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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뻣뻣하던' 김연아의 달라진 우아함, 비결은

예인짱 2007. 11. 27. 09:52
'뻣뻣하던' 김연아의 달라진 우아함, 비결은…

 

" 발레리나이면서 스피드 스케이터 같다고나 할까. "

24일 ISU(국제빙상연맹)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17·군포 수리고)의 몸동작에 대해 미국 케이블 방송 ESPN의 해설자는 '발레리나'라는 찬사를 보냈다. 빠른 속도로 빙판을 누비는 스케이팅 기술과 현란하고 우아한 무용기술을 구사한 김연아의 모습에 세계 스케이팅계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번 시즌 김연아는 외모부터 발레리나를 떠올리게 했다. 여름에 강훈련을 소화하면서 살을 3㎏쯤 더 빼 43㎏ 안팎이 됐다.

어깨를 드러낸 의상을 입으면 날씬하다 못해 가녀리게 보인다. 체중이 늘지 않도록 음식에도 신경을 썼다.

저녁밥은 과일이나 빵 등을 약간만 먹었고, 아예 식사를 건너뛸 때도 있었다.

 

그랑프리 5차 대회 첫날 쇼트프로그램이 열리기 전날엔 눈 밑에 '다크 서클'(눈밑 그늘)이 생겨 매니지먼트사 관계자가 한국 식당에서 구워온 갈비와 등심을 먹이기도 했다. 이런 몸으로 김연아는 대회에서 과거와 다른 연기 능력을 보여줬다.

 

그가 발레 기술을 신속히 습득한 데는 한 외국인 무용수의 도움이 컸다.

 

캐나다 출신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시즌 한 달여 전쯤 같은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무용수 이블린 하트(Evelyn Hart·51)를 불렀다.

하트와 김연아는 금세 어색함을 떨치고 호흡을 맞췄다. 스케이팅과 발레는 '몸으로 말하는 언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빙판에, 하트는 플로어에 선 채 작고 세밀한 동작들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움직임에 대한 '느낌'을 살려갔다.

 

그전까지 김연아는 발레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대개 외국 선수들은 유연성과 예술성을 높이기 위해 어려서부터 발레를 배운다.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세 살 때부터 토슈즈(발레를 할 때 신는 신발)를 신었다.

반면 김연아는 스케이팅에 필요한 기본 무용 동작만 겨우 배운 상태였다. 김연아는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주위에서 " 발레를 더 하면 어떨까 " 라는 얘기를 듣고는 " 발레는 재미없다 " 고 말했다고 한다.

 

어머니 박미희씨도 " 애가 흥미를 안 가져서… " 라고 했다.

과거엔 피겨 스케이팅 선수치곤 몸이 뻣뻣한 편이었던 김연아가 이제 스케이팅 기술에 발레라는 '날개'를 단 것이다.

피겨 스케이팅과 발레엔 닮은 점이 많다.

발레는 '정적인 흐름'의 예술이다. 발끝으로 섰을 때 확실하게 균형을 잡은 뒤 다음 동작으로 넘어간다.

피겨 스케이팅은 역동적인 듯해도 한 동작을 부드럽게 이어나가기 위해선 발레처럼 매 순간을 정확하게 유지해야 한다.

 

오서 코치는 얼마 전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연아의 스파이럴(spiral·활주)이 아주 좋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서 한쪽 다리를 뒤로 들고 균형을 잡으며 은반 위를 미끄러지는 스파이럴은 기본적으로 발레의 '아라베스크(arabesque·제자리에 서서 한쪽 다리를 뒤로 들어 올리는 자세)' 동작이다.

 

김연아는 지난 시즌 스파이럴을 할 때 간혹 덜컹거렸는데, 이번엔 훨씬 안정을 찾았다.

 

김연아의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어릴 적부터 발레를 배워 유연한 몸동작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러시아의 명지도자 타티아나 타라소바에게 안무를 배우고 발레 훈련을 더욱 연마하고 있다. 내년 3월 스웨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연기 대결'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성진혁 기자 jhs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