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삶/상담심리학

<심리학을 변화시킨 40가지 연구> - 로저 R. 호크

예인짱 2007. 10. 26. 14:42
- 기본 정보 -

시작 일자: 2005. 9. 6.

완료 일자: 2005. 11. 16.

독서 기간:

읽은 쪽수: 467쪽

독서 후기: 심리학의 주요 연구주제들과 각 주제별 연구업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론적 제안, 실험 방법, 결과 및 그 함의를 체계적으로 서술함으로 심리학의 연구방법론에 대한 통찰을 주는 책. 대학 교재로 안성맞춤인 책이란 생각이다.

 

- 참고 정보 -

지은이: 로저 R. 호크

옮긴이: 유연옥

출판사: 학지사

출판일: 2002년 1월

 

- 독서 로그 -

2005. 9. 6.  pp. 1 ~ 105

2005. 9. 11.  pp. 106 ~ 196

2005. 11. 8.  pp. 197 ~ 243

2005. 11. 9.  pp. 244 ~ 333

2005. 11. 12.  pp. 337 ~ 358

2005. 11. 14.  pp. 359 ~ 377

2005. 11. 15.  pp. 378 ~ 443

2005. 11. 16.  pp. 444 ~ 467

 

- 목차 -

제1부 생물학과 인간행동

1. 뇌는 하나일까 둘일까? / 2. 경험을 많이 할수록 뇌는 커진다 / 3. 당신이 본 것은 학습한 것이다 / 4. 시각벼랑을 경계하라

제2부 의식

5. 잠자는 것은 꿈꾸는 것 / 6. 소망을 충족시켜 주는 꿈 / 7. 꿈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 8. 최면상태처럼 행동하다

제3부 학습과 조건화

9. 파블로프의 개 이야기 / 10. 어린 앨버트의 정서 반응 / 11. 비둘기의 미신적 행동 / 12. 보보 인형 연구

제4부 지능, 인지 그리고 기억

13. 기대하라, 그리하면 얻으리라 / 14. 좋은 인상 만들기 / 15. 범주, 너무나도 자연적인 범주 / 16. 기억에 대해 감사하라

제5부 인간발달

17. 사랑의 발견 / 18.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 마음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 19. 출생순위가 빠를수록 더 똑똑한가? / 20. 통제의 기쁨

제6부 정서와 동기

21. 정서와 정서적 상황 / 22. 얼굴을 보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 23. 인생과 스트레스 / 24.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고

제7부 성격

25. 내 운명의 주인은 / 26. 얼마나 도덕적인가 / 27. 우울 학습 / 28. 마구 뛰는 심장

제8부 정신병리

29. 도대체 누가 미쳤는가 / 30. 또 방어적으로 되어갑니다! / 31. 나는 누구인가 / 32. 행동적 침몰을 야기하는 혼잡함

제9부 심리치료

33. 심리치료자 선택하기 / 34. 공포를 떨치기 위한 이완 / 35. 그림 읽기와 환상 / 36. 화학적 고요

제10부 사회심리

37. 설득당한 대로 실행하지 않는다 / 38. 동조의 위력 / 39. 도울 것인가 말 것인가 / 40. 무조건적 복종

 

- 노트 -

1. 뇌는 하나일까 둘일까?

인간 뇌의 두 반구는 뇌량이라는 섬유구조물로 이어져 있다. 간질 발작을 제거하기 위해 뇌량을 절단한 환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뇌의 두 반구의 기능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 분야의 선구적 학자는 스페리와 가자니가이다. 크게 시각, 촉각, 청각에 대한 반응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놀랍게도 좌반구와 우반구 모두 감각신호에 독립적으로 반응하지만 우반구는 반응을 언어화하지 못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언어중추가 뇌의 좌반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스페리와 가자니가는 각 대뇌반구가 실제로 자체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분할뇌 환자에게 "당신은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입니까?"라고 질문하자 그는 제도공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왼손으로는 카레이서라는 블록 철자를 나열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정상적인 뇌를 소유한 사람도 두 반구간에 완벽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정서를 형성하는 정보 조각이 언어화되지 않으면 좌뇌는 이것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어떤 사람은 슬픔을 느끼면서도 왜 슬픔을 느끼는지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인간이 두 개의 분리된 기능을 하는 뇌를 가졌다는 것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두 반구가 어느 정도 독립된 기능을 한다는 것은 맞지만 어떠한 인간의 활동도 오직 한쪽 뇌만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좌뇌가 우뇌보다 발달했다느니, 뇌의 한쪽 측면은 어떤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계발될 필요가 있다느니 하는 식으로 뇌의 기능을 분리할 것이 아니라, 뇌의 두 부분의 능력을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2. 경험을 많이 할수록 뇌는 커진다

"풍요로운" 환경의 쥐와 "결핍된" 환경의 쥐에 관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경험이 뇌발달을 돕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양한 놀이기구와 부족하지 않은 음식과 물로 특징지어지는 전자의 환경의 쥐는 고립되고 먹이가 부족한 후자의 쥐보다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의 분비와 뇌피질의 성장이 더 왕성했다. 이에 대해 인간의 접촉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실험적 환경의 영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실험은 전자가 뇌발달과 관련이 없음을, 후자의 경우 실험적 환경이 야생의 환경에 대해 일종의 "결핍된" 상태입이 증명되었다.

3. 당신이 본 것은 학습한 것이다

지각능력의 중요한 두 측면은 전경과 배경을 구분하는 능력과 소위 '지각항등성'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지각항등성이란 멀리 있는 물체와 가까이 있는 물체가 다른 크기로 지각되어도 대상의 실제 크기는 일정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전경과 배경을 구분하는 능력은 선천적이지만, 지각항등성은 경험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인류학자 턴불의 관찰은 이를 입증하는데, 가시거리 100피트 내외인 정글 속에서만 생활한 피그미족이 시야가 확 트인 산에서 멀리 있는 물소를 곤충이라 하고 강에 떠있는 배를 나무조각이라고 우겼던 일이 그것이다.

턴불의 연구는 천성대 양육의 논쟁에 불을 붙였고, 후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논거로 사용되었으나, 다른 연구는 우리의 일부 지각적인 능력은 생득적일 것이라고 제안한다.

4. 시각벼랑을 경계하라

많은 심리학자는 가장 중요한 시각 기술을 '깊이 지각'이라고 생각한다. S.B라는 사람은 수술로 시력을 회복할 때까지 52년간 앞을 보지 못했다. 시력을 회복하면서 그는 창문 밖의 자동차를 보기 위해 창문틀 위로 기는 행동을 했다. 그는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깊이를 지각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바닥으로부터 일정한 높이에 절반만 뚫려 있는 판자를 설치하고 전체를 두꺼운 유리판으로 덮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뚫려있는 부분의 바닥은 뚫려있지 않은 부분의 바닥과 같은 문양으로 장식한다. 이제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유리판 위에 올려놓고 바닥이 뚫려있는 방향에서 엄마가 아기를 부르도록 한다. 이러한 소위 '시각벼랑' 실험에서 27명의 아기 중 단지 3명만이 아래가 뚫려있는 쪽의 유리판을 건너 엄마에게로 갔다.

운동신경이 발달하지 않은 생후 1개월 된 아기의 심박수를 측정하거나 생후 빠른 시간 내에 운동신경을 가지는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깊이 지각은 본능적이지만 떨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와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은 경험을 통해 획득된다는 것이다.

5. 잠자는 것은 꿈꾸는 것

데멘트와 아제렌스키는 꿈 연구의 초기 선구자이다. 아제렌스키에 의하면 우리는 잠든 후 얕은 수면단계(단계1)에서 시작해서 점차 깊은 수면단계(단계4)를 거치다가 다시 단계1로 돌아온다. 이 때 단계1에 접근하기 전에 REM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때 꿈을 꾸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데멘트는 REM 수면의 역할을 밝히기 위해 특수한 실험을 고안했다. 피험자들은 두 단계의 실험을 거치게 되는데, 첫 단계는 REM 또는 꿈 박탈, 두번째 단계는 단순한 수면 박탈을 특징으로 한다. 각 단계는 수일간의 실험으로 이루어진다. 피험자의 안구 주변의 신경반응이 관찰될 때마다 그들을 깨웠다가 다시 재운다. 전후 단계의 차이는, 깨우는 시점이 단계1은 REM이 관찰되기 시작할 때라는 것이고 단계2는 REM이 끝날 때라는 것이다. 두 단계 사이에는 충분한 회복기가 주어진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실험이 마지막날로 갈수록 피험자가 잠에서 깨는 횟수는 증가한다. 그리고 회복기 때 전체 수면시간 중 REM의 비율은 정상적일 때의 약 2배 가량이 된다. 사실 단계2는 일종의 대조군으로서 수면방해의 영향을 알기 위한 것인데, 단계2에서는 정상적인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REM 비율이 나타났다. REM이 방해받는 기간동안 피험자에게서 불안, 식욕증가 등의 변화가 나타났다. 단계2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과의 함의는, REM(꿈)이 방해받는 경우 꿈을 꾸려는 압력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REM-반동'이라고 한다. 실제로 REM-반동은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관찰된다. 사람들이 REM 수면을 박탈당하게 되는 한 가지 방법은 알코올이나 암페타민 등의 약물을 통해서다. 이러한 약물은 REM 수면을 억압해서 잠자는 동안 NREM의 더 깊은 단계에 머무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약물복용 습관을 버릴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약 복용을 중단하자 마자 REM-반동의 효과가 너무 강하게 나타나면서 불안 증상을 보이고 잠자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6. 소망을 충족시켜주는 꿈

로잘린트 카트라이트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왜 우리는 특정한 내용의 꿈을 꾸는지를 밝혀냈다. 그녀는 꿈은 대부분 변화시키기를 원하는 성격의 측면과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인지적 불일치'라고 불리는 이러한 설명은 프로이트의 억압에 대한 설명과 유사하다.

