), 투시(또는 천리안, clairvoyance), 외국어 말하기(speaking in foreign language) 등등의 심령현상을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인간 안에 존재하는 초의식(superconscious)이나 잠재의식 (subconscious)이 반영되는 현상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극단의 보수주의 신학자들 가운데 어떤 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승리 이후 악령의 역사는 문제삼을 것 없다고 무시해 버리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빌립보성의 점하는 귀신 들린 여종의 이야기든지(행16:16), 마술을 행하여 사마리아성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하나님의 능력'이라 일컬어졌던 시몬의이야기(행8:9∼10), 죽은 자들의 영혼을 불러 그들과 이야기를 한다고 주장하는 초혼자(왕하23:24, 삼상28:3, 7, 11)등에서 심령현상은 악령의 세계에서 미혹의 수단으로 쓰이는 술책임을 알아 영분별하는 지혜(고전12:10)와 함께 미혹됨이 없어야 할 것이다.
6. 마귀 역사의 제한
마귀는 스스로 자기를 높여 하나님인체하고(살후2:4) 세상의 모든 권세를 가졌다고 허세를 부리지만(눅 4:6) 그의 활동은 제한을 받고있다. 마귀가 욥을 시험하려할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범위 안에서 활동한 것을 보아 마귀는 전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다(욥1:12). 활동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고전 10:13) 그 존재에서도 마귀는 피조물이기에 영원하지 않다(계13:5). 그리스도 안에서 신자들은 악한 자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며(요일5:18) 하나님께 순복하고 마귀를 대적함으로 그를 물리칠 수 있다 (약4:7, 요일1:13)고 했으니 마귀의 능력과 역사가 제한적인 것을 알 수 있다.
7. 마귀의 운명
범죄함으로 말미암아 본래의 지위에서 쫓겨난 마귀는(겔28:16) 지금 공중의 권세를 잡고 있지만(엡 2:2), 대환란 기간에 땅으로 내어 쫓김을 당할 것이며(계12:9, 13) 예수님의 지상강림으로 천년왕국이 시작될 무렵 무저갱에 감금될 것이다(계20:2). 천년왕국이 끝나고 백보좌 심판을 통해 마귀는 불못이라 불리우는 지옥에 던지움을 당할 것이다(계20:10). 이리하여 마귀와 그의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영한 불에(마25:14) 마귀의 삼위일체인 짐승, 거짓 선지자(계19:20)와 마귀가 던지움을 받게 된다(계20:10). 물론 마귀를 따르던 불신자들도 불못에 던지움을 받아 영원한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다(계 20:13, 14). 마귀는 영물이며 지식이 있기에 자기 때가 얼마 남지 않은 줄 알고(마8:29, 계 12:12) 할 수만 있으면 택한 자라도 미혹하려 한다.
8. 마귀론의 변천
구약에서의 마귀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로 보다는 인간의 죄를 하나님께 고소하는 참소자로 나타난다.(주12) 스가랴에 나타난 마귀도 제사장직을 맡게된 여호수아를 비난하고 그를 대적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직접 하나님을 대적하지는 않고 있다(슥3:1). 역대상 21장 1절에서 마귀는 이스라엘을 대적하고 다윗을 충동하여 인구조사를 함으로 범죄케 하며 하나님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후기 유대교에서는 쿰란(Qumran)문서의 윤리적 이원론에 영향을 받아 악한 천사인 벨리알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으나 종말에는 하나님에 의해 멸망될 것이라고 믿었다.(주13)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는 것과 부적, 귀신 축출의식(exorcism)은 귀신을 쫓고 사람을 보호하는 것으로 유대인들이 믿었다.(주14) 절대적 이원론을 믿는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타교(Persian Zoroastrianism), 영지주의(靈知主義,Gnosticism), 마니교(Manicheanism) 등 에서는 하나님과 마귀가 처음부터 존재하며 영원히 대립한다고 주장한다.(주15) 신약에서는 마귀가 인격자로 나타나 예수님을 시험하고(마4:1) 가롯유다, 베드로, 아나니아 등을 유혹하여 범죄하게 한다(눅22:3, 눅 22:31, 행5:3). 훼방자요 시험하는 자로서의 마귀는 하나님의 일을 방해하고(마13:39) 인간에게 괴로움을 가져오는 원수로 나타난다(눅13:6).
