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심리교실

2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니

예인짱 2008. 9. 12. 13:20

  20~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니

 우울증의 위험 과소 평가돼

'정신과 치료' 중요성 알아야 
 

 

 

▲ 신영철·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의사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다. 한 유명 탤런트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선한 눈을 가진 고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줄이야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왜 그랬을까. 정말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다는 보고는 이제 뉴스거리가 되지도 못하는 것 같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하루 34명의 한국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이는 2006년에 비해서도 11% 이상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20~30대 젊은 남녀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그토록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도록 몰아넣은 것일까?

물론 자살의 원인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사회적 요인과 개인의 성향, 자신이 처한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80%는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우울증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사실은 이제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우울증을 그저 '의지의 문제'라고만 생각한다.

'살다가 한두 번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마음만 굳게 먹으면 되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일시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우울한 느낌과 병적인 우울증과는 구별해야 한다. 걱정하지 말라거나 힘내라는 단순한 위로는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 스스로 우울해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자신도 힘을 내고 싶고 기분이 좋아지고 싶지만 안 되는 것이다. 마치 불면증 환자에게 왜 안 자느냐고 묻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고인이 된 안재환씨의 이야기를 보면서 한 가지 더 안타까운 사실이 있다.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이미 한두 달 전부터 그가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는 소식이다.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은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저 힘들다는 하소연 정도로 받아들이고 시간이 가면 좋아지겠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평소 그렇지 않던 사람이 초조해 보이고 죽고 싶다는 말을 한다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우울한 상태가 되면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다.

평소 같으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해결책도 떠오르지 않는다.

사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만 들 뿐이다.

이 상태에서 건강한 해결책이 떠오르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도 마찬가지다.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는 생각만 든다. 조금만 물러서서 생각하면 다른 대안이 떠오를 수도 있지만 그 상황에서는 그럴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그럴 경우 왜 전문의를 찾아 상담해 볼 생각을 하지 않을까 안타깝다.

혹시 누구에게 알려지지나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꼭 필요한 시기에 정신과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본다. 어느 누구도 진료기록을 무단으로 볼 수는 없다. 특히 정신과 진료 기록은 엄격한 비밀이다. 이는 법으로 정해진 일이다. 정신과 약물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나 주변사람들의 근거없는 무책임한 조언도 정신과를 기피하는 중요한 요인인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모든 자살을 다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조차도 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불행한 선택을 하도록 방치한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일 수도 있다. 정신과 의사로서 참담한 심정을 숨길 수가 없다. 혹 정신질환, 정신과 치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안타까운 죽음에 일조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과 자책감이 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