피험자에게 하나씩의 형용사를 담은 70장의 카드를 주고 i)자신과 일치하는 정도에 따라 점수를 매기도록 하고, ii)자신이 되고 싶은 정도에 따라 또 다시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두 점수의 차이가 큰 형용사를 '표적 꿈 단어'로 명명하고, 잠들기 전에 그 단어에 대해 상기하도록 요구한다. 이 때 통제 단어 두 개도 같이 분석하는데, 하나는 표적 단어와 같이 점수차가 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점수차가 적은 것이다. 물론 피험자는 통제 단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17명의 피험자 중 15명이 어떤 식으로든 표적 단어에 대한 꿈을 꿨다. 통제 단어에 대한 꿈이 발견되긴 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15명 중 2명만이 표적 단어의 정반대 단어가 자신을 기술하고 있는 꿈을 꿨다. 2명의 결과는 꿈에서의 문제 탐색 방식과 깨어있을 때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7. 꿈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1970년대 후반 하버드의 홉슨과 매컬리는 REM이 자는 동안 뇌에서 만들어진 임의적인 전기충격을 해석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는 이론을 발표해 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는 꿈이 REM을 생성한다는 종래의 견해와 반대되는 것으로서, REM이 꿈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억압 기제 역시 배척했다.

이들은 동물의 수면시의 신경반응에 대한 관찰을 통해 활성화-합성 모델을 제시했다. 즉, 뇌간의 특정부위에서 생성된 전기충격이 뇌 속에서 감각, 운동신경을 활성화하고, 저장된 기억을 통해 임의적 신호를 통합한다. 이 때 외부와의 감각, 운동신경의 경로는 척수에 의해 차단되는데, 꿈 속에서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8. 최면상태처럼 행동하다

지난 200년간 최면은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최면은 암시에 대한 민감성, 행동의 불수의적 수행, 무통과 같은 특성을 포함한다. 이 분야의 선구적인 연구자는 에르네스트 힐가르트이다.

그러나 사회심리학자인 스파노스는 최면에 대한 가정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곧, 최면 행동은 인간의 정상적이고 자발적인 능력에 기인하며, 사람들이 최면에 빠졌다고 규정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처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면의 초기과정은 "당신의 다리근육을 이완시켜라"와 같은 수의적 지시 대신 "당신의 다리가 기운이 없게 되고 무겁게 느껴진다"라는 불수의적 암시를 포함한다. 스파노스의 연구에 따르면 일부 피험자들은 암시에 반응하는데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팔이나 다리가 스스로 움직일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부류는 암시에 반응했지만 수의적으로 행동하고 있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피험자의 해석은 또한 암시가 언어화된 방식에 의존한다. 팔을 쭉 편 상태에서 "당신의 팔이 무거우며 아래로 내려간다"는 암시와 "당신의 팔이 가벼우며 점점 올라간다"는 암시는, 전통적인 견해에 따른다면 동일한 정도로 불수의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하지만 피험자들은 전자를 후자보다 훨씬 더 불수의적 반응으로 해석했다.

스파노스는 최면에 대한 강의를 두 집단의 학생에게 하고 실험을 했는데, 한 집단에게만 최면 상태에서 팔이 단단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위와 같이 강의한 집단에게서는 팔이 단단해지는 현상이 관찰되었고, 나머지 집단에게서는 그러하지 않았다.

스파노스의 연구는 최면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실험실에서 자신을 훌륭한 최면 피험자로 제시하려는 강한 동기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번째 집단에게는 비최면 상태에서 무통기법을 이용하고 그 다음 최면상태에서 고통 감소의 정도를 측정할 것이라고 했다. 두번째 집단에게는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실험을 진행했다. 놀랍게도 첫번째 집단은 비최면 상태에서 두번째 집단보다 훨씬 높은 정도의 고통을 호소했고, 최면 상태에서는 반대로 더 낮은 정도의 고통 강도를 보고했다. 두번째 집단에서는 비최면과 최면 상태에서의 고통 강도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스파노스의 이러한 발견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장은 최면의 유용한 도구라는 사실을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모든 방법이 실패했을 때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 있다고 인간은 믿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는 스파노스의 견해를 지지하며 최면이 술이나 담배를 끊거나 기억력 향상, 체중 감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한다. 스파노스는 여전히 최면 행동의 동기론적 이론을 논증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9. 파블로프의 개 이야기

소화를 연구하던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의 발견은 심리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즉, 무조건반사는 무조건자극(UCR)을 일으키는 무조건자극(UCS)에 의해 형성되고, 중립자극(NS)가 무조건자극과 연관지어지면서(조건 형성) 조건반사(CR)를 일으키는 조건자극(CS)이 된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공포와 같은 정서형성의 원리가 밝혀지게 되었고, 그러한 공포감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었다. 이를 고전적 조건형성이라고 하는데, 방목장에 피해를 주는 코요테와 늑대를 쫓아내는 방법에서부터 오늘날 광고 기법에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다.

10. 어린 앨버트의 정서 반응

프로이트로 대표되는 정신분석학파는 인간행동이 무의식적 본능에 의해 동기화되고 유아기의 갈등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파블로프와 왓슨은 이와 달리 인간행동은 다양한 환경과 자극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행동주의라고 불리는 움직임을 형성했다.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왓슨은 앨버트라는 생후 9개월의 고아에게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쥐와 토끼 등에 대해 앨버트가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과(NS), 커다란 소음에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UCS)을 확인한 뒤, 쥐와 소음을 결합하여 지속적으로 노출시킨 뒤 쥐만을 제시하였을 때 앨버트가 울음을 터뜨리고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 함을 관찰했다. 또한 이러한 조건형성이 다른 자극에까지 확장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는데, 토끼와 솜뭉치, 흰 수염에 대해 모두 공포를 느끼게 된 것이 그것이다.

안타깝게도 앨버트는 공포를 제거하기 위한 재조건화 실험이 계획중일 때 입양되어 병원을 떠났다. 오늘날의 윤리강령에 비추어 보면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실험이지만, 당시에는 명문화된 강령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실험이다. 행동주의자들은 이러한 정서반응이 평생을 갈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비판했다. 학습 심리학에서 '소거'라 불리는 것은 꽤 잘 정립된 과정이며, 일생을 통해 계속 경험하는 학습과 탈학습, 조건화와 무조건화 과정의 부분으로서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11. 비둘기의 미신적 행동

급진적인 행동주의자였던 스키너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들의 모든 행동은 그 결과에 의해 원인이 되고, 그에 대한 보상 또는 불쾌함이 주어지면 강화 또는 처벌이라는 과정을 거쳐 동기가 강화/약화된다고 주장했다. 전자를 학습, 후자를 탈학습(소거)이라고 한다. 스키너는 인간에게 고유한 것으로 여겨지는 행동이 동물에게도 학습될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함으로 종종 회의론에 맞섰다.

그가 제기한 문제 중 하나는 미신에 대한 것이다. 소위 스키너 상자(조건형성 방)라고 불리는 상자에 15초 간격으로 음식 알맹이가 떨어지도록 장치한다. 실험 전 수일간 음식물을 부족하게 섭취하여 강하게 동기화되어 있는 비둘기를 상자에 넣고 행동을 관찰한다. 8마리의 비둘기 중 6마리에게서 특정한 패턴의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관찰되었고, 음식물 배급 주기를 늘려 나감에 따라 비둘기는 보다 활동적으로 움직였다. 새의 행동과 음식 제공간에 인과관계가 없었지만 비둘기는 마치 그러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스키너의 이 유명한 연구에 붙여진 이름은 '비둘기의 미신'이었다.

12. 보보 인형 연구

밴두라와 로스와 로스는 아동의 공격성이 성인 모델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유명한 연구에서 남녀 같은 수로 구성된 아동들은 통제 그룹을 포함해 세 그룹으로 나뉜다. 한 그룹은 보보 인형에게 폭력을 가하는 성인 모델과 한 방에 놓여졌고, 다른 그룹은 비폭력적인 놀이기구를 가지고 노는 성인 모델과 한 방에 놓여졌다. 모델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배치되었다.

실험 결과 폭력적인 모델에 노출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두 그룹에 비해 더 높은 폭력성 강도를 보였으며, 남자 아이들은 남성 모델을, 여자 아이들은 여성 모델을 더 많이 모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적으로 남자 아이들의 폭력성 모방 정도가 더 크게 나타났으며, 남자 아이들은 신체적 폭력을 여자 아이들은 언어적 폭력을 더 많이 모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계된 실험으로서 실제 모델이 아닌 폭력적인 TV 프로그램의 시청에 따른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또한 나타난 공격성에 대한 강화와 처벌에 따라 모방행동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13. 기대하라, 그리하면 얻으리라

로젠탈과 야콥슨은 '피그말리온 효과'라 이름붙인 기대효과를 연구했다. 기대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로젠탈은 초등학교 교사에게 학생들의 학습 잠재력을 테스트한 결과라며 상위 20%의 목록을 넘겨주지만 실제로 그것은 임의로 선택된 학생의 명단이다. 이제 어떠한 식으로든 교사의 기대가 학생에게 전달될 것이고 그러한 기대는 학생의 IQ 향상으로 나타난다.

