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삶/노인복지

[만물상] 곧 치매 환자 100만명

예인짱 2019. 3. 22. 09:46


일본 우치다(內田)병원은 치매 환자 돌봄으로 이름난 곳이다.

이곳에선 환자가 흥분하여 소리를 지르건, 여기저기 배회하건 그냥 놔둔다. 환자가 과도로 사과도 깎아 먹는다.

다른 곳에선 안전 때문에 못 하게 막는 일들이다. 의료진은 늘 환자와 눈높이를 맞추고 얘기를 들어준다.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어루만져 준다.

이렇게 하면 통제 불능 환자도 며칠 내 순한 양이 된다고 한다.

치매 증상의 핵심은 '사라진 인지 기능 속에서 세상에 대한 불안'이라는 얘기다.


▶치매 병원에 가보면 아이가 갖고 놀 만한 인형을 할머니 환자가 어르고 달랜다.

살아 있는 아기로 착각해서 대화를 하며 키우기도 한다. 괜한 허상을 심어준다는 비판도 있지만, 인형 덕에 웃는 횟수가 늘고, 약물 개수는 준다. 생기를 잃은 치매 환자도 식물이나 반려동물처럼 애정을 쏟을 대상이 생기면 활기를 띤다.

요즘은 영리한 로봇이 친구가 돼 준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아들이 돈을 훔쳐갔다고 의심하던 85세 할아버지가 있었다.

기억력이 크게 떨어져 치매가 아닐까 약을 먹었다. 그러다 뇌 MRI를 찍어봤더니 뇌수종이란 소견이 나왔다.

뇌 속 빈 공간에 뇌척수액이 너무 많이 고여 뇌를 압박하는 상태다.

뇌척수액을 300㏄ 빼줬더니 며칠 만에 멀쩡해졌다.

치매로 보여도 아닌 경우가 의외로 많다. 치매 의심 뇌 MRI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니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치매 발생 근원인 독성 단백질이 뇌에 얼마나 쌓여 있는지 보는 아밀로이드 PET·CT 검사도 요긴하다.


▶일본은 65세 고령 인구가 28%, 치매 환자가 600만명에 이른다.

워낙 흔하다 보니 고혈압·당뇨병처럼 만성질환 취급을 받는다. 고혈압 환자가 굳이 대학병원에 안 가는 것과 같다.

걸을 수 있으면 동네 의원에 가고, 집에서 지내면 왕진을 받고, 증세가 심하면 지역 내 치매관리 보건시설이나 요양원에 머문다.

한 마을의 치매 환자가 9명쯤 모여 사는 '그룹 홈' 인구를 전국적으로 합하면 20만명이다.


▶엊그제 나온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18'은 현재 환자 수를 70만명으로 파악 했다.

고령화에 따라 5년 뒤면 100만명이 된다. 치매는 급증하는데 준비가 안 되어 있어 큰일이다.

사는 동네에 돌보는 인프라가 없어 다들 살던 곳을 떠나 외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가 누워 있다.

기억을 잃어버렸더니 살아온 인생도 잃어버리고 있는 셈이다.

고령 사회로 갈수록 치매 환자가 살던 곳에서 지내는 '치매 친화' 동네와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