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생머리에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까만 뿔테 안경을 쓰고, 특유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세계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의 기쁨'을 비롯해 수많은 히트곡을 선사한
여성 가수. 바로 '나나 무스쿠리'다. 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UN 친선대사를 비롯해 수많은 사회사업 활동을 통해 인간적인 면모로서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아티스트다. 1934년생이니 이미 고희를 넘기고도 5년이 흘렀지만, 음악 애호가들의 기억 속에는 지금도 청초한 목소리와 완벽한 음악성을 자랑하는 가수 중 한 명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사실 나나 무스쿠리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없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나나 무스쿠리는 '세미 클래식' 또는 '원조 크로스오버' 가수로서가 아니라, 그리스라는 나라의 아름다운 음악을 세계에 알린 '월드뮤직 가수' 나나 무스쿠리다.
의외의 사실이지만, 나나 무스쿠리의 데뷔는 재즈 가수로서였다. 스스로도 자신은 재즈로 음악을 시작했고, 엘비스, 프랭크 시나트라, 마할리아 잭슨, 그리고 마리아 칼라스를 들으며 오페라 가수의 꿈도 키운 일이 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정식 데뷔 음반은 미국 아티스트 퀸시 존스(Quincy Jones)의 프로듀스로 1962년에 공개된 '그리스에서 온 소녀의 노래(The Girl from Greece Sings)'인데, 이 음반은 이후 '뉴욕의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 in New York)'라는 제목으로 37년만에 다시 CD로 소개되었다. 또한 이 음반을 통해 해리 벨라폰테 등 당시 스타들이 나나 무스쿠리를 주목했으며, 이후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만능 가수로서 나나 무스쿠리를 인정했다.
나나 무스쿠리의 인생을 바꾼 고국의 역사는 1967년에 일어난 그리스 군사 쿠데타가 있는데, 당시 프랑스에 머물고 있었던 그녀는 망명 또는 추방당한 여러 예술가와 지식인들처럼 이후 1984년까지 약 20년 동안 고국을 방문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명성을 얻은 이후에도 나나 무스쿠리는 조국 그리스와 조국의 노래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고, 실제로 그리스의 음악만으로 구성된 1967년도 음반 '내 조국의 노래'로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마노스 하지다키스의 노래 '나의 어머니'와 우리 가요로도 번안되었던 '하얀 손수건' 등이 이 음반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후 '아름다운 그리스의 노래'라는 음반이 한 장 더 소개되었다. 이후 망명에 가까운 생활은 20년만의 고국 그리스 방문으로 이어졌는데, 1984년 7월 24일, 그리스에서 가장 오래된 연극 무대인 헤로드 아티쿠스에서 벌어진 공연 실황은 이후 음반으로 공개되었다.
이 공연을 지켜본 사람들 가운데에는 미키스 데오도라키스, 그리고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멜리나 메르쿠리 등이 있었고, 이 공연은 그리스 출신 아티스트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는 뜻을 지닌 기념비적인 음반으로 기록되고 있다. 물론 '헤로드 아티쿠스'음반 이외에도 여러 장의 프랑스 올랭피아 극장 실황 음반이 있고,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나나 무스쿠리가 부른 그리스 노래들이 다수 소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유독 나나 무스쿠리는 '공연 무대에서 강한 가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비록 지난 2005년 가을에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당시엔 세월의 무상함을 견딜 수 없었던 노쇠한 모습이었지만, 시대를 풍미한 대가의 음악은 전성기냐 아니냐를 떠나서 무대 위에 서 있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했다. [황우창의 뮤직투어] 월드뮤직 칼럼니스트
Plaisir D'Amour (사랑의 기쁨)
1961년에 Plasir D'amour(사랑의 기쁨)이 발표되었는데, 1983년에 '7일간의 사랑' 영화 삽입곡으로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 원곡은 독일에서 태어난 프랑스 작곡가이며 오르간 연주자인 장폴 에지드 마르티니(1741 ~ 1816)가 작곡한 이태리 가곡이다. 마르티니에게 큰 명성을 안겨준 유명한 로망스로서 "사랑의 기쁨"이라는 곡 이름과는 달리 변함없는 사랑을 맹세한 애인의 사랑이 허무하게 변한 것을 슬퍼하는 비련의 노래이다. 그러나 오로지 슬픔만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며 '사랑(amour)'이 우리에게 진정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노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