IQ의 증가는 저학년에서 현저하게 나타나다가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차 사라진다. 이것은 저학년이 보다 순응적이고 변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저학년 교사들이 고학년 교사들과 학생과의 의사소통의 방법에 있어 차이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관찰 결과 높은 기대치를 가진 학생에게 교사는 더욱 우호적이고 미소를 자주 지어 보였다고 한다.

IQ는 백인 중산층의 남아를 기준으로 설계되었으므로 다른 인종집단이 접하지 못한 정보와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그 결과로 미국내의 다양한 소수민족의 아동들은 백인 아동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이는 곧 교사의 기대의 차이로 이어진다. 이처럼 편향된 정보에 의거한 교사의 부지중의 부당한 기대가 자기충족적 예언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볼 때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14. 좋은 인상 만들기

솔로몬 아쉬는 사람에 대한 인상이 형성되는 방법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두 그룹에게 일련의 형용사 목록을 주고 그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의 인상을 기술하도록 요구했다. 두 그룹에게 주어진 형용사 목록은 하나만 빼고 모두 동일했다. 첫번째 실험에서 그것은 '따뜻한'과 '차가운'이었고, 두번째 실험에서는 '예의바른'과 '퉁명스러운'이었다. 사람의 인상을 기술하기 위해 18개의 대립되는 형용사-쌍이 주어졌다. 놀랍게도 첫번째 실험에서 하나의 형용사 차이가 18개 중 10개의 특성에 대한 극적인 차이로 나타났다. 반면 두번째 실험에서는 그 차이가 미미하게 나타났으며 때로 역전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는 다음과 같이 풀이될 수 있다. 첫째, 개인의 일부 질적인 면이 중심 특성으로 작용하며 반면에 다른 것들은 주변적인 특성으로 작용한다는 것과, 둘째, 인상형성의 모형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것들과 작용하는 각각의 특성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람의 성격이 아닌 성격에 대한 기술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문제를 지적할 수 있지만, 수년 후에 켈리가 수행한 연구는 이것이 실제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결과임을 알려준다. 아쉬의 연구를 통해 인지심리학의 이론적 토대가 놓였다.

15. 범주, 너무나도 자연적인 범주

대상을 범주로 개념화하는 능력은 정보의 효율적인 처리를 돕는 매우 독특한 능력이다. 대상에 관한 범주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 질문에 대한 고전적인 대답은 범주가 언어의 기능이라는 것이다. 즉 범주는 우리가 그 단어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로쉬는 이러한 고전적인 견해에 도전한 학자였다. 그녀는 단지 두 개의 색깔 범주만을 가진 다니족 청년들로 구성된 두 집단에게 각각 8개의 주요 색깔과 그 사이의 색깔로 구성된 색깔군의 이름을 가르치고 오류의 수를 측정하였다. 먼저 주요 색깔군(로쉬는 분홍, 빨강 등의 이러한 색깔들이 보편적인 자연범주를 대표한다고 이론화하였다)의 이름을 가르친 첫번째 집단은 검사일이 지날수록 오류의 평균수가 현저히 줄었지만, 사이의 색깔들의 이름을 가르친 두번째 집단은 같은 기간동안 오류의 감소율이 작았다. 로쉬는 이로부터 우리가 지각하는 대부분의 것은 형식적인 언어의 정의에 의한 준거에 얼마나 잘 부합하느냐보다 적합한 자연적 원형에 잘 부합하는 정도에 의해 분석되고 범주화된다고 결론내렸다.

후속연구에는 다양한 기법이 사용되었는데, 피험자에게 대상이 특정 범주에 부합하는 정도를 평가하도록 하는 방법 뿐 아니라, 특정한 대상이 특정한 범주에 속한다는 명제를 들려주고 얼마나 빨리 '그렇다/아니다'의 버튼을 누르는지를 측정하는 방법 등이 사용되었다. 기억해야 할 점은 로쉬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엄격한 언어적 정의는 어떤 의미에서 유용하고 꼭 단념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16. 기억에 대해 감사하라

법정에서 목격자의 증언의 무게는 상당히 크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그 사람이 기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프투스의 연구가 보여주는 것처럼 기억은 다양한 방법으로 조작될 수 있다.

총 4개의 실험이 진행되었는데, 공통점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 직접적인 질문과 거짓 전제를 포함한 질문을 하였을 때의 차이를 관찰하는 것이다. 결과는 거짓 전제가 포함된 질문에 노출된 피험자들은 마치 실제로 자신이 그 전제 사실을 목격한 것처럼 진술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로프투스는 사건 회상의 과정을 장기 기억에 경험을 통합하고, 실제 경험의 기억에 새로운 정보를 통합한 뒤, 질문이 주어졌을 때 재구성된 기억으로부터 사건을 재창조한다고 주장했다. 로프투스는 현재까지도 기억 재구성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자로 평가되고 있으며, 잘 정립된 그녀의 연구는 많은 연구자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

17. 사랑의 발견

사랑에 관한 첫번째 경험은 어머니와의 유대관계에서 주어진다. 프로이트 신봉자들은 생후 첫 1년동안의 수유가 유아의 본능적 욕구를 채워주는 과정에서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강화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해리 할로우는 사랑과 정서의 욕구가 배고픔과 갈증만큼이나 강한 욕구이며 심지어 그보다 더 강한 일차적 욕구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을 계획했다. 새끼 원숭이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 각각 실험용 어미 원숭이, 즉 대리모 인형에 의해 길러지도록 한다. 두 집단의 대리모 모두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수유를 위한 젖병이 달려 있었다. 다만 차이점은 대리모의 재질이었는데, 첫째 집단을 위해서는 매끈한 나무 위에 고무 스펀지와 테리천으로 싸여진 대리모(천엄마)가 제공된 반면, 다른 집단에는 철사로 만들어진 대리모(철사엄마)가 제공되었다. 서로 분리된 공간에 놓인 두 집단의 새끼 원숭이 중 첫째 집단은 천엄마에게 수유를 제공받았고, 둘째 집단은 철사엄마로부터 수유했다.

예상한 대로 원숭이들은 천엄마를 더 선호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철사엄마에게 수유한 둘째 집단에게서조차 이러한 선호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곧, 이들은 수유를 위해서만 철사엄마에게 다가갈 뿐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천엄마와 함께 보내고 있었다. 두 집단은 같은 양을 먹고 동일한 비율로 몸무게가 증가했지만, 철사엄마 조건의 원숭이들은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했고 빈번히 설사를 했다.

공포감을 느낄 경우에도 두 집단의 원숭이들은 모두 천엄마에게 달려갔으며 위안과 보호를 위해 천엄마에게 매달려 있었다. 낯선 방에서 역시 원숭이들은 안전의 근원이자 낯선 세계의 조작기지로서 천엄마에게 의지했다.

이 연구는 새끼 원숭이와 어미와의 애착 발달에 있어 '접촉 위안'이 압도적으로 중요함을 증명했다. 수유가 유아의 적응과 발달에 있어 접촉 위안보다 이차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자신의 자녀를 가질 수 없는 양육자가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나아가 할로우의 연구는 수용시설에 있는 아동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보살핌에 대한 빛을 던져주었다.

18.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 마음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장 피아제는 심리학 특히 발달심리학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주로 아동의 지적 발달을 연구했는데 그 중에서도 대상영속성에 대한 연구는 그의 연구방법을 잘 보여준다. 대상영속성이란 대상이 우리의 감각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을 때조차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능력이지만 유아에게는 그렇지 않다.

피아제는 주로 자신의 세 자녀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대상영속성에 대한 이론을 정립했다. 그의 실험방법론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으나, 오늘날 그의 이론은 일반적인 아동에게도 잘 적용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인지발달 4단계 중 첫번째 단계인 감각운동기(0~2세)를 다시 6단계로 세분하여 대상영속성이 이 기간 동안에 발전하는 과정을 밝혀냈다.

처음에는 원초적 반사와 자신에 몸과 관련된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차츰 대상과 장소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유아는 비가시적 이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대상이 가리워진 상태에서 상자에 담기고 이것을 손수건으로 싸고 전체를 다시 모자와 덮개로 덮은 뒤에도 유아는 대상의 존재를 확신하면서 적극적으로 이를 찾는 것이다. 피아제의 연구에 대해 지금도 수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나, 그의 이론은 관련 연구의 촉매와 초석이 되었으며 아동연구자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었다.

19. 출생순위가 빠를수록 더 똑똑한가?

인간의 성격이 가족의 출생순위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는 미국의 우주 비행사 23명 중 21명이 첫아이라는 사실이다. 유전적 조합 또는 출산에 의해 야기된 화학적 변화, 출산 연령 등 생물학적 차이에 근거한 설명이 가능하지만,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환경에 의한 영향을 선호한다. 그리고 환경적 요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출생순위다.