초대교회 교부들 가운데 어떤 이는 천사의 타락이 육체의 정욕(창6:2)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예수님의 교훈대로 천사는 시집가거나 장가가는 등 성적 활동이 없는 것(마22:30)에 비추어 볼 때 모순된 주장이고 이러한 주장은 중세에 들어 서서히 사라졌다.(주16) 중세의 천사론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데 그는 마귀는 하나님께로부터 창조함을 받은 뒤 어느 기간이 지나서 타락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창조 직후에 타락했다면 하나님이 악의 기원으로 간주될 수 있겠기 때문이었다. 악한 천사들은 하나님을 반역한 이들이기에 선한 천사보다 그 숫자가 적을 것이라 했다.(주17)
종교개혁자들은 천지창조 직전에 천사가 타락하여 마귀가 되었다고 믿으며 함께 타락한 다른 천사들이 귀신들이라고 믿었다.(주18)
19세기의 자유주의 신학자인 슐라이엘마허(Schleiermacher)는 천사와 마귀의 실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다. 만일 하나님께서 완전하게 천사들을 창조하셨다면 그들 가운데에 타락할 천사가 있을 수 없다고 보았고, 천사를 선한 천사와 악한 천사로 구별하는 것 자체가 모순되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의 뒤를 이어 20세기의 현대 신학자들이 마귀에 대하여는 언급을 회피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오고 있다.
바르트(Karl Barth)는 마귀의 기원에 대하여 하나님의 피조물이 아니라 무(無)에서 온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바르트에게 있어서 천사와 마귀는 그 기원, 본질에 있어서 동일한 것이 아니다. 바르트는 마귀의 존재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주19) 마귀의 존재는 신화 중의 신화로서, 하나님을 믿는 신앙은 그들에 대해 단지 비신화화(非神話化)할 수 있을 뿐 신앙할 수 없다고 한다.(주20) 천사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정사와 권세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창조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 되며, 천사나 마귀에 대하여 지나치게 과장하는 일도 마땅한 일이 아니다. 요한 웨슬리의 말대로 성경에 계시된 정도의 자료 안에서 천사와 마귀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바른 신앙생활을 해 나가는 것이 옳을 줄 안다.(주210
9. 마귀역사에 관련한 평신도 관리
전통적 가정과 교회에서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터부(禁忌)시 하듯 현대 강단에서는 마귀에 대해 말하거나 가르치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원수 마귀에 대해 말하는 것이 유쾌한 일이 아니며 쓸데없는 공포를 신도들에게 가져올지 모르겠다고 염려하는 목회자의 심정도 헤아릴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가르치지 않아도 괜찮은 일이라거나 몰라도 되는 일이면 모르되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성경적이 아닌 귀신론이 연약한 신도들을 미혹하게 하거나 마귀를 무서워하고 그를 피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성경은 신자들을 향해 마귀를 대적하라고 명하고 있다(약4:7). 마귀를 피할 것이 아니라 마귀로 피하게 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성경의 교훈이다. 마귀를 물리치는 성령의 검은 하나님의 말씀이며(엡6:17, 마 4:4, 7, 10) 마귀의 화전을 막는 방패는 믿음이라 말씀하신다(엡6:16). 목회자들은 나에게 맡겨진 하나님의 양무리를 잘 지키고 양육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가르칠 뿐 아니라 성도들로 하여금 유대광야의 예수처럼 이겨 승리하신 예수님에 대한 올바른 믿음을 가지고 담대함으로 세상과 마귀를 이기며 주님의 이김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성도들을 이끌 책임이 목회자에게 주어져 있다(요16:33).
