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가고 싶은 곳

지리산 10경

예인짱 2007. 3. 15. 12:09
원문출처 : 혼자서 간다

 

 1경 - 천왕일출(天王日出)


           이른 새벽 동틀 무렵 해발 1,915m 의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 올라보라. 끝없이 펼쳐진
           회색 구름바다 저 멀리 동녘 하늘에 희뿌연 서기가 어리기 시작한다. 이것도 잠깐 동녘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들면서 휘황찬란한 오색구름 속에서 진홍빛 거대한 태양이 눈부
           신 햇살을 부채살 같이 뻗치며 불쑥 솟는다.
           이 천왕봉 해돋이는 지리산 10경중 제1경으로 이 일출을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은 삼대에
           걸쳐 적선을 해야 된다는 속설도 있다.

 

천왕일출.jpg

 


 2경 - 노고운해(老姑雲海)


           지리산 서쪽 해발 1,507m의 높이로 솟아있는 노고단은 이 산의 수많은 봉우리들 중에서
           도 영봉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화엄사 계곡을 따라오르는 10km의 노고단 산행코스는 중
           간부터 가파른 길이 이어져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하지만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경관은 4
           시간 남짓의 힘든 산행을 한층 뿌듯하게 해줄만큼 장엄하다.
           특히 노고단 아래 펼쳐지는 '구름바다'의 절경은 가히 지리산을 지리산 답게 만드는 제
           1경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으며, 5월에 산철쭉이 고원 전체를 분홍색으로 물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한여름철과 가을에 걸쳐 천상의 화원을 이룬다.
           화엄사 계곡의 끝머리 바위턱에 앉아 파도처럼 밀려갔다 밀려오며 계곡을 덮고, 능선을
           휘감아 돌다 저 들녁까지 이르러 온통 하얀 솜이불을 깔아놓은듯 펼쳐지는 운무를 바라
           보고 있노라면, 잠시 인간의 세계를 벗어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만큼 신비롭기 그지
           없다.
           노고단은 지리산 종주코스의 출발점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 임걸령 - 반야봉 - 토끼
           봉 - 벽소령 - 세석평전을 거쳐 천왕봉에 이르는 지리산 능선길은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밟아보고 싶어하는 영원한 동경의 코스다.  봄에서 초여름까지 노고단의 비경으
           로 빼놓을수 없는 것이 원추리 꽃이다.

 

노고단.jpg

 

 

3경 - 반야낙조(般若落照)
      해발 1,732m의 지리산 제 2봉인 반야봉은 멀리서 바라보면, 여자의 엉덩이 같이 보인다
      는 봉우리로 전남과 전북의 경계지역이기도 하다. 
      노고단에서 바라보면 바치 여인의 젖가슴처럼 봉긋 솟아있는 봉우리다.  노고단 정상에
      서 능선을 따라 3시간 30분 가량의 산행코스인 반야봉은 사방이 절벽지대로 고산식물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반야봉에 오르는 기쁨은 낙조(落照)의 장관에서 찾는다.
      여름날 해거름에 반야봉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서쪽 하늘의 황홀한 낙조는 아마도 자연
      이 인간을 위해 베푸는 시시각각의 축제 중에서도 가장 경건하고 가장 의미심장한 축제
      가 아닐까?
      때로는 구름바다를 검붉게 물들이며,  때로는 마지막 정염을 불사르는 선홍의 알몸으로
      서서히 스러지는 태양과 마주하는 순간, 사람들은 아득히 먼 시원(始源)의 날에 시작된
      한 편의 장엄한 드라마가 끝난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반야낙조.jpg

  4경 - 벽소명월(碧宵明月)

      벽소령은 빼어난 경관과 지리산 등줄기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입지조건에서  밀림과
      고사목 위에 떠오르는 달은 차갑도록 시리고 푸르다. 시인 고은씨는 "어둑어둑한 숲 뒤
      의 봉우리 위에 만월이 떠오르면  그 극한의 달빛이 천지에 부스러지는 찬란한  고요는
      벽소령 아니면 볼 수가 없다."고 찬탄하였다.

