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삶/건강 상식

몸을 바꾸면 혈압약 끊을 수 있다

예인짱 2007. 10. 26. 14:10
몸을 바꾸면 혈압약 끊을 수 있다
 유태우 서울대 교수·가정의학

A씨는 50대 후반의 활동적인 직장인이다.

고혈압을 진단받고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 지가 거의 10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혈압 조절이 잘 안 되어 여러 번 약을 바꾸었으며 필자의 진료실을 방문했을 때에는 세 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약을 하루 두 번, 약의 알 수로는 하루 여덟 알을 복용하고 있었다.

당시의 혈압은 140/90이었다.

 

필자와의 진료 후 A씨는 하루 1회 두 알로 바뀌었고 두 달 후에는 하루 한 알로, 다시 석 달 후로는 약을 복용하지 않게 되었다.

현재 A씨의 혈압은 120/80이다.

 

혈압약에 대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은 한 번 시작하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 이유 때문에 혈압약 복용을 주저하기도 하고, 또한 복용하더라도 용법대로가 아닌 될 수 있으면 적게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도 의과대학을 나온 이후 최근까지도 고혈압의 대부분은 유전적 원인을 갖는 본태성 고혈압으로 고칠 수 없다고 믿고 있었고 혈압약을 치료약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혈압약은 치료약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혈압약은 고혈압이 일으키는 합병증, 즉 뇌졸중, 심장병, 신장병 등을 예방하여 주지만 고혈압 그 자체를 없애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고혈압은 어떤 근본적인 원인의 증세이고 혈압약은 그 증세를 개선하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성인에게 고혈압이 발생하는 이유는 물론 유전적이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도 있기는 하지만 다음 다섯 가지가 주요 원인이 된다.

 

첫째, 과체중 또는 비만

둘째, 숨찬 운동의 실행 여부

셋째, 과다 염분 섭취

넷째, 과다 음주와 과다 카페인 음료 사용

다섯째, 몸의 민감성 등이다.

 

과체중과 비만인 사람은 자신의 정상체중에 가깝게 할수록 혈압이 내려간다.

정상체중은 자신의 신장(㎝가 아닌 m)의 제곱에 21을 곱한 숫자인데, 중년을 넘은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20대 때의 체중을 생각해보면 된다.

 

숨찬 운동은 거의 매일 30분 이상 해야 하고, 하루 염분 섭취도 10g 이하가 되도록 입맛을 싱겁게 바꿔야 한다.

음주는 1회 마시는 양이 소주 2분의 1병 이하(알코올 30g), 1주일 총 마신 양이 소주 1병 이하(〃 60g)로 해야 한다.

소주 반 병의 알코올양을 다른 술로 환산하면 대체로 양주 3잔, 맥주 2병, 폭탄주 3잔, 포도주 3잔, 막걸리 1병이 된다.

카페인 음료는 적게 마실수록 혈압에 유리하다.

 

‘몸이 민감하다’는 것은 약간의 스트레스에도 혈압이 많이 오르고, 보통 시에도 혈압의 변화가 심한 사람들이 그런 경우이다.

평상 시 생활에서는 정상인데 꼭 병원에만 오면 혈압이 높아지는 소위 백의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이런 분들은 흔히 ‘혈압이 (저절로) 오른다’고 표현하는데, 엄밀하게 따져보면 사실은 자기 자신 스스로 혈압을 올리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옳다.

자신의 마음이나 의지는 그렇지 않지만 자신의 몸이 상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의 몸의 민감성은 사실 혈압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긴장시켜 뒷목과 어깨를 뻣뻣하게 하고 긴장성 두통을 일으키며 소화장애나 불면증, 만성피로 등을 일으킨다.

 

혈압을 재려고 하면 벌써 겁부터 덜컥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흔한데, 이런 사람들은 정상이다가도 혈압을 재는 순간 혈압이 갑자기 오르기 시작한다.

 

혈압약을 끊으려면 위의 첫 네 가지 원인을 해결하고 다섯 번째 원인인 민감한 몸을 둔감하게 해야 한다.

보통 3개월 정도의 훈련이 필요한데 자신을 민감하게 하는 상황들에 여태껏 했던 것과는 반대로 행동하라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불성실해질 수도 있는데 어디까지나 훈련이기 때문에 몸이 둔감해지면 다시 성실하게 복구하면 된다.

 

A씨는 위의 다섯 가지 원인 중 체중을 제외한 네 가지가 있었고 지금은 모두 개선해 혈압약을 끊을 수 있었다.

최근 필자를 찾는 고혈압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이러한 원인치료로 혈압약을 끊었다.

 

약을 평생 먹을 것인가,

몸을 바꿀 것인가가 바로 독자들이 오늘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유태우 서울대 교수·가정의학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