우리가 마귀의 궤계를 모르는 바 아니다(고후2:11). 온 천하를 꾀고(계12:9) 만국을 미혹하려는 (계20:3) 마귀는 두려운 모습으로 달려드는 우는 사자처럼(벧전5:8), 때로는 달콤함과 행복을 약속하는 광명의 천사를 가장하여 다가온다(고후11:14). 시험하고 유혹하여 신자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배반하고 죄를 짓게 하려는 마귀는 할 수만 있으면 우리가 지키는 양무리들 중에서까지 삼킬 대상을 삼고자 한다. 가인에게는 시기심을 충동하여, 아나니아에게는 물욕(物慾)을 주어, 다윗에게는 음락한 마음을 일게 하여 범죄케 했던 마귀는 오늘도 신자들의 가장 약한 부분을 공격하고 죄짓게 한다. 죄 지은 후에는 회개할 수 없도록 낙심을 주고 실망하여 신앙을 떠나게도 한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음행이 있던 고린도 교회를 향해 회개한 신자를 용서하고 많은 근심에 잠기지(삼키우지) 않도록 하라고 권면하는 것이다(고후2:5∼11). 시험에 들지 않게 또 악에게 지지 않게 기도를 가르치며 마귀의 궤계를 경계하는 중 혹 범죄하여 낙심하는 자가 있으면 권면하고, 회개하면 용서하고 위로함으마귀의 궤계에 넘어가지 않아야 하겠다.
말세에 "믿음에서 떠나 미혹케하는 영과 귀신의 가르침을 좇으리라"(딤전4:1) 하신 예언대로 지금 마귀와 귀신의 가르침이 성도를 속이고 교계를 혼란하게 하는 일을 본다. 말세의 한 징조로서 영계의 혼란을 목도하여 다시 오실 주님을 맞기 위해 옷깃을 가다듬을 때가 된 것 같다. 마귀를 능히 대적하고 악한 영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고(엡6:11∼18) 마귀에게 틈을 주지 않도록(엡4:27) 근신하고 깨어(벧전5:8) 마귀를 대적하도록 할 것이다. 마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가장 확실한 길은 범사에 하나님께 절대적으로 순복하는 일이다(약4:7). 말씀충만하고 성령충만하여 하나님께 헌신하고 복종하는 성결한 삶이 마귀를 대적하여 쫓는데 선행되는 일이다. 성도들로 하여금 마귀의 능력이나 궤계(속임수)를 과소평가 하거나 마귀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도록 가르치고(유1:8, 9) 반면, 지나치게 마귀를 두려워하거나 피하려 하지 않게 가르쳐야 하겠다.
사탄을 우리의 발아래 상하게 하시기까지(롬16:20, 눅10:19) 예수님께서 다시 오셔서 그를 지옥에 멸하시기까지 목회자가 할 일이 있다. 신도들을 바로 가르치고 무장시키는 일 외에 예수님의 보혈에 의지하고(계12:10, 11; 골2:15) 성령의 도우심(요일4:4)을 간구하며 성도들을 위하여 대신 회계(會計)할 자인 것처럼 깨어 기도해야 할 일이다(히13:17). 예수님께서 마지막밤에 기도하신 것 같이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저희를 보전하와 지키었나이다"고 말할 수 있는 신실한 목회자가 되어야 하겠다(요 17:12). 우리가 눈물과 땀을 흘려 지키고 양육한 양무리는 주님 다시 오시는 날 우리 면류관의 보석같이 빛나며 우리의 영광과 자랑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살전2:19∼20) 주께서 피흘려 구속하신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깨어 지키며 바로 인도해 나가야 하겠다.