벽소명월[1].JPG

 

5경 - 연하선경
      세석평전과 장터목 사이의 연하봉은 기암과석과 층암절벽 사이로 고사목과 어우러진 운
      무가 홀연히 흘러가곤 하여 이곳에 앉아 있으면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
      다. 천왕봉을 향해 힘차게 뻗은 지리산의 크고 작은 산줄기 사이사이에는 온갖 이름 모
      를 기화요초가 철따라 피어 지나는 이의 마음을 향기롭게 한다.
      이끼 낀 기암괴석 사이에 피어 있는 갖가지 꽃과 이름모를 풀들은 한 폭의 그림처럼 지
      리산과 어우러져 마치 신선의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고산준령 연하봉의 선경
      은 산중인을 무아의 경지로 몰고 간다.

연하선경.jpg

  6경 - 불일현폭(佛日顯瀑)

      청학봉(淸鶴峰과) 백학봉(白鶴峰) 사이의 험준한 골짜기 속의 깊은 낭떠러지 폭포로 오
      색무지개가 걸리고 백옥같은 물방울이 서린다. 
      60m 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장쾌한 폭포 소리가 온몸을 파고드는 냉기는 몸과 마음이 얼
      어 붙는 긴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불일폭포1.jpg

   7경 - 피아골단풍(직전단풍,稷田丹楓)

      10월 하순경에 절정을 이루는 피아골 단풍은 현란한 "색(色)의 축제"다. 사람의 손으로
      는 빚어낼 수 없을 온갖 색상으로 채색한 나뭇잎들, 그들이 한데 모여 발산하는 매혹적
      인 자태는 능히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산도 붉게 타고, 물도 붉 
      게 물들고, 그 가운데 선 사람도 붉게 물든다는 삼홍(三紅)의 명소.
      피아골의 단풍은 가을 지리산의 백미다. 조선시대 유학자 조식 선생은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할 정도로 단풍이 좋다. 조식 선
      생은 "온 산이 붉고 물이 붉어서 사람 마음도 붉다"는 삼홍시를 읊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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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경 - 세석철쭉(細石)

      봄이면 난만(爛漫)히 피어나는 철쭉으로 온통 꽃사태를 이루는 해발 1,600m의 세석평전
      은 30리가 넘는 드넓은 평원으로 남녘 최대의 고원이다. 이름 그대로 잔돌이 많고 시원
      한 샘물도 콸콸 쏟아지는 세석평전에는 수 십만 그루의 철쭉이 5월초부터 6월말까지 꽃
      망울을 터뜨리며 한바탕 흐드러진 잔치가 벌어진다. 피빛처럼 선연하거나, 처녀의 속살
      처럼 투명한 분홍빛의 철쭉이 바다처럼 드넓게 펼쳐지는 절정기에는 산악인들의 물결로
      세석평전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시인 김석은 세석 계곡 훈풍이 꽃 사이로  지날
      때마다 꽃들의 환상적이고 화사한 흔들림, 그것은 남녘나라 눈매 고운 처녀들의 완숙한
      꿈의 잔치라고 이곳의 철쭉을 노래하기도 했다.
      지리산 철쭉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의 처절하도록 서럽게,  그러나 꺾이지 않는 의지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진달래와 더불어 봄의 지리산을 단장하는 명물로,  뭇 사람들의 사
      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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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경 - 칠선계곡(七仙溪谷)

     지리산 "최후의 윈시림" 지대로 자연자원의 보고이다. 계곡 전체가 청정한 선경으로 일
     일이 그 이름조차 명명할수 없을만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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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경 - 섬진청류(蟾津淸流)

      산이 높으면 물도 맑다. 지리산을 그림자로 한 채 남서로 감돌아 남해에 이르는 섬진강
      은 그 물이 맑고 푸르러 한 폭의 파란 비단을 펼쳐 놓은 듯 하고 앙쪽에 펼쳐진 백사장
      도 하얀 명주천을 깐 듯 아름답다. 급류를 타고 오르내리며 은어떼를 낚는 어부의 모습
      도 아름답기만 하다.  지리산 산자락을 그림자로 한 채 남해로 흘러드는 섬진강의 푸르
      고 맑은 강물과 하연 백사장과 더불어 이 강에 뜬 돛단배는 지리산 역사와 사연들을 들
      려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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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 war doch alles nur ein traum

(그저 스쳐지나가는 꿈이 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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