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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있는 한 희망 있다` 루게릭병 환자의 투혼

예인짱 2007. 1. 12. 02:35

`생명 있는 한 희망 있다` 루게릭병 환자의 투혼


‘그래,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는 거야. 절망하기엔 아직 너무 일러. 이대로 가만히 죽음을 기다릴 순 없어.’

[TV리포트]`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꿈을 버릴 수 없다`는 이원규(46)씨는 난치병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병)`으로 투병중이다.

루게릭병은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고 완치용 치료제가 딱히 없어 보통 발병 뒤 2~3년 안에 죽고 마는 희귀병이다. 전신마비가 진행되는 가운데도 환자의 지적 기능과 감각은 그대로 살아 있어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생생하게 봐야 하는 아주 ‘잔인한’ 병이다.

이원규 씨가 투병 중에 쓴 에세이 <굳은 손가락으로 쓰다>(동아일보사, 2005)에 따르면 그는 20여 년 동안 모두 7개의 학위를 받을 만큼 향학열이 남달랐다.

그는 굳은 손가락 하나로 자판을 두드려 논문을 완성해 2004년 성균관대 졸업생 대표로 박사학위(현대문학전공)를 받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손가락을 거의 움직일 수 없게 된 그는 자료를 방바닥에 펼쳐놓고 발로 책장을 넘기며 읽거나 누가 옆에 앉아서 책장을 넘겨주어야 했다. 2004년 논문은 컴퓨터 모니터에 화상 키보드를 설치해 굳어버린 오른쪽 가운뎃손가락으로 한자 한자 채워나간 결과물이었다.

이씨는 20년간을 서울 동성고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했다. 루게릭병 발병전까지 3학년 담임을 9년이나 맡았다. 급훈은 ‘이웃 사랑’. 언제나 유머가 넘치고 자상했지만 ‘등교시간 지각’ ‘학생간 폭력행위’ ‘시험중 부정행위’만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아 학생들은 그를 ‘피바다’와 ‘람바다’로 불렸다.

이원규 씨에게 루게릭병 판정이 내려진 것은 1999년, 마흔 살이 되던 해였다. 당시 초등학생인 어린 두 아들과 아내, 그리고 늙으신 부모님. 가족들 모두에게 청천벽력같은 진단 앞에서 그는 절망 대신 희망을 선택했다.

하고 싶던 공부를 계속해 몸조차 가누기 어려운 상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병이 진행되면서 손가락 하나만 겨우 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엮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고 있다.

그에겐 꿈이 있다. 루게릭병을 수십 년째 이겨내며 강의를 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호킹처럼 ‘음성변환장치’의 도움을 받아 강단에 서고 싶다는 것이다.

이원규 씨는 말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그리고 희망이 있는 한 그 희망을 향해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러므로 어떠한 고난이 닥치더라도 하루하루 내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생명이 있는 한 고통 또한 있다. 이 땅의 모든 고통받는 분들께 ‘강철 무지개’를 하나씩 선물하고 싶다."

꿈을 버리지 않는 강인한 남자 이원규 씨의 삶은 12일(금) 저녁 7시 30분 KBS 1TV ‘피플 세상 속으로’를 통해 공개된다.

(사진 = 2004년 8월 성균관대 하반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이원규씨와 부인 이희엽 씨) [백민호 기자 / mino100@p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