자종크와 마르쿠스는 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네덜란드에서 수행된 대대적인 지능검사 자료를 토대로 자신들의 이론을 검증했다. 이들은 출생순위와 지적능력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지표로서 가족 구성원이 지적 환경 조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이론화했다. 즉, 성인의 지적 가치를 100으로 잡고 태어난 아기는 0의 가치를 가진다면 가족의 평균 지적 수준은 (100+100+0)/3 = 67이 된다. 아이의 지적 분위기 기여도가 해마다 5씩 증가한다고 할 때, 2년 터울의 둘째가 태어났을 때의 가족의 평균 지적 수준은 (100+100+10+0)/4 = 52.5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델을 2년 터울로 지속적으로 아이를 출산하는 가정에 적용할 경우, 다섯째 아이까지는 꾸준히 지적 분위기 지수가 떨어지다가 여섯째 아이 때부터 증가하게 된다. 이제 터울이 변수가 된다. 만약 2년이 아니라 15년 터울이라면,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보다 더 높은 지적 분위기를 만나게 된다. 이는 첫아이가 지적 분위기를 높이는 연령대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구에 대한 비판으로, 외동아이가 첫째임에도 불구하고 지적 수준이 대가족의 넷째 정도의 수준에 그친다는 점과, 가족의 크기에 관계없이 막내아이에게서 큰 폭의 수치 하락이 나타난다는 점이 지적된다. 연구자들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외동아이와 막내아이의 공통점을 찾아냈는데, 그것은 바로 이들이 결코 '교사'가 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아이가 동생에게 교수 기능을 행할 기회가 제공될 경우 지적 발달에 유익한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가지는 함의는 무엇인가? 첫아이를 위해서는 둘째 아이를 아주 짧은 터울로 낳아야 하고, 둘째 아이를 위해서는 긴 터울로 낳아야 한다. 둘 다를 위한 베스트 초이스는 없다. 하지만 지적 발달에 기여하는 요소는 출생순위만이 아니란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형제들이 집을 떠나는 시기와 유전적인 소산, 양육 방식 및 태내 환경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20. 통제의 기쁨

개인환경에 대한 통제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임에 더해,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의 상실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가져온다. 대부분의 사람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여러가지 이유에 의해 자신의 일상생활을 통제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만약 책임감의 상실이 불행과 건강 악화를 가져온다면 통제와 힘의 증가는 반대효과를 가질 것이다. 랑게르와 로딘은 요양원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이론을 검증하고자 했다.

건강상태와 활동성을 기준으로 각 층별로 거주자가 배치된 뒤에, 4층의 거주자는 '증가된 책임감' 처치를, 2층의 거주자는 보통의 처치를 받게 된다. 책임성 유도집단인 4층 거주자들은 방을 정돈하는 방법에서부터 식물을 관리할 책임, 오락을 선택할 기회 등을 부여받는 반면, 2층의 거주자들에게는 요양원 측이 최상이라고 여겨지는 선택이 제공되었다.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된 뒤에 설문조사, 간호사들의 평가, 영화를 보았는지 여부 및 요양원 측이 개최한 대회에 대한 참가도 등을 근거로 두 집단에 나타난 변화를 측정했다.

결과는 책임집단(4층)이 행복감, 능동성, 민첩성에 대한 자기보고에서 증가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비교집단(2층)에서는 감소를 보이고 있었다. 나아가 간호사의 평가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영화를 보았는지와 대회에 참가하였는지로 측정한 적극성에서도 전자가 후자에 비해 월등한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비교집단의 30퍼센트가 이후 18개월 내에 사망하였음에 비해 실험집단에서는 15퍼센트만이 그러했다는 것이다.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실험 초기에 두 집단은 책임감 처치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객관적인 특성에서 동일했다.

이들의 연구를 통해 통제감을 많이 가질수록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고 따라서 더 순탄한 노화과정을 밟는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이러한 인식은 오늘날 요양원, 병원 등에서 노인들에게 선택과 결정의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함을 뜻한다.

21. 정서와 정서적 상황

20세기초에 윌리엄 제임스는 정서적 경험이 오직 우리의 신체적 반응에 의해 결정된다는, 대중의 믿음에 반하는 정서이론을 제안한 바 있다. 즉 뱀을 본 순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땀이 나는 등의 신체반응에 의해 공포라는 정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1960년대에 삭스터와 싱어의 새로운 이론이 제시되기까지 존속했다.

정서에 있어 신체적 반응의 중요성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환경 및 상황에 대한 해석이라는 더 중요한 요인이 우리의 정서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행한 실험은 다음과 같다. 피험자를 세 집단으로 나누고 각각 I, N, C라고 명명한다. I와 N집단에게는 아드레날린을 주사한다. C집단은 통제집단이다(위약 투여). 이제 I집단에게만 아드레날린 주사를 맞았으며 그로 인해 발열 및 심장박동의 증가가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고 N집단에게는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I집단과 N집단을 절반으로 나누어 첫번째 절반의 각 구성원은 행복한 협력자와 함께, 나머지 절반은 화가 난 협력자들과 함께 한 방에 있도록 한다.

N집단 중 행복한 협력자와 함께 한 피험자들은 점차 행복해지고 화가 난 협력자와 함께 한 피험자들은 점차 화가 났다. 그러나 주사의 효과에 대한 사전정보를 얻은 I집단은 특별히 화나거나 행복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결과는 1)생리적 각성에 대한 경험과 2)상황에 대한 정보에 기초해 각성의 의미를 해석하고 정서에 이름을 붙이는 두 가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는 삭스터와 싱어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즉 각성과 상황적 요인이 정서를 일으키는데 모두 필요하다는 것으로서, (생리적 각성 X 환경적 단서 = 정서 경험)이라는 곱셈 법칙으로 표현된다. 둘 중 한 요소가 0이 되면 결과(정서)도 0이 된다.

이들의 이론에 대한 비판 가운데 주요한 것들은, 첫째, 언제나 각성, 상황 평가에 이은 정서 경험이라는 일관된 순서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둘째, 공포, 슬픔이나 분노에 대한 생리적 반응의 유형간에 명확한 차이점이 나타난다는 점 등이다. 참고로 환경적 단서 없이 아드레날린을 맞은 경우 사람들은 신체적 각성을 부정적 정서 용어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도 있다.

22. 얼굴을 보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정서는 얼굴 표정을 통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문화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안면 표정이 있을까? 에크만과 프리즌은 다른 문화에 노출된 적이 없는 뉴기니아의 포르족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자 했다. 피험자들에게 행복, 슬픔, 분노, 놀람, 혐오, 공포의 6가지 기본 정서를 표현하는 글을 들려주고 3장의 안면 표정 사진 중에서 하나를 고르도록 한다. 놀람과 공포간의 혼동을 제외하고는 절대다수의 피험자가 각각의 이야기의 정서와 어울리는 표정 사진을 정확하게 찾아냈다.

이들의 연구는 첫째, 천성-양육 논쟁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또한 본 실험의 결과는 인간의 진화 과정에 대한 다윈의 설명을 지지한다. 일찌기 1872년의 저작에서 다윈은 얼굴 표정이 하나의 적응기제로서 개체군의 생존능력을 증가시켜준다고 한 바 있다. 최근의 한 연구는 인류에게 있어 얼굴 표정의 잔존하는 생존가치를 밝혀주었다. 실험인즉슨 화난 얼굴들 사이에서 행복한 얼굴을 찾는 속도와 그 반대의 경우의 속도를 비교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후자가 훨씬 짧다는 것으로서, 특정 표정이 다른 표정보다 더 빠른 반응을 이끌어내도록 프로그램되었음을 의미한다.

23. 인생과 스트레스

오늘날에는 널리 받아들여지는 아이디어지만, 2~30년 전만 해도 스트레스와 질병간의 상관관계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호움즈와 라어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스트레스라고 느끼는 43가지 생활 사건의 목록을 만들었다. 이 목록을 피험자들에게 제시하여 각 사건들에의해 야기되는 스트레스의 양을 평가하도록 했다. 대부분의 항목은 부정적인 단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결혼, 휴가처럼 그렇지 않은 항목도 있었다. 열거된 사건 중 배우자의 죽음이 가장 큰 스트레스를, 가벼운 법률 위반이 가장 작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는 결과가 얻어졌다.

나아가 이들의 연구 결과는 스트레스와 질병간의 관계를 조사하기 위한 연구에 많이 인용되었다. 그러나 이 연구는 긍정적인 사건과 부정적인 사건을 함께 조사한 데 대한 비판과 특정 사건에 대한 개인의 해석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스트레스와 질병간의 관계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매우 복잡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4.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고

개인적인 의견이나 태도와 반대되도록 말하거나 행동하도록 강요받는 경우 의견이나 태도가 행동한 대로 바뀐다는 결과가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경우 강요에 대한 보상이 클수록 의견 변화가 더 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보상이 클수록 더 적은 태도 변화가 일어났다. 페스팅어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인지부조화 이론을 제안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개인이 심리적으로 조화되지 않는 두 개의 인지를 동시에 유지할 때 불쾌감과 스트레스가 야기되며, 이러한 불쾌감을 제거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태도를 변화시키게 된다고 한다.

페스팅어는 피험자가 느끼는 바와 달리 말하는 대가로 1달러를 받는 경우와 20달러를 받는 경우의 피험자의 반응을 비교하였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 1달러를 받은 피험자들이 더 많이 자신의 태도를 바꾸었다. 이에 대해 페스팅어는 더 많은 보상은 불쾌감의 원인을 더 강력하게 설명하므로 작은 양의 부조화만을 경험하게 되어 자신의 의견을 변화시켜야 할 동기를 갖지 않게 된다고 해설한다. 반대로 불충분한 양의 보상은 더 큰 수준의 부조화로 이어지고, 따라서 불쾌감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더 급진적으로 변화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페스팅어의 이와 같은 뛰어난 설명은 뒤이은 연구자들에 의해 더욱 정교화되어 오늘날까지 믿을만한 설명 방식으로 남아 있다.

