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떠나야 한다
기차를 타야하며
기찻길 옆에는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길이면 더 좋다
그래야
가을을 좋아하는 소녀처럼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하늘은 파랗고
파란하늘에 흰 구름이 떠 있으면
편지라도 써서 비행기 접어
하늘 저 멀리 날려 보내야 하는 것이 가을여행의 수채화다
가을이면 나오는 사진은
코스모스 피어 있고
건널목 차단기가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있고
역무원마저 졸고 있는 산골 간이역이면 좋다
마지막 목적지로
떠나는 버스마저 끊긴 대합실에
넓은 벤치에 앉아서
처음으로 느끼는 여행자의 향수를
그 때는 그런 鄕愁도
고급스럽게 즐기고 있기 마련이다
같은 처지의 다른 여행자와 동반자가 되어
흙먼지 날리는 산길을 걸어 내려가며
나타나는 새로운 풍경에
신비감을 느껴보기도 하는
그런 풍경이 있는 그림이면 좋겠다
이런 그림 속에 나타나는 인물은
붉은 색 잔 선(線)이
가로 세로로 예쁘게 난 잠바 스커트차림에
레이스를 단 흰 부라우스 차림의
긴 머리 소녀가 지나가고
그 순간 기차는 그 소녀를 볼 수 없게
가로 막고 지나가고
장면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화면 이중으로 겹치며
머릿속에는 온통 가을여행 수채화가 지워지고
멀리 기찻길 너머로 산이 보이면 다시 도시인이 된다
오늘 밤도 나그네처럼 가을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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