Ⅲ. 마무리
선하고 거룩하게 지음 받은 천사들 가운데 스스로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교만해지고 하나님을 배반함에 이른 마귀는 다른 천사들 중 일부까지 유혹하여 타락하게 했다. 에덴에서 아담을 꾀어 타락하게 함으로 세상에 죄와 고통, 죽음을 가져온 마귀는 둘째 아담으로 오셔서 죄와 질병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실 예수님의 나심과 역사를 계속하여 훼방해 왔다. 악한 영들(evil spirits) 혹은 귀신들(demons)의 우두머리가 되어 할 수 있으면 택한 자라도 미혹하려는 마귀는 지금도 온 천하를 꾀며 복음 사역을 방해하고 있다.
영이기에 죽지도 않고, 결혼하지 않기에 출산할 수도 없는 마귀와 귀신들은 지옥에 던져지기까지 그 수가 늘거나 줄지도 않고 속임과 거짓으로 제 무리를 삼아 역사할 것이다. 목회자들은 마귀의 역사를 바로 깨달아 알고 그 궤계를 이기기 위해 말씀의 깊은 연구와 성도의 바른 교육, 또 깨어 기도하는 가운데 날마다의 목회현장에서 "사단이 하늘로서 번개같이 떨어지고" "주의 이름으로 귀신들로 우리에게 복종하는"(눅10:17, 18) 승리의 역사가 이루어지기 기원한다.
주(註)-----------------------
1. Rudolf Bultmann, New Testament and Mythology, ed. H. W. Bartsch (London: S.P.C.K., 1941), pp. 1∼44.
2. Henry C. Thiessen, Lectures in Systematic Theology, rev. by Vernon D. Doerksen(Grand Rapids, Michigan: William B. Eerdmans Pub., 1979),p. 133.
3. 박형룡, 박형룡박사 저작전집 (Ⅱ), (서울:한국기독교 교육연구원, 1977), p. 393.
4. 김성진, 기독교 고리사(서울:평화사, 1981), pp. 22∼23.
5. 박형룡, 앞의 책, p. 393.
6. H.O. 와일리, P.T. 컬벗슨, 기독교 신학개론 김용련역(서울:생명줄, 1985), p. 184.
7. Charles W. Carter, ed., The Wesleyan Bible Commentary (Grand Rapids, Michigan:WM B. Eerdmans Pub., 1969), Vol. III, p. 444).
8. P. Althaus, Die christliche Wahreit, p. 391.
9. D.E. Roberts, The Earliest Writings in A Companion to the Study of St. Augustine ed. R.W. Battenhouse, (New York: Oxford U. Press, 1956), XXII, p. 30.
10. 이성주 조직신학()(안양:성결교신학교출판부, 1989), pp. 163∼164.
11. 피석인, 조직신학강론(서울:생명의 말씀사, 1975), p. 318.
12. F.B. Meyer, A Devotional Commentary, Job (Seoul:성지사, 1977), p. 178.
13. 조두만, 상용성경대사전(상권), (서울:성지사, 1986), p. 1290.
14. 이병철 편, 신약성서 신학사전(Ⅰ), (서울:브니엘출판사, 1987), p. 360.
15. Thiessen, Lectures in Systematic Theology, p. 135.
16. 박형룡, 박형룡저작전집(Ⅱ)(서울:한국기독교교육연구원, 1977), p. 409.
17. 이성주, 조직신학(Ⅰ), p. 179.
18. Ibid., p. 180
19. 이종성, 신론(서울:대한 기독교출판사, 1980), . 304.
20. 오토베버, 김광식 역, 칼 바르트의 교회교의학(서울:대한기독교출판사, 1980),p. 217.
21. John Wesley, The Works of John Wesley(Grand Rapids, Michigan:Baker Book House, 1984), p. 130
성기호/서울대 상대와 성결교신학교를 졸업했으며, 드루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저지한인교회와 로워박스한인교회에서 목회했으며, 지금은 성결교신학대학 학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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