25. 내 운명의 주인은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의 책임을 다루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의 행동과 성격 특성에 결과의 책임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 운명 또는 힘 있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 전자를 내부 통제소재, 후자를 외부 통제소재형이라고 부른다.

쥘리앙 로터는 쌍으로 된 일련의 설문을 통해 피험자를 내부 또는 외부 통제소재형 중 하나로 분류하고(I-E점수), 각 유형이 여러 상황에서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했다. 도박을 할 경우 내부 통제형의 사람은 확실한 것에 돈을 걸고 중간 정도의 승산을 좋아한 반면, 외부 통제형은 위험부담이 있는 승부를 좋아했다. 외부 통제형에 비해 내부 통제형이 발병률이 낮았으며, 정치 활동에 몰입하고, 설득의 기술이 뛰어났다. 나아가 더 낮은 흡연률과 높은 금연률을 나타냈으며, 높은 성취동기, 낮은 동조율을 보였다.

로터는 양육 방식이 내부 또는 외부 통제방식의 중요한 학습원이라고 주장했다. 후속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애정이 많고 일관성 있는 훈육방식을 가진 부모일수록 자녀가 내부 통제형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전반적으로 내부 통제형이 외부 통제형에 비해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즉, 만약 실제로 외부에 존재하는 힘이 결과를 통제하고 있을 경우, 변화할 수 없는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좌절, 실망, 우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제소재를 내부에 둔 사람은 주위 환경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6. 얼마나 도덕적인가

도덕성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도록 돕는 아동이나 성인의 태도 또는 신념이라고 정의된다. 피아제의 연구를 토대로 해서 콜베르크는 '도덕적이지 않은 유아가 어떻게 도덕 개념을 형성해 나가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고 했다. 그가 제안한 '구조적 도덕 단계' 이론에 따르면, 각 단계는 항상 똑같은 순서에 의해 나타나고 어느 한 단계도 뛰어넘거나 뒤로 갈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단계는 우세성을 지니고 있어, 뒤의 단계에 있는 아동은 앞 단계를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관계는 불가능하다.

콜베르크는 도덕적 갈등상황이 주어지면 아동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를 관찰하여, 이들의 도덕적 정당화의 근거를 분석했다. 연령에 따라 크게 3개의 수준으로 나뉘며, 각 수준은 2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전도덕적 수준이라 명명되는 첫번째 수준은 단계1-처벌과 복종 지향, 단계2-연약한 도구적 쾌락주의의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두번째 수준은 인습적 역할-동조 도덕성이라고 하는데, 단계3-'착한 소년-착한 소녀' 지향(무엇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가) 및 단계4-권위 유지적인 도덕성의 단계로 발전한다. 마지막 세번째 수준인 자기 수용적 도덕적 원칙 수준에 이르면, 단계5-합의와 민주적으로 규정된 법의 도덕성, 단계6-개인의 의식에 따른 개인적인 원칙의 도덕성을 기준으로 도덕적 평가를 내리는 데에까지 이르게 된다. 실제로 단계6에까지 이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으며, 조사 아동의 연령대가 높아짐에 따라 분포의 중심축이 점차 높은 단계로 이동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콜베르크의 이론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비판은 도덕적 추론과 도덕적 행동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후속 연구에 따르면 콜베르크가 간과한 상황적 요인이 도덕적 추론을 도덕적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한 도덕 추론의 여섯 단계가 보편적이라는 콜베르크의 주장에 대해 여러 문화권에서 행해진 실험은 그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비판은 콜베르크의 이론이 남성과 여성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캐롤 길리건은 남녀의 도덕성의 차이를 규명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녀의 주장을 지지하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콜베르크의 연구의 함의는, 아동의 도덕판단과 행동통제를 아동이 납득할 만한 방식으로 효과적으로 돕는 방법에 빛을 비추어 주었다는 점이다. 아동들은 자신의 수준보다 높은 추론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수준보다 낮은 도덕적 추론을 거부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27. 우울 학습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 좌절될 경우 무기력과 절망감을 느끼고 변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기 된다. 마틴 셀리그먼은 개를 피험자로 한 일련의 연구에서 이러한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그는 개가 도피할 수 없는 전기충격에 노출될 경우, 이후 도피가 가능한 상황에서도 도피하는 것을 학습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한다. 24마리의 잡종 개를 8마리씩 3집단으로 나눈 뒤, 한 집단은 도피 집단, 두번째는 비도피 집단, 세번째는 통제 집단이라고 한다. 도피와 비도피 집단의 개들을 판자가 있는 구금장치에 개별적으로 둔 뒤에, 도피 집단에서 한 마리 비도피 집단에서 한 마리씩 짝지어 둔다. 주기적으로 전기충격을 주며 도피 집단의 개가 판자를 누르면 두 마리 모두에게서 전기충격이 제거된다.

이제 각 개들을 개별적으로 장애물로 가로막힌 왕복 가능한 상자에 둔 뒤에 전기 충격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최초의 전기 충격이 있은 뒤 10초 내에 장애물을 넘어 반대편으로 가면 전기 충격이 사라지도록 장치되어 있었다. 도피 집단의 개들은 총 10번의 시행 중 9번 이상 충격을 회피하는 데 모두 성공했지만, 비도피 집단의 개들 중 6마리는 9번 혹은 10번의 시행 모두에 대해 도피에 실패했다. 그 6마리의 개들을 대상으로 7일 후에 같은 실험을 반복했을 때 그 중 5마리는 여전히 도피에 실패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부가적 결과는 다음과 같다. 개들을 먼저 판자로 충격을 종결시키는 구금장치에 두고 도피를 학습시킨 뒤, 왕복 가능한 상자로 옮기기 전에 비도피 조건으로 판자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개들이 비도피-구금장치에서의 모든 시행 동안 판자 누르기를 계속 시도했고, 왕복 가능한 상자에서의 도피를 성공적으로 학습했다. 즉, 한 번 학습한 도피 행동은 실패의 연속된 경험에도 불구하고 동기를 소진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28. 마구 뛰는 심장

특정 성격유형이 특정 질병과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심장학자인 마이어 프리드먼과 레이 로젠만은 임상관찰을 통해 관찰 가능한 특정 행동유형에 관한 모형을 개발했다. 이는 관삼성 심장질환과 관련된 연구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A유형은 강하고 지속적인 동기, 경쟁욕구, 인정과 진보에 대한 욕구, 시간의 긴박성에 대한 느낌, 일을 빨리 끝내기 위해 서두르는 경향 및 독특한 정신적 신체적 경계로 특징지어진다. 반면 B유형은 이와 특성이 상대적으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큰 공장과 대기업의 고용인으로 이루어진 피험자 집단을 A와 B유형으로 나눈 뒤 각 집단 구성원에 대한 개인면담, 식사 및 음주조사, 혈액과 심장혈관 조사를 통해 상반된 경향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A집단에서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노인환 발병률(3배) 및 관상성 심장질환의 발병률(7배)이 보고됐다. A집단의 상대적으로 높은 흡연량, 부모의 병력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프리드만과 로젠만은 성공적으로 반박했다.

이들의 연구는 세 가지 면에서 심리학 연구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첫째, 이 연구는 개인의 특정 행동양식이 심각한 질병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의사들에게 질병을 생리학적인 측면으로만 고려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이 연구는 행동과 관상성 심장질환의 관계에 대한 다수의 연구논문을 산출케 했으며, 심장마비 위험률이 높은 사람을 위한 예방기술에 대한 연구에까지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이들의 연구는 건강심리학이라는 행동과학의 비교적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9. 도대체 누가 미쳤는가

정상과 이상행동을 구분하는 선은 분명하지 않다. 오히려 모든 행동은 정상과 이상이라는 양끝을 잇는 연속선상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어떤 사람의 일반행동이 이 선상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신건강 전문가의 일인데, 흔히 다음과 같은 지표를 이용한다. - 행동의 기괴성(맥락을 고려해야 함), 행동의 지속성, 사회적 일탈, 주관적 고통, 심리적 결함, 기능의 효율성. 특히 마지막 준거가 흥미롭다. 즉, 행동이 기괴하고 지속적이더라도 삶에서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았다면 진정으로 정신병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준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범주화 능력과 여기에서 발생하는 오류의 결과에 대해서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데이비드 로젠한은 8명의 피험자를 통해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로서 미국의 12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자기소개를 했다. 이들은 "공허하다", "속이 텅 비었다", "쿵"하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호소했고, 그 외에는 완전히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에 대해 면접자에게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주었다. 피험자는 여러 병원에 입원했고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됐다. 병원에서 유사환자들은 완전히 정상적으로 행동했고, 여기서의 경험을 모두 기록했다.

유사환자들은 평균 19일간 병원에 머물렀으며, 주목할 만하게도 의료진은 한 명의 유사환자도 알아내지 못했다.(그러나 다른 환자들은 쉽게 속지 않았다.) 이들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병원에서 의료진은 환자와 최소한의 언어적 접촉만을 가졌으며, 간호사들이 남자 환자로 가득찬 오락실 앞에서 속옷을 고쳐입기 위해 단추를 풀 정도로 환자를 실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반면 약물은 풍부하게 제공됐다.

