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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전도사 최윤희 /나의 주성분은 3대정신

예인짱 2009. 7. 15. 13:27
 
사람은 누구나 위기를 맞기 마련이다. 나 역시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이겨내야 할 힘든 역경이 무수히 많았다. 남편이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서 거지가 되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 드라마에서나 보던 남의 일이 설마? 나에게! 찾아온 것이다. 나는 접수거부를 선언하고 냅다 도망가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의 힘은 막강했다. 내가 도망간다고 그게 도망갈 수 있는 일인가? 나는 엉엉 울다가 나 자신에게 마음속으로 시험문제를 내주었다. 최윤희. 너 지금 심신이 지쳐있으니까 주관식문제는 너무 가혹하겠지? 내가 객관식 문제를 내줄게. 사지선다형. 하나만 찍어봐.
1- 이혼을 해!
 2- 가족동반 자살을 해!
3- 묻지 마 인생, 타락을 해버려!
4- 새 출발!

1번, 이혼을 하려니 ‘원샷‘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동사무소 가서 서류 떼고 구청에 가서 또 서류 떼고....그것도 모자라서 법원에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아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차라리 그냥 살고 말겠다! 그래서 1번은 제껴 버렸다.
 
사실은 2번 가족동반 자살이 제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밖에 놀고 있는 애들을 불렀다.
죽기 전에 얼굴이나 제대로 봐야 할 것 아닌가? 애들아, 엄마가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깐 들어와 봐. 신나게 놀던 아이들은 내 앞에 눈을 말똥말똥 뜨고 앉았다. 애들 눈에는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엄마, 빨리 말해. 빨리 말해! 지금 밖에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어. 재밌어 죽겠는데! .....재밌어 죽겠다는 애들을 차마 죽일 수는 없잖은가? 그래서 2번도 제꼈다.
 
다음 3번에 도전! 묻지마 인생, 차라리 타락을 해버려라. 제정신으로 어찌 살겠느냐?  그러나! 나도 양심은 있다. 내 얼굴이 과연 타락이 가능한 얼굴인가? 셈본을 배웠기에 분수는 조금 아는 최윤희. 3번은 자동폐기할 수 밖에 없었다. 남은 것은 딱 하나.....
 
4번 새 출발!
그 때 나는 새롭게 깨달았다. 사람 마음처럼 간사한 것도 없고 사람 마음처럼 위대한 것도 없다는 것. 좋아, 죽었다 생각하고 다시 새롭게 살아보자! 이렇게 결심하자 거짓말처럼 새로운 힘이 생겼다. 조금 전까지 절망의 세상, 새까만 블랙홀이던 내 가슴이 희망, 초록의 세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현대그룹 주부사원 공개 채용시험에 응모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험 보러 온 여자는 무려 1,330명. 나까지 합쳐 응모자는 1,331명이나 되었다. 나는 가슴이 턱~ 막혔다. 우와...실력도 없는 내가 어찌하여 저 사람들을 이기고 합격할 수 있을까? 포기하고 싶었지만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러나 기적은 있는 법~나는 1331명중에서 딱 한명의 카피라이터로 합격했다. 실력이 있어서 합격한 것이 아니라 나를 합격시킨 것은 자기소개서였다. 지금 젊은 사람들과 비교해도 특별한 자기소개서.
 
그러나 합격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태어나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 카피라이터! 그것이 내 직업, 내 타이틀이라니? 마흔이 다 된 여자가 ‘광고회사의 꽃’이라는 카피라이터가 되었으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내가 직장생활에서 받은 구박과 설움은 미니시리즈 32부작이다. 지금 나는 잡지와  라디오에서 인생 상담, 직장인 상담을 받고 있다. 그들 고민을 들어보면 인간관계가 85%를 차지한다. 능력은 다 비슷비슷한데 인간관계를 어떻게 하느냐?....그것이 젤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원샷으로 해결해준다.
 
‘실자매’와 동거하라!
난데없이 실자매라니 이게 뭔 소리? 실자매는 ‘진실과 성실’을 말한다.
어떤 최악의 사람도 내가 진실과 성실을 다한다면 반드시 변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다. 속성코스, 장기코스, 단기코스..등. 변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는 사람도 있고 쉽게 풀리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은 반드시 변한다. 내가 얼마나 진실과 성실을 다하느냐! 그것에 달려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를 ‘잡초과’로 규정했다. ‘공주과’는 받들어 총!을 해줘야 하지만 ‘잡초과’는 팍팍 밟아줘야 쑥쑥 큰다.
 
