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삶/건강 상식

하루에 물 8잔 꼭 마셔야 하나?

예인짱 2008. 9. 22. 16:31

     하루에 물 8잔 꼭 마셔야 하나?

 

 

 

 

하루에 물 8잔(약 1.6L)을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상식처럼 돼 있다.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물을 제외하고, 별도로 큰 페트병 한 개 분량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하루에 물 200㎖ 8잔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권고한 데서 비롯됐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성인 기준으로 하루 1.4~1.6L의 물을 마시라고 말한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선 이보다 한술 더 떠 매일 2L 정도의 물을 마셔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송미연 교수는 "성인의 하루 수분 소실 양이 2.5L로 알려져 있으므로 이를 보충하려면 2.5~2.8L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며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물의 양이 약 1.4L 정도이므로 별도로 1.1~1.4L의 물을 마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도 하루에 최소 1.6L는 마셔야 한다는 입장. 이 원장은 다만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에 빠져 온몸의 세포가 물에 불은 상태가 돼 몸이 붓고 무거워질 뿐만 아니라 두통도 생기고 피곤해지고 정신도 혼미해질 수 있으므로 갈증이 없는 정도로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물론 운동을 하거나 날씨가 더워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 설사를 해 수분 손실이 많은 경우에는 그만큼 더 많은 양의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물 섭취량은 권장량보다 적다. 보건복지가족부의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물 섭취량은 1013.7 mL(여름), 931 mL(가을), 877mL(겨울)였다. 을지의대 가정의학과 김희진 교수팀이 건강한 성인 46명의 물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남성은 하루 980mL, 여성은 하루 740mL의 물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조사를 종합하면 음식 등으로 섭취하는 수분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평균 1L도 채 안 되는 물을 마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희진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인 하루 물 섭취량은 필요량의 3분의2 내지 절반에 그치고 있다. 지금보다 0.5L쯤 더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연구진은 하루 8잔의 물을 마셔도 건강에 별로 유익하지 않다는 내용의 논문을 최근 미국 신장학회에서 발표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들이 많은 양의 물을 마셔야 되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물을 많이 마시면 마시지 않는 것보다는 신장기능은 좋아지지만, 의학적으로 특별히 유익하다는 뚜렷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의대 연구팀도 영국 의학저널(BMJ)에 하루 물 8잔을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몸은 수분 섭취량에 따라 적응하므로, 평소에 물을 적게 마신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주스나 커피 등을 마셔도 필요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했다.

심지어 물 많이 마시는 것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생후 6개월 이하의 유아들이 물을 과도하게 마시면 '물 중독'이 발생해 유아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물 중독이란 체액에서 물의 비중이 너무 높아져 나트륨이나 칼륨 등 무기질의 농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생후 6개월 이하의 유아들은 콩팥이 충분하게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시면 나트륨이 많이 빠져 나가 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 중독이 생기면 체온이 떨어지거나 얼굴이 붓고 불안감, 졸림 등 다른 위험성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따라서 생후 6개월 이내 유아들에게 물을 많이 먹이지 말고, 필요한 경우 모유나 분유 등을 먹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하루 8잔의 물을 마시려면 언제가 가장 좋을까?

가장 논란이 식사 직전 또는 식사 중에 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은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식사 전에 물을 마시면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물로 인해 분비되는 위산의 양은 극히 적으므로 식전에 한 잔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식사 도중 또는 식사 후에 물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주남석 교수는 "식사 중이나 직후에 물을 마시면 소화효소들이 물에 희석돼 제 기능을 못해 소화가 잘 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영운 교수는 "위는 음식을 잘게 분쇄해 십이지장을 거치면서 쓸개나 췌장 등에서 분비된 소화액과 섞인 뒤 장에서 소화가 이뤄지므로 음식이 위에 머무르는 식사 도중에 물을 마신다고 해서 소화가 지장을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식사 도중 또는 후에 물을 마신다고 해도 위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는다는 것이지만, 소화가 방해를 받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설은 없다. 다만 물을 마시되 흡수율을 높이려면 천천히 마시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하루 8잔의 물이 좋다고 해서 한꺼번에 2잔씩 4회에 나눠 마시는 것보다 1잔씩 8회에 걸쳐 마시는 편이 더 좋으며, 마시는 속도도 최대한 천천히 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