로젠한의 연구는 정상적인 환자도 병원 현장에서는 정신병이 있는 사람과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단 입원하면 환자의 개성이 무시된다. 더 중요한 것으로서, 일단 진단명이 정해지면 의료진은 환자의 모든 행동을 그 진단명에 근거해 해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의료진은 환자가 처해 있는 상황적 압박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환자들에게 부여된 병리적 특질과 관련된 행동만을 보았다.

나아가 로젠한이 의료진에게 유사환자의 입원에 대해 미리 일러준 경우, 실제로 유사환자를 보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93명의 입원환자 중 최소한 1명의 의료진이 그 중 41명을 유사환자라고 믿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후 12곳의 병원에서 여러 차례 반복연구를 했고 매번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은 이해관계에 따라 이상과 정상의 판단에서 생기는 오류의 경향이 역전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어쨌든 이런 유형의 실수를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진단과정은 신뢰할 만한 것이 못 된다.

30. 또 방어적으로 되어갑니다!

심리학에 변화를 가져온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업적 중 많은 부분은 오늘날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는 그의 설명체계가 대부분 임상관찰에 근거한 것이고, 따라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어기제에 관한 연구만큼은 오늘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로이트는 성격이 원욕, 자아, 초자아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자아는 원욕의 생물학적 요구와 초자아의 도덕적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원욕이 의식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자아를 능가하기 시작하면 불안이라고 하는 아주 불쾌한 상태를 경험하게 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자기기만과 현실왜곡을 통한 원욕의 욕망 제거라는 수단에 의하게 된다. 이를 방어기제라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딸 안나 프로이트가 정리한 10가지 방어기제 중 5가지 주요 방어기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억압. 무의식 속으로 욕망을 완전히 밀어넣는 것이다. 이처럼 억압된 욕망은 실언, 유머, 꿈 또는 신경증의 형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둘째, 퇴행. 이는 요구사항이 보다 적고 안전한 초기 발달단계의 행동을 부추기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 첫째 아이가 젖병을 달라고 하거나 침대에 오줌을 싼다던가, 중년기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어린 여자와 데이트를 즐기는 행동을 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그 다음으로 투사가 있다. 자신의 무의식적 욕망을 다른 사람의 행동에서 보는 것을 뜻한다. 부정해지려는 충동을 겪는 남편이 이유없이 아내를 의심하거나 부정하다고 비난하는 등의 행동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넷째, 반동형성. 원욕의 원래 욕망을 완전히 거부하는 태도나 행동을 통해 불안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흔히 과장되거나 심지어 강박적이기까지 하다. 마지막으로 승화가 있다. 이는 유일하게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무의식적 욕구를 금지함으로써 생긴 에너지의 과잉을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충동을 가진 사람이 신체 접촉 운동을 하거나 외과 의사가 되는 것, 성적 욕망의 승화로서 승마에 열중하는 10대 소녀, 신체에 대한 에로틱한 고착이 있는 사람이 누드 화가나 조각가가 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흥미롭게도 프로이트는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은 승화 기제를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방어기제에 대한 연구는 불안을 감소시키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도록 돕는 순기능을 하는 반면, 과용할 경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곧, 자기기만과 현실왜곡에 과도하게 의지하게 되어 올바른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어기제를 인식하고 이해함으로써 사람의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얻게 될 수 있다.

31. 나는 누구인가

임상심리학 역사의 중심축을 이루는 두 가지 검사는 로르샤흐 검사와 주제통각 검사(TAT)이다. 이 장에서는 전자에 대해 살핀다. 로르샤흐 검사는 투사 검사의 하나로, 이는 피험자에게 모호한 자극을 제시하고 그 자극에 무의식적인 과정을 투사시키도록 요구하는 검사를 지칭한다. 로르샤흐 검사의 경우 이 자극은 어떤 사물로도 지각될 수 있는 대칭적인 잉크 반점의 형태로 주어진다. 여러 차례의 검증을 거친 뒤 로르샤흐는 10개의 형태를 한 세트로 한 최초의 검사를 제작했다. 이들 중 다섯 가지는 흰 바탕에 검은색이고, 둘은 검정과 빨강, 그리고 세 가지 형태는 여러 색을 사용했다.

피험자의 반응에 대한 채점 지침은 다음과 같다. 1)반응 수, 반응 시간, 피험자의 거부 횟수, 2)피험자가 해석을 하는 데 그림 형태만 사용했는가 아니면 색깔이나 움직임도 지각했는가? 3)그림을 전체로 보았는가, 부분으로 보았는가? 어느 부분을 나누어서 보았으며 어떻게 해석했는가? 4)피험자는 그림을 무엇으로 보았는가? 흥미로운 점은 피험자의 해석 내용이 가장 덜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로르샤흐는 정상인, 정신분열증 환자 및 조울증으로 진단된 사람 등으로 구성된 피험자 집단을 대상으로 검사를 시행했다. 우울한 피험자는 정상인에 비해 반응수가 적고, 즐거운 피험자는 더 많았다. 정신분열 환자는 편차가 심했다. 반응시간에 있어서 정신분열 환자는 평균적으로 시간이 적게 걸렸다. 로르샤흐는 해석에 움직임과 색채가 포함되는 정도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보았는데, 이를 간략히 정리하면, 전체 잉크 반점을 이용하는 것은 통합적이고 개념적인 사고를 드러내는 반면 작고 세밀한 부분이 사용되는 것은 강박적인 경직성을 암시한다. 흰 공간을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은 반항과 거부의 표현이다. 형태를 인간으로 기술하는 방식은 상상력이 풍부한 내면세계를 의미하며, 색채반응이 주로 이루어지는 것은 정서성과 충동성을 암시한다.(글라이트만, 1991) 형태를 동물과 곤충으로 해석하는 이른바 동물 반응은 우울한 피험자에게서 가장 많이 보고되었으며 예술가에게서 가장 적게 나타났다. 또한 독창적인 반응은 정신분열증 환자에게서 가장 흔하며, 평균 지능을 가진 성인에게서 가장 적게 나타났다.

로르샤흐의 연구 결과 중 일부는 과학적 조사에 의해 지지받지 못했다. 종합해 보면 로르샤흐 검사는 성격검사 또는 진단도구로서의 신뢰도나 타당성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검사는 임상심리학자와 상담치료사들에 의해 널리 사용된다. 즉, 공식적인 검사로서가 아니라 치료자가 개별 내담자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양자간 언어적 상호작용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최근 로르샤흐 검사를 적용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예는 한 사람 이상에게 그림 해석을 시키는 것이다. 연인, 가족, 집단 구성원 등 참가자들에게 일치된 그림 해석을 유도함으로 인간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2. 행동적 침몰을 야기하는 혼잡함

혼잡함이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선구적 연구는 1962년에 존 캘호운에 의해 실시되었다. 실험은 쥐를 대상으로 했다. 실험실을 4구획으로 나누고, 1에서 2, 2에서 3, 3에서 4구획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램프를 설치했다. 입구와 출구는 1과 4구획에만 있다. 각 구획에 12마리의 성숙한 쥐를 넣고, 조밀도가 정상치의 약 2배에 이를 때까지 번식을 허용한다.

모든 구획에서 나타난 첫번째 양상은 한 마리의 대장 수컷 쥐를 가리기 위한 싸움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승리한 한 마리의 수컷 쥐가 모든 암컷을 차지했다. 1과 4구획에서는 대장쥐가 램프 근처에서 언제나 침입을 감시했으며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됐다. 반면 2와 3구획은 1과 4구획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상태에서 조밀도가 증가했으며, 야기된 혼잡함은 쥐들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켰다.

대다수의 쥐, 특히 가장 강한 수컷 쥐의 공격성이 증가했고, 교미에 관심 없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쥐 집단이 출몰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또 다른 집단은 언제나 암컷 쥐를 찾아 배회했으나, 이들은 세력을 위한 싸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일부 수컷 쥐는 성적 일탈의 징후도 보였다.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암컷의 우리를 침범하는가 하면, 다른 수컷, 어린 쥐 또는 교미기에 있지 않은 암컷에게까지 접근하는 등 범성적인 징후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혼잡함이 증가했을 때 암컷 쥐들은 새끼를 위한 보금자리를 짓는 능력을 잃어갔다. 결국 새끼는 모래 위에 바로 출산되었다. 또한 위협에 대해 새끼 쥐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모성 능력도 상실됐는데, 일부 새끼를 옮기지 않거나 옮기는 도중 떨어뜨려 죽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연구는 인간에게 곧바로 적용될 수는 없지만, 쥐가 처한 주거 환경의 혼잡함이 주는 스트레스와 유사한 상황에 인간이 처하게 될 때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혼잡한 감옥소에서 사망률, 살인율, 자살, 질병, 징계문제가 훨씬 많은 것으로 보고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 결과는 혼잡함이 문제해결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보고이다. 또한 복잡한 환경에서는 혈압과 심장박동이 증가하는 등의 생리적 변화도 나타난다고 한다.

33. 심리치료자 선택하기

심리치료가 과연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어느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 오랜 기간 논란이 있었다. 메어리 리 스미스와 진 글래스는 당시에 유행했던 심리치료의 효능성에 관한 모든 자료를 모아 동시에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들은 약 500개의 연구를 선별하여 각 연구에서의 효과의 양을 표준화한 뒤 다른 유형의 치료 효과와 비교하였다.

분석 결과 치료를 받은 평균 내담자는 치료받지 않은 통제집단의 75%보다 호전되었으며, 12%만이 치료 효과에 있어 부정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치료를 받은 것이 받지 않은 것보다 효과적이었지만, 치료기법들 간의 효과 크기의 차이는 미미했다. 또한 후속연구는 치료자들의 40%가 절충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물론 특정한 문제에 대해서는 특정한 치료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는 있다.

