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보다 좋은 목욕…족욕, 좌욕 등 체질과 건강상태 따라 목욕법 달라 | |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종대왕이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온천욕을 자주 했고, 눈병이 치료되자 온천이 있는 온수현을 온양군으로 승격시키기도 했다는 구절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목욕은 예로부터 몸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이러한 목욕이 웰빙 옷을 입고 새로운 형태로 거듭났다. 반신욕, 족욕과 더불어 좌욕, 냉온욕 등이 그것. 그런데 전신욕이 아닌 허리 아래를 따뜻하게 하는 목욕이 유독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짧은 시간 안에 간편하게 즐기면서 건강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허리 아래를 따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양학과 한약에서 모두 인정하고 있는 이론으로,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라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의 원리가 예로부터 건강을 다스리는 원칙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사람의 체온은 보통 36.5℃. 그러나 사람의 몸을 열측정기로 측정해 보면 보통 심장 주변은 37℃ 전후, 발은 31℃ 이하로 나타난다. 하반신의 온도가 상반신의 온도보다 낫게 나타나는 것. 한의학에서 ‘냉(冷)’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상태는 하체가 상체에 비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체를 따뜻하게 해주어 전신의 균형을 잡아 주어야 한다. 때문에 허리 아래를 다스하게 해주는 반신욕, 족욕, 좌욕 등이 건강에 좋다. #혈액순환 개선에 좋은 반신욕반신욕은 지난 90년대 중반 삼성 이건희 회장이 일본을 다녀온 뒤 임원회의에서 건강 비결로 소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건강법. 전신의 체온을 균형 있게 만들어주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여 건강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손발이 차거나 평소 배가 차가운 사람, 또 운동을 하지 않아 몸이 무겁고 나른한 사람에게 반신욕은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또 혈압을 내려가게 하며 간장 질환, 신장병, 당뇨병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뜨거운 물에서 전신욕을 하면 피부 표면이 보호벽을 만들어 표면만 뜨거울 뿐 질병의 근원인 몸속 ‘냉기’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러나 반신욕은 하반신을 따뜻하게 함으로써 체온의 균형을 잡아주고 전신의 혈액순환을 좋게 해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 전신욕이 피부 표면과 모공 속의 노폐물 제거, 근육의 이완에 효과가 있다면 반신욕은 전신욕의 효과와 더불어 허리, 어깨 등의 통증과 몸이 찬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까지 있다. 거기다가 반신욕은 전신욕에 비해 몸 전체에 땀을 낼 수 있고 몸, 특히 심장에 무리도 덜 가므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목욕법이다. 반신욕은 명치까지 몸을 담그고, 20~30분 정도 가만히 앉아 있는 목욕법이다. 이때 손은 자연스럽게 뒤로 넘기거나 책을 읽는 등 물 밖으로 내놓는 것이 좋으며, 일주일에 1~2회씩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상반신이 붉은 색을 띠고 이마에서 흥건하게 땀이 배어 나오면 몸이 데워졌다는 신호이므로 최소한 20분 이상 느긋하게 입욕 시간을 즐기는 것이 좋다. 20분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욕조 덮개를 이용해서 잡지를 읽거나 편안한 음악을 듣도록 한다. 음악을 들으면 면역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단, 몸이 약한 사람은 5분 반신욕 후 2~3분간 쉬는 식으로 4~5회 반복한다. 반신욕을 한 후에는 하반신의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발을 씻고 양말을 신는 등 하체부터 옷을 입도록 한다. 목욕 시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반신욕을 마친 후에는 미지근한 물을 한잔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반신욕을 하면 체력 소모가 있으므로 편안히 누워 쉬면서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피부의 건조함을 막기 위해 바디 오일이나 로션을 발라주는 것도 좋다. # 효과는 그대로, 간편하게 즐기는 족욕반신욕과 함께 건강에 좋은 목욕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 바로 족욕이다. 반신욕과 마찬가지로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효과를 볼 수 있으면서도 반신욕과 달리 TV도 볼 수 있고 책을 보기도 편해 많은 이들이 즐겨 하고 있다. 족욕은 <조선왕조실록>에 숙종이 반신욕과 함께 족욕을 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요법으로, 더운물에 발을 담가 따뜻하게 함으로써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몸 속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발의 피로가 심할 때 목욕을 한 것과 같은 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하며, 혈액순환이 촉진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에는 43℃의 더운물과 15℃의 찬물에 발목을 번갈아 담그는 냉온욕이 효과적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의자에 앉아 대야에 발을 넣고 복사뼈 위까지 물을 부은 뒤 20분간 있으면 된다. 