평소에도 나는 잡초과로서 내공을 튼튼히 쌓은바 있다. 누가 나를 추켜세우면 몸이 배배꼬인다. 그 순간 나에게 설탕만 뿌려주면 곧바로 시장에 내다 팔아도 된다. 꽈배기로! 그런 튼튼한 내공이 있었기에 나는 구박과 설움을 맛있는 일용할 양식으로 간주했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동물식물중에서 오직 인간만 위대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변화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changed의 g를 c로 바꿔보라. chance가 되지 않는가? 변화 속엔 반드시 기회가 숨어있는 것이다.
그렇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변화한다는 것! 나를 구박하던 그들이 나중엔 변하기 시작했다. 나중엔 사표를 써도 수리가 되지 않을만큼 직장동료들은 모두 다 내 친구가 되었다.
IMF로 젊은 사람들이 잘려나갔다. 나는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을 생각하고 과감하게 사표를 쓰고 나와버렸다. 그 후에 쓴 책으로 방송에 나가게 되고 지금은 또 전혀 다른 행복디자이너로 강의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요?
 
나는 3대정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1-죽까정신.....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정신.
2-맨딩정신.....맨땅에 해딩하기 정신
3-깡벌정신...깡다구있게 벌떡 스탠드하기 정신.

나의 주성분, 3대정신만 있다면 무엇이, 누가, 두려우랴?

최윤희<방송인, 행복디자이너>
청와대, 각 기업체, 공무원, 대학원, 주부, 시민들 전방위 강의활동
KBSTV아침마당 등 7개 방송 프로에 고정출연중
저서로는 '웃음헤픈 여자가 성공한다' '유쾌한 행복사전' '20대, 美쳐라!'
'고정관념 와장창 깨기' 등 16권이 있음
 
 
<인터뷰 기사>
 
행복전도사 최윤희
붐비는 전철, 노인이 동냥 중이었다. '저는 장님입니다'라는 쪽지를 목에 걸었지만 그 흔한 풍경에 눈이나 깜빡 할 승객이 있을까.
이때 한 여성이 선뜻 다가갔다. 한동안 얘길 나누는 눈치더니만 새로 쓴 쪽지를 노인의 목에 걸어드렸다. 산뜻했다.
'해마다 봄은 오건만, 저는 그 봄을 못 봅니다'.
 물론 실화다. 그리고 속편도 있다.
 
"한두 해 뒤일까요? 할아버지를 전철에서 다시 봤어요. 대뜸 인사를 올리니까 제 목소리를 기억하셨고요. 슬쩍 여쭤봤죠. '요즘 어떠세요?' 대뜸 손가락 세 개를 쫙 펴요. 와우! 수입 세배. 근데 복더위에 봄 타령이 영 걸려요. 이번엔 사계절 카피로 바꿔드렸죠. 뭐라 썼는지 아세요?"
'행복학 박사' 최윤희(56). '삶의 포로가 될까, 프로로 변신할까'란 메시지 설명인데, 이 대목에서 그의 얼굴을 새삼 다시 쳐다본다. 자기 자랑은 흔적조차 없다. 실제로 "죽어도 꽃일 수 없는 여자, 기어이 꽃이라고 우긴다면 수박꽃"이라고 뻗대는 이가 그다. (참고로 새 쪽지는 이랬다.
'사랑하는 두 딸이 있지만, 저는 그 얼굴을 못 봅니다')
 
카피라이터 출신의 최윤희는 몇 안되는 특급 강사. 김동길 교수, 서상록 전 삼미그룹 부회장, NGO 활동가 한비야, 황수관 교수, 이시영 박사와 함께 전국을 누빈다. 강연은 일주일에 5회 내외. 한데 좀 별나다. 청중부터 다양하다. 청와대.벤처 CEO에서 룸살롱 종업원까지. 앙코르 공연도 그중 많다.
 
-당신이 펴냈던 책 6권을 훑어봤다. 싱싱한 입말(口語) 잔치이고, 문장부터 엄청 젊었다. 뜨거운 팬레터를 보내는 육사 생도도 있다더니….
"이렇게 이해해 달라. 내 입술에는 심의기관이 없다고. 강의에서도 뻔한 소리, 진부한 말, 어깨에 힘 들어간 말은 무조건 사양이다. 내가 봐도 난리 블루스인데 웬걸, 듣는 사람들은 가슴이 뻥 뚫린다고 하니 정말 희한하다."
 
-강연은 언제부터 했나?
"첫 책 '행복, 그거 얼마예요?'를 펴낸 직후부터다. 한 5년? 외환위기 직후 광고회사를 퇴사했는데, 우울한 이 시대 이웃들에게 작은 위안을 드리고 싶다는 소박한 쪽이었다. 그때 KBS-TV '아침마당' 등에 출연을 한두번 했다. 그 후 '당신이 나올 때마다 시청률이 뛴다'며 고정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그게 강연요청으로 연결되고…."
 
-'최윤희 중독자'도 수두룩하다. 주철환 이화여대 교수, 여성 리포터 유시현, 소설가 이윤기…. 한데 당신이 '변태'라는 소문도 들린다.
"그렇다. 변태다. 그건 변화태의 준말이다. 순간 순간 변화하기를 간절히 바라서 그렇다. 자, 모든 게 경이롭지 않은가? 시금치 등 일곱가지 반찬이 꽂힌 김밥 한 줄에 1000원이고, 그 재미있는 비디오가 500원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면 온 몸의 세포가 폭발 직전이다."
 
