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의 삶/전도

“하나님 믿는 게 영생보험 아닐까요?”

예인짱 2007. 6. 14. 13:59
  • “하나님 믿는 게 영생보험 아닐까요?”
  •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 박재열 목사
    선정된 곳엔 매달 30만원어치 물품
    사재 털어 지원… 보험 외판원 벤치마킹
  • 글·사진=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입력 : 2007.06.14 00:52 / 수정 : 2007.06.14 03:48
    • ‘고기가 많다. 신난다.’

      서울 천호동 동선교회 1층 로비에 걸려 있는 글귀이다. 예수님 말씀을 걸어놓은 일반 교회의 풍경과는 다른, 다소 이색적인 이 글귀는 이 교회 박재열 담임목사의 지론이다. 박 목사는 지난 2002년 15개를 시작으로 매년 수를 늘려 올해는 모두 110개의 미(未)자립교회를 돕는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을 펴고 있다.

      박 목사가 신도 100명 미만의 미자립교회를 돕는 방식은 독특하다. 매년 말 지원신청을 받아 선정된 교회에 현금과 전도지 등 물품을 합해 매달 30만원어치를 지원한다. 그런데 이게 그냥 주고 마는 것이 아니다. 지원을 신청할 때는 ‘목회사관훈련 서약서’를 내야 한다. 서약서는 엄격하다. ‘청장년 출석 100명 되기까지 월요일 휴무, 공휴일, 명절휴가는 없이 오직 교회 부흥과 전도에 힘쓴다’ ‘한 주 5일 이상, 매일 4시간 이상 전도한다’ ‘매일 동네의 청장년 주민 15명 이상을 만나 전도하고, 1주에 총 70명 이상을 만나 전도하고 안 되면 밤 늦게까지 전도한다’ 등 모두 10개 항목을 목사와 부인이 함께 서약해야 한다. 일단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 매달 ‘전도 및 목회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일종의 ‘계약서’인 셈이다.

    • ▲박재열 목사는“한국교회가 실질적·생산적 부흥을 하기 위해서는 작은 교회들이 새 신자를 전도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 1982년 박 목사가 개척한 동선교회는 현재 등록교인이 4000명 정도인 중형교회. 여유가 남아서 작은 교회를 돕는 것은 아니다. 지원에 드는 비용은 교회가 절반, 박 목사가 사비(私費)로 4분의 1을 맡고 지원을 받고 자립한 교회들이 4분의 1 정도를 감당한다. 박 목사는 지원금을 마련하고 자신의 교회개척 경험을 전하기 위해 거의 매주 월~수요일엔 전국을 돌며 부흥회를 연다.

      박 목사가 작은 교회 살리기에 나선 것은 교회의 대형화와 함께 개신교인이 줄어드는 것을 막아보자는 뜻에서 비롯됐다.

      그의 세대가 그랬듯이 박 목사의 성장기, 청년기도 어려움이 많았다. 6·25 때 아버지를 잃고 고학을 했던 그는 중·고교 6년을 구두닦이로 지냈고, 처음 교회를 개척할 때는 교인이라곤 형님과 누님 부부밖에 없었지만 잠시도 쉬지 않고 전도지 돌리고, 집집이 문을 두드렸다.

      “요즘 개척교회 목회자 중에는 정말 열심히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보험상품 파는 분들만큼이라도 열심히 뛰어보자는 취지로 서약서도 만들었지요. 생명보험금은 죽어야 탈 수 있지만, 하나님 믿는 보험은 영생(永生)보험 아니냐고 격려합니다.”

      그는 18일 영남지방을 시작으로 호남, 충청, 강원도의 농촌지역 목회자들을 위한 세미나를 마련한다. 농촌지역에서 한 지역 인구의 80% 이상을 전도한 목회자들이 강사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행사이다. 세미나 후에는 여비도 주면서 의욕을 북돋울 계획이다.

      교회 로비의 ‘고기가 많다’는 구절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다른 교회의 신자가 옮겨와서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새 신자를 전도해야지요. 그런 점에서 예수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희망이 크다는 증거지요.” 
       
    • 서울 천호동 동선교회 박재열 목사가 말하는 작은교회살리기 비법. /김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