스미스와 글래스의 연구를 통해 치료의 유형이 아니라 오히려 심리치료에 대한 기대와 치료자의 특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심리치료의 대인관계적 측면의 중요성은 스트룹과 해들리의 연구에서 설명된다. 어려움에 직면한 대학생들을 수련받은 치료자들과 수련받지 않은 대학교수들에게 상담받게 했을 때, 통제집단에 비해 상담을 받은 학생들은 유의미하게 호전되었지만 수련받은 치료자와 수련받지 않은 치료자를 접한 학생들 간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되었다.

34. 공포를 떨치기 위한 이완

불안장애란 극단적인 불안을 중심특성으로 하는 심리적 문제를 가리킨다. 대표적인 예로 공포증, 공황장애, 강박장애 등이 있으며 이에 대한 대표적 치료방법으로 체계적 둔감화가 있다. 조제프 볼프에 의해 체계화된 이 방법은 학습된 비효과적 행동을 잊도록 단계적으로 조건화한다는 것을 기본 아이디어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공포증에 국한시켜 살펴본다.

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람에 대한 치료는 다음 몇 단계로 이루어진다. 1)점진적인 근육이완을 통해 깊은 이완상태에 도달하도록 내담자를 훈련한다. 2)공포를 유발하는 상황을 아주 낮은 단계에서 시작하여 점차 더 무서운 장면으로 전개한다. 3)묘사와 상상을 통해 공포를 유발하는 상황으로 내담자를 인도하면서 동시에 깊은 이완상태로 빠져들도록 유도한다. 만일 내담자가 약간의 불안을 느낀다면 치료자에게 신호를 보내 이완상태로 완전히 들어갈 때까지 상황 제시가 중단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탈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볼프는 39개의 사례에서 총 68개의 공포증을 다루었는데, 이 중 62개의 공포증(91%)은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성공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치료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으나, 볼프는 치료 후 6개월~4년 후의 경과 상태를 관찰하여 불안의 재발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둔감화 방법은 전통적 정신분석에 비해 몇 가지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일부는, 1)치료 회기동안 환자의 반응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 2)치료가 다른 사람과 함께 수행될 수 있다는 점, 3)필요에 따라 치료자가 바뀔 수 있다는 점 등이다.

35. 그림 읽기와 환상

로르샤흐 검사가 개발된 지 몇 년 후 머리와 모건은 주재통각 검사(TAT)라는 새로운 형태의 투사검사를 개발했다. TAT는 로르샤흐 검사와 달리 여러 모호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묘사하는 흑백그림에 대한 반응을 관찰한다. 로르샤흐 검사와 마찬가지로 검사의 목적은 피험자에게는 문학적인 창의성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된다. 20개의 선별된 그림을 연속해서 보여주고 그 그림에 대해 피험자가 구체적인 이야기를 완성하도록 한다.

조사를 통해 피험자의 이야기는 크게 네 가지 정보원으로부터 나왔음이 밝혀졌다. 1)책과 영화, 2)친구 혹은 친구를 포함하는 일상생활, 3)피험자 자신의 경험, 4)피험자의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환상. 또한 피험자들은 이야기에 자신의 개인적 정서적 심리적 경험을 투사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머리와 모건은 무의식적인 갈등에 대한 통찰과 더불어 TAT가 공격성, 창의성, 성취동기와 같은 특별히 드러나지 않는 특성들을 밝히는 데도 유용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피험자의 이야기로부터 측정된 낙천주의 수준과 면접에서 획득된 정보를 비교하였는데, 두 수치는 일치하였다.

로르샤흐 검사와 마찬가지로 TAT 역시 신뢰도와 타당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었다. 특히 같은 TAT 반응에 대해 치료자들 간에 서로 다른 해석이 문제가 되었는데, 이는 치료자의 무의식적 특성의 투사를 더욱 적극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타당성에 있어서는 피험자의 지속적인 특성이 아닌 일시적이고 상황적인 요인이 이야기의 구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과, 환상 속의 경향이 행동의 경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피험자의 행동 예측에 쓸모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비판에도 불구하고 TAT 검사 역시 오늘날 널리 이용되고 있는데, 이는 점수화 또는 진단의 목적으로서가 아니라 치료자와 환자간의 일상적인 면접의 장의 확장에 기여하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36. 화학적 고요

공포증 특히 공황발작에 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약물 처방은 발리움(다이제팜)이다. 다이제팜은 한 때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 목록 1위에 오를 만큼 유명했다. 그러나 그 효과와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적절한 연구가 전무한 상태였다. 이에 대한 최초의 연구는 윌리엄 화이트헤드에 의해 수행되었다.

고양이 또는 바퀴벌레 공포증을 가진 피험자들로 구성된 집단에 대해 각각 10밀리그램의 다이제팜, 위약이 처방된다. 이 과정은 이중으로 은폐되었다. 즉, 실험자와 피험자 모두 누가 다이제팜 혹은 가약을 처방받았는지 알지 못했다는 뜻이다. 두 가지 측정치가 얻어졌는데, 첫째로 피험자가 공포대상에 접근하는 거리와 둘째로 이들이 느끼는 불안의 양을 수치로 표현한 설문지 결과였다. 결과는 위약 복용시에 비해 다이제팜 복용시 더 큰 폭의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상황적인 필요에 의해 다이제팜을 복용하는 일반적인 전략이 효과적임을 지지하는 것이었다.

연구가 수행된 1978년보다 다이제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지금, 우리는 그 약이 과잉 처방되었고 환자에 의해서도 종종 오용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연구는 다이제팜이 그다지 유익하지 않고 사실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지속적인 사용은 내성을 유발하여 신체를 약물에 더욱 의존적이 되게 만든다. 금단증상으로 불면증, 극단적 동요, 식욕 상실, 경련, 환각과 망상 등의 정신병적 반응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불안 감소와 더불어 불면증 치료에도 다이제팜 등의 약물은 널리 사용되었는데, 부작용으로 REM 수면을 박탈하여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이 보고되었다. 마지막으로 약물 사용의 가장 염려스런 측면은 삶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간단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손쉬운 해결책은 사람들로 하여금 내적인 대처전략을 개발할 수 없게 하고 그들이 필요한 심리치료를 받는 것을 차단할 것이다. 마치 신체적 이상을 경고하는 통증을 차단함으로 문제가 악화되는 것과 같다.

37. 설득당한 대로 실행하지 않는다.

심리학 초기에는 태도와 행동간의 일치성에 대한 가정이 검증되지 않았다. 라피에르는 일정한 사회적 태도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한 최초의 연구를 수행했다. 라피에르는 중국인들과 미국을 횡단, 종단으로 여행하면서 67군데의 호텔, 캠프장, 여행자 숙소를 찾았고, 184군데의 음식점과 카페에서 식사했다. 중국인들에게 실험의 목적을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호텔 점원, 급사, 웨이트레스 등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했고, 6개월의 시간 간격을 두고 중국인 부부의 방문을 허락하겠는가에 대한 질문지를 방문했던 모든 시설에 보냈다.(1930년대인 당시에는 동양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극심했던 시기였다.)

라피에르는 그들이 머물렀던 251곳의 호텔과 레스토랑 중 단 한 곳에서만 중국인이 인종 때문에 서비스를 거절당했다고 보고했다. 한편 질문지(응답률 51%)에는 90% 이상의 업소가 중국인 개인을 손님으로 받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처럼 태도와 행동간의 불일치를 드러내는 라피에르의 연구 결과는 질문지의 타당성에 심각한 의문을 초래했다. 하지만 라피에르 자신은 여전히 질문지가 정치적인 태도를 측정하거나 투표 결과를 예측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 정보가 만일 투표인이 후보자를 만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컨대 특정 상황이나 사람을 대면했을 때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예측하기 위해 상징적 상황에 대한 언어적 반응을 살펴보는 것은 완전히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일치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후속 연구에 의해 논의된 몇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서로 경쟁하는 여러 종류의 태도 가운데 어느 것이 행동으로 이어질 것인가는 상황의 특수성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직업이나 우정이 특정 행동에 달려 있는 경우 별다른 대안이 없이 태도와 반대의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혹함을 피하려는 경향 혹은 사회적 압력, 그리고 습관의 위력 등에 의해 설명될 수도 있다.

측정된 태도로부터 행동을 성공적으로 예측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만족되어야 할까? 그 요인들은 아래 네 가지 범주로 요약될 수 있다. 1)태도의 강도, 2)태도의 안정성, 3)태도와 행동의 관련성(특수성), 4)태도의 현저성(평소의 태도와 비교하여).

38. 동조의 위력

사회심리학은 수십년 간 동조라는 개념에 비상한 관심을 가져왔다. 동조란 한 개인이 그가 소속한 특정집단의 행동유형을 고수하는 것을 일컫는다. 심지어 개인의 믿음이나 태도와 어긋나게 행동하도록 하는 이러한 경향에 대해 솔로몬 아쉬는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했다.

그는 먼저 두 장의 카드를 준비했다. 한 장의 카드에는 서로 다른 길이의 세 개의 수직선이 그려져 있고, 나머지 한 장의 카드에는 이 셋 중 하나의 선과 같은 길이의 한 개의 선이 그려져 있다. 피험자는 여러 상황에서 두번째 카드의 수직선과 같은 길이의 선을 첫번째 카드로부터 찾으라는 지시를 받는다.