-평소 당신의 이미지는 19세기 여인인데…. 약속시간 칼처럼 지키는 깍듯한 매너까지도.
"학교 친구들은 '너 오리지널 최윤희 맞아?'하고 묻곤 한다. 예전의 최윤희는 소심함의 덩어리였다. 외모 콤플렉스도 대단했다. 키만 덜렁 크고(본인 주장 164㎝, 그러나 10㎝를 얹어야 한다) 커야 할 건 외려 작고…. 어느날 깨달았다. '외모 유통기간=30분'인걸. 그 뒤로 맘이 개운해졌다."
 
-그래서 당신 자체가 연구 대상이다. 대학(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뒤 서른 여덟까지 줄곳 전업주부였다가 어찌어찌해서 카피라이터로 신장개업을 하고….
"100% 남편 덕이다. 사실이다. 쫄딱 망해 알거지가 돼 내게 변신의 기회를 줬으니까. 1984년인가? 맥없이 앉아 쫄쫄 굶을 판에 광고회사인 금강기획 카피라이터 공고를 보고 응모를 했다. 허걱! 1331명 지원에 혼자 합격이라니."
 
-정말 기발했던 자기소개서 덕으로 안다.
"뜬금없이 애꾸눈 임금 얘기를 썼다. 옛날 옛날 멋진 초상화를 남기려는 애꾸 임금이 있었다. 한데 아첨쟁이 화가는 눈을 멀쩡하게 만들었고, 고지식한 이는 애꾸 그대로 그렸다. 그 때마다 핏대만 내던 임금이 한 무지렁이 화가의 마지막 작품에 뻑 갔다. 성한 눈 쪽 옆모습을 정성껏 그려낸 것이다. 나의 멘트가 이랬다. '삶에도 희망.절망이 공존한다. 나는 좋은 쪽만 보고 살련다.'" (취미.특기란도 히트다. '특기=멍하니 하늘 쳐다보기 / 취미=인상 쓰는 사람 간지럼 태우기 / 희망 월급액=물질은 완전 초월')
 
-룸살롱 종업원들에게도 강연했다는데….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가 가수 조영남이다. 해서 그에게 전화했다. 첫마디가 이랬다. '그런 건 내가 해야 정상 아냐!'. 불법이 아니라면 뭐든 말하라는 조언을 그때 받았다. 의정부수련원에서 왕마담.여 종업원들과 조폭사장에게 프로정신을 강의했다. 영등포교도소에서 전국의 흉악범을 모아놓고 강의도 했지만, 떨렸던 게 룸살롱 강연이었다."
 
-그건 특수한 경우고, 보통 뭘 말하는지.
"관념을 들먹거리진 않는다. 평범한 이웃들에게서 내가 직접 들은 싱싱한 삶의 얘기를 그대로 전해드린다. 딴에 '행복이라는 태양' 하나 안겨드리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이를 테면 어떤 식일까?
"창원에서 택시를 탔더니 40대 초반 여성기사인데, 꼭 조폭이었다. 스포츠 머리까지. 남자들 희롱 때문이란다. 평소의 내 습관대로 즉각 인터뷰에 돌입했다. 3년째 운행, 부도낸 남편과 아들 셋이 가족, 이거 저거 뗀 월급이 50만원…. 한데 씩씩하기 그지없는 그의 말에 진짜로 놀랐다. '월 5000만원에도 몬산다 카는 이도 있지마는예, 지는 쪼매 힘들어도 남편에게 걱정 말라, 마음껏 쉬라며 알콩달콩 살아예.' 그런 얘기가 내 강의의 전부다."
 
-좋다. 요즘 사람들 가장 힘들어하는 건 무얼까?
"사람 관계가 아닐까? 부부, 부모 자식, 직장 상하 관계…. 열쇠는 실자매뿐이다. 진실.성실의 두 자매! 생각해 보라. 사람 하나 하나가 위대한 포털사이트가 아닐까. 정성껏 가슴을 클릭해볼 일이다. 엄청난 스토리가 쏟아지면서 껄끄러움도 해결된다. 이런 주문도 던진다. 지금 이곳 당신의 삶 자체가 특혜분양이라는 것, 당신의 위대한 힘을 꺼내라고."
 
-가슴 클릭이라고 했다. 어떻게 하는 것인지.
"쉽다. 쉬운 한국말을 아끼지 않으면 된다. 대중탕에서 혼자 끙끙대며 등짝 때미는 이들을 본다. 그때 한마디만 던져라. "함 밀어 드릴까요?".
박장대소에 무인지경의 수다판이었다. 도무지 정상이 아닌 인터뷰의 뒷얘기 한토막-. 동료 권혁재 기자가 그에게 전화를 했다. 인터뷰 때 찍은 사진이 성에 안 찼기 때문. 한데 외려 전전긍긍했던 건 최윤희였다. "너무 죄송해요. 제가 워낙에 불량품이라서요." 그리곤 냅다 뛰쳐나왔다. 바쁜 이를 시장에 세워놓고 한번 더 찍은 게 신문 사진이다.
 
글=조우석 기자<wowow@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