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삶/노인복지

“치매로 사망하기까지 30년...관리에 따라 남은 삶 크게 달라져”

예인짱 2019. 7. 18. 08:54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치매 명의' 가톨릭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

치매는 ‘관리의 미학’이 필요한 질환이다. 전체 치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쌓여 발생한다. 이 단백질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치매로 사망하는 데까지 적어도 30년은 걸린다. 장기간의 싸움이다.

다행히 이 기간 동안 생활습관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예후는 완전히 달라진다. 치매 전단계일 때는 치매로 진행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고, 치매에 걸린 후에도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치매의 조기 진단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국내 ‘치매 명의’ 가톨릭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를 만났다.

가톨릭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
가톨릭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치매 치료제 개발을 잇달아 실패하는 이유

지금까지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제거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해봤자 치매 개선이 안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치매 환자는 이미 뇌신경이 손상된 상태라 효과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치매 조기진단 기술이 발전하고, 베타 아밀로이드가 아닌 다른 타깃으로 약물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또한 살아있는 사람의 뇌는 조직을 채취하기 어렵다. 장기에 생기는 대다수의 암은 조직을 채취해 약도 투여해보고 여러 실험을 할 수 있지만, 뇌는 조직 채취가 어렵다는 한계 때문에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것 같다.


-요즘 주목 받는 치매 연구는?


치매를 연구하는 의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크게 두 축이다. 한 축은 치매의 바이오마커(단백질,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속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를 발견해 조기진단을 하고자 하는 것, 다른 축은 지금까지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를 타깃으로 약물 개발을 해왔다면 다른 타깃의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 연구팀은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과 함께 콧물에서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콧물은 뇌와 가까워 베타 아밀로이드 같은 단백질 등의 발견이 용이하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미세 전류 자극을 가해서 인지기능을 높이는 치료,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현재 치매를 조기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아밀로이드 펫(PET) 영상을 찍으면 된다. 증상은 없지만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여 가는 정도를 영상 이미지로 볼 수 있다. 다만 본인부담금이 100만원으로 비싸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머리를 쓰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대사물질이지만, 정상적으로 제거가 돼야 한다. 그러나 제거가 안 되고 뇌에 쌓이고 뭉치면 뇌세포가 손상된다. 그러다가 뇌에 넓은 범위로 딱 붙는 아밀로이드반을 형성하면 치매 진행이 가속화 된다.

이런 영상검사 외에 혈액검사를 통해서도 치매를 조기진단 하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혈액 속에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아 진단을 하는 것이다. 혈액 검사 역시 기억력 감소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 잡아낼 수 있다.


-치매는 왜 발생하나?


치매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이라는 데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그런데 왜 이런 단백질들이 생기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다. 최근에는 바이러스 가설이 떠오르고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일종의 방어기전으로 생기는 단백질인데, 뇌에 바이러스가 감염돼 이에 대한 방어 기전으로 베타 아밀로이드가 많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밖에 스트레스, 화학적 독성, 중금속, 지단백 이상 등도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치매 발생이 잘 되는 뇌의 부위가 있다.


그렇다. 뇌의 두정엽 중에서도 쐐기앞 소엽, 대상회 부위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잘 쌓인다. 이 부위는 뇌 중에서도 정보 네트워크가 활발한 부위이다. 타우 단백질의 경우는 내측 측두엽부터 쌓인다.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 치매에 덜 걸린다는 데 정말인가?


그렇다. 학력은 가장 확실한 치매 예방인자다. 젊어서 공부를 많이 하면 인지 예비 능력이 높아진다. 아이큐, 직업 성취도가 높아도 치매에 덜 걸린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치매에 일단 걸리면 진행이 빨리 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톨릭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
가톨릭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혈관 관리도 강조하고 있다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혈관을 망가뜨리는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는 사람은 치매에 덜 걸린다.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혈관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잘 제거되도록 하수도 역할을 한다. 40~50대부터 혈관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운동도 중요하다. 운동은 강력한 치매 예방 인자로 손꼽힌다. 수십 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보면 일주일에 5회, 매 30분 이상 숨차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정도의 중등도 이상 운동을 하면 치매 발생 위험이 약 40% 감소한다. 하루에 10분 걷던 사람이 40분을 걷게 했더니 1년 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부피가 2% 늘어났다는 연구도 있다.


