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CEO리더십

좋은 리더십 이야기

예인짱 2007. 6. 22. 11:40

 좋은 리더십 이야기

 

 

                                                                                                                                                     이인열 · 뉴델리 특파원

 

80년대 말 국내 프로야구팬이었다면 기억하시겠죠.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한 야구 감독이 ‘자율 야구’를 도입하겠다고 해 화제를 모은 일 말입니다. 당시 우리 야구 현실에선 엄청난 혁명이었죠. 스파르타식(式) 훈련을 강조하며 선수들 사생활까지 통제하는 감독이 ‘1등 감독’으로 평가 받던 시절이었으니깐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나 듣던 자율야구를 한다니, 많은 야구팬들은 우선 그 신선함에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실험은 높았던 관심에 비하면 그 성적이 초라했지요. 자율야구가 아니라 방종(放縱) 야구가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후 야구계에선 ‘자율야구 혁명’의 실패를 두고, “한국에선 안 통해” “역시 우리는 관리 체질이야” 등의 갖가지 분석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에는 한 야구해설자의 분석이 지금도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그는 “자율야구란 무조건 선수를 믿고 맡기는 차원이 아니다. 진정한 자율야구는 고도(高度)의 관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선수도 자율을 이해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구단과 감독, 코치 등이 선수들을 보이지 않게, 철저히 지원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자율은 관리의 상대적 개념이 아닙니다. 관리가 진화한 개념일 수 있고, 상호 보완적인 개념일 수 있습니다. 리더가 사라져야 자율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소리 내지 않고, 멋지게 일을 해내는 리더가 있어야 진정한 자율이 유지됩니다.

이쯤에서 세계에서 다섯 번째 부자(250억 달러)인 인도 출신의 락시미 미탈(Mittal) 회장 얘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미탈 회장은 세계 철강 수요의 10%를 생산하는 독보적인 1위 업체 아르셀로-미탈의 최고경영자(CEO)입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문닫기 직전의 제철소를 10여개 이상 사들여(M&A), 이를 정상화시키는 방식으로 ‘철강왕’에 올랐습니다.

 

“인수합병(M&A)은 계약서에 서명을 한 뒤가 더 힘들고 위험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질적인 문화와 배경, 경영상황을 가진 기업들을 인수해 이를 되파는 것이 아니라, 기존 조직과 일체화시킨 뒤 성공으로 이끈다는 것은 첨예한 이해관계로 부딪치는 국가를 통일시켜 부국(富國)으로 만드는 일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를 위해선 엄청난 경영 노하우와 리더십이 필요하겠죠. ‘M&A의 귀재(鬼才)’ 미탈 회장의 리더십은 도대체 뭘까 모두들 궁금해했는데, 그는 작년 연말 언론(파이낸셜 타임스)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최고의 지도자는 변화해야 하는 목표를 끊임없이 말해야 하며, 또한 목표점까지 조직원 전체를 끌고 갈 수 있는 노련한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M&A 성공의 핵심은 사람이다. 당신이 생산성이 떨어져 있는 현장에 갈 때 직원들의 얼굴 표정을 자세히 보라. 모두 풀이 죽어 있고, 사기가 떨어져 있을 것이다. 그들이 힘을 내도록 북돋아주면 된다. 리더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매사를 대립으로만 봐야 직성이 풀리고, 묵묵히 일을 해내기보다 밤낮 시끄럽게 만드는 데 골몰하는 리더는 자율의 혁명도, 통합의 기적도 이룰 수 없다는 걸 역설적으로 설명하는 얘기들입니다. 참, 앞서 언급했던 프로야구 감독은 몇 년 후 자율야구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남 탓’과 ‘자기 변명’ 대신 절차탁마의 정신으로 자율야구에 대한 완성도를 높였기 때문입니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