물의 온도는 42℃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물이 뜨거우면 급격하게 혈압을 올리는 등 신체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될 수 있으면 웃옷은 가볍게 입는 것이 좋으며 큰 비닐봉지로 물통과 발을 둘러싸면 열이 보존되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더운 생강차 한 잔을 곁들이면 몸은 더더욱 훈훈해진다. 물이 식으면 조금씩 더운 물을 추가해주고, 끝마칠 때 참을 수 있을 만큼의 뜨거운 물을 넣고 7, 8분 정도 발을 담그고 있으면 더욱 효과가 좋다. 족욕을 할 때 천연 입욕제를 사용하면 효과를 높이고 냄새제거도 기대할 수 있다. 소금은 체내의 노폐물과 독소 배출에 효과적이고, 박하 잎은 피로회복과 정신을 맑게 해 주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하루 종일 높은 굽의 신발을 신는 여성이나 많이 걷는 직업 때문에 저녁이면 발이 잘 붓는 사람의 경우 과일식초를 세 방울 정도 떨어뜨린 물에 발을 담그면 부기해결에 효과적이다. 또한 겨자나 식초는 발의 세균과 냄새를 없애는 효과가 있어 무좀이나 발 냄새가 심한 사람들이 이용하면 좋다. 시중에 경혈을 자극시켜주는 물방울 진동 마사지를 할 수 있는 족탕기가 많이 나와 있으므로 이용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부인병, 항문질환에 좋은 좌욕좌욕은 주로 아이를 낳고 난 뒤 충혈된 상처 부위를 가라앉히기 위해 이용된 물 치료법. 여성의 요통과 생식기 질환에도 효과가 있는데 특히 하반신이 냉해서 생리통과 자궁질환에 시달리는 여성들에게 아주 좋은 치료 방법이다. 또한 좌욕을 하면 항문 괄약근을 이완시킴으로써 치질 등 항문질환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켜주며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준다. 좌욕은 엉덩이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의 넓은 세숫대야를 이용하여 상체와 다리는 밖으로 내놓은 채 배꼽 아래 엉덩이만 담그는 목욕법이다. 쭈그려 앉으면 항문에 부담을 주므로 좌욕기에 앉아서 하는 것이 좋지만 좌욕기가 없는 경우라면 세숫대야를 목욕용 낮은 의자 위에 올려놓고 하면 무리가 없다. 물의 온도는 40~42℃가 적당하며 시간은 3~5분 정도 하는 것이 좋다. 한 번에 10분 이상 하는 것은 피한다. 좌욕은 하루에 2~4회가 적당하며 너무 자주 하면 항문이 짓무르기 때문에 좋지 않다. 또한 배변을 할 때처럼 힘을 주어서 항문을 충분히 열고 있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물에 소금 등 다른 물질을 섞으면 오히려 항문 자극 증상이나 항문 소양증이 악화되는 수가 있으므로 주의할 것. 좌욕은 모든 항문질환에 도움이 되며 치질 수술 후에도 15일 이상 좌욕을 하는 것이 좋다. 잘못하면 독, 체질에 따라야…하지만 이 좋은 목욕법도 체질이나 방법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목욕은 우리의 체온과 비슷한 36~37℃의 목욕물에서 15~20분 정도 하는 게 적당하다”며 그러나 “우리 몸의 상태에 따라서 미온욕이나 고온욕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몸 상태에 따라 물의 온도와 시간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노년층, 머리가 복잡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36~39℃도의 물로 목욕하는 미온욕이 좋다.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정신을 안정시켜주고, 피부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의 조절, 혈액순환, 진정작용, 진통, 근육이완, 관절 등에도 효과가 좋다. 감기 환자,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하거나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 관절염이나 류머티즘 또는 위염, 위궤양 등의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뜨겁다고 느낄 정도인 42~45℃의 고온욕이 효과적이다. 혈액의 흐름을 촉진해 근육 속에 쌓여 있는 피로물질인 젖산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한편 몸의 면역력을 증강시키고 열에 예민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을 비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 또 지방 속에 축적된 나쁜 찌꺼기나 화학성분, 알코올 등을 제거하고 교감신경이 흥분되어 몸에 활력을 준다. 입욕시간은 5~10분 정도가 적당하다. 단, 고온욕은 심혈관질환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냉온욕은 류머티즘성 관절 질환, 요통이나 무릎 통증 등 각종 관절통, 만성소화기질환, 만성피로 및 스트레스 해소 등의 효과가 있으며, 고혈압, 당뇨, 뇌졸중 등의 보조요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장이 약한 사람의 경우 냉수 자극은 조심스럽게 할 필요가 있다. 자극이 지나치면 심장에 많은 부담을 주게 되어 증세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 장시간의 저온욕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정도로 하거나, 반신욕이 도움이 된다. tip- 건강과 미용에 효과적인 입욕제는?땀이 많고 체취가 심한 사람에게는 녹차가 좋다. 물에 청주를 반 컵 정도 넣으면 혈액순환을 도와 피로회복에도 효과적이며 특히 노폐물을 제거하는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깨끗하게 말린 귤껍질을 넣으면 해열작용이 있어 감기에 좋다. 비타민이 풍부한 무청은 피부 노폐물 배출에도 효과가 있으며 감초는 해독작용을 하기 때문에 여드름 피부나 뾰루지 등에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약쑥은 냉증이나 생리불순, 신경통에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제휴사/메디컬투데이(www.mdtoday.co.kr) 이윤원 기자 [mybint@md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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