-치매 유전력은 어떤가


유전적 소인도 있다. APOE 유전자는 치매 발병과 가장 관련이 높은 유전자이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치매 발병 예측에 뛰어난 지표다. APOE 3/3유전자가 정상이라면 APOE 3/4 유전자가 있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3배로 높아진다. APOE 4/4유전자가 있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17배로 크게 높아진다.


-치매를 조기진단하면 좋은 이유는


치매에 걸리기 전,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여가는 데만 15년이 걸린다. 인지기능은 정상이다. 이 기간을 전임상 치매 단계라고 한다. 이 단계를 넘으면 기억력이 깜박깜박하기 시작하는 경도인지장애로 간다. 이 기간이 5년이다. 치매까지 가는 데 적어도 20년은 걸리는 만큼 미리 발견해서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들은 다 막아야 한다. 예를 들어 중금속은 치매의 위험 요인이므로 참치 같은 큰 생선을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운동을 해야 하고 스트레스는 관리를 해야 한다. 치매 전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생활습관 관리를 하면 치매까지 가는 기간이 크게 늘어난다.


-치매를 예방하려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 강력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바로 습관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조금씩 바꾼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만큼 습관을 바꾸기 위해 여러 테크닉을 쓴다. 예를 들어 음주 등 나쁜 습관은 신호->갈망->보상의 단계로 반복하게 되는데, 이 고리를 끊어야 습관을 바꿀 수 있다. 이 고리를 끊는 방법을 알려준다.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치매 환자에게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생활습관을 바꾸라고 닦달하면 더 좋아지지 않는다. 내 환자의 사례도 보면 반려견을 키운 다음부터 인지기능이 눈에 띠게 좋아졌다. 환자는 반려견을 키우면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한다. 오히려 건강 관리도 잘하게 됐다.


-전문가가 생활습관 관리를 도와주면 좋을 것 가다.


지금까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치매 예방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들은 다 실패를 했다. 최근 유일하게 성공한 연구가 있는데, 바로 핀란드에서 나온 FINGER STUDY이다. 핀란드가 사회복지국가이기 때문에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경도인지장애 노인들을 대상으로 생활습관에 대한 강력한 중재가 가능했다. 그래서 치매 예방에 성공을 했다고 본다. 우리병원의 경우도 매일 오후 4시면 작업치료사가 치매 환자에게 전화를 해 생활습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체크하고 독려하고 있다.


-노인 우울증이 증가하고 있다. 치매의 위험요인인가?

그렇다. 우울증과 치매는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 우울증이 있으면 스트레스호르몬 때문에 뇌에 염증이 많아진다. 뇌에 손상이 생기면서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반대로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인 사람을 추적해봤더니 우울증에 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우울제를 먹은 사람이 향후 치매에 잘 걸린다는 연구가 있는데, 약 때문인지 우울증 때문인지 아직 정확하게 모른다. 또한 우울증이 있으면 수면이 제대로 안되면서 치매의 위험도 높아진다.

가톨릭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
가톨릭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임현국 교수는

가톨릭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현재 가톨릭뇌건강센터 소장.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총무이사, 대한생물정신의학회 기획이사를 맡고 있다. 아밀로이드 펫 등의 뇌영상 촬영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가 잘 축적되는 부위가 뇌의 쐐기앞 소엽과 대상회라는 것을 밝혀 학계에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콧물을 통해 치매를 조기진단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또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매 치료제 개발도 하고 있다. 이 치료제는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사립 대학병원 최초로 생긴 치매 전문 센터 가톨릭뇌건강센터에서 PET, MRI, 유전자 검사를 융합한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인지장애 상태 및 예후를 사전에 파악하는 정밀의학을 구현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및 빅데이터를 통해 환자의 최적화된 행동패턴 분석, 치매환자용 app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