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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어디에…’ 50년 고뇌한 테레사

예인짱 2008. 1. 3. 11:16

2007년 8월 24일 (금) 20:01   한겨레

‘신은 어디에…’ 50년 고뇌한 테레사


[한겨레] “예수님은 당신을 특별히 사랑하십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침묵과 공허함이 너무 커서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습니다. 당신이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살아서는 가난한 이의 어머니였고, 선종해서는 세상의 빛으로 추앙받은 테레사 수녀가 1979년 9월 마이클 반 데어 피트 신부에게 털어놓은 자신의 심경이다. 그가 이 해 1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 “예수님은 우리 안에 있고, 우리가 만나는 가난한 사람들 안에도 있고, 우리가 주고 받는 웃음 안에도 있다”고 말한 것과는 판이한 내용이다.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은 테레사 수녀가 생전에 가까웠던 피트 신부와 주고받은 편지 등을 실은 <마더 테레사-내게 빛이 되어주소서>라는 책이 출간돼 ‘신의 부재’를 고민했던 테레사 수녀의 내면 세계를 알 수 있게 됐다고 23일 보도했다. 테레사 수녀는 48년 하반기에 쓴 편지에서 외로움을 얘기하면서 “제가 얼마나 이 고통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그는 48년 8월 인도 콜카타 (당시 캘커타) 빈민가에 들어가 봉사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타임>은 테레사 수녀가 쓴 편지 40여통은 그가 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테레사 수녀에게 ‘신의 부재’는 봉사 활동을 시작한 48년부터 숨진 97년까지 계속됐다고 전했다. 테레사 수녀는 편지에서 자신이 겪는 외로움과 어둠, 고통을 지옥에 비유하고, 가끔 이것이 천국은 물론 신의 존재까지도 의심하도록 자신을 이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내면 상태와 공적으로 보이는 모습의 불일치를 거론하며 “미소는 모든 것을 감추는 가면이거나 외투”라고 말했다.

하지만, 테레사 수녀의‘신의 부재’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 그의 믿음과 삶의 진정성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타임>은 테레사 수녀가 ‘신의 부재’에 대한 고민을 부끄러운 비밀로 여겼지만, 가톨릭 신부들은 테레사 수녀의 고민이야말로 그가 대단한 업적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든 성스러운 선물의 하나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테레사 수녀는 97년 9월 “인생이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는 말을 남기고 선종했다. 그는 2003년 시복됐다. 가톨릭에선 성인 칭호의 바로 전 단계로, 뛰어난 신앙이나 순교로 이름이 높은 사람에게 복자라는 칭호를 내리는데, 이를 시복이라고 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