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의 삶/은혜로운 간증

심수봉집사 “恨 벗고 기쁨 노래합니다”

예인짱 2008. 10. 1. 16:26


[쿠키 문화] “그렇게 힘들었던 외로움도 어린 시절부터의 불행도, 결국 하나님을 찾게 하시려고 주신 동기였던 거예요. 하나님의 큰 사랑을 깨닫기 위해 거친 과정이라 생각하면 그 어떤 일도 행복한 마음으로 떠올릴 수 있죠.”

한국 현대사의 불행한 한 페이지에 속해 있던 인물, 늘 10·26이라는 사건과 함께 떠올려졌고 그 슬픈 노랫가락만큼 깊은 아픔을 지닌 사람으로 비쳐졌던 가수 심수봉(51). 그가 천형처럼 짊어져온 한(恨)을 벗어던지고 기쁨의 노래를 시작했다. 오는 11일 복음성가 앨범 ‘데이 바이 데이(Day By Day)’를 발매하는 것.

그동안 기독교인임을 드러내지 않았던 심수봉이 이번 앨범 출시를 앞두고 국민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역삼동 그의 자택에서 만난 심수봉은 봄기운처럼 들뜬 표정이었다. “요즘은 어려운 일이 닥치면 오히려 기뻐요. 기도할 수 있으니까요.”

◇기독교를 거부하던 시절=심수봉은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아버지 없이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조숙했다. “인간은 왜 태어나고 또 허망하게 죽을까” 등 고민에 심취했고 운명론자이기도 했다. “사주를 보면 저는 가정을 이루고 살지 못할 팔자라 했어요.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최대의 꿈이었던 저로서는 절망스러웠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였죠.”

어머니가 한 때 이단에 빠져든 바람에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컸다. 어려서 본 교주의 무서운 형상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기독교라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됐다고. 그러면서도 인생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그는 자연스레 타 종교에 귀의했다. 경전이란 경전은 모두 숙독하고 수행의 일정한 경지에까지 올랐다. 그렇게 젊은 시절을 보내던 중 계기가 찾아왔다.

◇운명을 바꿀 수 있다=“남들은 사업이 부도나고 암에 걸리는 정도 일을 겪어야 바뀌잖아요? 저는 ‘하나님을 믿으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 한마디에 돌아섰어요. 저를 위해 오래 기도해온 언니가 해준 말이었는데, 귀가 솔깃하면서 ‘그럼 나도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말인가’하는 호기심이 생겨 그 때부터 교회에 나갔죠.”

그 때가 1985년이었다. 하지만 교회에 다니면서도 그의 관심은 율법에 머물렀다. “기독교인이라면 일반 사람과는 사는 모습이 달라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에 기독교인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없었다는 것.

“이웃과의 작은 다툼이나 억울한 일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내가 괴로웠어요. 새벽기도, 금식기도를 하면서 성경 말씀에 순종하려 애써봤지만 안되더라고요. 이혼도 한 번 했고요. 이혼 당시에는 30여분간 ‘하나님은 없다’고 절규하기까지 했었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다=신앙생활에 대전환이 찾아온 것은 2년 전이었다. 재혼 가정을 꾸리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심수봉은 자녀 양육에 관한 상담을 받기 위해 기독교 계열의 치유 상담 프로그램을 찾았다. 미국에서 시작된 ‘그레이스 라이프 세미나’라는 과정이었다.

“애들 얘기를 하러 간 것인데 자꾸 제 어린 시절에 대해 묻더라고요. 그렇게 얘기를 풀어가다가 저의 문제를 비로소 알게 됐죠.”

그동안 유달리 외롭고 혼란스러웠던 것이 어려서부터 한 번도 ‘나는 귀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남편에게 기대한 것도 그 때문이었고, 사랑을 받으려 갖은 노력을 기울이다가도 조금만 무시 당하면 몇 배로 큰 상처를 받고는 헤어나오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결국 완전한 사랑은 하나님으로부터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나를 위해 독생자를 보내 대신 죽으셨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느끼고 예수님의 풍족한 사랑 속에서 눈물을 흘린 그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참 신앙을 알게 됐어요. 내가 하나님께 천하보다 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나니 사람에게 상처받을 일이 없어진 거죠.”

◇영혼의 노래를 부르다=그리고 삶이 달라졌다. 어려움이 닥치면 기도부터 하게 됐고, 그러면 신기하게도 기적같은 손길이 찾아왔다. 관계에서도 당당해졌다. 남편에게 소소한 부탁을 하기도 한다. 전에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두려워 못했던 것들이다.

또 이전부터 가스펠 앨범을 내려 했는데도 일이 잘 안풀렸지만 최근 묘하게 일이 성사됐다. 실력이 출중한 연주자들이 가스펠 앨범을 함께 만들자고 제의해온 것. “만일 더 일찍 앨범을 냈다면 전혀 다른 결과물이 됐을 거예요. 영혼을 담을 수 없었을테니까요. 이번 앨범은 제가 들으면서 감동을 받아요. 한 곡 한 곡을 부를 때의 심정이 생생하게 떠올라서요.”

◇이젠 기쁨을 나누고 싶다=“저희 집을 개조한 건물이 6월에 완공되면 지하 공연장과 1층을 일반에 공개할 거예요.” 찬양 예배와 치유 세미나 등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치유 상담가가 되기 위해 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연예인 등 특별히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치유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면서 “몸이 아프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섬기는 삶을 살고 싶다”고 고백했다.

곧 녹음에 들어갈 공식 11집 앨범에도 그간 겪은 변화가 담길 것이라고. “심수봉 특유의 정서는 남아있겠지만 이전보다는 밝아질 수밖에 없어요. 제게 인생의 암울한 시기는 이미 지나갔으니까요.”

오십대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고운 얼굴과 목소리의 심수봉. 거기다 인생을 새로 시작할 활기까지 얻은 그에게서는 봄의 신선한 내음이 풍겨나오고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