시간에 맞춰 도착한 피험자는 이미 도착하여 일렬로 앉아 있는 다른 일곱 명의 피험자를 보게 된다. 피험자는 맨 끝에 앉게 된다. 카드가 주어지고 피험자의 반대편에서 시작하여 차례로 답을 한다. 첫번째 단계에서는 모두가 정답을 말하며 피험자도 정답을 말한다. 두번째 단계 역시 마찬가지로 진행된다. 그러나 세번째 단계에서는 피험자를 제외한 모든 유사 피험자가 틀린 답을 말한다. 이 때 피험자는 어떤 대답을 하게 되는가?

피험자 중 약 75%가 적어도 한 번은 집단의 합의상황에 동의했고, 전체적으로 약 세 번 중 한 번 꼴로 집단의 틀린 답에 동조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검사당한 통제집단의 경우 98%가 옳게 대답했다.

아쉬의 연구에 이은 후속연구는 더욱 흥미로운 점들을 밝혀냈다. 실험 환경을 약간 바꾸어 7명의 보조자 중 1명은 정답을 말하도록 했을 때 단 5%만이 집단 합의상황에 동조했다. 즉, 동조 압력에 저항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 1명의 동료라는 사실이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피험자가 특정 집단에 대해 더 많은 매력을 느낄수록 그리고 더 많이 관여할수록 그 집단의 행동이나 태도에 더 잘 동조하게 된다는 점을 밝혀졌다. 집단의 크기와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는 구성원이 6~7명일 때까지 동조 경향이 증가하다가 구성원의 수가 늘어나면 오히려 감소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집단이 커질수록 이들의 고의성을 의심하게 되어 동조 경향에 저항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동조 경향이 피험자의 성별에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인데, 초기에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그 경향이 크다는 연구가 보고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당시에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익숙하고 편리한 환경을 우연히 부주의하게 조작하여 생긴 결과라는 지적이 있었고, 보다 잘 통제된 환경에서 행해진 최근 연구는 동조 행동에서의 성차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39. 도울 것인가 말 것인가

1964년 뉴욕에서 키티 제노비즈라는 여성이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38명 중 누구도 경찰을 부르거나 도움을 주지 않았던 충격적인 사건은 행동심리학자의 연구를 자극했다. 상식적으로 긴급상황을 목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도우려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달리와 라타네는 그 반대의 경우를 가정했다. 아무도 제노비즈를 돕지 않은 것은 '책임 분산'이라는 현상 때문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피험자는 인터폰을 통해 다른 유사 피험자(들)와 대학생활과 도시환경의 스트레스에 대해 대화하도록 지시받았다. 2분씩 돌아가면서 말하도록 설정되었으며, 세 그룹의 피험자는 자기 외에 각각 1명, 2명, 5명의 다른 피험자와 이야기하고 있다고 믿었다. 이제 유사 피험자가 간질 발작을 보일 경우 각 집단의 피험자는 방에서 뛰쳐나와 실험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 얼마나 빨리 그렇게 할 것인가?

집단 1의 경우 모든 피험자가 긴급상황을 보고했으나, 집단 2는 85%, 집단3은 60%만이 4분 이내에 보고했다.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집단 1은 평균 1분 이내였던 데 반해 집단 3의 경우엔 3분이 넘었다. 각 집단의 모든 피험자는 학생이 발작하는 동안 많은 불안과 불편함을 경험했고 신체적인 긴장 징후를 보였다. 즉, 제노비즈 사건의 목격자들이 단순히 냉담하고 배려심이 없었다는 식의 설명은 틀렸다는 것이다.

달리와 라타네는 위의 실험 결과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집단내 사람 수가 증가할수록 긴급상황에서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개인적 책임감 뿐만 아니라, 도와주지 않은 데 따르는 도덕적 비난이나 죄책감 또한 분산된다. 이를 '평가 불안'이라고 한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즉시 도와주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비웃음이나 놀림 받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도움이 필요없거나 도움을 원하지 않는 사람을 위한 행동이 웃음거리가 되었던 경험들이 우리를 잘못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긴급상황에 개입하기 전에 거치는 5단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사건 발생에의 주목, 2)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에 대한 해석, 3)개인적 책임감을 느낌, 4)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결정(적절한 행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느끼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면 이 단계에서 멈춘다), 5)실행에 따르는 비용을 계산하고 실행에 옮김.

만약 주변인들이 서로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결과는 나아지지 않을까? 그러나 달리와 라타네는 밀접한 관계를 지닌 집단조차도 긴급상황이 다소 애매할 때와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개인적으로 돕는 것보다 훨씬 못한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대기실의 배기관에서 연기가 나올 때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침착하다면 '사회적 비교'를 통해 자신의 반응이 과장된 것임에 틀림없다고 결론내리고 어떤 행동도 하지 않게 된다. 실제로 혼자 방에 있던 피험자의 55%는 2분 내에 보고한 반면, 3명 집단(한 집단은 2명의 실험 보조자, 나머지 집단은 피험자 3명)의 경우는 12%만이 연기를 보고했다.

이 연구는 인간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변화시키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실제로 사람들이 주변인 효과에 관해 학습한 후 긴급상황에서 더 많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40. 무조건적 복종

2차대전 동안 명령에 의해 자행된 소름끼치는 잔학행위는 어떻게 사람들이 단순히 명령받는 일이라 하여 자신의 가치관에 배치되는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스탠리 밀그램의 유명한 연구는 권위를 가진 자들이 명령을 내리면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의 행동규범에 어긋나더라도 그들에게 복종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적 토대 위에서 행해졌다.

그는 신문광고를 통해 모집한 40명의 자발적인 피험자를 각각 한 명의 유사 피험자와 함께 실험실에 배치했다. 가짜 제비뽑기를 통해 피험자는 선생님, 가짜 피험자는 학생의 역할을 맡는다. 학생은 옆방으로 안내되고 가짜 전기충격장치(15~450V까지 15V씩 간격을 둔 단계별 스위치가 있다)에 묶인다. 실험자의 지시에 따라 선생님이 학생에게 학습과제를 주고 학생이 수행하지 못할 경우 한 단계씩 증가시키며 전기충격을 주도록 지시받는다. 전압이 높아질수록 학습자는 불편함을 호소하고 300V일 때 벽을 두드리며 나가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 이상이 되면 그는 완전히 조용해져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으며, 선생님은 무반응을 오답으로 간주하고 계속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들 중 몇 명이나 450V의 최고 수준까지 갔을까? 예일 대학교 심리학과 4학년 학생들은 평균 1.2%라고 예측했다. 놀랍게도 모든 피험자가 300V까지 계속했으며, 26명(65%)이 최고 수준의 전기충격까지 가했다. 실험 직후에 피험자들은 실험의 진짜 목적을 들었으며, 다른 방에 있던 학생과 '화해'를 했고, 실험 중에 느낀 바에 대해 인터뷰를 가졌다.

밀그램은 피험자의 복종 경향의 강도에 주목했다. 이들은 모두 정상적인 사람들로 자신의 의지와 반대로 남을 괴롭히는 것은 비도덕적인 것이라고 배워왔다. 실험자는 권위 있는 사람이지만, 생각해 보면 그는 명령을 강요할 힘이 없었으며, 피험자는 명령을 거부한다고 해도 잃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두번째로 주목할 만한 점은 실험자의 명령에 복종할 때 피험자가 호소하는 극도의 긴장과 불안이었다. 밀그램은 이런 특수한 상황이 높은 복종을 초래한 이유를, 피험자의 입장에서 1)예일대학교의 권위, 2)실험목적이 중요해 보인다는 점, 3)유사 피험자(학생)도 결국 자원해서 왔다는 점, 4)역할 분배가 우연에 의했다는 점, 5)일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점, 6)심리학자와 피험자의 권리에 대한 무지, 7)전기충격은 고통스러울 것이나 위험하지는 않다고 실험자가 말했다는 점에 의한 정당화라고 설명했다.

후속 연구는 선생님과 학생의 신체적 정서적 거리가 복종의 양을 변화시킨다는 점을 밝혀냈다. 93%라는 가장 높은 수준의 복종은 학습자가 다른 방에 있어서 보거나 들을 수 없을 때였고, 둘이 같은 방에 있고 피험자가 학생의 손을 충격판에 올려놓아야 하는 경우 복종률은 30%였다. 또한 실험자와의 물리적 거리도 복종률에 영향을 미치는데, 실험자가 방 밖에서 전화로 지시할 경우 복종률이 21%로 떨어졌다.

밀그램의 연구는 권위에 대한 인간의 복종을 이해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에 더해, 인간을 피험자로 하는 경우의 윤리적 문제에도 논쟁의 불을 지폈다. 피험자들이 실험 도중에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효과는 지속적일 수 있다는 비판, 모든 것이 속임수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수치심과 권위에 대한 불신이 일생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일었다. 또 다른 비판은 실험실 상황이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서의 복종이 일상생활에서의 복종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밀그램은 참가했던 피험자 중 84%가 실험에 참가한 것을 기뻐했으며 1%만이 후회했다는 점을 지적했고, 실험실에서 가장 불편함을 느꼈던 40명의 피험자 중 아무도 장기적으로 고통받거나 심리적 외상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음을 들어 반박했다. 또한 실험히 일상생활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피험자들이 모두 자원자인 만큼 능동적인 사람들이고 지시된 명령을 수용하거나 거부할 능력이 있었다고 대답했다.