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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울리는 매력 ‘목소리’

예인짱 2008. 9. 8. 12:20

           영혼을 울리는 매력 ‘목소리

1940, 50년대 미국 청소년 사이에서는 영화배우 험프리 보가트와 로런 바콜의 목소리 따라 하기 열풍이 일었다. 특히 바콜의 굵은 듯하면서도 낮고 섹시한 목소리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보가트와 바콜의 목소리를 흉내 내다가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았다. 자신의 목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목소리를 낮추는 바람에 성대 바깥쪽 근육이 혹사당하고 턱근육이 경직돼 목에 통증이 오는 증상이 나타났다. 당시 의사들은 이런 증상을 ‘보가트-바콜 증후군(Bogart-Bacall Syndrome)’이라고 불렀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욕심이다. 그만큼 자신의 목소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목소리 치료 전문의원인 예송이비인후과가 서울에 거주하는 20, 30대 성인 504명(남성 250명, 여성 2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자신의 목소리가 불만이라고 답했다. 불만의 이유에 대해 남성은 ‘너무 거칠어서’라는 응답이 많은 반면 여성은 ‘너무 낮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목소리를 바꾸고 싶다는 응답자도 40%가 넘었다. 남성은 ‘굵고 남성스럽게’(42%) ‘맑게’(40%) ‘허스키하게’(14%)하게 바꾸고 싶다고 답했다. 여성은 ‘맑게’(51%) ‘가늘게’(49%) 순이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성의 어떤 목소리에 끌릴까.

남성은 여성의 ‘맑은’ 목소리를 선호하고, 여성은 남성의 ‘굵고 낮은 목소리’에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남성 응답자의 48.8%는 ‘순수한 이미지의 맑은 여성 목소리’가 좋다고 답했다. 여성의 61.4%는 ‘안정적이고 신뢰감 주는 중저음의 남성 목소리’에 끌린다고 답했다. 배우 중에는 이선균 씨와 한예슬 씨의 목소리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뿐만 아니라 직업에 따라 환영받는 목소리도 따로 있다.

비즈니스를 할 때는 울림이 좋은 차분한 목소리가 신뢰감을 준다. 상담직이나 영업직이라면 너무 중후한 목소리는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약간은 높은 듯하면서 맑은 목소리가 좋다.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른 것은 성대의 크기와 발성 습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호흡이 깊은지 얕은지, 목에 힘을 주는지 빼는지, 비강을 많이 사용하는지 적게 사용하는지, 혀끝에서 소리를 만드는지 목 깊은 곳에서 만드는지 등에 따라 목소리는 달라진다.

목소리는 얼굴 골격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난다. 성대모사를 잘하는 사람은 표정과 행동도 똑같이 따라하는데 이는 단지 웃기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똑같은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신이 듣는 자신의 목소리와 다른 사람이 듣는 목소리는 다르다. 자신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때는 입을 통해 나온 소리뿐 아니라 성대의 떨림이 귀 속의 뼈를 진동하면서 들리는 음이 합쳐져 들리는 반면 다른 사람은 입을 통해 나온 소리만 듣는다.

자신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완벽한 재생능력이 있는 방송용 녹음기에 녹음했다가 듣는 것이 가장 놓다.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얻기 위해 ‘음성분석검사’라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고성능 녹음기가 없다면 일반 녹음기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녹음된 목소리를 들어보고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간단한 발성법으로 목소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갈라지거나 쉰 목소리는 병에 걸렸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매일 말할 때 성대와 마찰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목소리.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목소리의 비밀을 지금부터 풀어보자.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